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휴가나 외출 중에 민간인을 강제추행한 사건에서, 가해자가 현역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군형법이 적용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군형법상 강간·추행죄는 애초에 피해자도 군인 신분일 것을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어, 피해자가 민간인이면 이 조문 자체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사건은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넘어가고, 형량 구조와 수사·재판 절차도 군형법 사건과 전혀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왜 군형법이 적용되지 않는지, 실제로 어떤 법이 적용되고 형량과 절차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군형법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 — 제1조가 정한 인적 적용범위
군형법 제1조 제1항은 "이 법은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대한민국 군인에게 적용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여기서 말하는 군인을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으로 한정합니다. 제3항은 군무원, 군적을 가진 사관후보생·부사관후보생, 소집되어 복무 중인 예비역·보충역 등도 군인에 준해 적용대상에 포함시킵니다. 이 조문만 보면 가해자가 현역 군인이므로 군형법이 적용될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강간·추행죄를 규정한 제92조부터 제92조의8까지가 별도로 요구하는 피해자 요건입니다.
군형법 제92조(강간)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을 강간한 사람"을, 제92조의6(추행)은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처벌 대상으로 명시합니다. 즉 이 조문들이 처벌하는 것은 군인이 저지른 성범죄 일반이 아니라, 피해자도 군인·군무원·사관후보생 등 군형법 제1조가 정한 사람인 경우로 한정된 범죄입니다. 병사가 휴가 중 만난 민간인을 강제추행했다면 가해자는 제1조의 군인에 해당하지만, 피해자는 제1조에 규정된 사람이 아니므로 제92조의6의 구성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군형법 제92조 계열의 강간·추행죄는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도 군형법 제1조가 정한 사람일 것을 요구한다 — 피해자가 민간인이면 이 조문은 처음부터 적용 대상이 아니다.
대법원이 확인한 원칙 — 73도1915 판결의 취지
이 원칙은 오래전부터 판례로도 확인돼 있습니다. 대법원 1973. 9. 25. 선고 73도1915 판결은 군형법상 추행죄의 적용 범위를 다투는 사건에서, "군형법의 추행죄는 군내부의 건전한 공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이른바 군대가정의 성적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민간인과의 사적생활관계에서의 변태성 성적만족행위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검찰관이 군형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이 든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군형법이 보호하려는 법익이 군 조직 내부의 기강과 공적 생활 질서이지, 민간인과의 사생활 영역까지 규율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군형법 조문을 민간인 피해 사건에까지 적용하면 오히려 그 민간인 피해자의 추행 사실이 군 수사·재판 절차를 통해 노출돼 명예가 훼손되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정책적 고려입니다. 이 판결이 다룬 조문은 지금의 제92조의6과 번호·형량이 다르지만, "피해자가 군형법 제1조에 규정된 사람일 것"이라는 핵심 요건은 현행 조문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적용되는 죄명 — 형법과 성폭력처벌법의 구분
군형법이 빠지면 남는 것은 일반 형사법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형법 제297조(강간) 또는 제298조(강제추행)가 적용됩니다. 다만 범행 방법이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 따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의 가중 구성요건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해 강제추행한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4조 제2항(특수강간등)이 적용되어 형량이 크게 올라갑니다. 회식이나 회식 후 뒤풀이 자리에서 다수 군인이 함께 있었고 그중 일부가 가담을 도운 정황이 있다면 이 합동범 규정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부대 인근에서 가해자의 업무·고용 관계상 지도·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가 적용될 여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대에 파견 근무 중인 용역업체 직원이나, 훈련·행정 업무로 가해자의 지시를 받는 관계에 있던 민간인을 위력으로 추행했다면 단순 형법상 강제추행이 아니라 이 조문이 우선 검토됩니다. 반대로 이런 특별한 관계나 방법이 없는 일반적인 강제추행이라면 형법 제298조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일반적인 경우 — 형법 제297조(강간), 제298조(강제추행).
흉기 소지 또는 2명 이상 합동 — 성폭력처벌법 제4조(특수강간등), 형량이 대폭 상향.
업무·고용상 보호·감독 관계가 있는 민간인 대상 —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친족관계에 있는 민간인 대상 — 성폭력처벌법 제5조(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등).
형량 비교 — 군형법보다 가벼워지는 게 아니다
"민간인 피해라 군형법을 피했으니 형이 가벼워지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 형량 구조를 조문대로 비교하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강간의 경우 군형법 제92조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반면 형법 제297조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하한만 보면 민간인 피해 사건의 법정형 하한이 낮습니다. 반면 추행의 경우 군형법 제92조의6은 2년 이하의 징역(벌금형 없음)인데 형법 제298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한만 보면 오히려 형법 쪽이 훨씬 높습니다.
여기에 성폭력처벌법의 가중 구성요건이 얹히면 상황은 또 달라집니다. 흉기 소지나 2명 이상 합동으로 강제추행이 인정되면 성폭력처벌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되어, 군형법 제92조의6의 2년 이하 징역보다 훨씬 무거워집니다. 결국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는 죄명(강간이냐 추행이냐)과 가중 요건 해당 여부에 따라 갈리는 것이지, "민간인 피해=가벼운 처벌"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제 변호 전략을 세울 때도 이 형량 구조부터 정확히 짚어야 방어 방향이 정해집니다.
재판은 어디서 받나 — 군사법원법 개정과 관할의 변화
군형법 적용 대상 범죄는 원칙적으로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갖습니다(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그런데 2021년 개정되어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 제1호는,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 범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갖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군인인 경우, 즉 군형법 제92조 등이 그대로 적용되는 사건에도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군인이어도 성범죄는 군사법원이 아니라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민간인인 이 사건은 애초에 군형법이 적용되지 않아 재판권 논쟁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형법·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 일반 형사사건이므로, 수사도 군사경찰이나 군검찰이 아니라 관할 경찰서와 검찰청이 담당하고, 기소되면 지방법원 형사재판부가 심리합니다. 다만 형사절차와는 별개로, 소속 부대에서는 군인사법과 군인 징계령에 따라 정직·강등 등 내부 징계 절차가 동시에 또는 순차로 진행될 수 있어 형사대응과 징계대응을 함께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처분 — 군인 신분이 면제해주지 않는다
형법 제298조나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성폭력처벌법 제42조에 따른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됩니다.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원칙적으로 등록 의무가 발생하고, 법원은 판결 선고나 약식명령 고지 시 이 사실과 신상정보 제출 의무를 직접 고지해야 합니다. 등록기간은 선고형에 따라 달라지며, 사안에 따라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이나 취업제한명령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현역 군인이라는 신분은 이런 부수처분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죄가 확정되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소속 부대의 징계위원회를 통해 정직·강등·해임 등 신분상 불이익 처분이 병행되고, 사안이 중하면 전역심사나 불명예제대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형사절차 대응과 별도로 군 내부 소명·징계 절차에서도 사실관계와 정상관계를 함께 정리해 두어야 이후 신분 문제에서 불리해지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부딪히는 쟁점 — 음주 감경 제한과 초기 대응
회식이나 회식 후 뒤풀이 자리에서 벌어진 사건에서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이 자주 나옵니다. 그러나 성폭력처벌법 제20조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경우 형법 제10조 제1항·제2항(심신장애로 인한 책임감경·조각)과 제11조(청각 및 언어 장애인 감경)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법원이 재량으로 감경 규정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음주 상태였다는 사실만으로 형이 낮아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쌍방이 동일 부대 생활권 내에 있지 않은 사건이라도, 사건 초기에 피해자 진술이 확보되고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시점부터 대응 방향이 사실상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관계를 다툴 여지가 있는 사건인지, 아니면 초기부터 합의·공탁을 포함한 양형자료 준비로 방향을 잡을 사건인지에 따라 필요한 절차와 시점이 다르므로,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안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이후 대응의 폭을 넓혀줍니다.
음주 상태였다는 사정은 감경 사유로 당연히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방어전략을 세울 것.
피해자와의 관계(고용·업무상 지도감독 여부)를 먼저 확인해 적용 법조 후보를 좁힐 것.
형사절차와 별개로 진행되는 군 내부 징계 절차의 일정도 함께 관리할 것.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같은 부대 소속 여군이라면 어떻게 되나요?
A. 그 경우 피해자도 군형법 제1조에 규정된 사람에 해당하므로 군형법 제92조·제92조의6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2022년 7월 시행된 군사법원법 개정에 따라 재판은 군사법원이 아니라 일반 법원에서 받게 됩니다.
Q. 피해자가 군무원이면 민간인으로 취급되나요?
A. 아닙니다. 군무원은 군형법 제1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군인에 준해 취급되는 사람이므로, 군무원을 대상으로 한 강제추행에는 군형법이 적용됩니다.
Q. 휴가 중이나 부대 밖에서 저지른 범행도 군형법이 적용되지 않나요?
A. 장소나 시점이 아니라 피해자의 신분이 기준입니다. 부대 안이든 휴가 중이든 피해자가 군형법 제1조에 규정된 사람이 아니라면 형법·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됩니다.
Q. 형사처벌과 별도로 군 징계도 받게 되나요?
A. 예. 형사절차와 별개로 군인사법과 군인 징계령에 따른 정직·강등 등 내부 징계 절차가 병행될 수 있고, 사안이 중하면 전역심사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Q.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는 주장이 감형에 도움이 되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20조에 따라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감경 규정 적용이 배제될 수 있어, 그 주장만으로 형이 낮아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Q. 신상정보 등록은 무조건 피할 수 없나요?
A.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원칙적으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며, 일부 벌금형 예외를 제외하면 등록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맺음말
군인이 민간인을 강제추행한 사건에서 군형법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군형법 제92조 계열의 강간·추행죄는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도 군형법 제1조가 정한 사람일 것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73도1915 판결도 오래전부터 이 원칙을 확인해 왔고, 지금은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피해자가 군인인 사건조차 일반 법원에서 재판받는 시대입니다. 그러니 피해자가 민간인이라면 처음부터 형법과 성폭력처벌법의 틀 안에서 죄명과 형량, 절차를 따져봐야 합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는 여러 군부대가 밀집해 있어, 부대 인근이나 휴가 중 발생한 군인의 민간인 대상 성범죄 사건이 수원지검과 관할 경찰서를 거쳐 진행되는 경우를 종종 접합니다. 적용 법조에 따라 형량과 부수처분, 대응 시점이 달라지는 만큼 사건 초기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