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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임금 정산 후 손해배상청구, 법원 반응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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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임금 정산 후 손해배상청구, 법원 반응은 달랐습니다 

유승윤 변호사

진정 취하 압박, 법원은 다르게 봅니다

인사담당자 B씨는 노동청 조사관의 전화를 받고서야 사태를 파악했습니다. 퇴사한 직원이 임금 관련 진정을 넣었다는 겁니다. 밀린 임금은 이미 정산했고, 복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도 두 차례 보냈습니다. "더 할 것도 없는데 왜"라는 생각이 들 만합니다. 그런데 직원이 합의를 거부하자, 이번엔 인력 공백으로 입은 손해를 청구하는 소송장이 날아왔습니다. 진정을 접고 조용히 넘어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방식의 대응 자체를 신중하게 들여다봅니다. 이미 퇴사한 직원이므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경로가 아니라 민사·형사 축에서 문제 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진정에 대한 책임 추궁, 법원은 신중합니다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순간 회사가 청구자가 되므로, 손해 발생과 퇴사자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뿐 아니라 손해액의 범위까지 회사가 입증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한 입증책임이 원칙적으로 청구하는 쪽에 있다고 보아 이를 상대방에게 전가한 원심을 파기하였고(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3193 판결), 하급심도 손해액의 범위에 관한 입증책임 역시 원칙적으로 청구자에게 있으며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정리하였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9. 25. 선고 2024가단10123 판결). 인력 공백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는 손해가 아닙니다. 실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해야 하고(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1. 10. 선고 2018가합24190 판결), 손해가 다른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되면 청구 자체가 배척됩니다(대법원 2022. 2. 24. 선고 2020다209150 판결). 나아가 진정 등에 쉽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면 신고를 막는 수단이나 보복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어, 법원은 근로자의 신고로 인한 책임 인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9. 19. 선고 2024가단5468028(본소), 2025가단82447(반소) 판결).

위약금 약정, 효력부터 확인하세요

첫째, 사실관계부터 서면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조기 청산을 위한 변제 노력과 변제계획 제시, 근로자 측과의 성실한 협의는 지급 지연 책임 판단의 구체적 징표로 작용하고(서울서부지방법원 2013. 1. 16. 선고 2012고정992 판결), 존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하였다고 평가되는 기간에는 지연이율도 적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5다54219 판결). 다만 근로자성에 다툼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다툴 근거로 인정되지 않으므로(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21. 선고 2023고단6866 판결), 근로일수·산정근거 등 객관적 자료 수준의 기록이 필요합니다.

둘째, 근로자가 법적 조치를 취한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은 갈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 근로자가 진정·고소·소 제기 등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 자체를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1. 12. 선고 2025가단70089(본소), 2025가단85078(반소) 판결). 진정이 행정종결로 끝났더라도 그 처분의 취지에 민사가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근로자 주장이 곧바로 허위로 확정되지도 않습니다(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5. 12. 18. 선고 2024가합50808 판결).

셋째, 소송 제기 자체도 무제한 허용되지 않습니다. 근로자의 법적 조치를 철회시킬 목적으로 회사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은 이미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는 이름으로 소권남용 항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5. 6. 24. 선고 2021가합61290 판결). 다만 재판받을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므로 소권남용 판단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라 소가 곧바로 각하되지는 않지만(같은 판결), 소권남용에 해당하는 제소는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청구의 근거가 위약금이나 의무근무기간 약정이라면 효력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손해 발생 여부와 정도를 묻지 않고 정액을 지급하게 하는 구조는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반해 효력이 부정될 수 있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2. 22. 선고 2015나62530 판결), 대법원은 이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지 않고 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 반환 대상 금전의 성격·규모, 약정의 목적·경위를 종합하여 퇴직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 실제로 교육비용 상환 약정은 유효하나(대법원 1996. 12. 20. 선고 95다52222,52239 판결), 교육기간 중 지급한 임금의 반환 약정은 무효로 판단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24944,24951 판결).

인건비 공제, 놓치기 쉬운 손해액 함정

서면 기록: 정산 경위, 통보 일자, 변제계획 제시와 협의 경과를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손해 입증자료: 손해 발생 사실과 상당인과관계, 손해액의 범위까지 청구 전에 구체적 자료로 확보해야 합니다. 이 기간 지급하지 않은 인건비는 경비로서 손해액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4다12240 판결).
청구 근거 점검: 위약금·의무근무기간 약정에 기반한 청구라면 그 효력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소제기 목적: 취하 압박이 목적으로 드러나면 청구 자체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협의나 변제계획은 이후 분쟁에서 조기 청산 노력을 입증하는 자료로 기능하기 어렵습니다.

취하 압박으로 읽히지 않으려면

진정 이후 대응 방식에 따라 분쟁의 향방이 달라집니다.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하고 계시다면, 제소 전에 첫째 청구 근거가 불법행위인지 약정인지, 둘째 약정이라면 그 효력이 유지되는지, 셋째 주장할 손해가 현실화되어 특정 가능한지, 넷째 절약된 인건비 등 공제 항목을 반영하면 실질 청구액이 남는지를 먼저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이 네 가지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의 제소는 취하 압박으로 읽힐 여지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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