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형사사건 상담 중에는 공소장을 받아본 의뢰인들이 “날짜도 정확하지 않고 장소도 ‘불상지’라고만 적혀 있는데, 이게 정식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이냐”고 묻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마약류 투약 사건이나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기·횡령 사건에서는 공소장에 “2025. 8. 중순경”, “서울 또는 불상지”처럼 개괄적으로 기재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날짜도 특정 안 됐으니 무죄 아니냐”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미루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 재판에서는 그 안심이 그대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공소사실의 특정 정도에 관해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범죄의 특성상 정확한 일시·장소를 밝히기 어려운 사건이라면, 개괄적 기재만으로도 유죄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일시·장소가 특정되지 않은 공소사실이 어떤 경우에 유효하게 인정되는지, 그리고 반대로 어느 정도까지 부족해야 공소기각으로 이어지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공소사실은 다른 사실과 구별될 정도로만 특정되면 충분합니다
공소사실 특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완벽한 정확성이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은 공소장의 공소사실 기재에 관해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만 보면 날짜·장소·방법이 전부 정확하게 기재되어야만 유효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법원이 실제로 요구하는 기준은 그보다 완화되어 있습니다.
판례가 반복적으로 밝히는 특정의 취지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법원이 심판할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고인이 방어의 범위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공소사실 특정 제도는 검사를 편들거나 피고인을 불리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 무엇을 놓고 다투는 절차인지를 명확히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범죄의 시일은 이중기소나 공소시효에 저촉되지 않는 정도로, 장소는 토지관할을 가늠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즉 “정확히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 정확히 어느 지번”까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이 다른 사건과 혼동되지 않고 시효·관할 판단이 가능한 정도의 폭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러한 최소한의 기준마저 충족하지 못하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제기의 절차 자체가 무효가 되어 법원은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합니다. 결국 “특정이 됐는가”는 유·무죄를 가르는 실체 판단 이전에, 재판 자체가 성립하는지를 가르는 문턱인 셈입니다.
공소사실 특정은 완벽한 정확성이 아니라, 다른 사실과 구별하고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정도의 기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2. 범죄의 시일과 장소가 개괄적으로 기재되어도 특정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증거상 정확한 일시·장소를 밝히기 어려운 범죄라면, 개괄적 기재도 유효한 특정으로 인정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뤄지는 사례가 마약류 투약 사건입니다. 모발감정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어 투약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정확히 언제 어디서 투약했는지를 밝힐 직접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검사가 “○년 ○월 중순경, ○○시 또는 불상지에서”라는 식으로 기재하면, 피고인 측에서는 “날짜도 장소도 모르는데 어떻게 방어하라는 것이냐”며 특정성을 다투게 됩니다.
범죄의 시일은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는 정도로, 장소는 토지관할을 가늠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되는 것이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며 또한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지장이 없다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도1680 판결).
이 판례가 다룬 사건에서는 모발에 축적된 성분이 검출될 수 있는 기간 전체를 “언제부터 특정일까지”로 기재하고 장소를 “○○ 또는 불상지”로 기재한 것이 특정성을 갖췄다고 판단됐습니다. 검사가 확보한 증거로 가능한 한 좁혀서 기재했고, 그 이상으로 좁히는 것이 범죄의 특성상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논리는 미성년 피해자가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는 성범죄 사건, 또는 수개월에 걸쳐 반복된 사기·횡령 사건에도 적용됩니다. 피해자나 참고인의 진술만으로는 정확한 일시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고, 그 개괄적 기재가 방어권 행사, 즉 알리바이 제시나 반박증거 제출을 가로막지 않는다면 특정성은 유지됩니다.
정확한 일시·장소를 밝힐 증거가 없는 범죄 특성상 개괄적 기재가 불가피하고,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특정성은 인정됩니다.
3. 포괄일죄에서는 전체 범행 기간과 방법, 피해액 합계로도 특정됩니다
여러 번에 걸친 동종 범행은 개별 행위 하나하나가 아니라 전체 범행의 틀로 특정하면 충분합니다.
동일한 범의로 일정 기간 반복된 동종 범행, 예를 들어 매달 조금씩 회사 자금을 인출한 횡령이나 여러 차례에 걸친 성매매알선처럼 피해법익이 같은 행위가 계속된 경우에는 이들을 통틀어 하나의 죄, 즉 포괄일죄로 처단합니다.
포괄일죄에 관해서는 일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더라도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피해자나 상대방, 범행횟수나 피해액의 합계 등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되는 것이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도3626 판결).
즉 “몇 월 며칠에 얼마를 인출했는지”를 매 회차마다 정확히 밝히지 못해도, 전체 범행이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났는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 피해자가 누구인지, 합계 피해액이 얼마인지가 기재되어 있으면 특정 요건은 충족됩니다. 반복 인출·반복 편취처럼 개별 행위 하나하나의 증거를 모두 확보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이 기준은 검사에게 상당한 여지를 줍니다.
다만 이는 개별 행위를 아예 특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전체 틀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으로 개별 특정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 기간·방법·피해액 합계마저 불명확하다면 포괄일죄라는 이유만으로 특정성이 저절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포괄일죄는 개별 행위가 아니라 전체 범행의 시기·종기·방법·피해액 합계로 특정하면 충분하지만, 그 틀 자체는 명확해야 합니다.
4. 특정이 방어권 행사를 가로막을 정도로 부족하면 공소기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범위를 넘어서면, 법원은 유·무죄가 아니라 공소기각을 선고합니다.
공소사실 특정 완화 기준이 있다고 해서 검사가 아무렇게나 기재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괄적 표시가 범죄의 특성상 불가피한 수준을 넘어서거나, 그로 인해 피고인이 실제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정도라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됩니다.
다만 법원이 곧바로 무죄나 공소기각을 선고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소사실의 기재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명료하지 못한 경우, 법원은 형사소송규칙 제141조에 따라 검사에게 석명을 구해 그 취지를 명확히 하도록 먼저 요구합니다. 검사가 석명을 통해 특정을 보완하면 절차는 그대로 진행되고,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야 공소기각으로 귀결됩니다.
공소기각 판결은 유·무죄에 대한 실체 판단이 아니므로,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면 검사는 특정 요건을 보완해 다시 기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성 부족을 다투는 것은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검사에게 더 구체적인 증거와 기재를 요구해 방어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절차로 보아야 합니다.
변호인 입장에서 특정성을 다툴 때도 “날짜가 정확하지 않다”는 주장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 개괄적 기재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방어, 예를 들어 알리바이 증명이나 특정 시점의 반박증거 제출이 불가능해졌는지를 조목조목 제시해야 법원이 특정성 부족을 인정합니다.
5. 공소장을 받으면, 특정 여부를 이런 순서로 확인하고 다투게 됩니다
공소장을 받은 즉시 특정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이후 방어 전략 전체를 좌우합니다.
공소사실 특정을 다투는 절차는 대개 ①경찰(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수사 단계에서 진술조서·증거관계를 확인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공소장 작성 → ③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에 공소장 부본이 송달되는 단계에서 특정 여부를 1차로 점검 → ④공판 과정에서 특정성 다툼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실체 심리로 들어가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공소장을 받은 직후가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 단계에서 개괄적으로 기재된 부분을 지적하지 않고 실체 다툼으로만 대응하면, 이후 특정성 문제를 다시 꺼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일시가 특정 기간으로 되어 있는지, 그 폭이 공소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인지 확인합니다.
기재된 장소가 토지관할을 정할 수 있는 정도인지, 관할 위반을 다툴 여지가 있는지 검토합니다.
개괄적으로 기재된 부분이 알리바이 주장이나 반박증거 제출 등 구체적인 방어권 행사를 실제로 가로막는지 정리합니다.
이 세 가지를 정리한 뒤에야 특정성 부족을 이유로 석명을 요구하거나 공소기각을 주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실체 방어에 집중해야 하는지가 갈립니다. 이 판단을 사건 초기에 해두는 것이 이후 재판 전략 전체를 좌우합니다.
마치며
공소장을 받아본 분들 중에는 “날짜도 장소도 정확하지 않으니 별일 아니겠지”라며 대응을 미루다가, 정작 공판이 시작된 뒤에야 특정성 문제를 처음 제기해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소하는 검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좁혀 기재하려 하지만, 그 개괄적 기재가 실제로 방어권을 침해하는지는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반대로 특정성을 다투는 피고인 입장에서도 이를 다투는 것이 무죄를 곧바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공소기각이 되어도 재기소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공소사실 특정 여부를 다투는 사건과, 반대로 개괄적 기재가 불가피한 사건에서 검사 측 증거 구성을 반박해야 했던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이 문턱 하나에서 사건 전체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공소장을 받고 날짜와 장소가 애매하다고 느껴진다면, 그 느낌이 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때이며,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소장에 “8월 중순경”처럼만 나와 있으면 무효인가요?
A. 곧바로 무효는 아닙니다. 그 시기가 공소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폭이고, 범죄의 특성상 더 좁히기 어려웠다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무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특정이 안 되면 법원은 실체 판단 없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합니다. 무죄와는 다르며, 공소시효가 남아 있으면 검사가 다시 기소할 수 있습니다.
Q. 포괄일죄로 기소되면 매 회차의 날짜를 다 기억해야 방어할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전체 범행의 시기·종기·방법·피해액 합계가 명확하면 개별 회차가 다 특정되지 않아도 기소는 유효합니다. 방어도 전체 틀을 중심으로 준비하면 됩니다.
Q. 장소가 관할과 다르게 적혀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장소는 토지관할을 가늠할 수 있는 정도로만 기재되면 충분합니다. 다만 그 기재로 관할이 전혀 특정되지 않는다면 관할 위반을 다툴 여지가 있으니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Q. 공소기각이 되면 그걸로 사건이 끝나나요?
A. 아닙니다. 공소기각은 절차상 판단일 뿐 실체 판단이 아니므로,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면 검사가 특정 요건을 보완해 다시 기소할 수 있습니다.
Q. 변호인에게 특정성 부족을 주장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날짜가 없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기재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방어, 예를 들어 알리바이 증명이나 반박증거 제출이 불가능해졌는지를 정리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Q. 미성년 피해자가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는 성범죄 사건도 마찬가지인가요?
A. 같은 법리가 적용됩니다. 피해자 진술의 특성상 정확한 일시 특정이 어렵고 그 개괄적 기재가 방어권 행사를 막지 않는다면, 법원은 특정성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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