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직접 경매 신청, 집을 비우지 않아도 개시할 수 있는 이유
임차인의 직접 경매 신청, 집을 비우지 않아도 개시할 수 있는 이유
법률가이드
임대차소송/집행절차

임차인의 직접 경매 신청, 집을 비우지 않아도 개시할 수 있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 중 상당수는 '경매는 채권자나 임대인의 다른 빚쟁이가 신청하는 것이고, 나는 배당요구만 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채권자가 아무도 경매를 신청하지 않는다면, 보증금을 받을 길은 임차인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는 것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흔히 걸리는 오해가 하나 더 있습니다. '집을 먼저 비워줘야 경매를 시작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에게만 열어둔 예외 조항 덕분에, 집을 비우지 않고도 강제경매를 개시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법적 근거와 절차, 그리고 개시와 배당 사이에 숨어 있는 함정까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배당요구만으로는 부족하다 — 임차인이 직접 경매를 신청해야 하는 경우

임대차가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방법은 배당요구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은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에게 경매나 공매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이 전제하는 것은 이미 진행 중인 경매절차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근저당권자나 다른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해 절차가 열려 있어야, 임차인은 그 절차에 배당요구를 해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집에 다른 담보권자나 채권자가 없고 임대인이 그저 보증금 지급을 미루기만 한다면, 배당요구를 할 절차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증금을 회수할 방법은 임차인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는 것입니다.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만으로는 스스로 경매를 개시할 권한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제3조의2 제2항이 주는 것은 이미 열린 경매에서 남보다 먼저 배당받는 순위일 뿐이고, 경매를 여는 힘은 별도로 확보해야 합니다. 그 힘의 정체가 바로 확정판결과 같은 집행권원입니다. 임차인이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고 판결이 확정되면, 그 판결을 집행권원 삼아 임차주택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 배당요구로 충분한 경우 — 근저당권자 등 다른 채권자가 이미 경매를 신청해 절차가 진행 중일 때.

  • 직접 경매 신청이 필요한 경우 — 다른 채권자가 없거나, 있어도 배당요구만으로는 절차 자체가 열리지 않을 때.

  • 직접 신청의 전제조건 — 확정판결, 지급명령 확정, 조정조서 등 별도의 집행권원 확보.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는 이미 열린 경매에서 우선변제받을 순위를 줄 뿐, 경매를 스스로 여는 권한까지 주지는 않는다.

강제경매의 원칙적 문턱 — 반대의무 이행을 증명해야 열리는 집행

임차인이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서 이긴다고 해서 곧바로 단순한 승소판결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차 목적물을 돌려주는 의무와 보증금을 돌려주는 의무는 원칙적으로 동시이행 관계에 있기 때문에, 임대인이 소송에서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하면 법원은 '피고는 원고로부터 주택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형태의 상환이행판결을 선고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 실체법상 당연한 결과입니다. 문제는 이 판결을 실제로 집행하는 단계에서 생깁니다.

민사집행법 제41조 제1항은 "반대의무의 이행과 동시에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집행권원의 집행은 채권자가 반대의무의 이행 또는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는 것을 증명하여야만 개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원칙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면, 임차인은 집을 실제로 비우고 인도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집부터 비우라는 요구는 임차인에게 매우 가혹합니다. 당장 살 곳도, 보증금으로 마련할 자금도 없는 상태에서 인도부터 마치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턱을 그대로 두면 상환이행판결을 받은 임차인은 사실상 강제경매라는 수단 자체를 쓰기 어려워집니다.

일반 원칙대로라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받기도 전에 먼저 집을 비워야 강제경매를 시작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놓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1항 — 임차인에게만 열린 예외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1항은 별도의 예외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임차인이 임차주택에 대하여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의 확정판결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집행권원에 따라서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집행개시요건에 관한 민사집행법 제41조에도 불구하고 반대의무의 이행이나 이행의 제공을 집행개시의 요건으로 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판결 주문에 '인도받음과 동시에'라는 상환이행 문구가 들어 있어도, 임차인이 강제경매를 신청할 때는 그 인도의 이행이나 이행제공을 따로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집행법원은 이 증명을 요구하지 않고 곧바로 경매개시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2억원에 전세로 거주하던 임차인이 계약 종료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법원이 임대인의 동시이행항변을 받아들여 '주택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더라도, 임차인은 아직 이사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그 판결을 들고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등기부상 여전히 거주 중이라는 사정은 경매개시를 막는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이 조항이 민사집행법 제41조의 적용을 콕 집어 배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서민 주거의 특성상 보증금 없이는 이사 자체가 어려운 임차인의 처지를 고려한 입법적 배려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1항은 민사집행법 제41조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해, 상환이행판결이라도 인도 증명 없이 경매개시를 가능하게 한다.

집행권원은 어떻게 확보하나 — 소송의 형태와 실무 쟁점

강제경매를 신청하려면 먼저 '확정판결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집행권원'을 손에 쥐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의 확정판결이 있고, 임대인이 이의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된 지급명령, 제소전화해조서나 조정조서처럼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서류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어느 경로든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집행력 있는 서류를 확보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소송에서는 통상 보증금 액수 자체를 다투기보다, 연체차임이나 관리비, 원상복구비용 등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이 얼마인지, 그리고 동시이행항변을 받아들일지를 놓고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 제3조의2 제1항이 있다고 해서 법원이 동시이행항변 자체를 배척하고 무조건 단순이행판결을 내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임대인의 동시이행항변권은 실체법상 정당한 권리이므로, 법원은 여전히 상환이행판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제3조의2 제1항이 바꾸는 것은 판결의 내용이 아니라 그 판결을 '집행'하는 단계의 요건입니다. 그러므로 판결문에 상환이행 문구가 들어 있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강제경매 신청 단계에서는 그 문구와 무관하게 개시결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시는 인도 없이, 배당은 다르다 — 실제 돈을 손에 쥐는 조건

제3조의2 제1항이 면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경매개시' 요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강제경매가 시작된 뒤 실제로 배당금을 받는 단계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임차인은 임차주택을 양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면 제2항에 따른 보증금을 받을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양수인은 경매절차에서 그 주택을 낙찰받은 매수인을 가리킵니다. 즉 우선변제권을 근거로 배당금을 실제로 수령하려면, 결국 그 시점에는 주택을 매수인에게 넘겨야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배당기일에 앞서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했거나 인도할 예정이라는 사정을 법원과 매수인 양쪽에 소명하는 절차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당기일까지 이사를 마치지 못했다면 매수인과 인도 시기를 별도로 협의해야 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매수인이 인도명령이나 명도소송 절차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집을 비우지 않고도 개시할 수 있다'는 말은 경매를 여는 시점의 이야기이지, 끝까지 비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개시와 배당이라는 두 단계를 구분하지 못하면, 경매는 열었는데 정작 배당금을 받는 시점에 새로운 다툼이 생기는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경매개시는 인도와 무관하지만, 우선변제권에 따른 배당금 수령은 결국 매수인에게 주택을 인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임차권등기명령과 함께 쓸 때의 실익 — 이사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권리

소송에는 시일이 걸리기 마련이고, 그 사이 임차인이 새 거처로 옮겨야 하는 사정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아무런 조치 없이 먼저 전입신고를 옮기면, 대항력의 핵심 요건인 점유와 전입신고 중 하나가 끊겨 기존 대항력이 사라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막아주는 장치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의 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 임대차가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은 임차주택 소재지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5항은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그 이후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정합니다. 즉 임차권등기를 먼저 마쳐두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끊기지 않습니다. 소송으로 확정판결을 받고, 그 판결로 강제경매를 신청하며, 제3조의2 제1항 덕분에 인도 증명 없이 개시결정을 받는 일련의 절차가 이사 여부와 무관하게 그대로 진행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이사 계획이 있는 임차인일수록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임차권등기부터 마쳐두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실제로 밟는 절차와 자주 하는 실수

전체 흐름을 정리하면, 임대차 종료와 보증금 미반환을 확인한 뒤 이사 계획이 있다면 먼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를 마치고, 이어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과 같은 집행권원을 확보합니다. 그 집행권원으로 관할 법원에 강제경매를 신청하면 제3조의2 제1항에 따라 인도 증명 없이 개시결정을 받을 수 있고, 이후 배당요구종기 안에 절차를 진행해 배당기일에서 우선변제권 순위에 따라 배당금을 받게 됩니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 실제 인도가 전제된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대로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이는 실수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임차권등기 없이 먼저 이사부터 가서 대항력을 잃는 경우입니다. 둘째,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만 믿고 소송 없이 곧바로 경매를 신청하려다 집행권원이 없다는 이유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셋째, 경매 신청에 드는 비용을 지레 부담스러워해 신청 자체를 미루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민사집행법 제53조 제1항은 강제집행에 필요한 비용을 채무자, 즉 임대인이 부담하고 그 집행으로 우선적으로 변상받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임차인이 신청 단계에서 비용을 먼저 예납하더라도, 그 비용은 매각대금에서 최우선으로 회수되는 구조이므로 비용 부담 자체가 신청을 포기할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 이사 계획이 있다면 소송 제기 전에 임차권등기명령부터 마쳐둘 것.

  • 배당요구만으로 충분한지, 직접 경매 신청이 필요한지 먼저 구분할 것.

  • 예납한 경매비용은 매각대금에서 최우선으로 변상받는 구조임을 기억할 것.

  • 배당기일 전에 매수인과 인도 시기를 미리 협의해 둘 것.

자주 묻는 질문

Q.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만 있으면 저절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나요?

A. 아니요.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는 이미 진행 중인 경매에서 우선변제권으로 배당받을 근거일 뿐, 스스로 경매를 개시할 권한을 주지 않습니다. 직접 경매를 신청하려면 보증금반환청구소송 등을 거쳐 확정판결과 같은 집행권원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Q. 판결문에 "집을 인도함과 동시에 보증금을 지급하라"고 적혀 있으면 경매를 못 여나요?

A.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1항이 민사집행법 제41조의 적용을 배제하므로, 상환이행판결이라도 인도의 이행이나 제공을 증명하지 않고 강제경매를 신청해 개시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배당금을 받으려면 결국 집을 비워야 하나요?

A. 개시 자체는 인도와 무관하지만, 우선변제권에 따른 배당금을 실제로 수령하려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3항에 따라 결국 낙찰받은 매수인에게 주택을 인도해야 합니다. 배당기일 전까지 이사가 어렵다면 매수인과 인도 시기를 별도로 협의해야 합니다.

Q. 이사부터 먼저 가면 대항력이 사라지나요?

A. 점유와 전입신고 중 하나라도 끊기면 원칙적으로 대항력을 잃습니다. 다만 이사 전에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쳐두면 이후 대항요건을 상실해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Q. 선순위 근저당이 있어 배당이 부족할 것 같은 후순위 임차인도 직접 경매를 신청할 실익이 있나요?

A. 배당으로 전액 회수가 어렵더라도, 경매를 신청하지 않으면 보증금 회수 절차 자체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다만 배당 실익이 크지 않다면 예납할 경매비용과 기대 회수액을 미리 가늠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Q. 경매를 신청하는 데 드는 비용은 임차인이 떠안게 되나요?

A. 강제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원칙적으로 채무자인 임대인이 부담하며, 민사집행법 제53조 제1항에 따라 매각대금에서 최우선으로 변상받습니다. 다만 신청 단계에서는 임차인이 먼저 비용을 예납해야 합니다.

맺음말

배당요구는 이미 열린 경매에 올라타는 방법일 뿐이고, 아무도 경매를 신청하지 않는다면 임차인 스스로 그 절차를 열어야 합니다. 이때 상환이행판결이라는 형식적 장벽 때문에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1항이 민사집행법의 원칙을 콕 집어 배제해, 집을 비우지 않은 상태에서도 강제경매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해두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시와 배당은 다른 단계라는 점, 그리고 배당금을 실제로 손에 쥐려면 결국 매수인에게 주택을 인도해야 한다는 점은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이사 계획이 있다면 소송에 앞서 임차권등기명령부터 마쳐두는 것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지키는 안전한 순서입니다. 광교를 비롯한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전세보증금을 둘러싼 강제경매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상황에서 어떤 순서가 필요한지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41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