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중 목줄을 놓친 반려견이 갑자기 달려가 사고를 일으켰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사람’인지 ‘다른 반려견’인지에 따라 법적 책임은 상당히 달라집니다. 일반인이 의외로 잘 모르는 부분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형사책임입니다.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견주에게 형법상 과실치상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66조는 과실로 사람의 신체에 상해를 입힌 경우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목줄을 제대로 잡지 않았다거나, 공격성이 있는 개를 충분히 통제하지 않았다거나, 출입자가 있는 장소에서 개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한 사정 등이 있다면 견주의 관리상 과실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개가 사람을 직접 물지 않았더라도, 목줄이 풀린 개가 사람에게 달려들어 피해자가 놀라 넘어져 상해를 입은 사건에서도 견주의 과실치상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민사책임도 당연히 문제됩니다. 민법 제759조는 동물의 점유자가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원칙적으로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물린 경우에는 치료비뿐만 아니라 휴업손해, 향후치료비 등이 인정될 수 있고, 무엇보다 신체를 다친 데 따른 정신적 손해, 즉 ‘위자료’도 함께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 개물림 사고에서도 치료비와 함께 위자료가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반려견이 사람 대신 다른 반려견을 물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 형법에는 일반적인 ‘과실재물손괴죄’가 없습니다.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고의로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범죄입니다. 따라서 견주가 목줄을 실수로 놓쳤고 그 결과 자신의 반려견이 다른 반려견을 물어 다치게 한 정도라면, 피해가 상당히 크더라도 원칙적으로 과실치상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과실치상죄가 보호하는 대상은 ‘사람의 신체’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관리상 과실만으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이것이 아무 책임도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민사상으로는 피해 반려견의 치료비 등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문 경우와 마찬가지로 민법 제759조의 동물 점유자 책임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차이가 ‘위자료’입니다.
사람이 물려 다쳤다면 피해자 본인의 신체와 정신적 고통이 직접 침해되므로 위자료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문제됩니다. 반면 다른 반려견이 다친 경우 법률상 직접 침해된 것은 원칙적으로 반려견 소유자의 신체가 아닙니다. 따라서 피해 견주가 “가족 같은 반려견이 다쳐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의 상해사고와 동일한 방식의 위자료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반려견은 단순한 물건과 다르다’는 점을 반영하는 판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전지방법원은 수의사의 과실로 반려견의 상태가 악화된 사건에서 반려견을 단순히 객관적인 교환가치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아 치료비뿐 아니라 견주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인정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반려견이 심각한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위자료 청구가 전혀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람의 신체상해 사건처럼 위자료가 통상적으로 인정된다고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반려견이 사람을 물었다면 ‘형사상 과실치상 + 민사상 치료비·위자료’가 함께 문제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반려견이 다른 반려견을 문 사고라면 단순 과실에 대해서는 통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고, 주된 쟁점은 피해 반려견의 치료비 등 민사상 손해배상이 됩니다. 피해 견주의 위자료는 사람의 상해사고와 달리 당연히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사고의 정도와 구체적 사정에 따라 예외적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같은 ‘개물림 사고’라고 하더라도 누구를 물었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과 책임의 범위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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