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면접을 보러 갔다가 면접관으로부터 원치 않는 신체접촉이나 성적인 언동을 겪었는데도, 아직 정식으로 채용되지 않은 처지라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지레 포기하는 지원자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 대법원의 판단은 정반대입니다. 채용 절차에서 지원자의 합격 여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지위를 이용해 추행했다면, 정식 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이 글에서는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의 범위가 왜 채용 면접 단계까지 넓어지는지, 폭행이나 협박 없이도 처벌되는 '위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실제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업무상위력 추행죄란 — 성폭력처벌법 제10조의 구조와 법정형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조문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성립요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로 인한 보호·감독 관계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관계에서 비롯된 위계 또는 위력을 수단으로 추행 행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추행한 경우를 별도로 규정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 처벌합니다.
이 죄가 일반 강제추행죄와 구별되는 지점은 수단입니다.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반면, 업무상위력 추행죄는 폭행·협박이 전혀 없어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지위나 권세, 즉 '위력'만으로 성립합니다. 법정형은 오히려 강제추행죄(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낮게 설계되어 있지만, 그만큼 처벌의 문턱은 낮습니다. 물리력을 쓰지 않고도 관계의 우위만으로 상대의 자유의사를 억누를 수 있다는 점을 법이 별도로 규율하는 것입니다.
업무상위력 추행죄는 폭행·협박이 아니라 관계의 우위, 즉 '위력'만으로 성립한다는 점에서 일반 강제추행죄와 처벌의 문턱 자체가 다르다.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의 범위 — 채용 절차의 지원자도 포함되는 이유
조문만 보면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이 이미 채용되어 상하관계에 놓인 직장 내 근로자만을 가리키는 것처럼 읽히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5646 판결은 이 범위를 명확히 확장했습니다. 판결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는 직장 안에서 보호 또는 감독을 받거나 사실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상황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아직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지원자라도, 합격 여부를 좌우할 권한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실질적으로 그 사람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 법리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기존 판례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미 형법 제303조 업무상위력등에의한간음죄와 관련해 대법원 1976. 2. 10. 선고 74도1519 판결, 대법원 2001. 10. 30. 선고 2001도4085 판결 등을 통해 '직장 안에서 사실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상황'까지 보호대상으로 인정해 왔습니다. 2020도5646 판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직 근로관계가 성립하기 전 단계인 채용 절차까지도 같은 논리를 적용한 것입니다. 채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 사람과 그 결정을 기다리는 구직자 사이에는, 정식 고용관계 못지않은 사실상의 권력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점을 법원이 정면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정식 근로계약 체결 여부는 성립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다.
채용 합격·불합격을 좌우할 실질적 권한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면접관·채용 담당자뿐 아니라 인사권에 사실상 관여하는 사람도 포함될 수 있다.
폭행·협박 없이 성립하는 '위력'의 의미와 판단기준
많은 사람이 '위력'을 물리적인 힘으로만 오해하지만, 판례가 말하는 위력의 개념은 훨씬 넓습니다. 2020도5646 판결은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고 폭행·협박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필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즉 실제로 지원자가 겁에 질리거나 저항을 포기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가해자가 그런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위력 인정의 근거가 됩니다.
그렇다고 채용권한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위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도2506 판결과 대법원 2019. 9. 9. 선고 2019도2562 판결은 위력으로써 추행했는지를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모습,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예컨대 면접이 끝난 뒤 사적인 자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거기서 신체접촉이 발생했다면, 그 자리로 옮겨간 경위와 합격 여부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 등이 위력 인정 여부를 가르는 핵심 정황이 됩니다.
위력은 폭행·협박이 없어도, 그리고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현실적으로 제압되지 않았어도 인정될 수 있다 — 관계의 우위 자체가 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실제 판례로 본 적용 —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벌어진 사건
2020도5646 판결의 사실관계는 채용 면접 상황에서 이 법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편의점을 운영하던 피고인은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를 채용을 빌미로 주점으로 불러내 의사를 확인하는 등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고, 피해자에게도 자신의 신체를 만지게 했습니다. 원심과 대법원은 모두 피고인이 채용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고 추행했다고 판단해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피고인이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한 강압적 언행을 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면접이라는 명목으로 피해자를 불러내고, 채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피해자로 하여금 자리를 거절하거나 이탈하기 어렵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위력'을 인정했습니다. 채용을 앞둔 구직자가 면접 장소나 방식이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합격에 대한 기대 때문에 요구에 응하게 되는 심리적 압박 상태를, 판례는 실질적인 위력 행사의 결과로 본 것입니다.
간음까지 나아가면 형법 제303조 — 추행과의 구분·법정형 차이
업무상 위력 관계를 이용한 성범죄는 행위 태양에 따라 적용 조문이 달라집니다.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에 그친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0조가,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성교)까지 나아간 경우에는 형법 제303조 업무상위력등에의한간음죄가 적용됩니다. 형법 제303조 제1항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해, 추행죄보다 훨씬 무거운 법정형을 두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자가 그 사람을 간음한 경우를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합니다.
두 조문이 요구하는 '보호·감독 관계'와 '위력'의 개념 자체는 공통됩니다. 실제로 2020도5646 판결이 인용한 74도1519, 2001도4085 판결은 모두 형법 제303조 간음죄에 관한 것으로, 채용 절차까지 보호대상을 넓힌 2020도5646 판결의 법리 역시 간음 사안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채용 면접 중인 구직자를 상대로 한 행위가 신체접촉에 그쳤는지 성교에까지 이르렀는지에 따라 죄명과 형량이 갈릴 뿐, '채용 절차의 영향력'이 보호·감독 관계를 구성한다는 전제 자체는 두 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리입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검토할 수 있는 민사·행정적 구제
업무상위력 추행은 형사처벌 대상인 동시에, 그와 별개로 민사·행정적 구제 수단도 함께 검토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는 "근로자"를 "사업주에게 고용된 사람과 취업할 의사를 가진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어, 아직 채용되지 않은 구직자도 이 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됩니다. 같은 조 제2호가 정한 '직장 내 성희롱' 관련 규정과 연계하면, 채용 과정에서 발생한 성적 언동에 대해서도 사업주를 상대로 한 문제 제기나 고용노동부 진정 등 행정적 구제 경로를 별도로 검토할 여지가 생깁니다.
형사고소와 무관하게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합니다. 가해자의 고의로 인한 위법행위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이는 형사처벌 여부와 별도로 진행되는 절차입니다. 실무적으로는 형사 고소·수사를 먼저 진행해 유죄 판단이나 수사 결과를 확보한 뒤, 그 자료를 민사소송의 증거로 활용하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다만 형사 절차의 결론을 기다리지 않고 민사소송을 먼저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피해자의 상황과 증거 확보 정도에 따라 순서를 정하면 됩니다.
구직자·채용권한자가 각각 챙겨야 할 실무 포인트
피해를 입은 구직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 당시의 정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남겨두는 일입니다. 본인이 대화 당사자인 통화나 대면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상 문제없이 녹음할 수 있고, 채용 공고 캡처, 면접 일정을 조율한 문자·메신저 기록, 면접 장소가 통상적인 사무공간이 아니었다면 그 경위를 보여주는 자료까지 모아두면 위력 판단에 유리한 정황증거가 됩니다. 피해 직후의 심리 상태를 상담 기록이나 지인과의 대화로 남겨두는 것도 추행 사실과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채용권한을 가진 입장에서도 유의할 지점이 있습니다. 면접은 사무실 등 공개된 업무공간에서, 근무시간 내에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면접을 이유로 한 개인적 연락이나 만남으로 자리를 옮기는 관행 자체가, 훗날 위력 판단의 정황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채용 여부를 빌미로 한 발언이나 사적인 만남 제안은 그 의도와 무관하게 위력 행사로 해석될 위험이 있으므로, 평가 절차와 사적 관계를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본인이 참여한 대화·통화 녹음, 채용 공고·연락 기록은 위력 판단의 핵심 증거가 된다.
면접 장소·시간이 통상적이지 않았다면 그 경위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채용권한자는 평가 절차와 사적 만남을 엄격히 분리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식으로 채용되지 않은 면접 단계에서도 업무상위력 추행죄가 성립하나요?
A. 네,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0도5646 판결은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지원자도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포함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정식 근로계약 체결 여부가 아니라 채용 여부를 좌우할 실질적 권한이 있었는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Q.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는데도 위력으로 인정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판례상 위력은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하며,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현실적으로 제압될 필요도 없습니다. 채용 여부를 결정할 지위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력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Q. 면접관이 아니라 인사담당 실무자가 그랬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직급이나 직함이 아니라 채용 절차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였는지가 기준입니다.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더라도 합격 여부에 사실상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였다면 보호·감독 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Q. 신체접촉 없이 성적인 말만 했다면 처벌 대상이 아닌가요?
A. 추행은 반드시 신체접촉이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언동의 내용과 정황에 따라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로 넓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개별 사안마다 정도와 맥락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므로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합니다.
Q. 형사고소 외에 다른 구제 수단도 있나요?
A. 네. 남녀고용평등법상 '근로자'에는 취업할 의사를 가진 구직자도 포함되어 있어 고용노동부 진정 등 행정적 구제를 검토할 수 있고,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도 형사절차와 별개로 가능합니다.
Q. 공소시효는 어떻게 되나요?
A. 성인 피해자를 기준으로 하면 이 죄의 법정형(3년 이하 징역)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5호가 정한 5년의 공소시효가 원칙적으로 적용됩니다. 다만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이른 날부터 새로 진행됩니다.
맺음말
업무상위력 추행죄는 정식 채용 여부가 아니라, 상대의 자유의사를 제약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위와 관계에 방점이 있습니다.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상대가 아직 지원자 신분이라 하더라도 성폭력처벌법 제10조가 정한 보호·감독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입장입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도 '아직 채용되지 않았으니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고 단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채용 권한의 유무와 범위, 면접이 이뤄진 경위와 장소, 구체적인 행위 모습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위력 해당 여부가 갈립니다. 수원지검이나 관할 경찰서에서 이런 사건을 다루다 보면,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해 두었는지가 이후 수사와 재판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채용 면접 과정에서 이런 상황을 겪었거나, 반대로 억울하게 고소를 당한 입장이라면 사실관계를 정리해 초기 단계부터 법률 조력을 받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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