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를 보호했다는 착각이 회사를 형사처벌로 이끕니다 | 기업법무 | 로톡
피해자를 보호했다는 착각이 회사를 형사처벌로 이끕니다
법률가이드
기업법무노동/인사

피해자를 보호했다는 착각이 회사를 형사처벌로 이끕니다 

유승윤 변호사

정직 처분과 부서 이동, 그걸로 충분한가

징계위원회 회의록에 정직 처분을 남기고, 피해자의 부서 이동 발령까지 마쳤습니다. 서류상으로는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보입니다. "가해자는 징계했고, 피해자도 분리했으니 이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 사건을 마무리한 인사담당자라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었을 질문입니다.

문제는 그 두 조치 사이에 순서와 근거가 빠져 있을 때 시작됩니다. 신고가 접수된 순간부터 회사에는 단계별로 서로 다른 의무가 발생하고,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확인했는지에 따라 같은 조치도 전혀 다르게 평가받습니다. 특히 불리한 처우 금지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분리의 원칙은 가해자 이동입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되고(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 조사 결과 괴롭힘이 확인되면 사용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 근무장소 변경·배치전환·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4항). 요청 없이 회사 판단만으로 피해자를 이동시키는 경우, 고용노동부 매뉴얼은 이를 보호조치를 빙자한 강제적 근무장소 변경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명시합니다.

법원은 전보지의 근무환경이 객관적으로 더 낫더라도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와 신고 이후 회사의 조치 경위 등을 종합하면 불리한 처우로 판단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1. 4. 6. 선고 2020고단245 판결). "더 좋은 자리로 보냈으니 괜찮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분리의 기본 방향은 가해자 측 조치입니다. 법원은 가해자 지점이동이 징계 종류에 해당하지 않아 별도 징계로 볼 수 없고, 근무 장소 변경은 원칙적으로 사용자 권한에 속하며, 오히려 피해자 보호조치 이행을 위해 가해자를 분리할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5. 12. 4. 선고 2023구합64454 판결). 사용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게 징계 등 조치를 하고 그 전에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피해근로자 의사에 반해 누설해서도 안 됩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 퇴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행위자 조치를 미루거나 생략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미 퇴직한 자에 대한 처리는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형사처벌로 넘어가는 경계선

불리한 처우는 근무장소 변경이나 전보에 그치지 않습니다. 법원은 인사상 불이익뿐 아니라 업무상 불이익 같은 사실상의 불이익, 부당한 업무명령도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2026. 4. 7. 선고 2025고단24 판결). 이동 후 외근 증가나 업무 배제 같은 부수적 변화가 있다면 그 각각이 독립적으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조사 결과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신고자 보호는 끝나지 않습니다. 같은 판결은 제6항의 보호 대상이 "신고한 근로자"로 정해져 있어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위반 시에는 과태료가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의 대상이 되며 공소시효는 5년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는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으로도 이어집니다. 대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이 피해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고(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사내 합의로 사건을 종결했다는 사정만으로 이후 민사 청구가 차단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6. 1. 13. 선고 2025가단103834 판결).

분리조치 전 반드시 확인할 5가지

요청 기반 원칙: 피해자 의사에 반한 강제 이동은 보호조치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가해자 조치 우선: 분리의 기본 방향은 가해자 측이며, 피해자 이동이 이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사전 의견청취: 행위자 조치 전 피해근로자 의견을 듣는 것은 법정 의무입니다.
결과 서면 통보: 조치 내용이 결정되면 그 결과를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알립니다.
사후 모니터링: 종결 후 2년간 반기별로 재발·불리한 처우 여부를 점검합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분리조치, 설계 단계부터 다시 보십시오

법원은 확인 이후 조치가 충분했는지를 가해자와 피해근로자의 관계, 괴롭힘 행위가 발생한 경위와 유형, 피해근로자의 피해 유형과 정도를 종합해 보호와 재발 방지에 충분한 정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제주지방법원 2025. 2. 6. 선고 2023가합11053 판결). 확인 이후 조치가 충분했는지는 사후에 다시 평가되는 지점이므로, 판단요소별로 무엇을 검토했는지 회사가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두어야 합니다.

분리조치의 대상과 방식을 확정하기 전 단계에서 검토를 받으시면, 보호조치로 의도한 인사조치가 불리한 처우로 평가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유승윤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64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