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항변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사건의 실체보다 이 항변 하나에 사건 전체를 걸다시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그때는 화가 나서 그런 거지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 “장난으로 한 행동이었을 뿐 성희롱할 마음은 없었다”는 말로 사건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 단계에서도 이런 취지로 진술하면 혐의를 벗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정작 재판에 가면 그 주장만으로는 결론이 바뀌지 않는 사례를 훨씬 더 많이 보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성립 요건에 관해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없어도 추행의 고의만 있으면 죄가 성립한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 실제로 의미를 갖는 범죄도 따로 있다는 점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 왜 강제추행죄 재판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지, 반대로 그 주장이 실제로 통하는 범죄는 무엇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강제추행죄는 성적 만족을 노릴 목적이 없어도 성립합니다
추행 여부는 성욕을 채우려는 목적이 아니라 ‘추행의 고의’만으로 판단됩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문에는 ‘추행’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아, 그 기준은 오랜 기간 판례로 축적되어 왔습니다. 대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많은 피고인이 “성욕을 채우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만 밝히면 무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런 목적을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해서 확인해 왔습니다.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856 판결).
이 판결의 사안 자체가 좋은 예입니다.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의 머리채를 잡아 폭행하자, 피고인이 보복의 의미로 피해자의 입술·귀·유두·가슴을 입으로 깨문 사안이었습니다. 원심은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그 목적의 유무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였다면 추행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보복하려던 것일 뿐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항변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성욕을 채우려는 목적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강제추행죄 성립을 막을 수 없습니다.
2. 법원은 이유가 아니라 실제로 한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피해자의 의사·행위태양·정황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확립된 기준입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추행인지를 판단할까요. 대법원은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행위자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행위가 무엇이었는지를 중심으로 보는 판단구조입니다.
최근에는 이 기준이 의료행위처럼 겉보기에 ‘정당한 목적’이 있는 신체접촉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대법원이 다시 확인했습니다.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제추행죄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는 고의만으로 충분하고, 그 외에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5. 6. 5. 선고 2022도9676 판결).
이 판결은 한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가슴과 음부를 손가락으로 눌러 문제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진료행위조차 사전 설명과 동의, 간호사 입회 등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치료라는 그럴듯한 목적이 있었던 경우조차 이렇게 판단하는데, 애초에 내세울 목적조차 없는 사건에서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 통할 여지는 그만큼 더 적습니다.
법원은 행위자가 내세우는 목적이 아니라,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어떻게 보이는지를 기준으로 추행 여부를 판단합니다.
3. 성적 목적을 요건으로 하는 범죄와 강제추행죄는 전혀 다릅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처럼 ‘목적’이 요건인 범죄와 강제추행죄는 성립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그렇다고 “성적 의도”가 형사재판에서 아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성폭력처벌법에는 애초에 ‘성적 목적’을 구성요건으로 못 박은 범죄들이 있습니다.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글·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시킨 경우에 성립하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행위(같은 법 제12조)도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을 조문에 그대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범죄에서는 그 목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실제로 무죄 논리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무나 업무를 둘러싼 갈등 중에 격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면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문제될 수는 있어도, 성적 욕망을 유발·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없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자체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죄는 이런 목적범과 성립구조가 다릅니다. 목적범은 검사가 그 목적까지 입증해야 하지만, 강제추행죄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추행이라는 행위를 했다는 고의만 입증되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항변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사건에서는 무죄를 다투는 논리로 쓰일 수 있어도, 강제추행죄 사건에서는 애초에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쟁점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4. 피해자와의 관계·연령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친족관계·피해자 연령에 따라 강제추행죄 형량은 5년 이상 유기징역까지 뛰어오릅니다.
강제추행죄의 기본형은 형법 제298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그런데 피해자와의 관계나 연령에 따라 성폭력처벌법이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어 형량이 크게 뛸 수 있습니다.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제추행을 한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고,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강제추행은 같은 법 제7조 제3항에 따라 역시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됩니다. 두 경우 모두 단순 강제추행죄와 달리 벌금형 선고 자체가 불가능한 구간입니다.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항변으로 성립 자체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결국 다투어야 할 지점이 양형 단계로 옮겨간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어야 합니다. 초범인지, 피해자와의 관계가 정리됐는지, 진지한 반성과 재범방지 노력이 있었는지 등이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 진술과 정황 정리가 사건 전체 방향을 좌우합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피해자 조사 → ②피의자(피고소인) 소환·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안이 친족관계·13세 미만 등 가중처벌 구간에 해당한다면 구속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생각만으로 조사에 임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황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당시 정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문자·CCTV 등 확인 가능한 자료를 먼저 특정합니다.
피해자와의 관계, 그 자리에 이르게 된 경위, 접촉이 이뤄진 신체 부위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합니다.
수사기관에서 처음 진술할 내용과 그 근거자료가 서로 어긋나지 않는지 변호사와 함께 미리 점검합니다.
이러한 정리가 끝난 뒤에야 강제추행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와 함께 초기 대응 방향, 즉 혐의 자체를 다툴지 행위태양이나 정황을 다툴지를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성범죄로 조사를 받게 되면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사실 하나에 매달리다가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감정적으로 사건을 설명하기보다, 행위태양과 경위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통화·문자 기록, 목격자, 현장 상황에 대한 기억이 구체적일수록 진술의 신빙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쪽에서도 “의도가 없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행위 자체가 객관적으로 어떻게 보였는지, 그 경위가 어땠는지를 정리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를 앞세우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사 초기에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진술했는데, 이 진술이 불리하게 쓰일 수 있나요?
A. 목적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강제추행죄 성립을 막지 못한다는 점이 우선 문제입니다. 오히려 그 진술이 행위 자체는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읽힐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Q. 장난이나 친밀감 표현이었다는 주장은 통하나요?
A. 통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장난이었다는 주장만으로는 결론이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 범죄도 있나요?
A. 있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나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행위처럼 법률이 ‘성적 욕망 유발·만족 목적’을 구성요건으로 정한 범죄에서는, 그 목적이 없었다는 사정이 실제로 무죄를 다투는 논리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Q. 의료행위처럼 정당한 목적이 있었던 경우도 추행이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진료행위라도 사전 설명과 동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정당한 목적의 존재만으로 자동으로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Q. 친족이나 13세 미만 피해자와 관련되면 형량이 얼마나 달라지나요?
A. 크게 달라집니다. 기본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친족관계이거나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각각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하한이 정해져 벌금형 선고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어떤 사실을 인정하고 어떤 부분을 다툴지가 사건 전체 방향을 결정하고, 가중처벌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미리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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