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형사사건에서 피해자 측이 합의의 대가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제시하고, 그 금액이 지나치다고 느낀 상대방이 “이건 오히려 공갈 아니냐”며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피해자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르는 건 협박이니, 내가 먼저 공갈로 고소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고, 반대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입장에서 “피해를 입은 건 나니까 얼마를 부르든 내 마음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맞고소를 하면 “피해 회복을 위한 정당한 요구였다”는 반박에 부딪혀 불송치로 끝나고 합의 분위기만 깨지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고소 취하나 폭로를 조건으로 금액을 계속 올리다가 공갈 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상대방에게 합의금 5,000만 원을 요구한 사람에 대한 공갈미수 유죄판결을 파기하면서(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도3794 판결), 합의금 요구가 공갈이 되는지는 요구한 사람이 정당한 권리자로서 권리를 실행한 것인지,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안에 있는지를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다만 어떤 요구든 허용된다는 뜻은 아니어서, 권리를 빙자해 사회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운 협박을 수단으로 삼으면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피해자가 부른 합의금이 어떤 경우에 공갈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합의금 요구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합의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사정만으로는 공갈죄가 되지 않습니다
공갈죄는 금액의 과다가 아니라 ‘겁을 먹게 할 해악의 고지’로 성립합니다.
합의금에는 법이 정한 액수가 없습니다. 형사사건의 피해자는 민법 제750조와 제751조에 따라 재산상 손해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청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자이고, 합의금은 이 손해배상청구권을 소송 없이 당사자끼리 정리하는 자주적 분쟁 해결 방식입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제시한 금액이 손해에 비해 지나치더라도, 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협상이 결렬될 뿐 그 제시 자체가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공갈죄는 형법 제350조 제1항에 따라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여기서 공갈의 수단인 협박은 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114 판결). 요구 금액은 이 구성요건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결국 “금액이 터무니없다”는 사정은 공갈죄의 성립요건이 아니라,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와 그 요구가 권리행사의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판단할 때 함께 살펴보는 정황 가운데 하나에 그칩니다. 그래서 수사도 액수 자체보다 요구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말이 오갔는지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합의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사정만으로는 공갈이 되지 않고, 겁을 먹게 할 해악의 고지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2. 피해자가 정당한 권리자라면 “고소하겠다”는 말이 곁들여져도 곧바로 공갈이 되지는 않습니다
고소권 행사에 수반된 합의금 요구는 권리남용에 이르지 않는 한 공갈죄를 구성하지 않습니다.
실제 사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은 “합의금을 안 주면 고소하겠다”입니다. 이 말이 곧 해악의 고지가 아닌가 싶지만, 대법원은 범죄피해자의 고소권 행사에 수반하여 이루어진 요구로서 정당한 권리자에 의한 권리실행의 수단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 권리남용에 이를 정도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갈죄를 구성할 수 없다고 봅니다.
2024도3794 사건에서 피고인은 지인과 모텔에 투숙한 뒤 준강간상해 피해를 주장하며 상대방에게 합의금 5,000만 원을 요구했고,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동거하는 사람이 상대방을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며칠 뒤 상대방을 고소했으나 고소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혐의없음)됐고, 1심과 2심은 공갈미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내면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특정인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끼칠 것과 같은 언동을 하고 나아가 그 사람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피고소인)의 성폭력범죄 성립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하여 바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합의금과 관련하여 한 위와 같은 언동이나 고소행위가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써 사용된 것이 아니라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된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도3794 판결).
즉 수사기관이 불송치나 무혐의로 종결했다고 해서 합의금을 요구한 사람이 곧바로 공갈범이 되는 것은 아니고, 요구 당시 스스로를 피해자로 인식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가 함께 심리됩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합의금 요구가 고소 전에 한 차례 이루어졌을 뿐 고소 후에는 없었다는 점, 동거인의 폭력성에 관한 언급이 다소 과장됐더라도 그 동거인이 실제로 사건 다음 날 상대방을 찾아가 폭행하는 등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었다는 점을 들어, 5,000만 원을 요구했더라도 그 방법과 내용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어 권리남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합의금을 요구한 사람이 피해자로서 고소권을 행사하는 과정이었다면, 금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공갈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3. 권리를 빙자해 사회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운 협박을 더하면 공갈죄가 성립합니다
정당한 권리를 내세웠더라도 그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으면 공갈이 됩니다.
반대로 정당한 권리를 내세우기만 하면 무엇이든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금전채권이 있는 사람이 그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협박을 수단으로 삼은 사안에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동거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하여 금전채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운 정도를 넘는 협박을 수단으로 사용하였다면, 공갈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6. 9. 24. 선고 96도2151 판결).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사회통념의 범위인지가 문제인데, 대법원은 행위의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114 판결은 인접 건물의 불법 증축과 술집 영업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관할 구청에 낸 진정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1,000만 원을 받은 사안에서, 손해의 유무나 액수가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정한 금액 전액을 받았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도 잘못이 있었고 절충 끝에 이뤄진 자주적 분쟁 해결이라면 공갈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원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요구액이 손해액과 맞는지가 아니라 그 요구가 어떤 경위로 오갔는지를 본 것입니다.
위 판결들에서 판단 요소를 정리하면, 요구한 사람이 실제 피해자이거나 적어도 피해자로 인식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고지한 해악이 고소·진정·민사소송처럼 권리행사 그 자체인지 아니면 가족이나 직장에 알리겠다거나 제3자를 동원하겠다는 식으로 피해와 무관한 것인지, 요구가 한 번에 그쳤는지 협상 과정에서 집요하게 반복됐는지가 핵심입니다. 요구자가 피해를 꾸며냈거나 피해와 무관한 약점을 잡아 돈을 요구했다면 정당한 권리자라고 볼 수 없어 공갈이 성립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정당한 권리를 내세웠어도 권리를 빙자한 협박이 더해지면 공갈이 되고, 그 선은 금액이 아니라 요구의 경위와 수단이 긋습니다.
4. 공갈로 인정되면 돈을 받지 못했어도 처벌되고, 이미 낸 합의금은 되찾을 길이 있습니다
공갈은 미수도 처벌되고, 강박으로 맺은 합의는 취소를 다툴 수 있습니다.
공갈이 인정되면 형법 제350조 제1항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제352조에 따라 상대방이 응하지 않아 돈을 받지 못한 미수도 처벌됩니다.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공갈하면 특수공갈로 제350조의2에 따라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실제로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되고,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앞서 본 2024도3794 사건은 실제로 돈이 지급되지 않은 미수 사안이었습니다.
공갈의 수단인 협박은 공갈죄에 흡수되어 별도의 협박죄가 되지 않습니다. 협박죄는 형법 제283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지만, 96도2151 판결은 고소가 취소됐더라도 공갈죄로 처벌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공갈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고소를 취소하거나 합의해 주었더라도 처벌 가능성이 남는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이미 합의금을 건넨 쪽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합의 당시 위법한 해악의 고지로 겁을 먹고 응한 것이라면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민법 제110조 제1항에 따라 합의를 취소하고 지급한 돈의 반환을 구할 여지가 있고,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합의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민법 제146조). 다만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 안에서 절충 끝에 이뤄진 합의라면 강박으로 보기 어려워 당시 어떤 말이 오갔는지가 관건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 기록은 사라지고 취소권 기간은 줄어듭니다. 요구하는 쪽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피해 사실을 꾸며 신고했다면 형법 제156조의 무고(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가 따로 문제될 수 있는데, 불송치나 무혐의만으로 허위가 되지는 않고 허위라는 점이 별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5. 합의금 요구를 받았을 때는 기록부터 확보하고, 고소는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요구가 오간 원본 기록을 먼저 확보해야 공갈 여부도, 합의의 유효성도 다툴 수 있습니다.
공갈 여부를 다투게 되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판단의 중심은 요구 당시 실제로 오간 말과 그 경위이므로, 감정적으로 맞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금을 요구한 문자·카카오톡·통화 내용을 원본 그대로 보존하고, 요구 금액과 함께 “고소하겠다”, “알리겠다” 같은 해악의 표현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날짜별로 정리합니다. 본인이 당사자로 참여한 통화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요구 금액이 어떤 손해를 근거로 한 것인지 진단서·치료비 영수증·소득 자료 등 산정 근거를 서면으로 요청하고, 그에 대한 답은 감정적 대응 없이 문자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합니다.
지급이나 맞고소를 결정하기 전에, 합의서에 넣을 처벌불원·고소 취하·추가 청구 포기 문구와 지급 방식을 정리해 변호사와 함께 검토합니다.
피해자의 요구가 정당한 권리 실행으로 인정되면 공갈 고소는 불송치로 끝날 수 있으므로, 맞고소 여부는 이런 자료를 놓고 승산을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합니다. 형사 대응과 민사상 반환청구·손해배상 문제를 함께 검토하면 합의금 분쟁에서 훨씬 유리한 지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합의금 문제는 “금액이 너무 터무니없다”는 충격에 그 자리에서 송금해 버리거나, 반대로 감정이 앞서 곧바로 맞고소를 하면서 초기 대응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금 요구를 받은 입장에서는 금액이 크다는 사실보다, 요구할 때 어떤 말이 오갔는지 그 기록이 먼저입니다. 기록이 쌓일수록 정당한 요구인지 권리를 넘어선 협박인지를 가릴 수 있고, 이미 지급한 합의금도 취소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피해자로서 합의금을 요구하는 입장에서도 “피해자니까 얼마를 불러도 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피해 회복을 위한 정당한 요구라도 금액의 근거를 설명하고, 고소 여부를 흥정 수단처럼 되풀이하거나 피해와 무관한 불이익을 언급하면 권리를 빙자한 협박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합의금을 요구받은 쪽과 요구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금액과 같은 말이라도 누가 어떤 경위로 어떤 자료를 남겼느냐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로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합의금 액수가 부담스럽거나 요구 방식이 걱정된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부른 합의금이 손해액보다 훨씬 큰데, 그 사실만으로 공갈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고소는 할 수 있지만 액수만으로 공갈이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손해의 유무나 액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이 정한 금액을 받았더라도 절충 끝에 이뤄진 자주적 합의라면 공갈로 보지 않은 바 있습니다.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Q. “합의금을 안 주면 고소하겠다”는 말은 그 자체로 협박인가요?
A. 피해자가 정당한 권리자로서 고소권 행사와 관련해 한 말이라면 권리남용에 이르지 않는 한 공갈이 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피해와 무관한 사실을 알리겠다거나 제3자를 동원하겠다는 식으로 나아가면 사회통념상 허용 범위를 넘을 수 있습니다.
Q. 이미 합의금을 송금했는데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합의 당시 위법한 해악의 고지로 겁을 먹고 응한 것이라면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하고 반환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합의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하고, 당시 대화 기록이 핵심 증거입니다.
Q. 합의금 요구를 거절하면 처벌이 더 무거워지나요?
A. 합의는 강제할 수 없고, 합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이 가중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 여부는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이므로, 요구 금액과 사건의 예상 결과를 비교해 판단해야 합니다.
Q. 성범죄 사건인데 피해자가 부른 합의금이 무리해 보입니다. 제가 직접 연락해서 조정해도 되나요?
A. 피의자가 직접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것은 2차 피해 논란과 보복·증거인멸 우려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권하지 않습니다. 변호인을 통해 요구의 근거를 확인하고 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제가 먼저 공갈로 맞고소하면 합의가 쉬워지나요?
A.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요구가 정당한 권리 실행으로 인정되면 불송치나 무혐의로 끝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감정이 악화되어 합의 여지가 좁아집니다. 맞고소는 요구 당시의 자료를 검토한 뒤에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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