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형사 사건에서 합의금을 지급한 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그대로 확정되는 사례가 늘면서, 이미 지급한 합의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무죄만 받으면 합의금은 당연히 돌려받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합의서에 별다른 조건도 남기지 않은 채 도장을 찍은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무죄가 확정된 뒤 상대방에게 반환을 요구하면 “합의는 합의고 판결은 판결”이라는 답이 돌아오고, 실제로 소송을 걸어도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화해계약이 일단 성립하면 나중에 사실관계가 달리 밝혀지더라도 그 효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창설적 효력의 원칙을 재확인하며, 형사합의금 반환 요구가 인정되는 범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무죄가 확정된 경우에도 합의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이유와, 예외적으로 반환이 가능한 경우가 무엇인지 최근 판례와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합의금은 유죄 확정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돈이 아닙니다
형사합의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와 손해배상 합의가 결합된 계약입니다.
형사사건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실제 발생한 피해를 금전으로 배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즉 처벌불원 의사를 수사·재판기관에 전달해 불기소나 집행유예 등 유리한 결과를 받기 위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작성되는 합의서 또는 처벌불원서는 법적으로 민법 제731조가 정한 화해계약이거나 그에 준하는 성격을 갖습니다. 민법 제731조는 화해를 “당사자가 상호양보하여 당사자간의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합의가 “가해자가 유죄판결을 받을 것”을 전제나 조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합의는 수사·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지금 이 사건에 대해 서로 더 이상 다투지 않겠다”는 약속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무죄가 선고된다고 해서 합의의 전제 자체가 깨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형사합의금은 유죄 확정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돈이 아니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와 손해배상의 대가로 지급되는 돈입니다.
2. 무죄가 확정됐다는 사정만으로는 합의금을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화해계약은 나중에 사실관계가 달리 밝혀져도 그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민법 제732조는 화해계약이 성립하면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되고 상대방이 화해로 인하여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이 있다고 정합니다. 이를 화해의 창설적 효력이라 부릅니다.
나아가 민법 제733조는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하여 취소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예외적으로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만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즉 애초에 다투었던 바로 그 쟁점, 다시 말해 이 사건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자체에 관한 착오는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법원도 소취하합의가 화해계약에 해당하는 사안에서 이 법리를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화해계약이 성립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창설적 효력에 따라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하고 계약 당사자 사이에는 종전의 법률관계가 어떠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화해계약에 따라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기며,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27523, 227530 판결).
이 법리를 형사합의에 적용하면, 합의 당시 “이 사건이 유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 자체가 다툼의 대상이었던 이상, 이후 무죄가 확정되어 그 전제가 틀린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이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사항 자체에 관한 사정변경일 뿐이지, 취소 사유가 되는 “분쟁 이외의 사항”에 관한 착오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무죄 확정판결문 한 장만 들고 반환을 요구해도 법원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죄가 확정됐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미 유효하게 성립한 형사합의의 효력을 뒤집기 어렵습니다.
3. 다만 합의서에 반환 조건을 넣었거나 상대방이 속인 경우는 다릅니다
조건부 합의이거나 허위·과장된 진술로 착오에 빠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예외는 합의서 자체에 “불기소 처분되거나 무죄가 확정되는 경우 지급한 합의금을 반환한다”는 조건을 명시적으로 넣은 경우입니다. 이는 정지조건부 반환약정이므로, 조건이 성취되면 별도의 착오·사기 주장 없이도 합의서 내용에 따라 곧바로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합의서를 작성하는 단계에서 이 조항을 넣어두는 것이 사실상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두 번째 예외는 상대방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피해나 크게 과장된 피해를 허위로 주장해, 그 허위 주장을 사실로 믿고 착오에 빠져 합의금을 지급한 경우입니다. 이는 민법 제110조가 정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해 합의, 즉 화해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사기로 인해 화해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분쟁의 대상이 된 사항에 관한 것이라도 취소가 가능하다는 점이, 앞서 본 단순 착오 취소와 다른 지점입니다.
세 번째 예외는 상대방이 합의 조건, 예를 들어 처벌불원서 제출이나 고소취하를 이행하지 않거나 합의 이후 다시 고소·진정을 반복하는 등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민법 제543조·제548조에 따라 합의를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 합의금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 반환 조건을 명시했거나 상대방의 허위 주장으로 착오·기망에 빠진 경우, 또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4. 상대방이 허위 사실로 합의금을 받아냈다면 형사책임도 함께 문제됩니다
허위 고소로 합의금을 받아낸 상대방에게는 무고죄와 사기죄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애초에 있지도 않은 범죄사실을 꾸며내 고소했거나, 실제보다 크게 과장된 피해를 주장해 합의금을 받아냈다면, 이는 단순한 민사상 착오·사기 취소 문제를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허위 사실을 신고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고죄입니다.
나아가 애초부터 합의금을 뜯어낼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꾸며 이를 근거로 합의금을 교부받았다면, 기망행위로 재물을 편취한 것으로 평가되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 즉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무고죄·사기죄가 인정되려면 신고 사실의 핵심 또는 중요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라는 점과, 그에 대한 고의가 별도로 입증돼야 합니다.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상대방의 무고·사기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판결 이유에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된 구체적 근거가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허위 진술로 합의금을 받아낸 상대방에게는 무고죄·사기죄가 함께 문제될 수 있지만, 무죄판결 자체가 곧바로 무고·사기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5. 합의금을 돌려받으려면 이런 순서로 준비해야 합니다
무죄 확정판결문과 합의 당시 정황을 먼저 정리한 뒤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합의금 반환을 검토할 때는 감정적으로 상대방에게 연락하기보다, ①무죄 확정판결문과 판결 이유를 확보하고 → ②합의서 원본, 합의금 지급 계좌이체 내역, 합의 당시 오간 문자·통화 녹취 등 증거를 정리한 뒤 → ③상대방에게 내용증명으로 반환을 청구하면서 필요하다면 무고·사기 형사고소를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병행 검토하고 → ④상대방이 임의로 응하지 않으면 수원지방법원에 부당이득반환 또는 화해계약 취소·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중 소송으로 갈 경우 승패를 가르는 것은 대부분 “합의 당시 상대방의 진술이 허위·과장이었다는 정황”과 “합의서에 반환 조건이 있었는지”이므로, 소송을 검토하기 전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서 원본과 합의금 지급 내역(계좌이체 내역, 영수증)을 확보합니다.
무죄 확정판결문과 판결 이유, 특히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됐는지를 확인합니다.
합의 당시 상대방의 진술이 허위이거나 과장됐다는 정황(문자, 진술 번복, 다른 증거와의 모순 등)을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합의금 반환·화해계약 취소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무고·사기 형사고소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무죄가 확정되고 나면 “이제 다 끝났다”는 안도감에, 정작 합의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좁은 문을 놓치거나 반대로 무리하게 소송부터 진행해 시간과 비용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금을 지급했던 쪽 입장에서는 무죄판결문만 있으면 당연히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화해계약의 효력부터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반대로 합의금을 받았던 쪽 입장에서도 상대방이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반환의무나 무고 혐의를 지는 것은 아니며, 합의 당시 진술이 진실했다는 점을 소명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는 형사합의를 체결하는 단계부터 그 이후 반환·취소 분쟁까지, 합의금을 지급한 쪽과 받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합의서 문구 하나, 판결 이유의 한 문장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을 놓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합의서에 반환 조건이 전혀 없으면 무죄가 확정돼도 절대 못 돌려받나요?
A. 조건이 없다고 무조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원칙적으로 화해계약의 효력이 유지되므로, 상대방의 허위·과장 진술로 착오·기망에 빠졌다는 사정이나 채무불이행 등 별도의 사유를 입증해야 반환 가능성이 열립니다.
Q. 합의금을 줄 때 반환 조건을 어떻게 넣어야 안전한가요?
A. “본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지급받은 합의금 전액을 반환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합의서에 명시하고, 반환 계좌와 반환 기한까지 함께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Q. 무죄가 아니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경우도 같은가요?
A. 법적 성격은 유사합니다. 다만 혐의없음 처분은 확정판결과 달리 재수사·재기소 가능성이 남아 있어, 반환 청구 시점과 근거를 판단할 때 판결이 확정된 경우보다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하면 합의금도 자동으로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무고죄는 형사처벌 여부를 가리는 별개의 절차이고, 합의금 반환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이나 화해계약 취소 등을 별도로 주장해 인정받아야 합니다. 다만 무고죄가 인정되면 반환 청구에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Q. 합의금 반환청구에도 시효가 있나요?
A.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사기를 이유로 한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확보도 어려워지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Q. 반환청구 소송과 형사고소를 동시에 진행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무고·사기 형사고소 과정에서 확보되는 수사기록이 민사상 반환청구의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실무적으로는 두 절차를 병행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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