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하철이나 회식 자리처럼 사람이 밀집한 공간에서 순간적으로 신체를 접촉했다가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에는 “때리거나 위협한 것도 아니고, 그냥 스치듯 만진 것뿐인데 무슨 죄가 되겠느냐”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소홀히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고소장이 접수되고 조사가 시작되면, “폭행이나 협박을 한 사실이 없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그 접촉 행위 자체가 범죄의 핵심 요건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이 반드시 추행에 앞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행위로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죄에 포함된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기습추행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폭행행위 자체가 어떻게 추행으로 인정되는지, 그리고 혐의를 받고 있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강제추행죄에는 폭행 후 추행하는 유형과 폭행 자체가 추행인 유형이 있습니다
기습추행형은 폭행행위와 추행행위가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행위로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판단합니다. 첫째는 상대방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 별도로 추행행위를 하는 ‘폭행·협박 선행형’이고, 둘째는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기습추행형’입니다.
선행형에서는 폭행·협박과 추행이 시간적으로 분리된 두 개의 행위이지만, 기습추행형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신체를 갑자기 움켜쥐거나 쓰다듬는 행위는, 그 자체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폭행)이면서 동시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추행)입니다. 두 요건이 한 번의 동작 안에서 함께 충족되는 것입니다.
이 법리는 1983년 대법원 판결에서 처음 확립된 이래 40년 넘게 반복적으로 확인돼 온 확고한 판례 법리입니다. 실제 강제추행 사건의 상당수가 기습추행형에 해당하는 이유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우연히 마주치거나 순간적으로 접촉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습추행에서는 폭행과 추행이 별개의 두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접촉 행위 안에 함께 들어 있습니다.
2. 힘의 세기가 약하더라도 의사에 반하는 접촉이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폭행 자체가 추행’이라는 말은 저항을 억누를 정도의 힘이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선행형 강제추행에서는 폭행이나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인지가 문제 됩니다. 그러나 기습추행형은 다릅니다. 대법원은 기습추행의 경우 추행행위와 동시에 저질러지는 폭행행위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일 필요가 없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세기와는 무관하게 인정된다고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된다. 특히 기습추행의 경우 추행행위와 동시에 저질러지는 폭행행위는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의 볼에 갑자기 입을 맞추고, 피해자가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음에도 허벅지를 쓰다듬었습니다. 원심은 무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강하게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추행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법리의 뿌리가 되는 대법원 1983. 6. 28. 선고 83도399 판결도 같은 기준을 처음 제시한 바 있고, 이후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에서도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행 자체가 추행이다’라는 말은, 저항을 억누를 만큼 강한 힘이 아니라 의사에 반하는 접촉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3. 어깨를 주무르거나 옷 위로 스치는 정도도 기습추행으로 인정된 사례가 많습니다
대법원이 기습추행으로 인정한 사례는 생각보다 접촉의 정도가 가볍습니다.
대법원이 기습추행으로 인정한 구체적인 행위 유형을 보면, 피해자의 옷 위로 엉덩이나 가슴을 쓰다듬는 행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어깨를 주무르는 행위(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4도52 판결), 교사가 여중생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비비거나 귀를 쓸어 만지는 행위 등이 포함됩니다. 어느 경우든 폭행이라고 부를 만한 별도의 힘이 동원되지는 않았지만, 그 접촉 자체가 추행으로 인정됐습니다.
다만 모든 접촉이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신체가 닿은 경우처럼 고의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로 보기 어려운 상황은 여기서 제외됩니다.
한편 대중교통이나 공연장처럼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의 신체 접촉은 강제추행 대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의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가 적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제추행죄보다 형이 낮지만, 별도의 폭행·협박 요건 자체를 요구하지 않고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행위만 있으면 성립한다는 점에서 기습추행과는 또 다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접촉 장소와 상황에 따라 두 죄 중 어느 것이 적용되는지가 달라지므로, 이 구분이 방어 전략에서 중요한 지점이 됩니다.
접촉의 세기가 약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기습추행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고, 장소와 상황에 따라 적용 법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강제추행죄는 기습추행이라도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가능한 중한 범죄입니다
폭행 선행형이든 기습추행형이든 형법 제298조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기습추행이든 폭행·협박 선행형이든 이 조문이 그대로 적용되며, 시도에 그친 경우에도 형법 제300조에 따라 미수범으로 처벌됩니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13세 이상 16세 미만인데 19세 이상의 성인이 가해자인 경우에는 형법 제305조에 따라 강제추행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별도의 가중 요소가 더해지고, 피해자가 친족관계에 있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 특수한 방법을 이용한 경우 등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형이 한층 무거워집니다.
또한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폭행·협박 선행형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상대방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완화했습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원래도 기준이 낮았던 기습추행형과의 간극이 줄어든 것으로, 전반적으로 강제추행이 인정되는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기습추행이라는 이유로 형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강제추행 인정 범위는 최근 판례에서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에 확보하는 자료가 기습추행 여부를 다투는 데 결정적입니다.
기습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피해자·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안에 따라 구속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기습추행 사건에서는 접촉의 경위와 당시 상황을 정확히 재구성하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혐의를 받고 있거나 반대로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한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CCTV나 목격자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접촉 전후의 대화 내용, 문자메시지, 거부 의사를 표시한 기록이 있는지 정리합니다.
접촉 장소가 대중교통 등 밀집 장소인지 일반적인 공간인지에 따라 적용될 수 있는 죄명과 형량을 구분해 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습추행·강제추행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혐의의 성립 여부부터 적용 법조, 이후 대응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기습추행 의심을 받거나 반대로 피해를 당했다고 느꼈을 때,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당한 쪽 입장에서는 “별일 아니었을 것”이라는 주변의 반응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기도 하지만, 접촉 당시 상황과 거부 의사를 표시한 기록을 최대한 빨리 정리해두는 것이 이후 조사와 재판 모두에서 중요합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게 된 쪽 입장에서도 “세게 만진 것도 아니고 잠깐이었다”는 항변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접촉이었는지,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기습추행을 포함한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자를 대리한 사건과 혐의를 받는 분을 변호한 사건 양쪽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접촉의 경위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살짝 스치기만 했는데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기습추행형에서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힘이 필요하지 않고, 의사에 반하는 접촉이면 힘의 세기와 무관하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폭행이나 협박을 한 적이 없는데 왜 강제추행죄가 적용되나요?
A. 기습추행형에서는 접촉 행위 자체가 폭행이면서 동시에 추행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별도의 폭행·협박 행위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Q. 지하철에서 사람들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몸이 닿은 경우도 처벌되나요?
A. 고의성이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로 보기 어려운 불가피한 접촉은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접촉이 반복되거나 특정 부위를 의도적으로 만졌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상대가 그 자리에서 바로 항의하지 않았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즉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추행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기습추행과 공중밀집장소추행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기습추행은 형법상 강제추행죄(10년 이하 징역)의 한 유형이고, 공중밀집장소추행은 성폭력처벌법 제11조에 따른 별도의 죄(3년 이하 징역)입니다. 접촉 장소와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시도만 하고 미수에 그친 경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됩니다. 형법 제300조는 강제추행죄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접촉 당시 상황을 어떻게 진술하느냐가 기습추행 여부를 다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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