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합성물을 만들었지만 아직 아무에게도 보내지 않았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습니다. 실제로 2024년 개정 전까지는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편집·합성죄가 성립하려면 '반포할 목적'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이 목적 요건이 통째로 삭제되어, 이제는 유포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도 편집·합성 행위 자체만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개정 전후 조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떤 행위가 이 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만들기만 한 경우와 실제로 퍼뜨린 경우의 처벌 수위가 어떻게 다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허위영상물 편집·합성죄 — 반포 목적 요건이 삭제된 2024년 개정
2020년 신설 당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 제1항은 사람의 얼굴·신체·음성을 성적인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하는 행위를 처벌하면서도, 그 앞에 '반포할 목적으로'라는 요건을 붙여두고 있었습니다. 가지고 있기만 할 생각으로 만들었다면 이 조항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웠고,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피의자가 "유포할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하면 목적을 입증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 결과 딥페이크 합성물을 실제로 만들어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 적발되더라도, 반포 의사를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 공백이 생기는 구조였습니다.
이 문제를 겨냥해 개정된 현행 조문은 목적 요건을 아예 들어냈습니다. 현행 제14조의2 제1항은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영상물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반포할 목적이 있는지는 더 이상 이 죄의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개정 전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한도 함께 올라간 것이어서, 목적 요건 삭제와 법정형 상향이 같은 개정에서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구성요건을 단순화한 배경에는 딥페이크 합성 자체가 피해자에게 주는 위험이 실제 유포 여부와 무관하게 크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합성물을 만들어 본인 휴대전화나 클라우드에 저장해 두는 행위만으로도 언제든 유포로 이어질 잠재적 위험이 존재하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 존재 자체가 심각한 공포와 수치심을 유발합니다. 국회가 목적 요건을 없앤 것은 이런 잠재적 위험을 처벌 단계에서부터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정법 시행 이후로는 '반포할 목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더는 무죄 항변이 되지 못한다 —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한 순간 범죄는 이미 완성된다.
만들기만 했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 — 구성요건 세 가지
제14조의2 제1항이 성립하려면 크게 세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첫째는 '대상자'가 실존하는 특정 인물로 식별 가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조문이 말하는 촬영물·영상물·음성물은 사람의 얼굴·신체·음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야 하므로, 애초에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이미지라면 이 조항이 상정하는 피해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둘째는 편집·합성·가공 행위와 그 결과물의 형태입니다. 얼굴 사진을 다른 사람의 나체나 성행위 장면에 합성하는 경우가 전형적이지만, 반드시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일 필요는 없습니다. 속옷 차림이나 신체 노출 정도를 인위적으로 편집한 경우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안에서 그 이미지가 객관적으로 주는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셋째는 그 편집이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야 한다는 점인데, 실무상 사전에 명시적으로 합성 동의를 받아두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이 요건은 대부분 어렵지 않게 인정되는 편입니다.
대상자 특정 — 얼굴·신체·음성으로 실존 인물임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함.
편집·합성·가공 —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했는지가 판단 기준.
의사에 반함 — 대상자가 사전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면 대체로 인정됨.
"장난으로 만들었다", "저장만 하려 했다"는 진술은 목적을 다투는 항변일 뿐, 세 가지 구성요건 자체를 부정하는 방어논리가 되지 못한다.
AI 합성 앱으로 만든 딥페이크, 특정 가능성이 관건이다
실제로 문제 되는 사례의 전형적인 패턴은 SNS나 메신저 프로필에 올라온 지인의 사진을 내려받아, 딥페이크 합성 앱이나 텔레그램 봇에 넣어 성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만든 결과물을 누구에게도 전송하지 않고 본인 휴대전화에만 저장해 두었더라도, 앞서 본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제1항의 편집·합성죄가 그대로 성립합니다. 특정 대상 없이 막연히 '예쁜 얼굴을 만들어 달라'는 식으로 AI에 요청해 나온 결과물이 실존 인물과 무관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실제 사건 대부분은 처음부터 특정인의 얼굴 사진을 입력값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 요건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조문 문언을 엄격히 따지면, 얼굴 등이 누구인지 전혀 특정되지 않는 순수 가상의 합성 인물이라면 제14조의2가 상정하는 '대상자' 자체가 없어 이 조항의 적용 범위 밖에 놓일 수 있다는 논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처벌 공백이 완전히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합성된 인물이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형태라면 실존 인물 여부와 무관하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가 정한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죄가 적용될 수 있고, 이 조항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제14조의2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즉 딥페이크 합성물이 문제 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누구의 얼굴을 썼는가"입니다. 실존하는 특정인의 사진을 사용했다면 제14조의2, 대상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이미지라면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함께 검토되며, 두 법 모두 목적이나 유포 여부와 무관하게 제작·편집 행위 자체를 처벌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딥페이크가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했는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진다.
제작·반포·소지, 처벌 수위는 어떻게 다른가
같은 조문 안에서도 행위 단계에 따라 법정형이 나뉘어 있습니다. 제작 단계인 편집·합성 행위와 이를 실제로 퍼뜨리는 반포 행위의 법정형이 조문상 같다는 점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제1항 편집·합성·가공(제작) —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제2항 반포등(유포·판매·임대·제공·전시·상영) —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제3항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반포 — 3년 이상의 유기징역(가중).
제4항 소지·구입·저장·시청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제5항 상습범(제1항~제3항) — 정해진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소지·시청(제4항)은 상습가중 대상에서 제외.
조문상 법정형만 보면 만들기만 한 경우와 실제로 퍼뜨린 경우가 똑같이 7년 이하 징역으로 묶여 있지만, 실무 양형에서는 결과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유포 범위가 넓을수록, 피해자가 여러 명이거나 실제로 피해가 확산되었을수록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제작에 그치고 실제 유포가 없었던 경우는 피해 확산 정도라는 가중요소가 빠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형이 선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조문상 상한이 같다는 전제 아래의 상대적 차이일 뿐, 제작만 했다고 해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작만 한 경우와 실제로 퍼뜨린 경우의 법정형은 조문상 똑같이 7년 이하 징역이지만, 실무 양형에서는 유포 범위와 피해 확산 정도가 형량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삭제해도 소용없다 — 디지털포렌식과 고의 입증
수사 실무에서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PC·클라우드 계정을 디지털포렌식으로 이미징해 삭제된 파일까지 복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성물을 만든 뒤 곧바로 삭제했다고 해서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며, 앱 사용 이력이나 검색 기록, 메신저 대화 내용까지 함께 복원되면 오히려 편집 시점과 경위를 입증하는 자료로 쓰입니다.
피의자 쪽에서 흔히 나오는 항변은 "AI가 자동으로 만들어 준 것이라 몰랐다", "다른 사람이 보낸 파일을 저장만 했을 뿐"이라는 식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진술을 편집 이력, 앱 접속 로그, 이미지 생성 과정에서 남는 메타데이터 등 객관적 자료와 대조해 고의 여부를 판단합니다. 특정인의 사진을 직접 입력값으로 골라 넣고 합성을 실행한 이력이 확인되면, 몰랐다는 진술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대상자의 의사에 반했는지도 마찬가지로, 사전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쪽이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편집 이력과 앱 사용 기록은 삭제해도 복구되는 경우가 많아, '지웠으니 괜찮다'는 판단은 수사 단계에서 그대로 뒤집히기 쉽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여러 명일 때 — 가중되는 처벌
대상자가 아동·청소년이거나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형태라면 앞서 본 대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가 함께 검토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올라갑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가 7년 이하 징역인 것과 달리 아청법 제11조 제1항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법정형 하한으로 두고 있어, 같은 편집·합성 행위라도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처벌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상자가 여러 명이거나 같은 행위를 반복해 온 경우도 가중 요소입니다. 제작·반포를 상습적으로 저질렀다면 제5항에 따라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고, 상습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피해자 수만큼 별개의 범죄가 성립해 실체적 경합범으로 형량이 늘어납니다. 수사기관이 압수한 저장매체에서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합성물이 함께 발견되는 경우, 이 부분이 양형에서 특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 초기 대응이 형량을 가른다
딥페이크 관련 수사는 압수수색이나 출석요구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이 시점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이후 절차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임의로 진술을 정리하기 전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조사받을 진술의 범위와 순서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압수된 자료를 바탕으로 검찰이 어떤 혐의를 구성하려는지 파악한 뒤 대응 방향을 잡아야, 불필요하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제작에 그치고 실제 유포가 없었던 사안이라면 이 점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는 것이 양형에 의미가 있고, 피해자와의 합의나 진지한 반성 자료를 준비하는 것도 실무상 고려되는 요소입니다. 다만 대상자가 미성년자이거나 다수인 경우처럼 가중 요소가 있는 사안에서는 합의만으로 처벌 수위를 크게 낮추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므로, 사안의 구조를 초기에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압수수색·출석요구 단계에서 진술 전 변호인 조력부터 구할 것.
제작에 그쳤는지, 저장·공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스스로 먼저 파악해 둘 것.
대상자가 미성년자인지, 여러 명인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대응 전략이 달라짐을 염두에 둘 것.
자주 묻는 질문
Q. 만들기만 하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어도 처벌되나요?
A. 네. 2024년 개정으로 반포 목적 요건이 삭제되어, 대상자를 특정할 수 있는 촬영물등을 그 의사에 반해 성적인 형태로 편집·합성한 것만으로 제14조의2 제1항이 성립합니다. 유포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는 요소일 뿐, 무죄 사유는 아닙니다.
Q. 개정법 시행 전에 만든 합성물도 새 기준으로 처벌되나요?
A. 원칙적으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당시의 법률에 따르므로, 개정법 시행 전에 만든 행위는 반포 목적 요건이 남아 있던 개정 전 조문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그 이후에도 계속 소지하거나 새로 반포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그 시점의 행위에는 현행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Q. 특정 인물이 아니라 AI가 만든 가상의 얼굴이면 처벌되지 않나요?
A. 실존 인물로 식별되지 않는 순수 가상 이미지라면 제14조의2가 정한 '대상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 조항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이미지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형태라면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제작죄가 별도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동의해서 만든 합성물을 나중에 유포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편집 당시에는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그 이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반포하면 제14조의2 제2항 후단에 따라 반포 시점을 기준으로 처벌됩니다. 만들 때의 동의가 이후 유포까지 정당화해주지는 않습니다.
Q. 직접 만들지 않고 소지만 했어도 처벌되나요?
A. 네. 제14조의2 제4항은 제1항·제2항의 편집물등이나 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직접 제작하지 않고 전달받아 가지고 있기만 했어도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초범이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유포 여부·피해자 수·피해 확산 정도·합의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형량이 정해집니다. 제작에 그치고 유포가 없었던 초범이라면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고려될 수 있지만, 사안마다 구조가 달라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맺음말
딥페이크 합성물을 둘러싼 처벌 기준은 2024년 개정으로 크게 넓어졌습니다. 반포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한 편집·합성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들기만 했다는 사정이나 곧바로 삭제했다는 사정은 목적을 다투는 항변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디지털포렌식으로 복구된 자료가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이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 수사 초기 대응을 세울 때 무엇을 쟁점으로 삼아야 하는지도 분명해집니다. 대상자가 특정 가능한 실존 인물인지, 미성년자로 인식될 수 있는지, 제작에 그쳤는지 유포까지 나아갔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처벌 수위가 달라지므로, 사안의 구조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인계동이나 수원지검 관할 사건처럼 초기 수사 단계에서부터 진술 방향이 형량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진술 전에 먼저 상황을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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