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이 지켜야 할 준수사항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고, 어떤 조건을 어겼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야간에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외출제한과, 피해자 등 특정인에게 다가가지 말라는 접근금지는 똑같이 '준수사항 위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법정형 자체가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까지 올라간 사건들을 보면 단 10분의 귀가 지연도 처벌 대상이 되는가 하면, 준수사항을 정하는 절차 자체가 잘못되어 무죄로 뒤집힌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조건의 처벌 조항이 왜 다르게 설계됐는지, 위반이 실제로 어떻게 판단되는지, 그리고 준수사항 위반 혐의를 받았을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전자발찌 준수사항의 종류 — 외출제한과 접근금지는 같은 조문 안의 다른 항목
법원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할 때는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의2 제1항에 따라 부착기간의 범위에서 별도의 준수기간을 정해 구체적인 준수사항을 부과합니다. 이 조문이 정한 준수사항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섯 갈래로 나뉩니다. 야간이나 통학시간 등 특정 시간대의 외출을 제한하는 조건(제1호), 어린이 보호구역 등 특정 장소에의 출입·접근을 금지하는 조건(제2호), 주거지역 자체를 제한하는 조건(제2호의2), 피해자 등 특정인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제3호), 정해진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는 조건(제4호), 마약 등 중독성 물질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건(제5호), 그 밖에 재범방지·성행교정에 필요한 조건(제6호)이 그것입니다. 법원은 이 중 하나 이상을 골라 부과할 수 있고, 사건의 성격에 따라 동시에 여러 개를 부과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특히 19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자와 스토킹범죄자는 법원이 재량으로 고를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일정 조건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같은 법 제9조의2 제3항은 19세 미만 대상 성폭력범죄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외출제한(제1호)과 접근금지(제3호)를 함께 부과하도록 정하고, 스토킹범죄자에게는 접근금지(제3호)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정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같은 사람이 야간외출제한과 피해자 접근금지를 동시에 준수사항으로 안고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두 조건 중 어느 쪽을 어겼는지에 따라 형사책임의 크기가 갈리는 상황이 실제로 자주 발생합니다.
처벌 조항이 갈리는 이유 — 제39조 제1항과 제3항의 형량 차이
준수사항을 위반했을 때 처벌 근거는 하나의 조문이 아니라 같은 법 제39조 안에서도 항이 나뉘어 있습니다. 제1항은 피해자 등 특정인에의 접근금지(제3호) 또는 특정범죄 치료 프로그램 이수(제4호)를 정당한 사유 없이 위반한 경우를 규율하며,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반면 제3항은 야간 등 특정 시간대의 외출제한(제1호), 특정지역 출입금지(제2호), 주거지역 제한(제2호의2), 마약 등 사용금지(제5호), 그 밖의 재범방지 조건(제6호)을 위반한 경우를 규율하고,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제1항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똑같이 '준수사항 위반'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법정형 상한이 세 배 차이 나도록 설계되어 있는 셈입니다.
이런 차등을 둔 이유는 각 조건이 막으려는 위험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접근금지와 치료 프로그램 이수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대인 위해나 재범을 막기 위한 최후 방어선에 가까운 조건이어서, 이를 어기는 행위는 곧바로 피해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외출제한이나 출입금지, 마약 사용금지 같은 조건은 재범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예방적·간접적 성격이 강해, 조건을 어겼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특정 피해자에게 위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차이가 법정형 3년과 1년, 벌금 3천만원과 1천만원이라는 수치로 반영된 것입니다.
제39조 제1항 대상(3년 이하 징역·3천만원 이하 벌금) — 피해자 등 특정인 접근금지(제3호), 특정범죄 치료 프로그램 이수(제4호)
제39조 제3항 대상(1년 이하 징역·1천만원 이하 벌금) — 야간 등 특정시간대 외출제한(제1호), 특정지역 출입금지(제2호), 주거지역 제한(제2호의2), 마약 등 사용금지(제5호), 그 밖의 재범방지 조건(제6호)
두 항 모두 '정당한 사유 없이' 위반한 경우에만 처벌 —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
같은 '준수사항 위반'이라도 어떤 조건을 어겼는지에 따라 법정형 상한이 3배 차이난다 — 피해자 접근금지 위반이 야간외출제한 위반보다 무겁게 설계된 이유다.
야간외출제한 위반 — '정당한 사유'는 어떻게 판단되나
야간외출제한을 어겼다고 해서 자동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39조 제3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위반한 경우만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위반에 이른 경위에 따라 무죄로 판단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2025. 12. 24. 선고 2024도3387 판결은 이 '정당한 사유'를 상당히 엄격하게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피고인은 매일 자정 이전 귀가하라는 지도를 받고, 외출 사유가 생기면 사전에 담당자에게 보고하고 준수사항 일시조정 신청서를 작성하라는 안내까지 받은 상태였는데, 단란주점에서 음주한 뒤 택시를 잡지 못해 도보로 귀가하다가 단 10분 자정을 넘겨 귀가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단을 파기하면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는 위반에 이른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 위반의 정도, 위반으로 발생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사전에 일시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안내받고도 이를 이용하지 않았고, 음주 자체가 귀가 지연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위반 시간이 10분에 불과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 판례가 실무에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몇 분 늦었을 뿐'이라는 사정 자체가 정당한 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시간에 귀가하지 못했는지, 사전에 예측하거나 신고할 수 있었는지, 그 경위에 본인의 잘못이 얼마나 개입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갑작스러운 응급실 방문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불가피한 사정이었는지, 아니면 음주처럼 스스로 만든 사정이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 접근금지 위반의 특수성 — 스토킹·성범죄 사건에서 더 엄격하다
접근금지 준수사항은 앞서 본 대로 스토킹범죄자와 19세 미만 대상 성폭력범죄자에게는 법원이 재량 없이 반드시 부과해야 하는 조건입니다. 그만큼 이 조건이 겨냥하는 위험, 즉 피해자에 대한 재접근과 그로 인한 2차 피해는 제도가 가장 무겁게 다루는 위험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접근금지 위반 사건에서는 '우연히 마주쳤다'거나 '위치를 몰랐다'는 식의 해명이 야간외출제한 위반보다 훨씬 좁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해자의 주거지·근무지 등 접근이 금지된 장소나 특정인의 정보는 이미 준수사항을 부과받을 때 구체적으로 고지되기 때문에, 몰랐다는 항변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접근금지 위반은 형사처벌 그 자체로 끝나지 않습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제17조에 따라 집행 개시 후 3개월이 지나면 임시해제를 신청할 수 있는데, 준수사항 위반 전력, 특히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처럼 핵심적인 조건을 어긴 전력은 재범위험성 평가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반영되어 임시해제 심사를 사실상 어렵게 만듭니다. 야간외출제한 위반보다 접근금지 위반을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준수사항 자체가 위법할 수도 있다 — 준수기간 미지정의 함정
준수사항 위반을 이유로 처벌하려면 그 전제인 준수사항 자체가 적법하게 부과되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5도7665 판결은 이 점을 정면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집행 중인 피고인에게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음주를 하지 말고 정당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이라는 준수사항을 추가로 결정하면서도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법원이 준수사항을 부과하면서 부착기간의 범위에서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제9조의2 제1항을 위반한 위법한 준수사항이고, 위법한 준수사항을 근거로 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례가 중요한 이유는, 준수사항 위반 혐의를 받았을 때 '내가 정말 위반했는가'만 다툴 것이 아니라 '그 준수사항 자체가 적법하게 성립했는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부착명령 결정문이나 준수사항 추가·변경 결정문에 준수기간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준수사항의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지는 않은지는 방어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위법한 준수사항을 근거로 한 음주측정 요구에 응해 얻은 측정 결과 역시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부정됐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습니다.
형사처벌만이 아니다 — 집행유예·가석방에 미치는 영향
준수사항 위반으로 인한 책임은 제39조에 따른 형사처벌 한 가지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형이 확정된 뒤에 별도로 선고되기도 하지만, 같은 법 제28조에 따라 성폭력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보호관찰과 함께 전자장치 부착을 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집행유예와 함께 부착명령을 받은 사람이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형법 제64조 제2항에 따라 그 위반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될 경우 집행유예 선고 자체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집행유예가 취소되면 유예됐던 본형이 그대로 집행되므로, 준수사항 위반 한 건이 별도의 형사처벌에 더해 이미 확정된 형의 실제 복역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가석방 기간 중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석방 중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가석방이 취소되어 남은 형기를 다시 복역해야 하는 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준수사항 위반 혐의를 받았을 때는 눈앞의 형사사건 대응뿐 아니라, 자신이 집행유예나 가석방 등 어떤 신분으로 부착명령을 받고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그에 따른 부수적 불이익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위반 적발 시 절차와 방어 준비
접근금지나 외출제한 위반은 대체로 보호관찰소의 위치 모니터링이나 현장 점검 과정에서 드러납니다. 제39조 제1항·제3항이 규율하는 위반은 다른 일부 준수사항과 달리 경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형사입건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제39조 제2항이 규율하는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상 준수사항 위반은 경고 후 재위반 시에 처벌하는 구조이지만, 접근금지·외출제한 위반은 그런 완충 없이 위반 사실 자체가 곧바로 수사 개시 사유가 됩니다. 보호관찰소가 위반 정황을 파악하면 관할 경찰에 통보하고, 이후 일반 형사사건과 같은 절차로 수사와 기소가 진행됩니다.
방어를 준비할 때는 위반에 이른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를 최대한 빨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응급 진료 기록, 사고 경위를 보여주는 통신 기록이나 목격자 진술, 보호관찰관에게 사전에 연락하거나 양해를 구한 정황 등이 정당한 사유 판단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접근금지 위반이라면 접근이 고의가 아니라 불가피했음을 보여줄 동선·경로 자료가, 준수사항 자체의 적법성을 다투려는 경우라면 부착명령 결정문과 준수사항 추가·변경 결정문 원본이 핵심 자료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야간외출제한을 10분 어겼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위반 시간의 길이만으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위반에 이른 동기와 경위, 위반의 정도, 결과를 종합적으로 보아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 스스로 만든 사정(음주 등)으로 짧게 늦은 경우에도 유죄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Q. 피해자 접근금지를 어기면 야간외출제한 위반보다 무조건 형이 무겁나요?
A. 법정형 상한 자체가 3년 이하 징역(접근금지)과 1년 이하 징역(외출제한)으로 다르게 설계되어 있어 상한선은 접근금지 위반이 높습니다. 다만 실제 선고형은 위반의 경위와 결과, 재범 여부 등을 종합해 정해지므로 상한이 곧 실제 형량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Q. 준수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준수사항을 어겼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원이 준수사항을 부과하면서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그 준수사항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고, 위법한 준수사항을 근거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부착명령 결정문에 준수기간이 명시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준수사항 위반이 적발되면 곧바로 구속되나요?
A. 위반 사실만으로 자동 구속되는 것은 아니고 일반 형사사건과 같이 수사와 기소 절차를 거칩니다. 다만 재범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면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어, 위반 경위를 소명할 자료를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위반으로 처벌받으면 전자발찌 부착기간이 자동으로 늘어나나요?
A. 준수사항 위반은 제39조에 따른 별도의 형사처벌 대상일 뿐, 그 자체로 부착기간을 자동 연장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위반 전력은 이후 임시해제 심사나 재범위험성 평가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Q. 집행유예 중에 준수사항을 어기면 어떻게 되나요?
A. 보호관찰과 함께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이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되면 형법 제64조 제2항에 따라 집행유예 선고 자체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준수사항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과 별개로 유예됐던 본형까지 실제로 집행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전자발찌 준수사항 위반은 '위반했는지 여부'만큼이나 '어떤 조건을 위반했는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야간외출제한 위반과 피해자 접근금지 위반은 같은 법 조문 안에서도 처벌 수위가 다르게 설계되어 있고, 실제 판단 기준 역시 위반의 동기와 경위, 결과를 놓고 개별적으로 이뤄집니다. '몇 분 늦었을 뿐'이라거나 '몰랐을 뿐'이라는 사정이 자동으로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준수사항 자체의 적법성도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수원지검 관할처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가 꾸준히 관리되는 지역에서는, 준수사항 위반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위반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하고 부착명령 결정문상 준수기간·준수사항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가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 형사처벌 여부뿐 아니라 집행유예·가석방 등 부수적 불이익까지 한 번에 살펴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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