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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조각나 있는데 진술이 일관돼야만 인정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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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조각나 있는데 진술이 일관돼야만 인정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폭력·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최초 신고 때와 이후 조사·재판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이유만으로, 그 진술 전체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사건 중에는 “피해자 진술이 조사받을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방어 전략을 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재판이 진행되면, 시간 순서나 사소한 표현이 조금 달라졌다는 사정만으로는 법원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부정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피해자 등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세부 사항의 완벽한 일치가 아니라 주요한 부분의 일관성과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인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기억이 조각나 있거나 진술이 다소 달라진 경우에도 신빙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반대로 신빙성이 실제로 흔들리는 경우는 어떤 때인지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기억이 뒤섞여 있어도 진술의 신빙성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진술의 세부 사항이 사진처럼 정확히 일치하는지가 아니라,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합리적인지를 봅니다.

강력범죄나 성폭력 사건을 겪은 직후에는 시간의 흐름, 정확한 문장, 사소한 정황까지 순서대로 기억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뇌가 사건의 핵심적인 경험을 우선 저장하고, 지엽적인 세부 사항은 흐릿하게 남거나 뒤죽박죽으로 재구성되는 경향이 실무에서도 자주 확인됩니다.

그런데도 수사기관이나 상대방 측에서는 “처음 진술할 때와 지금 말이 다르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진술 전체를 믿을 수 없다고 몰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요구되는 것이 세부 사항의 완벽한 일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습니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즉 사건의 핵심이 되는 경위, 다시 말해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위를 했는지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면, 발생 시각이나 대화의 정확한 순서 같은 지엽적인 부분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사정만으로 신빙성이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기억이 조각나 있다는 사정 자체는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2. 성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까지 법원이 함께 살펴야 합니다

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일반 범죄와는 다른 피해자의 대처 양상을 이해하고 진술을 평가해야 합니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일반 범죄 피해자와 다른 이유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보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피해 사실이 알려졌을 때 겪을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사건 자체로 인한 정신적 충격, 가해자와의 관계 등이 그 배경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재판 과정에서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이 판시는 단순히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진술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 자체가 경험칙에 어긋난다는 취지입니다. 신고가 다소 늦었다거나, 조사 과정에서 진술의 표현이 조금씩 정리되어 갔다는 사정만으로 신빙성을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일반적인 범죄 피해자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신빙성을 낮추는 근거가 아닙니다.


3. 다만 핵심 사실관계 자체가 흔들리거나 객관적 정황과 어긋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신빙성이 흔들리는 것은 표현의 차이가 아니라, 범행의 핵심 경위나 결정적 정황이 진술마다 달라질 때입니다.

법원이 지엽적인 불일치를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불일치가 용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범행이 있었는지 자체, 가해자가 누구인지, 폭행·협박이 어떤 방식으로 있었는지처럼 사건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에서 진술이 오갈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최초 112 신고 내용이나 상담기관 상담일지, 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 사건 직후의 기록과 이후 수사기관 진술이 핵심 사실관계에서 정면으로 배치된다면, 아무리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신빙성을 그대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또한 진술 내용이 CCTV 영상, 통신기록, 병원 진단서 등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과 모순되는지, 그리고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 예컨대 금전 문제나 이전의 갈등 관계가 있는지도 함께 검토됩니다. 핵심 사실관계의 일관성,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허위 진술 동기의 부존재, 이 세 가지가 함께 충족될 때 비로소 진술의 신빙성이 두텁게 인정됩니다.

지엽적인 표현이 아니라 사건의 핵심 경위와 객관적 정황이 어긋날 때, 진술의 신빙성은 실제로 흔들립니다.


4. 신빙성 다툼의 결과는 기소 여부와 형량, 때로는 유무죄까지 좌우합니다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불기소·무죄로, 인정되면 실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 무게가 다릅니다.

수사 단계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을 수 있고, 기소된 이후라도 법정에서 신빙성이 배척되면 무죄가 선고됩니다. 반대로 진술이 신빙성을 인정받으면,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유죄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강간죄(형법 제297조)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도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신빙성 판단 하나로 무죄와 실형이 갈릴 수 있는 만큼, 이 다툼은 사건 전체에서 가장 비중이 큰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빙성 다툼은 수사 초기 진술조서를 작성하는 단계부터 이미 시작됩니다.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이후 재판까지 이어지는 신빙성의 기초가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신중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5. 신빙성을 지키려면 조사 단계부터 진술을 기록하고 다듬어야 합니다

최초 신고와 조사 대응 방식이 이후 재판까지 이어지는 진술의 신빙성을 좌우합니다.

성폭력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112 신고 접수 → ②피해자 조사(진술조서 작성, 필요시 영상녹화)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초 진술과 이후 진술 사이에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남기는 일입니다.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을 추측으로 메우기보다,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편이 오히려 신빙성을 지키는 데 유리합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다음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최초 신고 시점의 기록(112 신고 녹취, 상담기관 상담일지, 지인에게 보낸 문자·카카오톡 등)을 최대한 확보해 최초 진술과 이후 진술을 잇는 근거로 남깁니다.

  2. 사건 경위를 시간 순서대로 메모해 두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추측으로 채우지 않고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표현할 부분을 미리 정리해 둡니다.

  3. 조사 전 변호사 등 전문가와 함께 핵심 사실관계와 지엽적인 부분을 구분해 두고, 조사에서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미리 점검합니다.

이러한 준비를 바탕으로 신빙성 다툼에 강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수사 초기부터 일관된 진술의 뼈대를 세우고 재판까지 흔들리지 않는 대응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사건 직후에는 기억이 채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곧바로 조사부터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대응이 늦어지거나 진술이 매끄럽지 못한 채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기억이 조각나 있다는 사실 자체에 위축되기보다 최초 신고 기록을 확보하고 핵심 사실관계를 분명히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어야 하는 피의자·피고인 입장에서도, 상대방 진술의 사소한 불일치만 붙잡고 늘어지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부분이 핵심 사실관계이고 어느 부분이 지엽적인 부분인지를 정확히 가려, 객관적 정황과의 모순을 짚어내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는 진술의 신빙성이 다투어지는 사건에서 피해자 측과 피의자·피고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신빙성 판단 하나로 사건의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기억이 조각나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리 포기하거나, 반대로 상대방 진술의 사소한 흠만 믿고 안심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억이 뒤죽박죽이어서 조사받는 게 걱정됩니다. 이 상태로 진술해도 될까요?

A. 네, 가능합니다. 법원은 세부 사항의 완벽한 일치가 아니라 주요한 부분의 일관성을 기준으로 신빙성을 판단하므로,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신빙성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Q. 처음 신고할 때랑 나중 조사에서 말이 조금 달라졌는데 불리해지나요?

A. 사건의 핵심 경위가 아닌 시간·순서 등 지엽적인 부분의 차이라면 그 자체로 불리해지지 않습니다. 다만 핵심 사실관계가 달라진다면 신빙성이 다투어질 수 있어 그 차이가 생긴 이유를 설명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Q. 가해자로 지목됐는데, 상대방 진술이 오락가락하니 무고로 뒤집을 수 있나요?

A. 단순히 진술이 다소 달라졌다는 사정만으로는 무고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지엽적 불일치보다 핵심 사실관계의 일관성과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Q.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게 무조건 피해자 말을 믿어준다는 뜻인가요?

A. 아닙니다.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지, 핵심 사실관계나 객관적 증거와 모순되는 진술까지 무조건 인정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Q.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수사 단계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이 될 수 있고, 기소된 이후라면 법정에서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신빙성이 인정되면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유죄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Q. 조사받기 전에 변호사를 꼭 선임해야 하나요?

A. 가능하면 첫 조사 전에 선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초 진술이 이후 신빙성 판단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핵심 사실관계와 지엽적인 부분을 미리 구분해 두는 준비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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