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혐의로 실명이나 신원이 특정될 만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오랜 수사와 재판 끝에 무죄가 확정되어도 그 기사는 인터넷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색만 하면 예전 혐의 사실이 그대로 나오는데, 정작 무죄가 됐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때 흔히 떠올리는 것이 언론중재법상 추후보도청구권인데, 이를 '기사를 지우는 절차'로 오해하면 기대와 다른 결과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추후보도청구권의 실제 내용과 3개월이라는 기한이 언제부터 흐르는지, 그리고 원 기사 자체를 지우려면 어떤 절차가 별도로 필요한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추후보도청구권이란 — 무죄 확정 뒤 언론사에 요구할 수 있는 것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은 언론 등에 의하여 범죄혐의가 있거나 형사상의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 또는 공표된 자가, 그에 대한 형사절차가 무죄판결 또는 이와 동등한 형태로 종결되었을 때 언론사등에 그 사실에 관한 추후보도의 게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혐의로 입건되거나 기소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경우가 전형적인 적용 사례입니다. 실무상 '무죄판결과 동등한 형태로 종결'된 경우에는 법원의 무죄 확정판결뿐 아니라 혐의없음·죄가안됨·공소권없음 등 불기소처분, 공소기각 판결처럼 결과적으로 유죄로 확정되지 않은 경우까지 폭넓게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권리의 핵심은 언론사등의 고의·과실이나 위법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보도 당시에는 수사기관 발표를 근거로 한 정당한 보도였더라도, 이후 무죄로 결론이 났다면 그 사실만으로 추후보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애초 보도가 잘못됐다거나 언론사에 잘못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 제도의 존재 이유입니다. 다만 청구권자가 '그 보도의 대상이 된 사람'이어야 하므로, 공동 피의자 중 일부만 무죄가 확정된 경우에는 그 본인만 청구할 수 있고 다른 공동 피의자의 유·무죄 여부는 청구 요건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추후보도청구권은 언론사의 고의·과실이나 원 보도의 위법성을 따지지 않는다 — 무죄로 종결됐다는 사실 자체가 청구의 근거가 된다.
3개월 기한의 기산점 — 보도된 날이 아니라 무죄 확정을 안 날
추후보도청구권에서 가장 자주 오해가 생기는 지점이 기한의 기산점입니다. 언론중재법 제17조 제1항은 형사절차가 무죄판결 또는 이와 동등한 형태로 종결된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시점은 원래 보도가 나간 날이 아니라, 무죄가 확정됐다는 사실을 청구인이 알게 된 날입니다. 수사부터 1심·항소심·상고심까지 몇 년이 걸린 사건이라도,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새로 3개월이 주어지는 구조입니다.
이는 같은 법 제14조 제1항이 정하는 정정보도청구권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정정보도청구권은 보도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이면서 동시에 보도가 있은 후 6개월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는 이중 제한이 있습니다. 반면 추후보도청구권은 원 보도 시점을 기준으로 한 별도의 상한이 조문에 없고, 오직 '무죄 확정 사실을 안 날'만이 기산점입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형사절차 종결 사실을 안 날을 지나치게 늦게 잡으면 다툼의 여지가 생길 수 있으므로, 무죄가 확정되면 판결문이나 불기소 통지서를 받은 날짜를 기록해 두고 되도록 빨리 청구를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추후보도청구권의 3개월은 원 보도일이 아니라 무죄 확정 사실을 '안 날'부터 계산된다 — 재판이 길어졌어도 확정 사실을 안 시점부터 다시 기한이 시작된다.
정정보도·반론보도청구권과 무엇이 다른가
언론중재법은 피해자를 위한 구제수단을 세 가지로 나눠 규정합니다. 제14조의 정정보도청구권은 보도 내용이 진실하지 않을 때, 제16조의 반론보도청구권은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자신의 입장을 실어달라고 할 때, 그리고 제17조의 추후보도청구권은 혐의 보도 이후 무죄로 종결됐을 때 각각 쓰이는 제도입니다. 세 권리는 요건과 목적이 다르므로 하나만 골라 써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제17조 제4항은 추후보도청구권이 정정보도청구권이나 반론보도청구권의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무죄가 확정된 성범죄 사건이라면, 처음 보도 자체에 사실과 다른 내용(가령 혐의 내용을 과장하거나 실명을 잘못 특정한 부분)이 있었는지도 함께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있다면 정정보도청구를 별도로 검토하고, 무죄로 결론이 났다는 사실 자체는 추후보도청구로 다투는 식으로 두 제도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청구 절차 — 언론사 서면 청구부터 게재까지
추후보도청구권의 행사 절차는 제17조 제3항에 따라 정정보도청구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합니다. 제15조 제1항에 따라 청구는 언론사등의 대표자에게 서면으로 해야 하며, 청구서에는 청구인의 성명·주소·연락처와 함께 대상이 된 보도의 내용, 청구 이유, 그리고 게재를 원하는 추후보도문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청구를 받은 언론사등의 대표자는 3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통지해야 하고, 청구를 받아들이는 경우 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이를 방송하거나 게재해야 합니다.
다만 언론사는 제15조 제4항이 정한 사유, 예를 들어 청구인에게 정당한 이익이 없거나 청구 내용이 명백히 사실과 다르거나 위법한 경우에는 청구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청구 초기 단계부터 무죄를 확정하는 판결문 또는 불기소결정서 사본을 함께 첨부해 보내는 것이 언론사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쓰입니다.
청구서에 반드시 넣을 사항 — 청구인 인적사항, 대상 보도의 특정(날짜·제목·매체명), 청구 이유, 원하는 추후보도문 초안.
첨부자료 — 무죄판결문 또는 불기소결정서 사본, 대상 기사 캡처본.
언론사 대응 기한 — 접수 후 3일 이내 수용 여부 통지, 수용 시 7일 이내 게재.
인터넷신문·인터넷뉴스서비스는 현재 계속 게재 중인 기사 내용의 정정도 함께 청구할 수 있음.
추후보도청구가 '지우기'는 아니다 — 게재되는 내용과 한계
많은 분들이 추후보도청구권을 신청하면 기존 기사가 삭제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법률상 이 제도는 그런 효과를 갖지 않습니다. 제17조 제2항은 추후보도에 청구인의 명예나 권리 회복에 필요한 설명 또는 해명이 포함되어야 한다고만 정할 뿐, 원 기사의 삭제나 수정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즉 추후보도청구는 '기존 기사를 없애 달라'는 청구가 아니라 '그 이후 결과를 알리는 새로운 기사(또는 정정 내용)를 실어 달라'는 청구입니다.
결과적으로 언론사가 추후보도를 충실히 이행해도, 검색 결과에는 혐의 보도 기사와 무죄 확정을 알리는 추후보도 기사가 함께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죄 확정 사실이 새로 노출되는 효과는 있지만, 애초 혐의 보도 자체를 없애고 싶은 분들에게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이 간극을 메우려면 아래에서 설명하는 별도의 삭제 청구 경로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진짜 삭제를 원한다면 — 인격권에 기한 기사삭제청구권
원 기사 자체를 내려달라고 요구하려면 언론중재법이 아니라 인격권 법리에 기댄 별도의 청구가 필요합니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0950 판결은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하나로 '기사삭제청구권'을 인정했습니다. 명예훼손적인 보도로 인한 침해 상태가 인터넷상에서 계속되고 있다면, 손해배상이나 정정보도만으로는 실질적 구제가 어렵고 그 정보 자체를 삭제해야 비로소 침해 상태가 종료된다는 취지입니다.
이 경로는 언론중재법상 추후보도청구권과 요건이 다릅니다. 추후보도청구권은 혐의 보도 후 무죄로 종결됐다는 사실만으로 청구할 수 있지만, 기사삭제청구권은 원 보도로 인한 인격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고 그 침해가 위법하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합니다. 보도 당시 수사기관 발표에 근거해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보도라면 위법성이 부정될 여지도 있어, 무죄가 확정됐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삭제 청구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무죄 확정 이후에도 혐의 사실만 담긴 기사가 검색 상위에 그대로 노출되어 명예와 사회생활에 지속적인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사정은, 침해 상태의 지속성과 회복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사정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추후보도청구권은 새로운 게재를 요구하는 권리이고, 원 기사를 실제로 지우려면 인격권에 기한 기사삭제청구권이라는 별도 경로가 필요하다.
언론사가 거부하거나 무응답이면 — 언론중재위원회 조정과 소송
언론사가 추후보도청구를 거부하거나 기한 내 답이 없으면, 곧바로 소송으로 가지 않고 제18조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조정신청은 제17조 제1항이 정한 3개월의 기간 안에 서면 또는 구술로 할 수 있고,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하려면 배상액을 명시해야 합니다. 이미 언론사에 먼저 청구했다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불성립일부터 14일 이내에 조정을 신청해야 한다는 별도 기한도 있으므로, 언론사와의 협의 경과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정으로도 해결되지 않으면 제26조에 따라 법원에 추후보도청구등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소는 제17조 제1항의 3개월 기간 안에 제기해야 하고, 피고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 합의부가 관할하며, 반론보도·추후보도 청구의 소는 통상의 소송절차가 아니라 민사집행법상 가처분절차에 준하여 신속하게 심리됩니다. 제27조 제1항은 이런 소송이 접수된 뒤 3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어, 일반 민사소송보다 훨씬 빠르게 결론이 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손해배상까지 받을 수 있을까
제30조 제1항은 언론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등 정신적 고통을 받은 자가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추후보도청구와 달리 손해배상청구는 언론사의 고의·과실과 보도의 위법성을 별도로 주장·증명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보도 당시 언론사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배상책임이 부정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 법리이므로, 무죄가 확정됐다는 사정만으로 손해배상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손해배상을 함께 검토한다면, 보도 당시 언론사가 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실명이나 신원이 불필요하게 노출되지는 않았는지, 혐의 내용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제30조 제3항·제4항은 인격권을 침해하는 언론사등에 침해의 정지·예방을 청구하고 침해행위에 사용된 게시물 등의 폐기까지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손해배상과 별개로 이 조항을 근거로 한 청구도 함께 검토할 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추후보도청구를 할 수 있나요?
A. 언론중재법 제17조 제1항은 '무죄판결 또는 이와 동등한 형태로 종결'된 경우를 요건으로 정하고 있어, 혐의없음이나 죄가안됨과 같은 불기소처분, 공소기각 판결도 실무상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폭넓게 해석됩니다. 다만 기소유예처럼 혐의 자체는 인정하되 기소만 하지 않는 처분은 성격이 달라 별도로 검토가 필요합니다.
Q. 무죄가 확정된 지 1년이 넘었는데 이제라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3개월의 기한은 원 보도일이 아니라 무죄 확정 사실을 안 날부터 계산되므로, 그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면 여전히 청구가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언제 알았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어, 확정 사실을 안 시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함께 준비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추후보도청구를 하면 기존 기사가 검색에서 사라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추후보도청구는 무죄 확정 사실을 알리는 새로운 게재를 요구하는 권리일 뿐, 원 기사의 삭제나 수정을 강제하지 않습니다. 원 기사 자체를 지우려면 인격권에 기한 기사삭제청구권 등 별도의 법적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Q. 언론사가 청구를 무시하고 답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언론사의 무응답이나 거부에 대해서는 소송 전에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조정으로도 해결되지 않으면 법원에 추후보도청구등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소송은 가처분절차에 준해 진행되고 접수 후 3개월 이내에 판결이 선고되도록 정해져 있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처리됩니다.
Q. 추후보도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같이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때 손해배상액을 명시해 함께 청구할 수 있고, 소송 단계에서도 병합해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은 추후보도청구와 달리 언론사의 고의·과실과 보도의 위법성을 별도로 주장·증명해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Q. 인터넷 기사와 방송 보도 모두에 추후보도청구를 할 수 있나요?
A. 네, 언론중재법상 언론사등에는 방송사업자뿐 아니라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도 포함됩니다. 인터넷신문의 경우 해당 홈페이지에 계속 게재 중인 기사 내용의 정정까지 함께 청구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추후보도청구권은 성범죄 혐의 보도 이후 무죄로 결론이 난 분들에게 실질적인 회복 수단을 제공하지만, 원 기사를 지워주는 제도가 아니라 새로운 게재를 요구하는 제도라는 점을 먼저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3개월이라는 기한은 보도일이 아니라 무죄 확정 사실을 안 날부터 흐르기 때문에, 재판이 오래 걸렸더라도 확정 사실을 안 시점부터는 서둘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원 기사 자체의 삭제까지 원한다면 인격권에 기한 기사삭제청구권이라는 별도 법리를 함께 검토해야 원하는 결과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특히 수원지방법원 관할 지역에서 형사절차가 진행됐다가 무죄로 확정된 경우, 추후보도청구와 관련한 소송은 피고인 언론사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지방법원 합의부가 관할하게 되므로 어느 법원에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지부터 확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청구 절차마다 기한과 요건이 세밀하게 갈리는 만큼, 무죄가 확정됐다면 판결문이나 불기소결정서를 받은 즉시 어떤 절차부터 밟아야 할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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