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지만 신경 쓰다 놓치는 진짜 리스크
기업 인사·법무 자문을 진행하다 보면, 계약만료일이 코앞인데 아직 갱신 여부를 통보하지 못했다며 다급하게 연락해 오는 인사담당자를 자주 만납니다. 재계약 여부를 검토할 시간이 늘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담당자 입장에서는 통지 시점만 맞추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회사가 관리해야 할 위험은 통지 시점 그 자체가 아니라, 근로자에게 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는지, 그리고 갱신을 거절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회사가 증명할 수 있는지에 있습니다.
증명책임은 회사에 있습니다
기간제 근로계약은 원칙적으로 정해진 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히 종료됩니다. 별도의 갱신거절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근로계약의 체결 경위, 갱신 기준의 설정·운용 실태, 근로자가 수행한 업무 내용 등을 종합할 때 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면, 이는 판례상 갱신기대권으로 인정됩니다. 이 경우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는 점은 근로자가 아니라 회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한편 계약만료 전에 갱신 여부를 미리 통지하도록 정한 법정 기한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해고 시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 요건도 갱신거절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하급심의 태도입니다. 다만 통지 시점을 이유로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서둘러 근로관계를 정리하면, 그것은 갱신거절이 아니라 해고로 평가되어 정당한 이유와 서면통지 요건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위로금보다 무서운 무기계약 전환
통지가 지연되거나 누락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에 금전보상(위로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법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만 회사가 관행적으로 위로금을 지급해 왔다면, 기간제 근로자에게만 이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지급 기준의 일관성을 점검해야 합니다.
더 큰 위험은 따로 있습니다. 계약갱신이 반복되어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그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됩니다. 갱신거절이 부적법하다고 판단되면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하지 못한 기간도 이 2년 산정에 포함될 수 있어, 통지 관리 소홀이 곧바로 무기계약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업무 불일치부터 먼저 확인하십시오
채용공고와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업무 범위가 실제 근무 내용과 일치하는지를 우선 점검해야 합니다. 이 불일치는 갱신기대권 판단요소이자 계속근로기간 산정에서 근로관계 단절 여부를 가르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갱신을 반복해 온 이력, 갱신 평가 절차의 실제 운용 여부와 그 기록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평가 절차를 두는 것은 갱신거절의 합리성을 증명할 자료가 되지만, 동시에 갱신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자동갱신을 보장하는 문언은 피하고 재량 평가임을 명확히 하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계속근로 2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분쟁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근로관계 단절을 주장하려면 공개채용 절차나 퇴직금 정산 같은 객관적 절차의 흔적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갱신거절, 근거부터 점검이 필요합니다
계약만료 관리의 핵심은 통지 시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갱신기대권의 존부와 갱신거절의 합리성을 뒷받침할 근거를 갖추는 데 있습니다. 계약 갱신 이력과 업무 운용 실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므로, 개별 계약관계를 법률 전문가와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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