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피해자가 합의 자체를 거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합의금을 준비해뒀는데 피해자가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씹습니다. 저는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 아닌가요”라고 묻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여기서 대응을 멈추고,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런 피해 회복 노력도 남기지 못한 채 선고를 맞이합니다. 그런데 막상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구체적으로 따지고, 아무 자료가 없는 경우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공탁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형이 줄어드는 관행을 끝내는 방향으로 양형기준을 고쳤습니다. 공탁 사실 자체가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와 공탁금의 회수 가능성까지 종합해 실질적 피해 회복인지를 판단하도록 바뀐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음주 사고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할 때 형사공탁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갖는지, 어떤 절차와 시점에 진행해야 유리한지 최근 기준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음주 사고는 합의해도 처벌을 피할 수 없지만, 합의 여부가 형량을 좌우합니다
음주운전 사고는 반의사불벌·보험 특례가 모두 배제되는 예외 항목입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은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지만, 같은 항 단서 제8호는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위반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경우를 이 반의사불벌 규정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4조 제1항 제1호 역시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제3조 제2항 단서에 해당하면 보험 가입 특례, 즉 공소권 없음 처리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음주 사고는 보험에 가입했어도 형사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종합보험 들어놨으니 괜찮다”, “합의만 하면 처벌은 안 받는다”는 생각은 음주 사고에는 애초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기소·처벌 자체를 막지 못한다는 것과,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벌금형인지 징역형인지, 집행유예가 붙는지가 달라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피해 회복 노력은 기소 여부와 무관하게 양형 단계에서 매우 큰 비중으로 반영됩니다.
음주 사고는 합의해도 기소를 막지 못하지만, 합의·피해회복 노력은 실제 선고형을 가르는 핵심 요소입니다.
2. 피해자가 연락을 끊거나 합의를 거부해도, 형사공탁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사건번호만으로 공탁할 수 있는 형사공탁 특례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민법 제487조는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을 때, 채무자가 변제 목적물을 공탁해 채무를 면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문제는 종전 공탁 실무에서는 공탁서에 채권자, 즉 피해자의 성명·주소 등 인적사항을 정확히 기재해야 했다는 점입니다. 피해자가 연락 자체를 끊거나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하면, 가해자는 돈을 마련해두고도 공탁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설된 것이 공탁법 제5조의2, 이른바 형사공탁 특례입니다.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 공탁소에 피해자의 이름·주소 대신 법원명·사건번호·사건명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만으로 공탁할 수 있습니다.
공탁이 이뤄지면 공탁관이 피해자에게 개별 통지하는 대신 인터넷 홈페이지 공고로 갈음할 수 있고, 피해자는 나중에라도 사건번호와 신분증명서를 갖춰 공탁금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즉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사정 자체가 더 이상 피해 회복 시도를 가로막는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가 연락을 끊었다는 사정은, 형사공탁 특례 아래에서는 더 이상 공탁을 막는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3. 공탁했다고 저절로 형이 줄어드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2026년 7월부터는 공탁 사실이 아니라 실질적 피해 회복 여부를 개별적으로 따집니다.
그동안 일부 사건에서는 재판 직전 거액을 공탁해두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감경 인자로 인정받는 이른바 ‘기습 공탁’ 관행이 문제로 지적돼 왔습니다. 이런 문제 제기를 반영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6년 7월 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되는 개정 양형기준에서, 종전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문구 중 ‘공탁 포함’ 부분을 삭제했습니다.
이는 공탁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동으로 감경 인자를 인정받던 관행을 바꾸겠다는 취지입니다. 이제는 공탁금이 실제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지를 피해자의 의사, 공탁금의 회수 가능성, 피해의 성격과 정도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다시 말해 음주 사고에서 형사공탁이 여전히 유효한 대응 수단이라는 점은 변함없지만, 액수를 실제 손해인 치료비·휴업손해·위자료 등에 맞게 산정하고, 되도록 이른 시점에 진행하며, 피해자에게 진지하게 연락을 시도한 기록을 함께 남기는 것이 감경 효과를 인정받는 데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단순히 소액을 형식적으로 공탁해두는 방식은 예전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공탁은 여전히 유효한 카드지만, 액수·시기·진정성이 함께 갖춰져야 실질적 감경으로 이어집니다.
4. 혈중알코올농도와 상해 결과에 따라 적용되는 법 조항 자체가 달라집니다
단순 음주운전인지, 위험운전치사상인지에 따라 형량 구간이 크게 벌어집니다.
사고 없이 음주운전만 적발된 경우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3항이 적용되어,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 이상 0.2% 미만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2% 이상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여기에 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통상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업무상과실치상죄(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이 함께 적용되는 경합범 구조가 됩니다.
그런데 만취 정도가 심해 음주의 영향으로 실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이르렀다면, 이보다 훨씬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11(위험운전치사상)이 적용됩니다. 이 죄는 상해의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사망의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형량 구간 자체가 다릅니다.
대법원은 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습니다.
위험운전치사상죄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의 경우와는 달리 형식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의 법정 최저기준치를 초과하였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운전자가 음주의 영향으로 실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있어야만 하고, 이는 운전자의 주취 정도, 사고 발생 경위, 사고 전후 운전자의 운전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15519 판결).
따라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낮더라도 사고 직전 급격한 차로 이탈이나 신호 무시 등 운전 행태가 비정상적이었다면 위험운전치사상이 적용될 여지가 있고, 반대로 수치가 높아도 보행이나 진술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 적용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어느 조항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구속 가능성과 형량 구간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사고 초기부터 이 부분을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공탁은 이 시점에 진행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수사 단계에서 자료를 갖춰 진행한 공탁일수록 감경 효과를 인정받기 쉽습니다.
음주 사고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음주측정 및 사고조사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와 구속영장·기소 여부 결정 → ③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공판 → ④선고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위험운전치사상에 해당할 정도로 만취 상태였거나 피해가 중한 경우에는 구속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절차 중 형사공탁은 수사 단계에서 미리 준비해둘수록 유리합니다. 재판 막바지에 몰아서 진행하는 공탁은 앞서 본 것처럼 ‘기습 공탁’으로 평가돼 감경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대응 여부와 무관하게,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한 일시·방법과 그 결과를 문자, 통화기록, 내용증명 등으로 빠짐없이 남겨둡니다.
진단서·치료비 영수증·휴업손해 자료 등을 근거로 실제 손해액에 맞는 공탁금 액수를 산정합니다.
사건번호와 담당 수사기관 또는 재판부를 확인해, 피해자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형사공탁 특례 요건에 해당하는지 점검합니다.
이렇게 준비된 자료는 공탁 자체의 요건을 갖추는 데도 필요하지만, 재판부에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보여주는 핵심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마치며
음주 사고를 낸 뒤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가해자 입장에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쪽 입장에서는 공탁 통지를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합의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며, 수령 여부와 이의 제기 여부에 따라 나중에라도 권리를 지킬 방법이 남아 있습니다.
반대로 사고를 낸 쪽 입장에서도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대응을 포기하면, 재판부는 이를 피해 회복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음주 사고로 피해를 입은 쪽과, 사고를 내고 형사공탁·합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고라도 초기에 어떤 자료를 남기고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했다고 손 놓고 기다릴 시간이 아닙니다. 형사공탁의 요건과 시기를 놓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면 정말 공탁밖에 방법이 없나요?
A. 공탁이 대표적인 방법이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내용증명으로 합의 의사를 계속 통지하고 그 기록을 남기는 것도 피해 회복 노력을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다만 실제로 돈을 마련해 공탁까지 진행한 경우와 의사표시만 남긴 경우는 양형에서 인정되는 무게가 다릅니다.
Q. 공탁금은 얼마로 정해야 하나요?
A. 정해진 금액표는 없습니다. 치료비, 휴업손해, 위자료 등 실제 손해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2026년 7월 개정 기준 이후에는 액수가 손해에 부합하는지도 실질적 피해 회복 여부 판단에 함께 고려됩니다.
Q.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면 공탁 자체가 무효가 되나요?
A. 아닙니다. 민법 제487조에 따라 채권자가 수령을 거부하거나 받을 수 없는 경우에도 공탁으로 채무를 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령을 거부했다는 피해자의 의사는 양형에서 실질적 피해 회복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고려되는 사정입니다.
Q. 음주운전 사고인데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피할 수 없습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보험 가입 특례에서 제외하고 있어,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기소·처벌 대상이 됩니다.
Q. 위험운전치사상과 단순 음주운전 사고는 어떻게 구분되나요?
A.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주취 정도, 사고 경위, 사고 전후 운전 행태 등을 종합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는지를 판단하므로, 수치가 낮아도 위험운전으로 인정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Q. 형사공탁을 진행하려면 변호사가 꼭 필요한가요?
A. 필수는 아니지만, 피해자 인적사항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건번호·법원 정보만으로 공탁서를 작성해야 하는 절차라 요건을 갖추지 못해 반려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손해액 산정과 진행 시기까지 함께 판단해야 하므로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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