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결국 무죄가 확정되셨다면, 그동안의 시간과 비용에 대해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형사보상 제도입니다.
이 글에서는 형사보상이 무엇인지,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 어디에 어떻게 청구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돈을 받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순서대로 풀어 설명해 드립니다.
1. 형사보상이란 무엇인가요
형사보상은 국가가 형사절차 과정에서 사람을 구금했는데 결국 무죄로 확정된 경우, 그 구금과 재판 비용에 대해 국가가 보상해 주는 제도입니다. 헌법 제28조에 근거를 두고 있고,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형사보상법)과 형사소송법이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보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두 보상은 요건과 청구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함께 청구합니다.
국가배상과는 다릅니다
형사보상은 국가의 잘못이 있었는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구속했더라도, 결과적으로 무죄가 확정되었으면 받을 수 있는 '무과실 보상'입니다. 반면, 국가배상은 수사기관의 고의·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를 별도로 입증해야 하는 '손해배상'입니다. 형사보상을 받았다고 국가배상을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중으로 받지 않도록 한쪽에서 받은 금액은 다른 쪽에서 공제됩니다.
2.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
어떤 경우에 받을 수 있나요 (요건)
다음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1.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을 것
1심·2심·3심 어느 심급에서든 무죄가 선고되고 그 판결이 확정되어야 합니다. 검사가 항소·상고했다가 기각되어 확정된 경우도 포함됩니다.
재심이나 비상상고로 무죄가 확정된 경우도 포함됩니다.
면소·공소기각으로 끝난 경우에도, 만약 그 사유가 없었다면 무죄가 되었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구금되어 있었을 것
수사 단계나 재판 단계에서 구속(미결구금)되었던 기간이 있어야 합니다.
체포되어 유치되었던 기간도 포함됩니다.
구속되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면 구금보상은 받을 수 없고, 비용보상만 받을 수 있습니다.
3. 보상을 하지 않거나 줄일 수 있는 사유가 없을 것
본인이 수사기관을 속이려고 허위로 자백하거나 다른 증거를 꾸며서 구속된 경우
한 사건에서 여러 죄로 기소되어 일부는 유죄, 일부만 무죄인 경우
이런 경우 법원은 보상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보상액)
보상금은 구금된 날수 × 하루 보상액으로 계산됩니다.
하루 보상액은 그 해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금액 이상, 그 5배 이하의 범위에서 법원이 정합니다.
법원은 다음 사정을 고려해 배율을 정합니다.
- 구금의 종류와 기간
- 구금 기간 중 입은 재산상 손실
-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의 상실
- 정신적 고통과 신체 손상
- 경찰·검찰·법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
- 무죄재판의 실질적 이유
실무상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최저임금 일급의 1~2배 수준이 흔하고, 수사기관의 잘못이 뚜렷하거나 구금 기간이 길고 피해가 큰 경우 배율이 올라갑니다. 정확한 배율은 사건마다 법원 재량으로 정해지므로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일급이 약 8만원인 해에 150일 구금되었고 법원이 2배를 인정했다면 150일 × 8만원 × 2 = 약 2,400만 원
어디에 청구하나요
무죄재판을 한 법원에 청구합니다. 예를 들어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 대법원에서 검사 상고 기각으로 확정되었다면, 무죄를 선고한 2심 법원에 청구합니다.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기간 제한)
무죄재판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두 기간 중 먼저 끝나는 쪽이 기준이므로, 보통 "확정일부터 3년 이내"라고 기억해 두시면 안전합니다.
어떤 서류가 필요한가요
형사보상청구서 (법원 민원실이나 대법원 전자민원센터에서 양식 제공)
무죄판결문 등본 (재판서 등본)
판결확정증명서 (판결이 확정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 법원에서 발급)
구속영장 사본, 석방 관련 서류 등 구금 기간을 증명할 자료 (법원 기록으로 확인되는 경우 생략 가능)
본인 신분증 사본, 통장 사본
대리인이 청구하는 경우 위임장
구속 시작일과 석방일을 정확히 정리해 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하루가 보상금액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어떻게 결정하나요
법원은 청구서를 받으면 검사의 의견을 듣고 심리한 뒤 결정으로 보상 여부와 금액을 정합니다. 정식 재판처럼 법정에 나가는 절차는 아니며, 서면으로 진행됩니다.
보상 결정에 불만이 있으면(예: 배율이 너무 낮다) 결정을 받은 날부터 1주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습니다. 검사도 즉시항고할 수 있습니다.
청구가 기각된 경우에도 즉시항고할 수 있습니다.
즉시항고 기간이 지나거나 항고심에서 결정이 나면 보상 결정이 확정됩니다.
3. 비용에 대한 형사보상 (무죄판결 비용보상)
무엇을 보상받나요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쓴 다음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에 출석하느라 든 여비·일당·숙박료: 공판기일마다 법원에 다녀온 교통비와 하루 일당, 먼 곳이면 숙박비
변호인 비용: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그 보수
변호사 비용은 전액 돌려받나요
아닙니다.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변호인 보수는 실제로 지급한 금액이 아니라, 국선변호인 보수 기준에 따라 산정된 금액만 보상됩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 비용으로 1,000만원을 썼더라도, 국선변호인 보수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심급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수십만 원~수백만 원 수준)만 인정됩니다. 실제 지출액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셔야 합니다.
구속되지 않았어도 받을 수 있나요
네.
비용보상은 구금 여부와 상관없이,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이면 누구나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불구속으로 재판받고 무죄가 확정된 경우에도 변호인 비용과 출석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보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
피고인이 수사나 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허위 자백을 하거나 다른 증거를 꾸며 기소된 경우
한 사건에서 일부만 무죄이고 나머지는 유죄인 경우
피고인 본인의 책임 있는 사유로 발생한 비용
어디에, 언제까지 청구하나요
무죄판결을 선고한 법원의 합의부에 청구합니다.
청구기간은 구금보상과 같이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입니다.
법원은 결정으로 보상 여부와 금액을 정하고, 이 결정에 대해서는 7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서류
비용보상청구서
무죄판결문 등본, 판결확정증명서
변호인 선임계, 변호사 비용 영수증 또는 수임계약서
공판기일 출석 내역, 교통비 영수증 등
4. 법원 결정 이후 — 실제로 돈을 받기까지
법원에서 보상 결정을 받았다고 자동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검찰청에 별도로 지급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놓치는 분들이 많으니 꼭 기억해 두세요.
지급청구 절차
1. 법원의 보상 결정이 확정됩니다(즉시항고 기간 경과 또는 항고심 결정).
2. 보상 결정을 한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예: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결정했으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다음 서류를 제출합니다.
보상금 지급청구서
법원의 보상결정서 (정본 또는 등본)
신분증 사본, 통장 사본
대리인이 청구하면 위임장과 위임인 인감증명서 등
3. 검찰청은 서류를 확인한 뒤 지정한 계좌로 보상금을 송금합니다.
지급청구에도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보상 결정서가 송달된 날부터 2년 이내에 검찰청에 지급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법원에서 보상 결정을 받았더라도 보상금을 받을 권리가 사라집니다. 법원 결정을 받은 뒤 안심하고 있다가 놓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검찰은 언제까지 지급해야 하나요
검찰청은 지급청구서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보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그 다음 날부터 실제 지급일까지 민법상 법정이율(연 5%)의 지연이자가 붙습니다.
5. 피의자보상 — 재판까지 가지 않고 끝난 경우
구속되었다가 기소되지 않고 불기소(혐의없음 등)나 불송치 결정으로 풀려난 경우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법원이 아니라 불기소 처분을 한 검사가 소속된 지방검찰청의 피의자보상심의회에 청구합니다. 청구기간은 불기소·불송치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처분이 있은 때부터 5년입니다. 보상심의회 결정이 송달된 후 2년 이내에 지급청구를 해야 하는 점은 같습니다.
6. 무죄재판서 게재청구
무죄가 확정된 사람은 무죄판결문을 법무부 홈페이지에 게재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억울하게 재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적으로 확인받는 명예회복 수단입니다.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부터 3년 이내에 사건을 기소한 검사가 소속된 지방검찰청에 청구합니다.
7. 국가배상 — 수사기관의 잘못이 뚜렷한 경우
수사 과정에서 명백한 위법(부당한 구속, 증거 조작, 피의사실 유출 등)이 있었다면 형사보상과 별도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죄가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사기관의 고의·과실을 별도로 입증해야 하므로 형사보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반드시 기억하기!
1. 무죄 확정 후 3년 안에 법원에 청구하세요. (법률상 5년까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3년을 기준으로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2. 구금보상과 비용보상은 함께 청구하세요. 따로 하면 시간과 비용이 두 배로 듭니다.
3. 구속 시작일과 석방일을 정확히 확인해 두세요. 하루 차이가 보상금에 반영됩니다.
4. 변호사 비용은 국선변호인 보수 기준으로만 보상된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세요.
5. 법원 결정을 받은 뒤 검찰청에 별도로 지급청구해야 합니다. 결정서 송달일부터 2년 안에 하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집니다. 검찰청이 3개월 안에 지급하지 않으면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6. 부부나 공범처럼 여러 명이 함께 무죄를 받았다면 각자 따로 청구해야 합니다.
무죄가 확정되기까지의 시간은 어떤 보상으로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없지만, 형사보상은 국가가 그 시간에 대해 책임지는 최소한의 제도입니다. 기한을 놓치지 않도록 무죄 확정 직후 바로 준비를 시작하시길 권해드립니다.
혼자 신청하기 어렵다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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