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빌려준 돈이나 밀린 대금, 정산금을 받아내려고 독촉하다가 오히려 공갈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상담을 자주 받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내가 받을 돈을 달라는 건데 무슨 죄가 되느냐”, “법대로 하면 시간만 걸리니 겁만 조금 준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상대방의 직장이나 가족을 언급하며 변제를 압박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문자와 통화 녹음을 들고 고소하면, “받을 돈이 실제로 있었다”는 항변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미수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도 그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으면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채권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 채권을 어떤 수단으로 행사했느냐가 판단의 중심이라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받을 돈이 있는 사람의 독촉이 어디까지 정당한 권리행사이고 어디부터 공갈이 되는지, 법원이 그 선을 무엇을 보고 긋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받을 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협박이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채권이 있느냐와 그 채권을 어떤 수단으로 행사했느냐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형법 제350조 제1항은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제352조에 따라 돈을 받지 못한 미수 단계도 처벌합니다. 여기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며, 꼭 명시적인 말이 아니더라도 언행을 통해 상대방이 “무슨 일이 생길 수 있겠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공갈죄는 이렇게 협박으로 상대방이 겁을 먹고, 그 때문에 스스로 재물을 건네거나 채무 면제·지급 유예 같은 재산상 이익을 주는 처분행위를 할 때 성립합니다.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협박으로 빼앗는 강도와 달리, 상대방이 겁을 먹은 상태에서도 스스로 결정해 건넨다는 점이 공갈의 특징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내 돈을 받는 것이니 남의 재물을 갈취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공갈죄에서 문제 삼는 것은 돈에 대한 권리가 있느냐가 아니라, 그 돈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겁먹게 만든 수단입니다. 채권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소송·지급명령·가압류처럼 법이 정한 방법으로 받으면 되는데, 굳이 협박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순간부터 그 채권은 처벌을 막아주는 방패가 아니라 수단이 정당했는지를 따질 때 고려되는 하나의 사정이 됩니다.
또한 채권자가 본인 계좌가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 명의 계좌로 받게 했다 하더라도, 형법 제350조 제2항에 따라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이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 역시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직접 받지 않았다는 사정으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받을 돈이 있다는 사정은 채권이 존재한다는 뜻일 뿐, 어떤 방법으로 받아내도 된다는 허락이 아닙니다.
2. 대법원은 ‘추구한 목적’과 ‘선택한 수단’을 종합해 허용 범위를 판단합니다
목적이 정당해도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으면 공갈이 성립합니다.
그렇다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는 무엇을 보고 정해질까요.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합니다.
해악의 고지가 비록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 하여도 그 권리실현의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다면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8도19493 판결).
이 판결에서 세 가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이라는 사정은 공갈죄 성립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수단·방법이 허용 범위 안에 있는지를 따지는 출발점이라는 점입니다. 둘째, 협박이 그 범위를 넘으면 돈이 건네지기 전에도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셋째, 허용 범위를 넘었는지는 행위의 주관적 측면과 객관적 측면, 즉 추구한 목적과 선택한 수단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판단한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상대 회사들에 며칠의 유예기간을 두고 돈을 요구하면서, 그때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을 멈춰 공급을 끊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대법원은 이를 공갈죄로 보아 유죄를 유지했습니다.
여기서 ‘종합’이라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목적만 보면 정당해 보이는 독촉이라도 선택한 수단이 상대방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나 불이익을 예고하는 것이라면, 목적의 정당성이 수단의 부당성을 덮어주지 못합니다. 반대로 독촉의 내용이 소송·가압류 같은 법적 절차를 예고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수단이 상당하다고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결국 문자 한 통, 통화 한 번도 그 문구가 어떤 목적과 결합해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정당한 채권이 있어도, 그 채권을 실현하는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으면 공갈죄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봅니다.
3. 해악의 내용, 요구의 범위, 방법이 허용 범위를 가르는 실무상 기준입니다
채권과 무관한 약점을 건드리거나 받을 금액을 넘겨 요구할수록 공갈로 평가됩니다.
첫 번째 지점은 고지한 해악이 채권 실현과 어떤 관계에 있느냐입니다. 소송 제기, 지급명령 신청, 가압류, 내용증명 발송처럼 법이 마련한 절차를 예고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의 영역에 속합니다. 반면 상대방의 가족·직장·과거 행적·사생활 같은 채권과 무관한 약점을 알리겠다는 말은 돈을 받는 데 필요한 범위를 벗어난 해악입니다.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2412 판결은 사채업자가 채무자에게 변제하지 않으면 숨기고 싶어 하는 과거 행적과 사채를 쓴 사실 등을 남편과 시댁에 알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안에서, 채권자의 권리행사는 “법률상 허용되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채무자의 자발적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아 정당행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협박죄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두 번째 지점은 요구한 내용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권리의 범위 안에 있느냐입니다. 원금과 약정 이자를 넘는 ‘수고비’, 위약금, 합의금 명목의 추가 금액을 요구했거나, 채권의 존재나 액수 자체가 다투어지는 상황인데도 상대방이 모두 인정한 것처럼 몰아붙였다면 ‘내 권리를 실현한다’는 명분이 그만큼 약해집니다. 요구한 금액과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차이가 클수록, 법원이 그 요구를 권리 실현이 아니라 별개의 이익을 노린 것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세 번째 지점은 그 요구를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전달했느냐입니다. 욕설·폭언, 심야나 새벽의 반복 연락, 자택·직장 방문, 여러 사람을 동원한 압박은 모두 수단의 상당성을 낮추는 사정입니다. 이 지점을 보여주는 판결이 대법원 1996. 9. 24. 선고 96도2151 판결입니다. 동거하던 상대방과 정산하는 과정에서 금전채권을 내세워 폭언 등으로 겁을 준 사안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금전채권이 있다 하더라도 그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운 정도를 넘는 협박을 수단으로 사용하였다면 공갈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6. 9. 24. 선고 96도2151 판결).
원심이 인정한 폭언이 당시 상황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갈미수 유죄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이 세 지점은 따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저울에 올려집니다. 한 번의 문자라도 해악의 내용이 무겁다면 성립할 수 있고, 반대로 여러 번 독촉했더라도 내용이 법적 절차를 예고하는 데 그쳤다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횟수 자체가 요건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같은 금액을 요구해도, 무엇을 알리겠다고 했는지·얼마를 요구했는지·어떻게 전했는지에 따라 정당한 독촉과 공갈이 갈립니다.
4. 공갈이 성립하면 형이 무겁고, 받을 돈이 있었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고려됩니다
돈을 받지 못한 미수도 처벌되고, 금액이 크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공갈죄가 인정되면 형법 제350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돈을 받기 전 단계도 제352조에 따라 미수범으로 처벌됩니다.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요구했다면 제350조의2 특수공갈이 적용되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상습으로 범했다면 제351조에 따라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 즉 이득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밀린 하도급 대금이나 투자금 정산처럼 채권액이 큰 사건에서 독촉이 협박으로 평가되면, 채권액이 그대로 이득액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비교되는 죄와의 경계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금품을 요구하지 않고 해악만 고지했다면 형법 제283조 협박죄(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가, 돈이 아니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제324조 강요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문제 됩니다. 협박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지만(제283조 제3항), 공갈죄는 그렇지 않아서 합의가 이루어졌더라도 수사와 기소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합의는 기소 여부와 양형에서 고려되는 사정입니다.
그렇다면 받을 돈이 있었다는 사정은 어디에서 의미를 가질까요. 공갈죄 성립 자체를 막지는 못하지만, 채권의 존재와 범위, 독촉에 이르게 된 경위, 합의 여부는 기소 여부와 양형 단계에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한편 수단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 안이었다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처벌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결국 다툼은 “받을 돈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그 수단이 허용 범위 안이었느냐”에서 갈립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실제로 오간 메시지와 돈의 흐름을 먼저 정리해야 어느 쪽 입장에서든 방향이 잡힙니다.
공갈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문자·메신저 대화, 통화 녹음, 이체내역 제출)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받을 돈을 독촉한 쪽이든 협박을 당해 돈을 건넨 쪽이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용증·계약서·이체내역으로 채권의 존재와 액수를 확인하고, 실제로 요구한 금액이 받을 수 있는 범위 안이었는지부터 대조합니다.
문자·메신저·통화 녹음에서 어떤 표현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했는지, 몇 회에 걸쳐 어떤 시간대와 장소에서 이루어졌는지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돈이 오간 경위가 협박 때문이었는지, 협의에 따른 자발적 변제였는지를 이체 시점 전후의 대화와 합의서·영수증으로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을 정리하면, 채권을 가진 쪽은 민사상 채권 회수 절차와 형사 대응을 분리해 진행할 수 있고, 협박을 당해 돈을 건넨 쪽은 형사 고소와 송금액 반환 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돈 문제로 얽힌 사이에서는 “내 돈을 받는 건데”라는 생각 때문에 수단의 선을 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거나, 반대로 “빌린 건 사실이니까”라는 생각에 위축되어 협박을 당하고도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받을 돈이 있는 채권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반박보다, 실제로 오간 문구와 요구한 금액이 권리의 범위 안이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독촉 내용, 연락 횟수, 시간대와 상대방의 반응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에 따라 정당한 권리행사로 정리될 수도, 공갈로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협박에 못 이겨 돈을 건넨 채무자 입장에서도 채무가 있다는 사실이 곧 신고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단이 허용 범위를 넘었다면 채무와는 별개로 대응할 수 있고, 그러려면 문자·통화 녹음·이체내역을 지우지 말고 보존해 두어야 합니다.
저는 받을 돈을 독촉하다 공갈 혐의를 받게 된 쪽과 독촉 과정에서 협박을 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금액을 두고도 문구 하나와 시점 하나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안 갚으면 직장에 알리겠다”고 문자를 딱 한 번 보냈는데도 공갈이 되나요?
A. 횟수가 아니라 내용이 기준입니다. 채권 실현과 무관한 약점을 알리겠다는 해악 고지는 한 번이라도 협박으로 평가될 수 있고,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제352조에 따라 미수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차용증도 있고 받을 돈 정확히 그 금액만 요구했는데도 문제가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금액이 정확하더라도 고지한 해악의 내용이나 전달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으면 공갈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Q. “안 갚으면 소송하겠다”, “고소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협박인가요?
A. 법이 정한 절차를 예고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당한 권리행사에 속합니다. 다만 소송이나 고소를 하지 않는 대가로 채권과 무관한 이익을 요구하는 것처럼 목적과 수단이 어긋난다면 종합 판단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채권액이 다투어지는 상태에서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요구가 실제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넘을수록 ‘권리 실현’이라는 명분이 약해져 수단이 거칠수록 공갈로 평가될 위험이 커집니다. 다투어지는 부분은 민사 소송으로 확정하고, 독촉은 그 범위 안에서 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협박에 못 이겨 돈을 보냈는데, 제가 빌린 돈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 신고하기 어렵습니다.
A. 채무가 있다는 사실과 협박을 당한 사실은 별개로 다뤄집니다. 수단이 허용 범위를 넘었다면 고소할 수 있으니, 문자·통화 녹음·이체내역을 원본 그대로 보존해 두시기 바랍니다.
Q. 상대방과 합의하면 처벌을 면하나요?
A. 협박죄와 달리 공갈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수사와 기소가 당연히 끝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는 기소 여부와 양형에서 유리하게 고려되는 사정입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받을 돈이 있었다’는 점만 강조하다 수단의 문제를 놓치면 사건의 방향이 굳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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