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SNS나 메신저 앱으로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친밀한 관계를 만든 뒤 성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이른바 ‘온라인 그루밍’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실제로 만난 적이 없는데도 처벌 대상이 되는지 묻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만난 적도 없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냐”, “그냥 대화만 주고받은 건데 이게 범죄냐”는 생각으로 며칠, 몇 주씩 메시지를 이어가다가 갑자기 경찰 조사 통보를 받은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만나자고 한 적도, 사진을 보낸 적도 없다며 억울해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건 대화 그 자체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만남이나 신체적 접촉 없이 대화만 주고받은 경우에도 그 대화 자체를 독립된 범죄로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성범죄로 이어지기 전 단계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여서, “만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만나지 않고 연락만 이어가는 경우에도 그루밍이 어떻게 성립하는지, 그리고 조사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만나지 않고 대화만 이어가도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성적 대화를 지속·반복하는 행위 자체가 독립된 범죄로 신설됐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는 19세 이상인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즉 19세 미만인 사람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런 대화에 지속적·반복적으로 참여시키는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대화에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참여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 제1항 제1호).
2021년 이 조항이 신설되기 전에는 실제 성적 접촉이나 성착취물 제작·유포 등 결과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그루밍은 신뢰를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실제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그 이전 단계인 대화 자체를 독립된 범죄로 규정한 것입니다. 상대가 16세 미만인 경우에는 제2항에 따라 동일한 형으로 처벌되며, 대화가 어떤 이유로든 중단되어 완성된 패턴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제3항의 미수범 처벌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만남이나 신체접촉이 없었다는 사정은 이 범죄의 성립 여부와 무관하며, 양형 단계에서만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2. 노골적인 표현이 없어도 유발 가능성만 있으면 처벌됩니다
판단 기준은 상대방의 반응이 아니라 대화가 가진 성격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항변이 “노골적인 성적 표현은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문은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라고 정하고 있어, 실제로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꼈는지, 성적으로 반응했는지는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대화의 내용과 맥락, 반복된 빈도와 어조를 종합했을 때 성적 착취 목적이 인정되면 그 자체로 구성요건에 해당합니다.
또한 “외모 칭찬”, “고민 상담”처럼 표면적으로는 일상 대화처럼 보이는 메시지라도, 점차 사적인 신체 이야기나 은밀한 만남을 암시하는 방향으로 유도했다면 전체 대화의 흐름이 함께 판단됩니다. 수사기관은 대화 초반부터 종료 시점까지 전체 맥락을 캡처해 유출된 메시지 하나하나가 아니라 대화의 전개 방향을 본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노골적인 표현을 단 한 차례라도 보내며 성적 행위를 유인·권유했다면, 이는 제15조의2 제1항 제2호가 적용되는 별도 유형으로 횟수와 무관하게 단 한 번의 메시지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화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이나 글, 사진에 해당한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함께 문제 될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불쾌해했는지가 아니라, 대화가 객관적으로 어떤 성격을 띠었는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3.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는 주장은 정황상 인식이 있으면 통하지 않습니다
나이를 확인하지 않거나 얼버무린 정황이 오히려 고의를 뒷받침합니다.
온라인에서 만난 상대의 나이를 처음부터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성인인 줄 알았다”, “나이를 물어본 적 없다”는 항변이 자주 나옵니다. 그러나 이 범죄는 확정적 고의뿐 아니라 미필적 고의로도 성립합니다. 프로필 사진이나 말투, 학교·학년 언급, SNS 게시물 등에서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면, 나이를 정확히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고의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무에서는 상대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이 있었음에도 일부러 나이를 묻지 않거나, 상대가 미성년자임을 시사하는 답변을 듣고도 대화를 계속 이어간 정황이 고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나이를 확인하려는 시도를 했고, 성인이라는 답변을 신뢰할 만한 근거(신분증 확인, 나이가 부합하는 구체적 정황 등)가 있었다면 이는 방어에 유리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대화를 이어갔다면, 확정적으로 나이를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고의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4. 대화가 끊기거나 거절당해도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시도 자체가 처벌 대상이므로 완성 여부는 성립에 영향이 없습니다.
제15조의2 제3항은 이 죄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대화를 시도했지만 상대방이 연락을 끊었거나, 신고를 당해 목적을 이루지 못했거나, 상대가 실은 미성년자를 사칭한 수사관이었던 경우라도 처벌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위장수사를 통해 성인 수사관이 미성년자를 가장해 접근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실제로는 미성년자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행위자가 상대를 미성년자로 인식하고 성적 착취 목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면 불능미수 또는 미수범으로 처벌될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미성년자가 아니었다”, “상대가 먼저 대화를 끊었다”는 사정은 형사책임을 면하게 해주지 못하고,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에 그칩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에 대화 내용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사건 전체를 좌우합니다.
온라인 그루밍 사건은 통상 ①피해 신고 또는 수사기관의 자체 인지(위장수사 포함)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출석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성착취물 제작 등 다른 범죄로 확대된 정황이 있다면 구속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가 된 대화방의 메시지 전체를 삭제하지 말고 캡처·백업으로 원본 그대로 보존합니다.
대화가 시작된 경위, 상대의 나이를 알 수 있었던 정황이나 반대로 확인하려 했던 시도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수사기관이 특정한 혐의 조항(제15조의2 제1항 제1호인지 제2호인지,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병합됐는지)을 확인합니다.
대화를 임의로 삭제하면 포렌식으로 복원되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증거인멸 정황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온라인 그루밍 사건 대응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혐의 조항과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마치며
온라인 그루밍 관련 조사 통보는 “만난 적도 없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유독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이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대화를 캡처해 두고 기기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형사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상대에게 직접 항의하거나 대화를 이어가며 자료를 모으려는 시도는 오히려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어 권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조사 통보를 받은 입장에서도 “만나지 않았다”, “나이를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대화의 전체 맥락과 상대의 나이를 인식할 수 있었던 정황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저는 온라인 그루밍 관련 피해 상담과 조사 대응,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대화 내용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혐의 조항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만난 적도, 사진을 주고받은 적도 없는데 그래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 제1항 제1호는 성적 착취 목적의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만남이나 사진 교환 여부와 무관합니다.
Q. 상대가 먼저 “몇 살이냐”는 질문에 “성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래도 처벌되나요?
A. 그 답변을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었는지가 쟁점입니다. 프로필·말투·학교 언급 등에서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알 수 있었다면 상대의 거짓 답변만으로 고의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Q. 대화가 단 한 번뿐이었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성적 대화의 지속·반복을 요건으로 하는 제1호와 달리, 성적 행위를 유인·권유한 경우(제2호)는 단 한 번의 메시지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순 반복적 대화 유형은 일회성 대화만으로는 성립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대화를 이미 삭제했는데 문제없나요?
A. 안심할 수 없습니다. 메신저 대화는 포렌식으로 복원되는 경우가 많고, 삭제 사실 자체가 증거인멸 정황으로 불리하게 작용해 구속 수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위장수사로 접근한 경찰관과의 대화도 처벌 대상인가요?
A. 가능합니다. 실제 미성년자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행위자가 상대를 미성년자로 인식하고 성적 착취 목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면 미수범으로 처벌될 여지가 있습니다.
Q. 조사 통보를 받으면 바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대화 전체의 맥락을 어떻게 정리해 제시하느냐, 어떤 조항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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