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사실 부인한 근저당권 말소 청구, 피고의 채권이 인정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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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사실 부인한 근저당권 말소 청구, 피고의 채권이 인정된 이유 

강병권 변호사

일부승소

차용 사실을 부인한 근저당권 말소 청구, 피고의 대여금채권이 인정된 이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뒤 소유자가 “돈을 빌린 사실이 없고, 담보 설정에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등기를 말소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분쟁에서는 서류의 명칭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서명·날인, 돈이 지급된 경로와 사용처, 계약 체결 전후의 정황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차용증과 근저당권 설정 서류가 실제 의사에 따라 작성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부동산 매수 과정에서 발생한 차용금 분쟁

원고는 토지를 매수하면서 제3자에게 매매계약과 소유권이전등기 등의 업무를 맡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 명의의 차용금증서와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기위임장, 확인서면 등이 작성됐습니다.

피고는 소유권이전등기 업무를 담당하기로 한 법무사 명의의 계좌로 돈을 송금했습니다. 해당 금원은 다른 법무사 계좌를 거쳐 토지의 매매대금 잔금으로 지급됐고, 이후 원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피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차례로 마쳐졌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에게 돈을 빌린 사실이 없으며, 관련 서류도 부동산 매매와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로 알고 작성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근저당권의 말소를 청구했습니다.

본인 서명이 있어도 계약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이 사건에서 중요했던 첫 번째 문제는 원고의 서명과 날인이 있는 문서의 효력이었습니다.

원고는 차용증과 공증위임장, 등기위임장,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및 확인서면에 있는 서명이나 날인이 본인의 것이라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문서의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작성했으므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사문서에 본인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으면 그 문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작성명의인이 자신의 서명이나 날인을 인정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서의 내용이 완성된 상태에서 서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등기가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실제 권리관계와 일치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등기가 위조된 서류에 의한 것이거나 다른 사유로 무효라고 주장하는 측에서 이를 입증해야 합니다.

피고 측은 서류와 실제 자금 흐름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피고를 대리한 법률사무소 제우 강병권 변호사는 원고가 차용 및 근저당권 설정에 필요한 여러 서류에 직접 서명하거나 날인했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피고가 법무사 명의의 계좌로 실제 돈을 송금했고, 해당 금원이 토지 매매대금의 잔금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법무사 사무소에 대한 사실조회를 통해 피고가 송금한 돈이 최초 법무사 계좌에서 실제 등기 업무를 담당한 다른 법무사 계좌로 전달된 경로도 확인됐습니다.

피고 측은 이러한 문서와 송금 내역을 근거로 금전소비대차계약과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실제로 체결됐으며, 근저당권설정등기도 유효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차용금채권과 근저당권의 존재를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토지의 매매대금 잔금과 관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릴 상황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가 보낸 돈이 법무사 계좌를 거쳐 토지 매매대금으로 사용됐고, 이후 원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피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이루어진 과정도 확인했습니다.

또한 원고 명의로 작성된 차용증과 근저당권 설정 관련 서류, 증인의 진술 및 사실조회 결과 등을 종합해 금전소비대차계약과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했다고 봤습니다. 원고가 서류의 내용을 잘못 알았다는 착오 취소 주장도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법원은 근저당권을 곧바로 말소해 달라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가 일부만 변제했다는 주장 역시 해당 계좌의 명의자에게 변제금을 받을 권한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피고가 주장한 약정이율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원고가 차용금 원금 전액과 변제기 다음 날부터 법정이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한 다음 근저당권을 말소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근저당권 분쟁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

근저당권이 설정된 이후 계약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등기의 효력을 부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본인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는 차용증과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이 존재한다면, 해당 문서가 의사와 다르게 작성됐다는 점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대여금이 채무자 본인의 계좌가 아닌 제3자 계좌로 송금됐더라도 그 계좌가 지급 계좌로 지정됐고, 돈이 실제로 채무자를 위한 매매대금 등에 사용됐다면 대여금 지급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변제할 때에는 돈을 받은 사람이 채권자를 대신하여 수령할 적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차용금 및 근저당권 분쟁에서는 계약서의 내용과 서명·날인 경위뿐만 아니라 실제 자금의 이동 경로와 사용처, 대리권이나 수령 권한의 존재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자료와 계약 체결 과정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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