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가 진행되는 도중 채무를 전부 갚았다면 당연히 경매를 멈출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 매수신고(입찰)를 마친 뒤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채권자가 아무리 경매신청을 취하하고 싶어도, 최고가매수신고인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그 취하는 법적으로 효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채무자든 채권자든 이 시점을 놓치고 뒤늦게 취하를 시도하다가 절차가 그대로 진행돼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매수신고 전후로 경매취하의 요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동의를 받지 못했을 때 실제로 어떤 선택지가 남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경매취하, 매수신고 전이라면 채권자 마음대로 가능하다
경매절차가 시작된 뒤에도 채권자, 즉 경매신청인은 원칙적으로 언제든 경매신청을 취하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93조 제1항은 "경매신청이 취하되면 압류의 효력은 소멸된다"고 규정하는데, 매수신고(입찰)가 있기 전이라면 이 취하에 다른 사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채권자가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순간 압류의 효력이 사라지고, 절차는 그대로 종결됩니다.
이 단계에서 동의가 필요 없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직 아무도 매각절차에 참여해 매수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취하로 인해 손해를 볼 제3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경매개시결정을 받은 뒤 채권자와 합의해 채무를 변제하고, 채권자가 그 자리에서 취하서를 제출하면 매각기일이 열리기도 전에 절차가 끝납니다. 취하 전략을 세운다면 이 시점, 즉 매각기일에 첫 매수신고가 접수되기 전을 넘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매수신고가 있기 전까지는 경매신청 취하에 다른 사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 이 시점을 넘기지 않는 것이 취하 전략의 첫걸음이다.
매수신고, 그 순간부터 동의가 필요해지는 이유
민사집행법 제93조 제2항은 "매수신고가 있은 뒤 경매신청을 취하하는 경우에는 최고가매수신고인 또는 매수인과 제114조의 차순위매수신고인의 동의를 받아야 그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매각기일에 단 한 명이라도 입찰에 참여해 매수신고를 하면, 그 순간부터는 채권자가 취하서를 제출해도 법원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최고가매수신고인의 동의가 함께 있어야 비로소 취하의 효력이 생깁니다.
이런 제한을 두는 이유는 매수신고인이 갖게 되는 절차적 기대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매수신고를 한 사람은 매각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매각허가를 받아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경매신청인이 일방적으로 절차를 무산시켜 버리면 이 기대가 아무런 근거 없이 박탈되는 셈이므로, 법은 매수신고인의 동의를 조건으로 걸어 채권자와 매수신고인 사이의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조정합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채권자와 아무리 원만히 합의를 마쳤더라도, 매수신고 시점을 넘긴 이상 최고가매수신고인이라는 또 다른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별도로 받아야 합니다.
매수신고가 있은 뒤에는 경매신청인과 채무자의 합의만으로 취하할 수 없다 — 최고가매수신고인의 동의가 취하 효력의 전제조건이다.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다면 동의권자가 한 명 늘어난다
민사집행법 제114조는 최고가매수신고인 외의 매수신고인이 매각기일을 마칠 때까지 집행관에게,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대금지급기한까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자신의 매수신고에 대해 매각을 허가해 달라는 취지의 차순위매수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다만 이 신고는 그 신고액이 최고가매수신고액에서 보증액을 뺀 금액을 넘는 경우에만 할 수 있습니다. 아무나 차순위매수신고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금액 이상을 제시해야만 자격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존재하는 사건에서는 취하의 문턱이 한층 높아집니다. 민사집행법 제93조 제2항이 최고가매수신고인뿐 아니라 제114조의 차순위매수신고인의 동의까지 함께 요구하기 때문에,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동의하고 다른 사람이 거부하면 취하는 효력을 갖지 못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최고가매수신고인은 협조적인데 차순위매수신고인이 협조하지 않아 취하가 막히는 경우도 있어, 매각기일의 입찰 결과를 확인할 때 차순위매수신고인의 존재 자체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없는 경우 — 최고가매수신고인의 동의만 받으면 취하 가능.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는 경우 — 최고가매수신고인과 차순위매수신고인 모두의 동의가 필요.
매각허가결정이 이미 난 경우 — 최고가매수신고인 대신 매수인의 동의로 갈음.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는 사건에서는 최고가매수신고인 한 사람의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다 — 두 사람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취하가 유효하다.
채무를 전부 갚았어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채무자가 흔히 하는 오해는 "채권자에게 돈을 다 갚았다는 확인서를 받아 법원에 내면 경매가 바로 멈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민사집행법 제93조 제3항은 제49조 제4호의 서류, 즉 채권자가 변제를 받았거나 의무이행을 미루도록 승낙한 취지를 적은 증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도 제2항의 동의 요건을 그대로 준용한다고 정합니다. 다시 말해 매수신고가 있은 뒤라면, 변제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만으로는 절차가 멈추지 않고 여전히 최고가매수신고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같은 조항은 제49조 제3호(집행을 면하기 위해 담보를 제공한 증명서류)나 제6호(강제집행을 하지 않겠다거나 취하한다는 화해조서·공정증서 정본)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제1항과 제2항을 모두 준용한다고 정해, 이 서류들도 매수신고 이후에는 동일하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국 어떤 형식의 서류로 절차를 멈추려 하든, 매수신고라는 시점을 넘긴 이상 최고가매수신고인의 협조 없이는 서류 제출만으로 경매가 멈추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매수신고 이후에는 변제증서·화해조서 같은 서류를 제출해도 최고가매수신고인의 동의가 없으면 경매가 멈추지 않는다.
재매각 절차에 들어갔다면 전 매수인은 동의권자가 아니다
매수인이 대금지급기한까지 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면 법원은 부동산의 재매각을 명하는데, 이 상태에서 경매신청인이 취하하려 할 때 대금을 못 낸 전 매수인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지가 실무에서 종종 문제 됩니다. 대법원 1999. 5. 31.자 99마468 결정은 재경매명령(현행 재매각명령)이 내려진 이후 전 경락인이 대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신청인이 경매신청 자체를 취하하는 경우, 대금 미납으로 재매각절차를 야기한 그 전 매수인은 경매신청 취하에 대한 동의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결정은 구 민사소송법 제610조 제2항·제648조 제4항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두 조항은 각각 현행 민사집행법 제93조 제2항과 제138조 제3항에 그대로 대응하므로 법리는 지금도 유지됩니다. 재매각절차는 전 매수인이 스스로 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이므로, 그 사람에게 취하를 막을 권리까지 인정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재매각 단계에 들어간 사건에서 취하를 검토한다면, 그 시점의 최고가매수신고인(재매각절차에서 새로 매수신고한 사람)의 동의만 살피면 되고, 대금을 내지 못해 밀려난 전 매수인의 동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대금을 내지 못해 재매각을 야기한 전 매수인은 경매신청 취하의 동의권자가 아니다 — 대법원 1999. 5. 31.자 99마468 결정.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동의를 거부하면 벌어지는 일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동의를 거부하면 경매신청인은 취하로 절차를 끝낼 방법이 없습니다. 절차는 그대로 진행되어 매각허가여부 결정, 매수인의 대금완납, 소유권 이전으로 이어집니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돈을 다 갚았다는 사정은 최고가매수신고인과의 관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이 이 국면의 핵심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지점이 협상의 지렛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의를 해 줄 이유가 없는 최고가매수신고인에게 일정한 금전적 보상을 제시하고 그 대가로 동의서를 받아내는 방식이 종종 시도됩니다. 다만 이는 법이 정한 요건이 아니라 순수하게 당사자 간 협상의 산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동의를 거부한 채 매각절차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고 하면 강제로 동의를 받아낼 방법은 없습니다.
이해관계인은 민사집행법 제129조·제130조에 따라 매각허가여부 결정에 따라 손해를 볼 경우 즉시항고를 할 수 있지만, 이 항고는 매각허가에 이의신청사유가 있거나 결정절차에 중대한 잘못이 있을 때만 받아들여집니다. 단순히 "채무를 다 갚았으니 취하하고 싶다"는 사정만으로는 항고 이유가 되지 않으므로, 취하 국면에서의 퇴로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동의를 거부하면 경매신청인은 취하로 절차를 끝낼 수 없다 — 남는 것은 협상뿐, 강제할 권리는 없다.
동의는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받아야 하나
동의를 받아 취하하는 것이 의미를 갖는 시한은 매각대금이 완납되기 전까지입니다. 매수인이 대금을 완납하면 그 시점에 소유권을 취득하고 경매절차 자체가 종료되므로, 그 이후에는 취하할 대상 자체가 남지 않습니다. 따라서 채무자나 채권자가 취하를 계획한다면 매각대금 지급기한이 언제인지부터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방식은 집행법원에 최고가매수신고인(또는 매수인)과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다면 그 사람까지 포함한 동의서를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무상 집행법원은 동의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감증명서나 신분증 사본 같은 첨부자료를 함께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한 서식과 제출 방법은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경매계의 안내에 따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매각기일 이후~매각허가결정 전 — 최고가매수신고인의 동의 필요.
매각허가결정 후~대금지급기한 전 — 매수인(및 차순위매수신고인)의 동의 필요.
대금지급기한이 지나 재매각절차에 들어간 뒤 — 그 단계의 새 최고가매수신고인 동의만 필요, 전 매수인 동의는 불필요.
취하 동의는 매각대금이 완납되기 전까지만 의미가 있다 — 완납 이후에는 취하할 절차 자체가 남지 않는다.
실무 유의점 — 취하가 막혔을 때 남는 선택지
채무자 입장에서는 매각기일 전에 채무를 변제하고 취하서를 받아두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이미 매수신고가 있은 뒤라면 최고가매수신고인과 직접 협의를 시도하거나, 매각허가결정 자체에 이의신청사유가 있는지를 함께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도 매수신고 이후에 채무자와 합의해 취하하려 한다면, 취하서를 접수하기 전에 최고가매수신고인이 협조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미리 타진해 두는 쪽이 안전합니다.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차라리 매각절차를 완결시키고 배당절차에서 채권을 정산받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결국 매각기일 하루 전인지 다음 날인지가 취하 가능 여부를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경매취하를 계획하는 쪽이라면 무엇보다 매각기일 일정과 매수신고 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매신청을 취하하면 나중에 다시 신청할 수 있나요?
A. 취하로 압류의 효력이 소멸하므로, 다시 경매를 진행하려면 처음부터 새로 경매개시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종전 절차에서의 매수신고나 순위는 승계되지 않고 절차가 완전히 새로 시작됩니다. 채권자로서는 취하 전에 확실한 변제나 담보를 받아두는 것이 재신청의 번거로움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Q. 매수신고 이후에 채무를 전액 변제했는데도 경매가 계속되나요?
A. 네, 변제받았다는 증서를 제출해도 매수신고가 있은 뒤라면 최고가매수신고인 등의 동의가 있어야 취하 효력이 생깁니다. 동의를 받지 못하면 절차는 그대로 진행되어 매각허가결정과 대금완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변제와 동시에 최고가매수신고인의 동의 여부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동의를 거부하면 방법이 아예 없나요?
A. 법정 요건상 동의가 없으면 취하 자체는 효력이 생기지 않지만, 실무에서는 별도의 금전적 합의로 동의를 받아내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강제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당사자 간 협상의 문제이므로 결과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매각절차가 완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Q.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없으면 최고가매수신고인 동의만으로 충분한가요?
A. 그렇습니다. 차순위매수신고는 매각기일에 별도로 신고해야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런 신고가 없었다면 최고가매수신고인의 동의만 받으면 충분합니다.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의 동의까지 함께 받아야 취하가 유효합니다.
Q. 동의서는 어떤 형식으로 제출해야 하나요?
A. 집행법원에 서면으로 동의서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본인 확인을 위해 인감증명서나 신분증 사본 등을 함께 요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한 서식과 첨부자료는 사건을 담당하는 집행법원의 안내에 따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대금을 못 낸 전 매수인이 재매각 절차에서 동의권을 주장할 수 있나요?
A. 대법원은 대금 미납으로 재매각을 야기한 전 매수인은 경매신청 취하에 대한 동의권자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9. 5. 31.자 99마468 결정). 재매각절차는 전 매수인의 의무 불이행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를 동의권자로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맺음말
경매취하는 매수신고 전이라면 채권자 혼자의 결정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매수신고 이후에는 최고가매수신고인(또는 매수인)과 차순위매수신고인의 동의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채무를 갚았다는 사실이나 화해조서·공정증서 같은 서류만으로는 부족하고, 매수신고 시점을 넘긴 이상 이 동의를 받아내는 절차까지 함께 마쳐야 취하가 완성됩니다.
이런 시점 다툼은 매각기일이 언제였는지, 이미 매수신고가 있었는지를 정확히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수원지방법원 경매계에서 진행 중인 사건이라면 취하를 결정하기 전에 진행 단계부터 먼저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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