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휴대폰에서 급하게 옮겨 담은 캡처 몇 장, 그것만으로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답은 "가능합니다"입니다. 다만 조건이 붙는데요. 법원은 캡처 한 장을 그 자체로 부정행위의 증거로 보지 않고, 여러 정황을 한데 묶었을 때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그래서 분량이 비슷한 캡처라도 어떤 사건은 인정되고 어떤 사건은 기각됩니다. 갈리는 지점은 세 곳입니다. 대화가 오간 시기, 문장의 맥락, 그리고 상대가 누구인지 특정되는가.
청구의 뿌리는 민법 제750조입니다. 제3자가 배우자 있는 사람과 부정한 관계를 맺어 혼인의 공동생활을 침해했다면 그 자체가 위법한 가해행위이고,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은 민법 제751조가 근거가 됩니다. 여기서 '부정행위'는 성관계에 한정되지 않고, 부부의 정조의무에 어긋나는 애정 표현과 만남 전반을 포함합니다.
두가지 사건
실제 두 케이스를 바탕으로 비교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경우. 캡처는 아홉 장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호텔 주차 정산 안내 문자 한 장이 섞여 있었고, 대화 상대의 프로필 사진과 저장된 전화번호가 함께 찍혀 있었습니다. 시기도 부부가 한집에서 살던 기간이었죠. 이 정도면 낱장의 캡처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두 번째 경우. 캡처는 서른 장이 넘었고 호칭도 훨씬 노골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화 시점이 부부가 별거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뒤였고, 이미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실무는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뒤에 시작된 관계라면 제3자의 배상책임을 부정하는 쪽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양이 아니라 시점이 결론을 뒤집은 겁니다.
시기·맥락·특정
첫째, 시기. 캡처에 날짜가 보이지 않으면 가치가 크게 떨어집니다. 대화 화면만 잘라내지 말고 날짜 구분선이 함께 나오도록 다시 촬영해 두셔야 합니다.
둘째, 맥락. "보고 싶다" 한 줄만으로는 약합니다. 만남 약속, 호칭, 선물, 숙박이나 이동 흔적이 대화 안에서 이어질 때 정황이 됩니다. 하나의 대화가 앞뒤로 연결되어야 하기에, 중간을 건너뛴 캡처는 오히려 유리한 부분만 골랐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죠.
셋째, 당사자 특정. 이 대목에서 발이 묶이는 분들이 가장 많습니다. 저장 이름만 있고 전화번호도 직장도 모른다면 소장을 보낼 주소 자체를 적을 수 없거든요. 성명과 주소를 모르면 법원에 사실조회나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해 통신사·직장 등을 통해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절차부터 밟게 됩니다.
여기에 하나 더. 상간자에게 책임을 지우려면 그 사람이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합니다. 대화 중 "너 결혼했잖아" 같은 한 줄이 결정적 증거가 되는 이유입니다.

증거를 모으는 방식
지금 배우자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어볼까 고민 중이시라면, 잠시 멈추시는 편이 좋습니다. 부부 사이라도 동의 없이 잠긴 기기에 접속해 대화를 열람하면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 비밀침해가, 저장된 전자기록을 기술적 수단으로 열어본 경우에는 형법 제316조 제2항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화 당사자가 아닌 사람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위반이고, 실시간 감청은 같은 법 제3조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민사재판에서는 이렇게 수집한 자료도 증거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민사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것과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위자료를 받고 고소를 당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캡처가 두세 장이고 문장도 애매한 단계라면 지금 소장을 내는 것보다 정황을 더 모으는 편이 낫습니다. 한 번 기각된 청구를 같은 사실로 다시 다투기는 훨씬 어렵습니다.
3년이라는 선과 송달의 현실
기간부터 짚겠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가해자를 안 날'은 상간자의 신원까지 알게 된 날을 뜻하므로, 부정행위는 알았지만 상대가 누구인지 몰랐다면 그때부터 시효가 흐르지는 않습니다.
배우자 몰래 진행하고 싶다는 말씀도 자주 듣습니다. 현실은 이렇습니다. 소장이 상간자에게 송달되는 순간 배우자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 뒤의 시계도 빠르게 돌아가죠. 상대는 송달일로부터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야 하고, 1심 판결에 불복하려면 판결정본을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항소해야 합니다.
상담 전에 정리해 오실 것
혼인신고일과 현재 상태(동거 중인지, 별거라면 시작 시점)를 날짜로 적어 오십시오. 파탄 시점 다툼의 출발점입니다.
캡처는 날짜가 보이도록, 대화의 앞뒤가 끊기지 않게 다시 정리해 주십시오.
상대의 이름·전화번호·직장 등 알고 있는 단서를 한 장에 모아 주시면 특정 절차의 방향이 잡힙니다.
카드 내역, 차량 하이패스 기록, 사진의 촬영 장소처럼 만남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다면 함께 가져오십시오.
자료를 어떤 경로로 확보했는지도 숨기지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대응 방법이 달라집니다.
캡처를 몇 번이나 다시 열어보며 밤을 보내고 계실 겁니다. 그 자료가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흩어진 조각을 시기와 맥락으로 꿰는 작업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지금 당장 소송을 결정하지 않으셔도 되니, 가진 자료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함께 점검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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