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식이나 술자리를 마친 뒤 술값을 결제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가, 업주의 신고로 사기 혐의 입건 통보를 받았다는 상담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지갑을 두고 와서 나중에 보내주려던 것뿐이다”, “어차피 술값은 갚으면 끝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업주가 경찰에 신고하면 수사기관은 “처음부터 낼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출발하고, 술값을 뒤늦게 송금하더라도 이미 사기 혐의로 입건된 사건은 그대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성립을 술값을 내지 못했다는 결과가 아니라 주문·이용 당시 낼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즉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로 가리고, 이를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그리고 사후에 갚았다는 사정은 이미 성립한 사기죄를 없애주지 못하며, 같은 일이 반복되면 상습사기로 형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술값을 내지 못한 것이 어떤 경우에 사기죄가 되는지, 갚은 사정이 수사와 처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입건된 뒤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관련 판례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술값을 못 냈다는 결과만으로 사기죄가 되지는 않고, 처음부터 낼 생각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됩니다
사기죄의 핵심은 미지급 자체가 아니라, 술과 안주를 받을 때 대금을 낼 것처럼 행동한 기망입니다.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고,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술집에서 제공받은 술과 안주는 재물에, 룸 이용이나 접객 같은 서비스는 재산상의 이익에 해당합니다.
술값 사건에서 이 구성요건은 ‘주문하거나 이용하는 시점에 대금을 낼 것처럼 행동했고, 업주가 이를 믿고 술과 서비스를 내주었는가’라는 흐름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에는 행위자가 처음부터 대금을 낼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있었다는 인식, 즉 편취의 범의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술값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런 요건이 갖춰졌는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출발점일 뿐, 그 자체로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주문할 때는 카드로 낼 생각이었는데 계산 단계에서 한도 초과로 결제가 거절됐고, 다른 결제 수단을 찾는 사이 업주와 실랑이가 벌어진 경우라면 주문 시점의 기망이나 편취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민사상 대금 채무의 문제이거나 뒤에서 볼 경범죄의 문제로 정리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통장 잔액도 카드 한도도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고가의 양주와 룸을 주문하고 계산 직전에 자리를 뜬 경우라면, 처음부터 낼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되어 사기죄가 문제됩니다.
술값을 못 낸 사실이 아니라, 술과 안주를 받을 때 낼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가 사기죄의 성립을 가릅니다.
2. 술값을 나중에 갚았다고 해서 이미 성립한 사기죄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사기죄는 술과 안주를 제공받은 때 성립하고, 뒤늦은 변제는 이미 지나간 뒤의 사정일 뿐입니다.
사기죄는 기망으로 재물을 교부받거나 이익을 취득한 때 성립하므로, 술값을 뒤늦게 갚았다는 사정은 죄가 성립한 이후에 생긴 일입니다. 술값을 갚을 민사상의 의무와 사기죄가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다는 점은 대법원 판결에서 확인됩니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 받았으면 성립되는 것이지 고소인(피해자)에게 민사상의 구제수단이 있는 경우는 사기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논리는 서지 아니한다(대법원 1978. 6. 13. 선고 78도721 판결).
이 판결은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데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예로 이른바 무전취식을 들면서, 음식물 대금을 지급할 민사상의 의무가 있어도 사기죄는 그와 별개로 성립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래된 판결이지만 술값을 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과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게다가 사기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수사와 재판이 멈추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업주가 술값을 받고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도 사건이 자동으로 종결되지는 않고, 수사기관은 술값이 지급됐는지와 관계없이 주문 당시 범의가 있었는지를 계속 살핍니다.
그렇다고 갚는 일이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변제와 합의는 형법 제51조 제4호가 정한 ‘범행 후의 정황’으로 양형에서 참작되고, 검사는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따라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갚았다고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이 어떤 처분으로 끝나는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정이 됩니다.
“나중에 갚으면 된다”는 생각은 술과 안주를 받은 시점에 완성된 사기죄를 지워주지 못하고, 처분 수위를 낮추는 사정으로만 작용합니다.
3. 낼 의사가 있었는지는 당시의 객관적 사정으로 가려지고, 증명이 부족하면 유죄가 되지 않습니다
“낼 생각이었다”는 말이 아니라 결제 시도, 소지금, 연락처 같은 기록이 범의를 가릅니다.
편취의 범의는 사람의 내심이라 직접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법원은 이를 객관적인 사정으로 판단합니다.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 등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2255 판결).
이 판결은 차량 거래를 둘러싼 사건이지만 범의를 가리는 방법은 술값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술값 사건에서는 먼저 주문 당시 지갑에 있던 돈, 카드 한도, 통장 잔액처럼 낼 능력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다음으로 계산 단계에서 카드를 여러 장 시도하거나 계좌이체를 해 보고 일행에게 연락했는지, 연락처를 남기고 나갔는지 아니면 말없이 자리를 뜨고 전화를 받지 않았는지를 봅니다. 여기에 주문한 술과 서비스가 소지금에 비해 지나치게 큰 규모였는지, 같은 시기 다른 업소에서도 대금을 내지 않은 전력이 있는지가 더해져 종합됩니다.
결제 시도와 연락 기록은 낼 의사가 있었다는 쪽의 정황으로, 소지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가로 주문한 정황이나 연락 두절, 유사한 미지급 전력은 낼 의사가 없었다는 쪽의 정황으로 읽힙니다. 특히 카드사의 승인 거절 문자, 은행 앱의 이체 시도 내역, 일행과 나눈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거나 찾기 어려워지므로 조사 전에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또한 유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인정됩니다. 같은 판결은 그런 증거가 없으면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이는 사기죄의 범의를 인정할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조사 단계에서 진술이 오락가락하면 그 자체가 범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쓰일 수 있으므로, 진술은 위 기록에 맞춰 일관되게 정리해야 합니다.
낼 의사가 있었다는 주장은 말이 아니라 결제 시도·소지금·연락 기록 같은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4. 같은 술값 문제라도 경범죄로 정리될 수 있지만, 사기로 인정되면 형이 무겁고 반복되면 상습사기로 가중됩니다
사기냐 경범죄냐는 편취의 범의가 입증되는지에 달려 있고, 반복 전력이 있으면 무게가 달라집니다.
술값을 내지 않은 행위는 사기죄 말고도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9호(무임승차 및 무전취식)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다른 사람이 파는 음식을 먹고 정당한 이유 없이 제 값을 치르지 아니한 사람을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사기죄의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과는 형의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두 규정을 가르는 경계는 결국 편취의 범의입니다. 주문 당시부터 낼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되면 사기죄이고, 그 정도까지 입증되지 않고 값을 치르지 않은 데 그친다면 경범죄로 정리될 여지가 있습니다.
경범죄로 통고처분을 받았다면 통고처분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범칙금을 내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다음 날부터 20일 이내에 범칙금에 20%를 더한 금액을 내야 합니다. 범칙금을 내면 그 범칙행위로 다시 처벌받지 않습니다(경범죄 처벌법 제8조 제3항). 대법원 2021. 4. 1. 선고 2020도15194 판결은 무전취식으로 통고처분이 이루어진 뒤 경찰이 통고처분을 취소하고 동종전력을 이유로 상습사기로 입건해 기소한 사안에서, 이미 통고처분이 이루어진 범칙행위에 대한 공소제기는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통고처분이 먼저 이루어진 경우에 관한 것입니다. 이미 사기 혐의로 입건됐다면 경찰이 편취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경범죄로 정리되기를 기대하기보다 범의를 다툴 자료를 먼저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위 사건에서 경찰이 상습사기 입건을 시도한 배경도 동종전력이었습니다. 형법 제351조는 상습으로 사기죄를 범한 사람을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짧은 기간에 여러 업소에서 술값을 내지 않은 내역이 쌓여 있다면 한 건의 소액 미지급과는 무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면 초범이고 금액이 크지 않으며 술값을 전액 변제하고 업주와 합의했다면, 형법 제51조가 정한 범행의 동기·수단·결과와 범행 후의 정황이 유리하게 참작되어 검사의 기소유예(형사소송법 제247조)나 낮은 형의 선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만 이는 범의가 인정되는 사건에서 처분 수위를 낮추는 사정이고, 범의 자체를 다투는 일과는 별개로 준비해야 합니다.
5. 입건된 뒤에는 이런 순서로 진행되고, 술값은 합의서와 함께 갚아야 합니다
변제는 기록으로 남기고, 진술 전에 그날의 결제·연락 자료부터 확보해야 사건이 뒤집히지 않습니다.
술값 사기 사건은 통상 ①업주의 신고나 고소로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업소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 입건 → ②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입건 통보를 받았다면 술값부터 급히 송금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날의 카드 승인 거절·한도 초과 문자, 은행 앱의 이체 시도 내역, 일행이나 업주와 나눈 통화·메시지를 원본 그대로 보존하고, 주문 시각과 결제를 시도한 시각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업주에게 직접 연락하면 감정이 격해지거나 압박으로 비칠 수 있으므로 변호인을 통해, 술값 전액의 이체 내역과 함께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받는 방식으로 정리합니다.
경찰 조사 전에 주문 당시 소지금과 결제 수단, 계산하지 못한 이유, 자리를 뜬 경위, 연락처를 남겼는지를 정리해 두고, 이후 진술이 그 내용과 어긋나지 않도록 합니다.
이렇게 자료가 갖춰지면 낼 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다투는 방향과, 변제와 합의로 처분 수위를 낮추는 방향을 함께 준비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는 그날의 결제 기록과 진술이 어디까지 맞아떨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조사 전에 자료를 갖추고 진술 방향을 정해 두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마치며
술값 문제는 “고작 몇십만 원인데 갚으면 끝나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조사 통보를 가볍게 넘기게 되고, 그 사이 그날의 결제 기록은 사라지고 초기 진술은 굳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값을 받지 못한 업주 입장에서는 술값이 입금됐더라도 사건을 계속 진행할지가 고민이 되고, 그때는 주문 내역과 CCTV, 계산 당시 상황처럼 주문 시점의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어야 고소가 힘을 얻습니다. 반대로 술값 미지급으로 의심받는 입장에서도 “갚았으니 끝났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낼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는 점을 기록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대금 미지급을 둘러싼 사기 사건에서 의심받은 쪽과 피해를 호소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미지급이라도 그날의 결제 시도와 연락 기록이 남았는지에 따라 사기와 단순한 채무 문제로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값을 전액 갚았는데도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하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사기죄는 술과 안주를 제공받은 시점에 성립하고, 뒤늦은 변제는 죄의 성립을 없애지 못합니다. 다만 변제와 합의는 양형과 기소유예 여부를 판단할 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업주가 처벌불원서를 써 주면 사건이 끝나나요?
A. 자동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사기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사와 재판이 멈추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처벌불원서는 검사의 처분과 법원의 양형에서 중요한 자료로 쓰입니다.
Q. 술에 너무 취해 계산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사기가 되나요?
A. 기억이 없다는 말만으로 범의가 없다고 단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범의를 재력·경위·거래 이행과정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그날의 카드 내역과 일행의 진술 같은 자료가 더 중요합니다.
Q. 일행이 계산하기로 했는데 먼저 가버렸습니다. 저도 처벌되나요?
A. 일행이 내기로 했다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낼 의사가 있었다는 쪽의 정황이 됩니다. 그 약속이 담긴 대화 기록이 핵심 증거이고, 반대로 처음부터 함께 자리를 뜨기로 한 정황이 드러나면 공동으로 책임을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Q. 경범죄 범칙금 통고를 받았는데, 내면 사기로 다시 처벌받지는 않나요?
A. 통고받은 범칙금을 내면 그 범칙행위로 다시 처벌받지 않는다고 경범죄 처벌법 제8조 제3항이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도 통고처분이 이루어진 범칙행위에 대해서는 납부기간이 지나도록 내지 않은 경우까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미 사기 혐의로 입건된 사건은 별개이므로, 통고처분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경찰에서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낼 의사가 있었는지는 초기 진술과 그날의 기록으로 가려지는 경우가 많아, 조사 전에 자료를 갖추고 진술 방향을 정해 두면 사건 전체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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