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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재산상 이익 취득 없으면, 손해만으론 무죄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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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재산상 이익 취득 없으면, 손해만으론 무죄인 이유 

김상훈 변호사

회사 감사나 내부 조사에서 손실이 발견되면, 그 결정을 내린 임원이나 직원은 곧바로 배임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들여다보면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명확한데, 정작 그 결정으로 누가 무엇을 얻었는지는 흐릿한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고소인 측은 흔히 "회사가 이만큼 손해를 봤으니 배임이 성립한다"는 식으로 손해액만 강조하지만, 형법이 배임죄를 규정한 방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손해가 있었다는 사실과, 누군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문제이고,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한 채 수사가 진행되면 무리하게 기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손해는 뚜렷한데 이익은 안 보이는 사건들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규정돼 있습니다. 조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나눠 보면 성립요건이 세 갈래로 보입니다. 사무처리자의 임무위배행위, 그로 인한 재산상 이익의 취득(본인 또는 제3자), 본인에게 가해진 재산상 손해입니다.

실무에서 수사와 재판이 유독 무게를 두는 지점은 손해 쪽입니다. 회사나 조합에 얼마의 피해가 생겼는지는 회계자료로 비교적 쉽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익 취득 쪽입니다. 임무위배행위로 회사에 손해가 생겼다고 해서, 그 손해에 대응하는 이익을 누군가 얻었다는 사실이 항상 함께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을 잘못 맺어 손실이 났지만 상대방이 얻은 건 정상적인 대가에 불과한 경우, 회사 자금을 다른 곳으로 옮겨 손해가 났지만 그 자금을 받은 쪽이 얻은 건 단순한 "운용 기회"에 그치는 경우처럼, 손해와 이익이 나란히 서지 않는 사건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손해라는 한쪽 기둥만으로 배임죄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익이라는 다른 쪽 기둥이 실제로 서 있는지, 그리고 그 이익이 손해와 같은 임무위배행위에서 나온 것인지를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이 두 번째 기둥이 무너지면, 손해가 아무리 명백해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이익과 손해의 대응관계, 그리고 이득액의 의미

대법원은 2021. 11. 25. 선고 2016도3452 판결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새마을금고 전무였던 피고인이 이사장과 공모해 여유자금 운용 한도를 넘겨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금융상품을 매입했고, 그 결과 금고에는 손해가, 상품을 판매한 금융기관에는 수수료 상당의 이익이 생겼다는 것이 공소사실이었습니다. 원심은 이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재산상 이익 취득'과 '재산상 손해 발생'은 대등한 범죄성립요건으로서 서로 대응하여 병렬적으로 규정돼 있다고 밝히며, 임무위배행위로 여러 손해와 이익이 동시에 발생했더라도 그 사이에 대응관계 등 관련성이 인정돼야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금융기관이 받은 수수료는 상품 판매라는 정상적인 용역 제공의 대가였을 뿐,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와 관련성 있는 이익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의 유죄 판단은 법리오해로 파기되어 사건이 다시 대구지방법원으로 돌아갔습니다.

판결문은 더 나아가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할지라도 행위자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손해인지 여부는 회사 전체 재산가치가 실제로 줄었는지를 경제적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문제이고, 이익인지 여부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후속 판결이 2022. 8. 25. 선고 2022도3717 판결입니다. 군수이자 한 위원회의 이사장이던 피고인이, 위원회 명의로 축협에 예치돼 있던 20억 원의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해 농협에 재예치하도록 지시한 사건이었습니다. 위원회는 중도해지로 만기이자 중 약 2,536만 원을 받지 못해 손해를 봤고, 검찰은 농협이 20억 원을 운용할 기회를 얻은 것을 제3자의 이익으로 보아 기소했습니다. 원심은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 "운용 기회"가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마찬가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두 판결 모두 대법원이 직접 무죄를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손해가 있어도 이익취득이 인정되지 않으면 유죄로 볼 수 없다는 법리를 확인해 원심의 유죄 판단을 무너뜨린 사례입니다.

이 법리는 형량 구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배임죄로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 즉 '이득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합니다.

  • 이득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이득액 50억 원 이상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이득액 산정 자체가 되지 않으면(이익취득 부정) — 특경법 가중처벌 논의는 시작되지 않고, 형법 제356조(업무상배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적용 여부만 남음

이 조문이 정의하는 이득액 자체가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가액이기 때문입니다. 이익 취득이 인정되지 않으면 산정할 이득액 자체가 없으므로, 손해액이 아무리 크더라도 특경법에 따른 가중처벌은 물론 단순 배임죄 성립 자체가 막힙니다. 이익 요건은 유·무죄를 가르는 동시에 형량 구간을 가르는 이중의 의미를 갖는 셈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이익 부존재 입증부터 이득액 다툼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공소사실에서 이익취득 부분의 특정성부터 확인 — 검사가 손해액은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이익 취득자·이익의 내용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는 식으로 뭉뚱그렸는지 확인합니다. 누가, 무엇을, 얼마만큼 취득했는지가 특정되지 않았다면 공소사실 자체의 특정성을 다투는 것이 먼저입니다.

  • 손해와 이익의 발생 원인이 서로 다름을 입증 — 계약서·거래내역·정산자료를 통해, 상대방이 받은 것이 임무위배행위와 무관한 정상적인 용역 대가·시장가격·수수료였음을 보여줍니다. 2016도3452 판결에서 수수료가 관련 이익으로 인정되지 않은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지점입니다.

  • "재산상 이익"의 실질을 다툼 — 상대방이 얻었다는 것이 확정된 이익이 아니라 단순한 가능성·기회에 그치는지(2022도3717 판결의 "자금 운용 기회"가 대표적 예), 회계·감정 자료로 반박합니다. 가정적·잠재적 이익은 형법상 재산상 이익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 이득액 산정 자체를 저지 — 이익취득이 부정되거나 그 가액을 특정할 수 없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될 이득액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해 최소한 가중처벌 구간 진입을 막습니다.

  • 수사 초기 단계부터 자료 제출 — 고소·수사 단계에서 이익 부존재 자료(계약서, 정산내역, 거래 상대방의 통상적인 수수료율 등)를 선제적으로 제출해 기소 여부 판단에 반영시키는 것이, 이미 기소된 뒤 재판에서 다투는 것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이익 관련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흩어집니다

배임 혐의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손해가 났으니 어차피 불리하다"고 단정하고 방어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손해와 이익은 별개의 요건이고, 이익이 인정되지 않으면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실제로 무엇을 받았는지, 그것이 정상적인 대가였는지를 보여줄 계약서와 정산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폐기되거나 확보하기 어려워집니다.

배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거나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면, 손해액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손해에 대응하는 이익이 실제로 누구에게 얼마나 발생했는지부터 먼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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