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와 관련된 성범죄 의혹을 설명하거나 도움을 구하려다 채팅 화면, 계정 정보, 학교 이름까지 온라인에 올리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만 가렸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러 단서를 합쳐 아이를 알아볼 수 있다면 보호에 빈틈이 생깁니다. 피해 아동·청소년의 신원을 다룰 때 확인할 법적 기준과 자료 전달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 비밀누설 금지는 공무원만의 의무가 아닙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1항은 관련 수사나 재판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에게 피해 아동·청소년의 인적사항과 사생활 비밀을 보호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직무상 알게 된 내용을 개인적인 대화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같은 조 제3항은 대상을 누구든지로 넓혀, 피해 아동·청소년을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인쇄물,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사건 당사자의 지인이나 온라인 게시판 이용자도 이 규정을 검토해야 합니다.
따라서 공무원이 아니거나 사건 서류를 직접 본 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개가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와 어떤 범위로 공개했는지, 누구를 특정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나누어 살펴야 합니다.
🧩 이름을 지워도 다른 단서가 남을 수 있습니다
법은 성명뿐 아니라 주소, 연령, 학교, 직업, 용모 등 피해자를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보호 대상으로 삼습니다. 이름을 이니셜로 바꾸거나 얼굴 일부를 가렸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익명 처리가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학교명과 학년, 동아리, 활동 지역, 계정 사진이나 별명처럼 각각은 흔한 정보도 함께 제시되면 특정인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상담을 위해 화면을 준비할 때에는 본문만 아니라 상단 프로필과 알림, 댓글, 첨부파일 이름 등에 식별 단서가 남았는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 이미 온라인에서 이름을 공개했다는 사정도 재게시의 포괄적인 허용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원글을 비판하거나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는 글이라도 화면을 그대로 붙이면 피해자의 정보가 다시 퍼질 수 있습니다. 비판의 목적과 공개 방식은 구별해야 합니다.
⚖️ 수사 전이라는 이유로 보호를 배제하지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의 비밀준수 조항과 청소년성보호법의 비밀누설 금지 조항은 표현과 적용 범위가 같지 않습니다. 한 법률에 관한 설명을 그대로 가져와 아직 신고되지 않은 미성년 피해자의 정보는 공개해도 된다고 결론 내리면 위험합니다.
대법원은 2025년 9월 4일 선고한 2025도7058 판결에서 두 규정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의 보호 대상을 해석하면서, 청소년성보호법 제31조 제3항은 피해 아동·청소년을 수사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되었던 사람으로 한정하지 않는다고 구별했습니다.
이 판결을 모든 성범죄 피해자의 신원 공개를 허용한 판단처럼 소개해서는 안 됩니다. 공개한 정보와 피해자의 지위, 적용 조항 및 고의 등은 각각 검토해야 합니다. 다른 명예나 사생활 침해 문제까지 모두 해결되었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 사건 자료 전달과 온라인 공개를 나눕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는 일과 인터넷 게시판에 사건을 알리는 일은 목적과 전달 범위가 다릅니다. 피의자 측이 혐의를 다투거나 피해자 측이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에도 정해진 절차 안에서 필요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원본 대화 기록을 보존할 필요가 있더라도 이를 공개 게시판에 올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민감한 자료의 원본과 설명용 자료를 구분하고, 적법한 제출 절차를 확인하면서 불필요한 복제나 전달을 줄이는 편이 좋습니다.
성착취가 의심되는 사진이나 영상은 단순한 신원 정보와 별개로 취급해야 합니다. 입증을 돕겠다는 이유로 지인에게 전송하거나 공개 재생을 요청하지 않아야 합니다. 파일을 어떻게 확보하고 제출할지는 수사기관과 법률 조력자의 안내를 받아 적법하게 처리합니다.
🛑 이미 퍼졌다면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이 우선입니다
게시된 사실을 발견하면 게시 위치와 확인 시점, 노출된 정보의 범위를 정리하고, 플랫폼의 신고나 삭제 요청 절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시물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화면 전체를 다시 공유하면 확산을 키울 수 있으므로 필요한 범위의 확인과 전달을 구별합니다.
피해자 측은 누구에게 어떤 정보가 알려졌는지, 현실적인 접촉이나 위협이 있었는지를 담당 기관에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신원 노출과 신변 위험은 함께 살펴야 하지만, 근거 없이 모든 주변 사람을 가해자로 단정하거나 공개적으로 이름을 거론해서는 안 됩니다.
게시한 사람도 상대방에게 고소하지 말라고 압박하거나 기록을 숨기려 해서는 안 됩니다. 추가 전파를 중단하고 자신이 게시한 범위와 경위를 정확히 정리하면서 삭제 요청 및 적법한 증거 제출을 어떻게 병행할지 확인해야 합니다.
📋 공개 전에는 목적보다 식별 가능성을 점검합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31조는 위반 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책임은 행위와 인식, 공개 대상과 방식 등을 따져 판단하지만, 좋은 의도였다는 말만으로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피해 사실이 진실하다는 점과 그 신원을 공개해도 된다는 점도 다릅니다.
자료를 전달하기 전에는 누가 꼭 받아야 하는지, 이름 외의 단서가 남아 있는지, 원본 이미지 대신 식별 정보 없는 설명으로 충분한지 살펴봅니다. 부모나 주변인이 도움을 구하는 경우에도 아이의 피해 경험이 반복해서 노출되지 않도록 전달 범위를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미성년 피해자의 신원 보호는 사건을 숨기거나 정당한 방어를 막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범죄의 신고와 사실관계 확인은 필요한 절차에서 진행하되, 불필요한 공개로 별도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설명할 내용과 공개하지 않을 정보를 처음부터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쓴이: 법무법인 세림 김환 변호사 · 전 의정부지검 형사1부장검사 · 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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