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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없이 차를 밀어 이동한 것도 운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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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없이 차를 밀어 이동한 것도 운전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주차 문제나 골목길에서 차가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또는 술을 마신 뒤 시동을 걸지 않고 차를 손으로 밀어 자리만 옮겨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밀어서 이동시킨 것만으로도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으로 단속되는 사례가 늘면서, 이게 정말 처벌 대상인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시동은 안 걸었으니 운전한 게 아니다”, “그냥 밀기만 했을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고 넘기려 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운전 의사가 없었다”, “원동기를 쓰지 않았다”는 주장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정식으로 입건되는 경우도 있어 당혹스러워하십니다.

최근 대법원은 도로교통법상 ‘운전’이 성립하려면 자동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 즉 원동기의 동력을 이용해 움직이는 것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시동을 걸었는지, 실제로 기어 조작·제동장치 해제 같은 발진조작을 완료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고, 이 기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시동을 걸지 않고 차를 밀어 이동시킨 경우가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형사·민사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시동을 걸지 않고 차를 미는 것은 원칙적으로 운전이 아닙니다

자동차의 운전은 엔진, 즉 원동기의 동력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이란 도로에서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18호는 ‘자동차’를 철길이나 가설된 선을 이용하지 아니하고 원동기를 사용하여 운전되는 차라고 규정합니다.

두 조문을 함께 보면, 자동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하려면 자동차의 원동기, 즉 엔진의 동력을 실제로 사용했어야 합니다. 시동을 걸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의 힘만으로 차를 미는 행위는 엔진의 동력을 전혀 이용하지 않은 것이므로, 문언상 도로교통법이 정한 ‘운전’의 개념에 포섭되기 어렵습니다.

이는 음주운전(제44조)뿐 아니라 무면허운전(제152조 제1호,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입니다. 두 죄 모두 ‘운전’을 전제로 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애초에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두 죄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법리적으로 일관됩니다.

자동차를 사람의 힘만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면, 원동기를 사용하지 않은 이상 도로교통법상 운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2. 대법원도 엔진 동력 없이 움직인 경우는 운전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내리막길에서 핸드브레이크를 풀어 굴러간 경우도 대법원은 운전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와 유사한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내리막길에 주차된 차량의 핸드브레이크를 풀어 중력만으로 타력주행(惰力走行)을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자동차의 운전, 즉 자동차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자동차의 원동기를 사용할 것을 요하고, 따라서 내리막길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의 핸드 브레이크를 풀어 타력주행을 하는 행위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8다30834 판결).

이 사건에서 차량은 중력의 힘으로 저절로 굴러간 것이고, 사람이 미는 경우는 사람의 힘으로 굴러간 것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둘 다 엔진의 동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같습니다. 이 판례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시동을 걸지 않고 사람 힘으로 차를 미는 행위 역시 원동기를 사용한 것이 아니므로 같은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 판례는 어디까지나 원동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만약 조향장치나 제동장치의 배력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시동을 걸어둔 상태에서 밀었다면, 사실관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중력이든 사람의 힘이든, 엔진의 동력을 쓰지 않았다면 대법원 판례의 논리상 ‘운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3. 시동을 걸었어도 발진조작을 완료하지 못하면 운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엔진 시동은 출발점일 뿐, 기어 조작과 제동장치 해제까지 마쳐야 운전이 완성됩니다.

반대로 시동은 걸었지만 실제로 차가 움직이지 않았거나, 고장 등으로 움직일 수 없었던 경우는 어떨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비교적 최근 판결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운전’이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자동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단지 엔진을 시동시켰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른바 발진조작의 완료를 요한다. 통상 자동차 엔진을 시동시키고 기어를 조작하며 제동장치를 해제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면 위와 같은 발진조작을 완료하였다고 할 것이지만, 애초부터 자동차가 고장이나 결함 등의 원인으로 객관적으로 발진할 수 없었던 상태에 있었던 경우라면 그와 같이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7도10815 판결).

이 사건은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에 대해 검사가 불복해 상고한 사건인데,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즉 엔진 시동에 이어 기어 조작, 제동장치 해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발진조작이 실제로 완료돼야 비로소 ‘운전’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시동을 걸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음주운전·무면허운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시동을 건 목적과 경위, 그 뒤에 기어·브레이크를 실제로 조작했는지까지 따져봐야 합니다.

엔진 시동은 운전의 출발점일 뿐이고, 기어 조작과 제동장치 해제까지 포함한 발진조작이 실제로 끝나야 ‘운전’으로 인정됩니다.


4. 형사처벌을 피하더라도 사고에 대한 민사·형사 책임은 남을 수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운전보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행의 개념이 훨씬 넓습니다.

시동을 걸지 않고 민 행위가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로 인한 사고까지 아무 책임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은 같은 판례(98다30834)에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행’은 사람이나 물건의 운송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주행 상태가 아니더라도 각종 부수적 장치를 사용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도로교통법상 운전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차를 밀다가 다른 차량을 파손시키거나 지나가던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도로교통법위반은 성립하지 않더라도 형법상 재물손괴죄나 과실치상죄 등 별도 죄책이 성립할 수 있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역시 별도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만약 실제로 ‘운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면,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가 적용되어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2퍼센트 이상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선고될 수 있어, ‘운전’ 해당 여부를 다투는 실익이 매우 큽니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더라도, 사고로 인한 형사·민사 책임까지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5. 음주운전·무면허운전으로 입건됐다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발진조작이 있었는지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사건의 결론을 좌우합니다.

시동을 걸지 않고 밀었다는 이유로 경찰의 음주 측정이나 조사 자체를 거부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통상 사건은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거주지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현장 확인 및 음주 측정 → ②운전 여부에 관한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원동기를 사용했는지, 즉 발진조작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므로, 감정적으로 항변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시동을 건 사실이 있는지, 있었다면 그 목적이 이동을 위한 것이었는지 다른 목적(히터·라디오 등)이었는지부터 정리합니다.

  2. 기어 조작·제동장치 해제 등 실제 발진조작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는지 블랙박스, 인근 CCTV, 목격자 진술로 확인합니다.

  3. 차량이 이동한 거리와 경위, 실제로 사람의 힘으로 밀었는지를 뒷받침할 객관적 정황 자료(동행자 진술, 밀 때 걸린 시간 등)를 확보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도로교통법위반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발진조작 미완료를 근거로 한 무혐의·무죄 주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시동을 걸지 않았다는 사정 때문에 “운전이 아니니 문제없겠지”라고 안심하고 초기 대응을 미루다가, 막상 정식 입건 통보를 받고서야 다급하게 자료를 찾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발진조작 여부를 뒷받침하는 블랙박스나 목격자 진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불리해집니다.

정말로 원동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힘만으로 차를 민 것이라면, 대법원 판례의 논리상 억울하게 음주운전·무면허운전으로 처벌받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반대로 실제로는 짧게라도 시동을 걸고 기어·제동장치를 조작해 운전에 이르렀으면서도 “밀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어, 수사기관은 양쪽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정황증거를 살펴봅니다. 어느 쪽이든 결국 발진조작이 있었는지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의 확보 여부가 결론을 가릅니다.

저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무면허운전) 사건에서 ‘운전’ 해당 여부 자체를 다투는 사건과, 반대로 수사기관의 판단이 정당했는지를 다투는 사건 양쪽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작은 정황 자료 하나가 결론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발진조작 여부를 다투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동을 걸지 않고 몇 미터만 밀었는데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될 수 있나요?

A. 원동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힘만으로 이동시켰다면 대법원 판례상 ‘운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실제로 시동을 걸었거나 기어·제동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므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Q. 시동을 걸어놓고 기어는 중립(N)에 둔 채 밀기만 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시동을 걸었더라도 기어 조작이나 제동장치 해제 등 발진조작을 완료하지 않았다면 곧바로 운전으로 단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시동을 걸어둔 경위와 목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구체적 정황 확인이 필요합니다.

Q. 무면허 상태에서 차를 밀어 이동시킨 경우도 마찬가지인가요?

A. 네, 무면허운전죄도 도로교통법상 ‘운전’을 전제로 하므로 같은 법리가 적용됩니다. 원동기를 사용하지 않고 민 것이라면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차를 밀다가 다른 차량을 긁는 사고가 났는데, 운전이 아니라면 책임이 없나요?

A. 아닙니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재물손괴나 과실치상 등 형사책임, 그리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더 넓은 ‘운행’ 개념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경찰이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며 음주측정을 요구하면 응해야 하나요?

A. 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측정을 거부하면 별도의 측정거부죄가 성립할 수 있고, 이후 발진조작 여부를 다투는 데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발진조작이 있었는지는 어떻게 입증하나요?

A. 블랙박스 영상, 인근 CCTV, 목격자 진술, 차량이 이동한 거리와 경위 등 객관적 자료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조사 초기에 이런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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