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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 사적 사용, 횡령 아닌 배임입니다 

유승윤 변호사

영수증 하나로 해고를 결정하기 전에

회계팀에서 법인카드 내역을 정리하던 중, 낯선 결제 한 건이 눈에 들어옵니다. 팀장급 직원이 평일 저녁 개인적인 자리에서 결제한 식사비였습니다. "영수증까지 확보했는데, 지금 바로 해고 통보해도 될까요?" 인사담당자로부터 이런 문의를 자주 받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확인해야 할 지점이 세 가지 숨어 있습니다. 죄명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 그 사실만으로 해고가 정당화되는지, 그리고 바로 해고하는 것 자체가 별도의 리스크를 만드는지입니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서두르면, 회사가 오히려 부당해고와 형사처벌이라는 두 가지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을 수 있습니다.

횡령이 아니라 배임인 이유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행위는 실무상 업무상횡령이 아니라 업무상배임으로 의율됩니다(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법인카드 사용으로 얻는 것은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법인카드를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 용도로 사용한 행위를 업무상배임죄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도8095 판결). 다만 고의 판단에서는 사용 횟수가 중요한 변수입니다. 계속적·반복적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무위배와 이익 취득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지만(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1도8870 판결), 임무위배 행위였다는 점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사용 횟수·용도·결제금액에 비추어 임무위배 행위라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18. 9. 21. 선고 2018고합209 판결 등). 형사책임 성립 여부와는 별개로, 회사가 이를 이유로 해고 등 징계 처분을 내리려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요구하는 실체적 정당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금액, 경위, 반복성, 기업질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며(대법원 1992. 4. 24. 선고 91다17931 판결), 그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은 회사가 증명해야 합니다(수원지방법원 2026. 5. 21. 선고 2025가합11600 판결).

서면통지, 축약해도 되는 경우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27조). 다만 특정의 정도를 오해하기 쉬운 지점입니다. 근로자가 징계위원회 소명 과정 등을 통해 이미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면 통지서에 다소 축약해 기재하더라도 절차 위반이 아니지만(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취업규칙 조문만 나열하거나(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해고사유를 아예 적지 않으면 그 자체로 무효입니다(서울행정법원 2019. 4. 18. 선고 2018구합5543 판결). 바로 해고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습니다. 해고하려면 원칙적으로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26조). 이 의무는 해고의 효력과 무관하게 별도로 존재하므로, 설령 해고가 부당해고로 판단되어 무효가 되더라도 해고예고수당은 별도로 지급해야 합니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다16778 판결). 취업규칙에 소명 기회 부여 규정이 있다면 이를 거치지 않은 징계는 무효이지만, 규정이 없다면 법적 의무는 아닙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6두56042 판결). 다만 소명 기회는 사실관계 조사 단계가 아니라 징계위원회 의결 전 절차에서 보장하면 충분합니다(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4. 11. 6. 선고 2023가합100483 판결). 다른 직원의 유사한 사용을 묵인해 온 상태에서 특정 직원만 해고하면 처분의 형평성이 문제 됩니다. 그 직원이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되어 있다면 부당노동행위로까지 번질 수 있고(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23. 11. 28. 선고 2022고정257 판결), 그렇지 않더라도 징계양정의 형평성 결여로 해고 자체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통보서 작성, 이렇게 특정하십시오

결제 일시와 금액, 사용처, 반복 여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사실관계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유사한 사용 내역이 더 있는지 일정 기간을 정해 함께 확인해 두면, 계속·반복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어 형사·징계 책임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해고 통보서는 취업규칙 조문만 나열하거나 사유를 아예 적지 않아서는 안 되며, 근로자가 소명 과정에서 이미 사유를 구체적으로 인지했다면 축약 기재로도 충분합니다. 즉시 해고 대신 해고예고 절차를 거치거나 예고수당 지급 여부를 검토해야 하고, 취업규칙에 소명 기회 규정이 있다면 징계위원회 의결 전 서면으로 이를 부여해야 합니다. 절차를 생략하면 부당해고로 판단될 경우 근로 제공 못한 기간의 임금은 물론 인사평가에 따른 인상분까지 회사가 지급해야 합니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8다279040 판결).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절차 하자, 사전에 차단하는 법

사안의 성격에 따라 조사 방식과 조치 수위가 달라집니다. 조사 설계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면 절차상 하자로 인한 추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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