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상가 임대차 계약을 앞두고 보증금과 월세를 합쳐 계산하는 ‘환산보증금’ 때문에 당혹스러워하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에는 “보증금이 몇 억밖에 안 되니까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다 보호받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정작 계약이 끝나고 나서야 자신이 법의 보호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월차임을 100배로 환산해 보증금에 더하는 순간, 생각보다 쉽게 지역별 기준액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에도 예외적으로 적용되도록 정한 조항들에 대해 그 적용 시점과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어, 어떤 보호가 그대로 남아 있고 어떤 보호가 빠지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아래에서는 환산보증금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이를 넘으면 구체적으로 어떤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런 계약이라도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에 월세를 100배로 환산해 합산한 금액입니다
지역별 기준액을 모르면 내 상가 계약이 애초에 법의 보호 대상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제1항 단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는 원칙적으로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보증금 외에 차임이 있으면 같은 조 제2항과 시행령 제2조에 따라 월차임에 100을 곱한 금액을 보증금에 더해 환산보증금을 계산합니다.
지역별 기준액은 시행령 제2조가 정하고 있는데, 서울특별시는 9억원,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 및 부산광역시는 6억9천만원, 그 밖의 광역시(과밀억제권역·군지역·부산 제외)와 세종특별자치시·파주시·화성시·안산시·용인시·김포시·광주시는 5억4천만원, 그 밖의 지역은 3억7천만원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보증금 2억원에 월세 300만원으로 계약했다면 환산보증금은 2억원+(300만원×100)=5억원으로 9억원 이내라 법 적용 대상이지만, 같은 보증금이라도 월세가 700만원이면 2억원+7억원=9억원이 되어 기준선에 바짝 붙거나 넘어설 수 있습니다. 보증금은 낮은데 월세가 높은 구조의 상가일수록 이런 착시가 자주 벌어집니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과 월세를 단순히 더하는 것이 아니라 월세에 100을 곱해 합산하는 방식이라, 월세가 조금만 높아도 기준액을 훌쩍 넘길 수 있습니다.
2. 환산보증금을 넘으면 확정일자를 받아도 우선변제권과 임차권등기명령을 쓸 수 없습니다
경매가 진행돼도 순위가 없고, 임대차가 끝나도 등기로 대항력을 지킬 수단이 없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5조는 대항요건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에게 경매·공매 시 후순위 권리자보다 우선해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를 인정합니다. 그런데 같은 법 제2조제3항이 환산보증금 초과 임대차에도 적용된다고 열거한 조문 목록에는 제5조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즉 확정일자를 받아 두어도 경매가 진행되면 순위 배당에서 우선변제권 자체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제6조가 정한 임차권등기명령도 마찬가지로 제2조제3항의 예외 목록에서 빠져 있습니다. 통상은 임대차가 끝났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사할 수 있는데,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는 이 수단을 쓸 수 없습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먼저 점유를 옮기면 대항력을 잃을 위험이 그대로 남습니다.
결국 경매가 임박했거나 새 임차인이 예정된 상황이라면, 확정일자나 임차권등기명령에 기대지 말고 내용증명 발송과 가압류, 보증금반환청구소송 같은 별도의 민사 절차를 더 이른 시점에 준비해야 합니다.
환산보증금을 넘으면 확정일자도, 임차권등기명령도 보증금을 지켜주는 안전장치가 되지 못합니다.
3. 최단 존속기간 1년 보장과 차임 인상 5% 상한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적은 기간과 인상 조건이 사실상 그대로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는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를 1년으로 보고, 임대차가 끝나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 조문 역시 제2조제3항의 예외 목록에 없어 환산보증금 초과 임대차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6개월로 명시했다면 6개월로 종료될 수 있고, 보증금을 못 받았다고 해서 임대차관계가 저절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차임 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제11조와 시행령 제4조는 보증금·차임 증액을 청구당시 금액의 5%까지만 허용하는데, 이 상한 규정 역시 예외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대신 제10조의2 ‘계약갱신의 특례’가 적용되어 조세·공과금, 주변 상가의 차임·보증금, 경제사정 변동 등을 고려해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만 정할 뿐 정률 상한이 없어, 갱신 시 시세대로 큰 폭의 인상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법정 기간·인상률에 기댈 수 없는 만큼, 계약 체결 시점에 임대차기간과 차임 인상 조건을 최대한 구체적인 숫자로 특약에 못 박아 두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어선이 됩니다.
최단 존속기간과 차임 인상 5% 상한이 빠지는 만큼, 계약서의 기간·인상 조항을 직접 구체화해 두어야 합니다.
4. 그래도 대항력과 갱신요구권, 권리금 회수기회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만 이 예외적 보호도 법 시행일 이후 새로 체결되거나 갱신된 계약부터만 적용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제3항은 환산보증금을 초과해도 제3조(대항력), 제10조제1항부터 제3항 본문(10년 범위의 갱신요구권), 제10조의2(갱신의 특례),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제10조의8(3기 연체 시 해지), 제11조의2(폐업으로 인한 해지권), 제19조는 그대로 적용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만 갖추면 건물주가 바뀌어도 쫓겨나지 않고, 최초 계약을 포함해 전체 10년 범위에서 갱신을 요구할 수 있으며, 권리금 회수 기회도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이 예외적 보호가 언제부터 적용되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상가임대차법 제2조제3항은 위 제10조 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된다고 정하고, 부칙 제2조는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개정 법률 시행 후에 임대차가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 등으로 종료된 경우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다9657 판결).
즉 오래전에 체결한 계약을 갱신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최신 개정으로 넓어진 예외 조항의 혜택이 아직 내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계약을 갱신하는 시점에 비로소 예외 보호가 적용되므로, 갱신 여부와 갱신 시점을 계약서에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환산보증금을 넘어도 대항력·갱신요구권·권리금 보호는 남아 있지만, 그 적용 시점은 계약 체결·갱신일을 기준으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5. 환산보증금 초과 여부는 계약 전에 이렇게 확인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계산부터 끝내야 나중의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환산보증금 관련 분쟁은 통상 ①임대차계약서와 사업자등록 시 제출한 등록사항현황서상의 보증금·월차임으로 환산보증금을 직접 계산 → ②기준액 초과가 확인되면 계약서에 임대차기간·차임 인상 조건을 구체적으로 특약하는 단계 → ③보증금 반환이 지연되면 내용증명 발송 후 상가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지급명령이나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단계 → ④소송 전 임대인의 다른 재산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면 가압류를 함께 신청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체결한 계약이 환산보증금을 넘는지 의심된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와 등록사항현황서에 적힌 보증금·월차임을 기준으로 환산보증금을 직접 계산해 지역별 기준액과 비교합니다.
계약서에 임대차기간과 차임 인상 조건을 법정 최단기간·5% 상한에 기대지 말고 구체적인 숫자로 명시합니다.
보증금 회수가 불안하다면 확정일자나 임차권등기명령에 의존하지 말고 조기에 가압류나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검토합니다.
이런 절차를 거치며 환산보증금 초과 상가임대차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계약 단계의 특약 설계부터 분쟁 발생 시 신속한 보전처분까지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환산보증금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계약 전에 이를 확인하지 않고 넘어갔다가 분쟁이 커진 뒤에야 문제를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지키려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계약 전 환산보증금부터 직접 계산해, 법이 빠뜨리는 보호를 특약으로 메워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기간과 인상률을 구체적으로 못 박아 둘수록 나중에 분쟁이 생겨도 유리한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임대인 입장에서도 환산보증금을 넘었으니 갱신요구나 권리금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안심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항력·갱신요구권·권리금 회수기회는 초과 여부와 무관하게 살아 있어 예상치 못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저는 환산보증금을 둘러싼 상가임대차 분쟁에서 보증금을 못 받은 임차인 쪽과 갱신·권리금 문제로 다투는 임대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서의 문구 하나가 결과를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계약 전이든, 이미 분쟁이 시작된 뒤든 지금이 바로 확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환산보증금을 계산할 때 부가세도 포함되나요?
A. 월차임에 부가가치세가 별도로 표시돼 있다면 실무상 그 부가세는 환산보증금 계산의 차임액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계약서에 부가세 포함 여부가 불명확하면 다툼의 소지가 있으니 계약 전에 명확히 표시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이미 계약한 상태에서 환산보증금을 넘는다는 걸 알았다면 지금이라도 방법이 있나요?
A. 이미 체결된 계약의 보증금·차임 조건 자체를 소급해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다만 대항력·갱신요구권·권리금 보호는 초과 여부와 무관하게 유지되므로, 갱신 시점에 특약을 재정비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Q. 환산보증금을 넘으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제2조제3항이 정한 대항력, 10년 범위의 갱신요구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3기 연체 해지 등은 환산보증금을 초과해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우선변제권, 임차권등기명령, 최단 존속기간 보장, 차임 인상 5% 상한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임차권등기명령을 못 받으면 보증금은 어떻게 지켜야 하나요?
A. 임대차가 끝나기 전에 내용증명으로 반환을 요구하고, 반환이 지연되면 조기에 가압류나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검토해야 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에 의존할 수 없는 만큼 점유를 유지한 채 대항력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Q. 갱신요구권은 10년까지 무조건 보장되나요?
A. 환산보증금과 무관하게 최초 계약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보장됩니다. 다만 3기 차임 연체 등 제10조제1항 각호의 사유가 있으면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Q. 오래전에 체결한 계약도 최신 개정 내용의 보호를 받을 수 있나요?
A.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보호 조항이 해당 개정법 시행 후 새로 체결되거나 갱신된 임대차부터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이 갱신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 적용 시점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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