부당제소 손해배상, 근거 없는 소송에 끌려다닌 변호사비용 받아내는 요건 | 손해배상 | 로톡
부당제소 손해배상, 근거 없는 소송에 끌려다닌 변호사비용 받아내는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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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제소 손해배상, 근거 없는 소송에 끌려다닌 변호사비용 받아내는 요건 

강대현 변호사

상대방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는데도, 그 소송에 대응하느라 쓴 변호사비용과 시간, 정신적 고통은 고스란히 자신의 부담으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칙적으로 소송에서 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물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근거가 없는 청구임을 알았거나 조금만 확인했으면 알 수 있었던 소송을 상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부당제소가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지는 요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응소 과정에서 쓴 변호사비용을 실제로 청구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부당제소, 소송에서 졌다고 곧바로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27조는 누구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민사소송법 체계도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를 제기했다가 패소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소 제기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재판 결과는 사실관계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일 뿐이고, 소송을 제기하는 단계에서는 승패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패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면, 사람들은 정당한 권리가 있어도 소송을 꺼리게 되어 재판제도 자체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원칙에는 뚜렷한 예외가 있습니다. 제소자가 주장하는 권리나 법률관계에 애초부터 사실적·법률적 근거가 없고, 그 사실을 제소자 스스로 알았거나 통상의 주의만 기울였어도 쉽게 알 수 있었던 상태에서 소송을 강행했다면, 그 소 제기는 재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정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런 경우가 바로 부당제소이고, 판례는 이를 민법 제750조의 일반 불법행위로 다루어 별도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법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이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지가 다음 문제입니다.

패소는 부당제소의 결과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 손해배상 책임은 소를 제기하던 그 시점의 인식과 근거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불법행위 성립요건 — 근거 없음과 그에 대한 인식이라는 두 축

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다45897 판결은 부당제소 또는 부당응소가 불법행위로 성립하려면 (1) 실체상 권리보호청구권 또는 응소권이 없고, (2) 그 권리 없음을 제소자가 고의로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했으며, (3) 그 제소 또는 응소로 상대방이나 제3자의 법익이 침해되고, (4) 그 침해에 대해서도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한다는 네 가지 요건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애초에 권리가 없었다는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제소자의 인식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후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1다64486 판결은 이 기준을 조금 더 구체화했습니다. 제소자가 주장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사실적·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제소자가 그 점을 인식했거나 통상인이라면 용이하게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소를 제기해 재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부당제소가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두 판례를 함께 보면, 부당제소는 '근거 없는 주장'과 '그 근거 없음에 대한 고의 또는 중대한 부주의'가 동시에 확인되어야 성립하는, 문턱이 상당히 높은 불법행위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실체상 권리 없음 — 청구의 근거가 되는 사실관계나 법률관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

  • 인식 요건 — 제소자가 그 사실을 알았거나, 통상인이라면 쉽게 알 수 있었음(고의 또는 중과실에 가까운 과실).

  • 법익 침해 — 상대방이 응소 과정에서 실제 손해(변호사비용·시간·정신적 고통 등)를 입었음.

  • 상당성 상실 — 이 모든 사정을 종합할 때 재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소 제기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평가됨.

법원이 실제로 보는 판단 기준 — 패소 이유를 뜯어본다

법원은 부당제소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원 소송의 승패만 보지 않고, 그 소송에서 패소한 이유를 뜯어봅니다. 사실관계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증거 판단 끝에 패소한 경우와, 애초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도 청구가 성립할 수 없음이 분명했던 경우는 전혀 다르게 취급됩니다. 예컨대 계약 해석이나 손해액 산정처럼 법률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는 쟁점에서 진 경우라면, 그 소 제기 자체를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이미 변제나 이행을 마쳤다는 객관적 자료가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같은 청구를 제기했다면 근거 없음이 뚜렷한 쪽으로 기웁니다.

인식 요건도 정황 증거로 판단됩니다. 원 소송에서 제소자가 제출한 증거가 애초에 청구를 뒷받침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는지, 상대방이 소송 초기부터 반박 자료를 제시했는데도 제소자가 청구를 철회하지 않고 계속 밀어붙였는지, 증거를 조작하려 한 흔적이 있는지 등이 함께 고려됩니다. 단순히 법리적으로 무리한 주장을 펼쳤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통상인이라면 소 제기 전에 당연히 확인했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거나 확인하고도 무시했다는 사정이 뒷받침되어야 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소송이 부당제소로 인정되나 — 적용 예시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유형 중 하나는 이미 변제받은 대여금을 다시 청구하는 경우입니다. 차용증은 있지만 영수증이나 계좌이체 내역으로 변제 사실이 명백히 확인되는데도, 채권자가 이를 무시하고 같은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다면, 채무자는 응소에 든 손해를 부당제소를 이유로 배상받을 여지가 생깁니다. 채권자가 변제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하더라도, 통상적으로 확인 가능한 계좌내역조차 살펴보지 않았다면 과실 요건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유형은 이미 패소가 확정된 청구를 소송물만 바꾸어 반복 제기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대여금 반환청구에서 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뒤, 같은 금전을 부당이득으로 구성해 다시 청구하면서 앞선 소송에서 이미 배척된 사실관계를 그대로 다시 주장한다면, 그 반복 제소가 근거 없음을 알고도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률적 구성이 실제로 달라 별개 쟁점을 다투는 것이라면 단순 반복 제소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원 소송과 후행 소송의 쟁점이 실질적으로 같은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변호사비용, 소송비용확정절차와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가 되는 요건

민사소송의 소송비용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법 제98조 이하가 정한 소송비용부담 재판과 그에 따른 소송비용액확정절차를 통해 상환받는 것이 정상 경로입니다. 재판이 확정된 뒤 별도의 신청으로 변호사보수 중 대법원규칙이 정한 산입 기준 범위 안의 금액을 상환받는 구조이고, 원칙적으로는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손해배상소송으로 변호사비용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지 않은 우리 법제에서는 소송에서 변호사를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 것이 아니어서, 불법행위와 변호사비용 지출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당연히 인정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당제소 자체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근거 없는 소송을 당한 피고 입장에서는 그 불법행위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 응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이때 지출한 변호사비용은 부당제소라는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실무의 대체적인 설명입니다. 다만 소송비용액확정절차에서 이미 상환받을 수 있는 부분까지 중복해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는 없고, 그 절차로는 회수되지 않는 초과 손해에 대해서만 별도 청구가 가능합니다. 배상 범위는 소송물의 가액, 사건의 난이도와 진행 경과, 실제 지출한 금액을 종합해 법원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한도로 제한됩니다.

변호사비용은 소송비용액확정절차가 기본 경로이고, 부당제소로 인한 손해배상은 그 절차로 메워지지 않는 초과분에 한해 상당인과관계 범위 안에서 별도로 인정된다.

승소만으로는 부족하다 — 입증책임과 시효, 실무에서 걸리는 지점

부당제소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습니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통상 '안 날'은 원 소송의 패소판결이 확정되어 상대방의 청구가 근거 없었음이 최종적으로 확인된 시점으로 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원 소송이 끝났다고 안심하지 말고 이 시효 기간 안에 손해배상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입증책임도 부당제소를 주장하는 쪽에 있습니다. 원 소송에서 이겼다는 판결문만으로는 부족하고, 앞서 본 네 가지 요건, 특히 제소자가 근거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를 직접 갖춰야 합니다. 원 소송의 소장·준비서면·증거자료, 상대방이 소송 중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에 관한 기록, 응소를 위해 실제 지출한 변호사 보수 영수증 등을 미리 정리해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단순히 '억울하게 소송을 당했다'는 정서적 호소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고, 근거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했다는 점을 구체적인 자료로 보여줘야 하는 절차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소송에서 이기기만 하면 상대방에게 바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승소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이 애초부터 근거 없는 주장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소를 제기했다는 사정까지 별도로 증명해야 부당제소로 인한 손해배상이 인정됩니다.

Q. 변호사비용은 어느 범위까지 손해배상으로 인정되나요?

A. 소송비용액확정절차로 이미 상환받을 수 있는 부분은 제외되고, 그 절차로 메워지지 않는 초과분에 한해 소송물 가액과 사건 난이도 등을 고려해 법원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만 인정됩니다.

Q. 이미 패소 확정된 청구를 상대가 다시 제기하면 무조건 부당제소인가요?

A. 아닙니다. 소송물이나 법률적 구성이 실질적으로 달라 별개 쟁점을 다투는 것이라면 반복 제소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앞선 소송에서 이미 배척된 사실관계를 그대로 다시 주장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소송비용액확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나요?

A. 소송비용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부분은 원칙적으로 확정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절차를 건너뛰고 같은 금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정절차로 회수되지 않는 초과 손해는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부당제소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면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불법행위로 인정되는 이상 재산적 손해인 변호사비용 외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자료 인정 여부와 액수는 소송의 경위, 상대방의 악의성 정도 등을 법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Q. 부당제소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데 기간 제한이 있나요?

A. 있습니다.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 안에 청구해야 하며, 통상 원 소송의 패소판결 확정일을 '안 날'로 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맺음말

부당제소로 인한 손해배상은 단순히 소송에서 이겼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애초부터 근거 없는 주장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 그럼에도 소를 강행해 재판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했다는 점을 구체적인 자료로 증명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입니다. 변호사비용 역시 소송비용확정절차라는 정상 경로가 따로 있는 만큼, 언제 어떤 근거로 별도의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를 먼저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수원지법 관내에서 진행되는 소송이라면 소송비용확정절차와 부당제소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서로 어떻게 맞물리는지 처음부터 함께 검토해 두는 편이 뒤늦게 시효나 입증자료를 놓치는 상황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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