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에는 성범죄 사건이 언론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될 때마다, 소개팅이나 채용 과정에서 상대방의 전력을 직접 확인하려 하거나, 반대로 자신의 성범죄 판결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걱정하는 문의가 함께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에는 “판결문에 이름은 가려진다고 하니 아무도 못 알아볼 것”이라며 안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건 내용을 들여다보면 나이·직업·거주 지역·범행 경위 같은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그대로 남아 있어, 주변 몇 사람만 정보를 조합해도 누구인지 특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확정된 형사재판 기록이라 하더라도 성폭력범죄처럼 사생활의 비밀과 인격권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사건에서는 열람·등사를 더욱 신중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재판이 끝났다는 사정만으로 기록 공개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확정판결서와 재판기록의 열람 제도가 어떻게 다른지, 성범죄 사건에서는 어떤 부분이 제한되는지, 그리고 실제 문제가 생겼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대법원 결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확정된 판결서는 누구나 열람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형사소송법 제59조의3은 재판공개 원칙을 확정 판결서에도 그대로 적용합니다.
형사소송법 제59조의3 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를 그 판결서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열람 및 복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터넷 등 전산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한 열람도 포함되어, 실무적으로는 각급 법원의 확정판결서 열람·복사시스템이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를 통해 사건번호로 검색하는 방식이 많이 쓰입니다.
다만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된 사건, 「소년법」상 소년에 관한 사건, 공범의 증거인멸·도주를 용이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은 열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예외 사유이고, 원칙은 어디까지나 공개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법원사무관 등이 열람·복사에 앞서 판결서에 기재된 성명 등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대법원규칙이 정한 보호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 보호조치가 바로 실무에서 말하는 비실명 처리입니다.
확정된 판결서는 형사소송법 제59조의3에 따라 누구나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성명 등은 비실명 처리를 거쳐 공개됩니다.
2. 이름을 가려도 사건 내용만으로 신원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비실명 처리는 성명을 이니셜로 바꿀 뿐, 범행 경위나 인적사항까지 지우지는 못합니다.
비실명 처리는 통상 피고인이나 피해자의 이름을 “피고인”, “가”, “나” 등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나이, 직업, 거주 지역, 범행 일시·장소, 피해자와의 관계(직장 동료, 이웃, 채팅 애플리케이션 상대 등) 같은 세부 사실관계는 대부분 그대로 남습니다.
특히 성범죄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공개 대상자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성범죄자 알림e 등 별도 제도를 통해 얼굴이나 주소 일부가 이미 공개되어 있어, 판결서의 세부 사실과 대조하면 신원 특정이 더 쉬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상정보 공개 제도와 판결서 열람 제도는 근거 법령과 요건이 전혀 다른 별개의 제도라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실제로 문제 되는 것은 판결서 열람 자체보다, 직장 동료나 지인이 사건번호나 이름 일부만으로 판결서를 찾아내 신원을 확인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 당사자로서는 판결서가 적법하게 공개된 것인지, 아니면 개인정보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비실명 처리는 이름만 가릴 뿐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까지 지우지 못해, 좁은 관계망 안에서는 신원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3. 증거기록까지 보려면 별도 신청과 제한 심사를 거칩니다
형사소송법 제59조의2에 따른 재판확정기록 열람은 성범죄 사건에서 한층 엄격하게 심사됩니다.
진술조서, 증거목록, 당사자가 제출한 서류 등 재판확정기록 전체는 판결서와 별도의 제도로 규율됩니다. 형사소송법 제59조의2 제1항에 따라, 권리구제·학술연구 또는 공익적 목적이 있는 사람은 그 소송기록을 보관하는 검찰청에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사는 소송기록 공개로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생명·신체의 안전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열람·등사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제59조의2 제2항). 대법원은 최근 이 제한 사유의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구체화했습니다.
형사재판확정 사건의 범죄가 개인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 생명·신체의 안전, 생활의 평온 그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하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성폭력범죄, 스토킹범죄, 보복범죄 등인 경우에는 관련 법령에서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의 사생활이나 신변 보호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취지나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이 범죄피해나 수사·재판 상황에서 조속히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고 형사재판 확정에 따른 법적 안정성을 누릴 이익 등이 손상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4. 11. 8.자 2024모2182 결정).
이 결정은 수원지방법원의 원심을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낸 사건에서 나온 것으로, 피해자 진술이 이미 공개된 법정에서 증거로 조사됐다는 사정만으로 열람·등사를 쉽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하거나 제한하면, 그 검찰청에 대응하는 법원(예컨대 수원지방법원)에 준항고 방식으로 불복할 수 있습니다.
재판확정기록은 판결서보다 훨씬 엄격하게 심사되며, 성범죄처럼 인격권을 침해하는 사건에서는 열람이 더욱 제한적으로 허용됩니다.
4.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하거나 누설하면 별도로 처벌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는 피해자의 신원 공개·누설 자체를 범죄로 규정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1항은 수사나 재판을 담당하거나 담당했던 공무원이 피해자의 주소·성명·나이·직업·학교·용모 등 특정 가능한 인적사항이나 사생활 비밀을 공개·누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제50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범위를 더 넓혀, 누구든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위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인쇄물, 방송,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를 어기면 마찬가지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되며(제50조 제2항 제2호), 다만 이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따라서 판결서 열람 자체가 적법하더라도, 그 내용을 캡처해 온라인에 유포하거나 신원을 특정해 SNS·커뮤니티에 게시하면 별도의 형사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신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으로 별도의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5. 부당한 공개가 의심되면 이런 순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판결서·재판기록에 대한 불복과 신원 침해 대응은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통상 ①대법원 및 각급 법원의 확정판결서 열람·복사시스템에서 사건번호나 당사자 정보로 판결서를 조회하는 단계 → ②증거기록 등 재판확정기록까지 필요하다면 그 기록을 보관하는 검찰청(관할에 따라 예컨대 수원지방검찰청)에 형사소송법 제59조의2에 따른 열람·등사를 신청하는 단계 → ③검사가 거부·제한하면 그 검찰청에 대응하는 법원(수원지방법원)에 준항고로 불복하는 단계 → ④법원이 신청인과 검사 양측의 소명을 들어 제한 사유와 그 예외사유를 심리해 처분의 당부를 결정하는 단계로 진행됩니다.
본인이나 가족의 사건 정보가 부당하게 열람·유포된 것으로 의심되거나, 반대로 정당한 목적으로 열람을 신청하려 한다면 아래 순서로 확인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열람하려는(또는 유출이 의심되는) 대상이 ‘판결서’인지 ‘증거기록 등 소송기록 전체’인지부터 구분합니다 — 적용 조문과 신청 절차가 다릅니다.
공개된 판결서에 성명 등 개인정보가 비실명 처리 규정대로 제대로 가려졌는지, 나이·직업·거주지 같은 세부사실만으로 특정이 가능한지 확인합니다.
무단 공개나 누설 정황(캡처, 게시글, 대화 내용 등)이 있다면 이를 증거로 확보한 뒤 형사 고소와 게시물 삭제 요청을 함께 진행합니다.
이런 사안은 판결서 열람 제도와 성범죄 피해자·피고인 보호 규정이 동시에 얽혀 있어, 처음부터 형사 절차에 밝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대응 범위를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성범죄 사건은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누가 이 사건을 알게 될까”라는 불안 때문에 정작 필요한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신상이 알려질까 걱정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판결서 열람 제도와 신상정보 공개 제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먼저 이해하고, 실제로 무단 공개나 누설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전력을 확인하려는 입장에서도 판결서와 재판확정기록은 절차와 제한 사유가 전혀 다르므로,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신청할 수 있는지부터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신상 노출을 우려하는 당사자와, 정당한 목적으로 기록 열람이 필요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제도라도 사안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판결이 확정됐다고 안심하기보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이 공개되고 무엇이 제한되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할 때입니다. 그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범죄 판결문은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나요?
A. 확정된 판결서는 형사소송법 제59조의3에 따라 법원의 열람·복사시스템을 통해 신청하면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성명 등 개인정보는 비실명 처리를 거친 뒤 공개되고 일부 사건은 열람 자체가 제한됩니다.
Q. 판결서에서 제 이름이 가려지면 완전히 안전한가요?
A. 아닙니다. 이름은 이니셜 등으로 가려지지만 나이·직업·거주지·범행 경위 같은 구체적 사실관계는 남아 있어, 주변 사람이 몇 가지 정보를 조합하면 특정될 수 있습니다.
Q.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되는 것과 판결문 열람은 같은 제도인가요?
A. 다릅니다. 성범죄자 알림e는 신상정보 등록·공개 대상자에 한해 운영되는 별도 제도이고, 판결서 열람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확정된 사건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 제도입니다.
Q. 증거기록이나 진술조서까지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나요?
A. 판결서보다 훨씬 제한적입니다. 이런 재판확정기록은 검찰청에 별도로 신청해야 하고, 성범죄처럼 사생활·인격권 침해 우려가 큰 사건은 대법원도 열람을 더욱 신중히 제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Q. 피해자도 가해자의 확정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피해자는 이해관계 있는 소송관계인으로서 정당한 사유를 소명하면 비실명 처리된 판결서는 물론, 필요한 경우 재판확정기록의 열람·등사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판결서 내용이 캡처되어 온라인에 유포됐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유포 게시물과 경위를 먼저 증거로 확보한 뒤,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위반 등 신원 누설·공개에 대한 형사 고소와 게시물 삭제 요청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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