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성희롱·성폭력·데이트폭력·스토킹 등 사안이 접수되면 대학 인권센터(또는 성평등센터)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조사 대상자에게 진술서 제출을 요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학교 안에서 있었던 일이니 그냥 사실대로 편하게 쓰면 되겠지”,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 대충 짧게 써도 문제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진술서를 가볍게 작성하거나, 반대로 “귀찮으니 그냥 기한을 넘겨버리자”는 생각으로 아예 대응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된 진술서나 무대응은, 인권센터 조사뿐 아니라 이후 학교 징계위원회, 나아가 형사·민사 절차에서까지 발목을 잡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법원은 대학·교육기관의 조사·징계 절차라 하더라도 학생의 신분을 좌우하는 불이익처분인 이상 통지와 의견진술, 변호인의 조력 등 적법절차가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인권센터 조사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대학 인권센터 조사에서 진술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지, 낸다면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그리고 조사 이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대학 인권센터 조사는 형사수사가 아니라 학칙에 근거한 별도의 절차입니다
인권센터 조사는 진술거부권이 당연히 적용되는 형사절차가 아닙니다.
대학 인권센터, 성평등센터 등의 명칭으로 운영되는 기구는 성희롱·성폭력·스토킹·데이트폭력 등 사안이 접수되면 양성평등기본법 제31조가 정한 예방조치 및 사건처리 취지에 따라 각 대학이 마련한 학칙과 자체 규정을 근거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 조사는 경찰·검찰의 형사수사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형사절차라면 헌법 제12조가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이 당연히 적용되지만, 인권센터 조사는 학교 내부의 행정적 사실확인 절차이므로 그 권리가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가볍게 볼 절차는 아닙니다. 조사 결과는 징계위원회 회부의 근거 자료가 되고, 사안에 따라서는 수사기관에 통보되거나 별도의 형사 고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냥 학교 안 얘기”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가, 조사 단계에서 정리된 사실관계가 이후 모든 절차의 출발점이 되어버리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대학 인권센터 조사는 형사수사와는 다르지만, 그 결과가 징계와 형사 절차 모두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볍게 대응할 절차가 아닙니다.
2. 진술서 제출을 무작정 거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리한 사실관계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대학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규정은 조사대상자에게 통상 1~2주 정도의 기한을 정해 서면 소명, 즉 진술서를 제출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는 형식적인 요식행위가 아니라, 조사대상자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를 부여하는 절차이기도 합니다.
이 기한 안에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 조사위원회는 신고인의 진술과 제출된 자료만으로 사실관계를 정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사대상자의 입장이 조사 기록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 채 결론이 내려질 위험이 커지는 것입니다.
일부 대학 규정은 정당한 사유 없는 조사 불응 자체를 별도의 징계사유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전하다”는 생각은 실무적으로 맞지 않고, 오히려 조사에 불성실하게 임했다는 평가를 더할 뿐입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에 응하지 않는 태도는 방어가 아니라, 오히려 불리한 사실확정과 별도 징계사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진술서에 무엇을 어떻게 쓰느냐가 이후 형사·민사 책임까지 좌우합니다
진술서는 인권센터 조사로 끝나지 않고, 형사·민사 절차의 증거로 다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인권센터에 제출한 진술서는 그 조사에서만 쓰이고 끝나는 문서가 아닙니다. 신고인이 별도로 경찰에 고소하거나 학교가 사안을 수사기관에 통보하면, 그 진술서는 형사사건 기록에 편입되어 이후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다시 제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손해배상을 다투는 민사소송에서도 그대로 증거로 활용됩니다.
그래서 진술서를 쓸 때는 사실관계와 추측·감정을 구분해서 서술하고,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은 불확실하다고 명시하며, 상대방을 겨냥한 단정적 비난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함부로 적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 나아가 형법 제156조의 무고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
다만 사실과 다르게 기억하는 부분을 솔직하게 다투어 진술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고 등 형사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8. 2. 24. 선고 96도599 판결).
즉 진술서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 자체는 방어권의 정당한 행사이고, 그 진술이 나중에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책임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처음부터 허위임을 알면서 사실관계를 지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진술서는 인권센터 조사에서 끝나지 않고 형사·민사 절차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자료이므로, 사실과 추측을 구분해 신중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4. 인권센터 조사 결과가 징계위원회로 넘어가도 적법절차는 그대로 요구됩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의견을 진술할 기회는 방어권의 본질적 내용입니다.
인권센터 조사가 끝나면 그 결과는 대개 학교 징계위원회(또는 상벌위원회)에 회부되고, 사안의 경중에 따라 경고·근신 수준에서부터 유기정학·무기정학·제적까지 징계 수위가 달라집니다.
형식은 학내 절차이지만, 실질은 학생의 신분을 크게 좌우하는 불이익처분입니다. 그런 만큼 통지, 의견진술의 기회, 필요하다면 변호인의 조력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최근 법원의 태도입니다.
징계와 같은 불이익처분절차에서 징계심의대상자에게 변호사를 통한 방어권의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고, 징계심의대상자가 선임한 변호사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필요한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방어권 행사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하므로,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다(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3339 판결).
이 판례는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퇴교처분에 관한 사건이지만, 학생의 신분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징계 절차 전반에 통하는 법리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인권센터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둔다면, 진술서 작성은 물론 이후 징계위원회 대응까지 일관된 논리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인권센터 조사에서 시작된 절차가 징계위원회로 넘어가더라도, 통지·의견진술·변호인 조력이라는 적법절차의 본질은 그대로 지켜져야 합니다.
5.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이 순서대로 확인해야 합니다
진술서를 쓰기 전 통지서, 학칙, 형사 병행 가능성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사안이 강제추행 등 형법상 범죄(형법 제298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나 성폭력처벌법 위반에도 해당한다면, 인권센터 조사와는 별개로 형사 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또는 인지수사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대학 인권센터로부터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진술서를 쓰기 전에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지서에 적힌 조사 대상 혐의사실과 진술서 제출기한을 정확히 확인합니다. 기한을 넘기면 조사대상자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채 사실관계가 정리될 수 있습니다.
소속 대학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규정(학칙)을 찾아 진술서 제출 의무, 불응 시 불이익 조항, 징계위원회 회부 절차와 재심·이의절차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진술서 초안을 작성한 뒤 제출 전에 변호사와 함께 사실관계와 표현을 검토해, 불필요한 단정적 진술이나 상대방을 자극하는 표현을 걸러냅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인권센터 조사는 물론, 병행될 수 있는 형사·민사 절차에도 일관된 논리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대학 인권센터 조사 통지를 받으면, “학교 안 일인데 별일 있겠나”라는 생각과 “이미 소문이 났는데 뭘 해도 소용없다”는 생각 사이에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신고한 학생 입장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진술이 흔들리지 않도록 시간 순서와 정황을 정리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 입장에서도 “동의가 있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그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황과 자료가 있는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저는 대학 인권센터 조사와 그 이후 징계·형사 절차까지, 신고한 쪽과 조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서 한 장이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진술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면, 그 자체가 상담이 필요한 신호입니다. 절차의 방향이 정해지기 전,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진술서를 내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조사위원회가 신고인의 진술과 자료만으로 사실관계를 정리하게 되어 불리해질 수 있고, 학칙에 따라서는 조사 불응 자체가 별도 징계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Q. 진술서 작성 단계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초기 단계일수록 사실관계 정리와 표현 검토가 이후 징계위원회·형사 절차 대응까지 이어지므로 도움이 큽니다.
Q. 인권센터 조사와 경찰 조사를 동시에 받을 수도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인권센터 조사는 학칙에 근거한 내부 절차이고 경찰 수사는 별도의 형사절차이므로, 신고인이 고소하거나 학교가 통보하면 두 절차가 함께 진행될 수 있습니다.
Q. 인권센터에 낸 진술서가 나중에 형사재판에 그대로 쓰이나요?
A. 형사사건이 함께 진행되면 그 진술서가 수사기관에 넘어가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형사절차까지 염두에 두고 작성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사실대로만 쓰면 무고 걱정은 안 해도 되나요?
A. 대법원은 신고사실의 진실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기억하는 사실을 솔직하게 다투어 진술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허위임을 알면서 지어내는 진술은 별개입니다.
Q. 징계위원회 결과에 불복할 수 있나요?
A. 대부분의 학칙은 재심 또는 이의신청 절차를 두고 있고, 그 절차에서도 통지와 의견진술 기회가 보장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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