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금 명단에서 빼도 되는 걸까요
구조조정 위로금 지급대상 명단을 정리하던 중, 마침 육아휴직 중인 직원이 눈에 걸립니다. "이 사람은 어차피 회사에 안 나오고 있으니 빼도 되지 않을까" — 이런 생각이 스치는 인사담당자가 있습니다. 사직서를 미리 받아두고 육아휴직 종료와 동시에 퇴사 처리하는 방식까지 함께 쓰고 있다면, 위로금 지급 여부를 정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육아휴직 배제가 형사처벌로 가는 길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육아휴직 기간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해고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불리한 처우를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육아휴직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불이익 전반으로 해석하면서, 업무상 또는 경제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7두76005 판결). 위로금 지급대상에서 배제하는 것도 같은 기준으로 검토될 여지가 큽니다. 다만 육아휴직을 명목으로 불리한 처우를 회피할 기회까지 주는 조항은 아니라고 본 하급심도 있어(서울서부지방법원 2025. 1. 9. 선고 2023가합35107 판결), 결론은 사안마다 다릅니다. 위반 시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남녀고용평등법 제37조 제2항 제3호, 실제 기소된 사례로 대구지방법원 2024. 5. 17. 선고 2024노783 판결), 근로자는 무효확인이나 손해배상, 임금 청구로도 다툴 수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1. 15. 선고 2024가합96630 판결).
육아휴직 기간은 법률상 근속기간에 포함됩니다(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 근속기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항목에서 육아휴직만 빼는 설계는 조문에 반합니다. 다만 개별 약정으로 정한 의무 재직기간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의무 재직기간에서 육아휴직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휴직을 동일하게 제외한 경우에는 육아휴직자만을 다르게 처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4. 9. 5. 선고 2023구합69015 판결). 근속기간에서 일부를 제외하려면 근로관계가 사실상 종료 단계였고 그 제외가 근로자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있어(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28358 판결), 구조조정 위로금은 이 요건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미리 받은 사직서, 법원은 해고로
법원은 의원면직이 실질적 해고인지를 사직서 제출 경위, 기재 내용과 관행, 종용의 강도, 예상 불이익, 경제적 이익 제공 여부, 제출 전후 태도를 종합해 판단합니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육아휴직 승인을 조건으로 사직일자를 미리 기재한 양식에 서명만 하게 하는 방식은 이 중 기재 내용과 관행 요소에서 불리하게 평가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회사가 휴가·휴직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사직서 제출을 요구한 사안에서 법원은 이를 해고로 인정했고, 같은 경위가 형사사건으로도 다투어졌으며(서울남부지방법원 2014. 2. 7. 선고 2013가합12991 판결, 같은 법원 2014. 10. 31. 선고 2013노2105 판결), 이 사건은 산전후휴가 종료일에 퇴사 처리해 그 해고금지 규정도 함께 문제 된 사안입니다. 퇴사 처리 후 신고일자를 사후 정정하려던 시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듯, 종료 처리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전제로 설계해야 합니다. 반대로 사직서보다 근로자가 사직을 전제로 업무를 인계한 동시적 기록이 있어 유효한 합의해지로 인정된 사례도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6. 4. 8. 선고 2025누6537 판결). 서약서나 퇴직금 수령으로 사후 분쟁을 봉쇄하려는 설계 역시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사직서 제출과 퇴직금 수령이 모두 있었던 경우에도 이를 무효인 처분의 추인이나 불복 포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0. 3. 13. 선고 89다카24445 판결).
근속기간과 의무재직기간은 다릅니다
형평성과 예산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곤란한 지점이지만, 위로금 지급기준을 정할 때는 법정 근속기간과 약정상 의무 재직기간을 구분하고, 후자에서 휴직을 제외한다면 육아휴직만이 아니라 모든 휴직을 동일하게 제외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불리한 조건은 안내문과 약정서에 명확히 규정하고 근로자가 직접 작성·제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위로금이 임금이 아니라 조기 퇴직에 대한 위로·보상 성격이라면 기준 설계 재량이 넓어질 수 있으나(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다12527 판결), 임금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제19조 제3항 검토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일회적·특별한 경영상 목적이 인정된 사안에서는 위로금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 육아휴직 기간 중 또는 그 종료 시점에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려는 경우, 육아휴직 승인 여부와 사직·퇴직 논의를 같은 자리에서 진행하는 경우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되돌리기 전에 검토받으세요
위로금의 성격, 지급기준의 문언, 육아휴직 외 다른 휴직에 대한 처리 방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준을 확정하고 대상자를 통보하기 전 단계에서 검토를 받으시면, 사후에 되돌리기 어려운 절차상 하자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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