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신청, 일단 만류부터 해도 될까요
현장에서 다친 직원이 산재 신청을 하겠다고 알려오는 순간, 인사담당자의 머릿속은 복잡해집니다. 정말 업무 때문에 다친 게 맞는지, 진단서부터 받아보는 게 순서는 아닌지, 회사가 지정하는 병원으로 안내해도 되는 것인지. 산재 이력이 남으면 입찰이나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걱정도 뒤따릅니다. 하지만 업무와 재해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책임은 근로자에게 있고(대법원 2006두8204), 그 조사는 공단이 수행합니다(헌법재판소 2014헌바269 결정). 신청을 늦추거나 막으려는 시도보다, 그 이후 회사가 실제로 취하는 조치가 책임의 크기를 가릅니다.
신청을 막으면 은폐죄보다 무거운 처벌이 기다립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1조상 요양급여 신청 주체는 근로자 본인 또는 동의받은 산재보험 의료기관이며, 회사는 신청 주체가 아닙니다. 과거에는 회사(보험가입자) 확인을 요구했으나, 현행 시행규칙은 공단이 신청 사실을 알리고 의견만 듣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동의는 요건이 아닙니다(같은 법 시행규칙 제20조 제2항). 회사 확인·날인이 있어야 접수된다는 인식은 현행 절차와 맞지 않으므로, 신청을 늦추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공단은 필요시 사업장을 조사할 권한도 있어(제117조 제1항) 의견서 기재만으로 결론이 좌우되지 않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 제1항은 재해 은폐를 금지하며, 위반·교사·공모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같은 법 제170조). 실제 처벌 사례는 재해 기간을 정상 출근으로 처리해 급여명세서를 승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감추는 조치였고, 단순 만류·진단서 요구를 이 규정 위반으로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근로자가 먼저 알리지 말아 달라 요청해 회사가 응한 경우에도 은폐죄 성립은 배제되지 않습니다(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19고정122). 현장 훼손·원인조사 방해도 같은 형입니다.
더 무거운 위험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1조의2에 따라 신청을 이유로 한 해고·불이익 처우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대상으로(같은 법 제127조 제3항 제3호) 은폐죄보다 무겁습니다. 다만 별개 사유나 합의는 예외로 인정될 수 있어 기록이 필요합니다. 만류로 시간을 벌어도 청구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보험급여 청구 자체가 고유한 시효중단 사유이고(대법원 2017두49119), 요양급여 신청은 휴업급여청구권 시효도 함께 중단시킵니다(대법원 2013두8332).
신청이 들어온 이후, 회사가 실제로 해야 할 절차
재해 정도에 따라 보고 체계가 나뉩니다. 중대재해라면 즉시 작업을 중지·대피시키고, 지체 없이 관할 고용노동관서에 발생 개요와 피해 상황을 보고해야 합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 시행규칙 제67조). 보고 대상은 객관적 사실에 국한되어 회사 판단을 기다릴 사항이 아닙니다(헌법재판소 2021헌바111 결정). 사망하거나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재해라면 별도로 발생일부터 1개월 이내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해야 하며(같은 법 시행규칙 제73조 제1항), 은폐 시도 사업주는 완화 예외에서도 제외됩니다.
회사는 근로자의 신청이 어려운 경우 도와야 하며, 증명·자료 제공 요청에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습니다(같은 법 제116조). 공단은 신청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지급 여부를 결정·통지하며, 이는 회사가 아닌 공단의 기한입니다.
치료비와 산재 승인 여부는 제도상 분리되어 있습니다. 공단 결정 전에도 건강보험으로 먼저 치료받고, 이후 수급권자로 결정되면 본인부담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42조). 승인 여부를 이유로 치료를 미루게 할 근거는 없습니다.
도급 구조에서는 보험료 납부(다단계 도급 시 원수급인 원칙)·재해 보고(총괄책임자 지정 도급인)·안전조치 의무(단계별 상이) 주체가 각각 달라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신청을 막았다가 오히려 커지는 불이익
신청 의사를 접수한 시점과 경위는 기록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진단서를 회사가 직접 요구하거나 반복 재발급을 요구하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자제해야 합니다. 요양은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구조이므로 회사가 병원을 지정할 법령상 근거는 없습니다. 이견이 있다면 신청 단계보다 이후 보험료·징수처분 단계에서 다투는 것이 맞고, 입찰 배점상 불이익 우려만으로는 다툴 법률상 이익도 인정되지 않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2구단7109). 오히려 은폐 시도는 하도급 참여 제한 대상이 될 수 있어(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의3) 불이익이 커집니다.
형사·행정·민사 책임이 겹치기 전에 확인할 것
이런 상황이라면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신청 접수 시점, 공단 의견조회 시점, 도급 구조의 책임 범위가 겹치는 사안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공단에 의견서를 제출하기 전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면 이후 형사·행정·민사 책임이 뒤섞이는 상황을 사전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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