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시비 끝에 밀친 게 폭행이 아니라 강제추행으로 접수됐어요
사건 개요
평소 자주 가던 술집에서 옆자리 손님과 언쟁이 벌어졌습니다. 말다툼이 격해지면서 몸싸움으로 번졌고, 흥분한 상태에서 상대를 밀쳐 냈습니다. 본인은 그저 시비를 끝내려고, 혹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손을 뻗어 밀친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얼마 뒤 받아본 통지는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사건은 '폭행'이 아니라 '강제추행'으로 접수돼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상담은 드물지 않습니다.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시비가 붙고, 몸싸움 과정에서 손이 상대의 몸 여기저기에 닿는 일은 충분히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손이 닿은 위치가 가슴이나 엉덩이, 허벅지처럼 성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부위였다면, 상대방은 그 순간을 '몸싸움 중 우발적 접촉'이 아니라 '성적 추행'으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본인은 시비와 몸싸움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하지만, 수사기관은 그 안에서 접촉이 일어난 순간만을 따로 떼어 강제추행 혐의로 들여다봅니다.
"그냥 밀친 것뿐인데 왜 성범죄냐"는 억울함은 이해할 만합니다. 그러나 강제추행죄는 처음부터 성적인 의도를 갖고 신체를 만진 경우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습니다. 몸싸움 중의 유형력 행사, 즉 미는 행위 그 자체가 추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결과를 가르는 것은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다음 네 가지를 어떻게 다투느냐입니다.
첫째, 접촉이 일어난 부위와 방식입니다. 어깨나 팔을 밀친 것과 가슴·엉덩이·허벅지 부위에 손이 닿은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취급을 받습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는데, 여기서의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인지를, 피해자의 의사·성별·연령·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구체적 행위태양·주위의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해 신중히 판단합니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둘째, 이른바 '기습추행' 법리입니다. 대법원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 추행하는 경우뿐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곧 추행행위로 평가되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죄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이 경우 폭행의 정도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만큼 강할 필요가 없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이기만 하면 힘의 세기는 따지지 않습니다. "살짝 밀쳤을 뿐"이라는 항변이 그 자체로 무죄를 뜻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셋째, 폭행죄와 강제추행죄는 절차상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형법 제260조의 폭행죄는 제3항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반면 강제추행죄에는 그런 조항이 없습니다.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넷째, 신상정보 등록 문제입니다. 강제추행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제1항제3호가 정한 성폭력범죄에 해당하고, 같은 법 제42조제1항에 따라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됩니다. 벌금형을 받았다고 예외가 되지 않으며, 같은 법 제45조제1항제4호에 따라 벌금형만 받아도 10년간 신상정보를 등록·관리받게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접촉을 '몸싸움 중 유형력 행사'로 재구성하기
가장 먼저 다퉈야 할 지점은 "이 접촉이 정말 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가"입니다. 접촉 부위가 성적으로 민감한 곳이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접촉에 이르게 된 경위를 시간순으로 재구성합니다.
시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 밀치는 동작이 몸싸움의 흐름 속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는지를 CCTV·주변 목격자 진술·112 신고 녹취 등으로 재구성합니다. 시비의 발단과 전개 과정을 명확히 세워 두면, 접촉이 성적 목적이 아니라 몸싸움을 제지하거나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정황이 드러납니다.
2) 접촉 부위와 방식을 객관적 자료로 특정합니다.
CCTV 화면, 현장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손이 닿은 정확한 위치와 접촉 시간, 반복 여부를 특정합니다. 단발적으로 스치는 정도의 접촉이었는지, 아니면 움켜쥐거나 문지르는 등 추행으로 평가될 만한 행위태양이었는지가 갈림길이므로, 이 지점을 진술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로 못박는 것이 핵심입니다.
3) 판단기준 하나하나에 맞춰 '추행 아님'을 뒷받침하는 사정을 모읍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종합판단 요소—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각각에 대응하는 사정을 준비합니다. 예컨대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에서 시비가 격화된 경위, 다수의 목격자가 있는 개방된 공간, 옷 위로 스친 정도에 그친 접촉이었다는 점 등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추행'이라는 평가를 흔드는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반의사불벌 여부와 신상정보 등록 리스크를 함께 관리하기
죄명 자체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강제추행이라는 죄명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의 절차와 결과를 정확히 알고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1)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을 서두르되,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합니다.
진지한 사과와 실질적인 배상, 처벌불원 의사 확보를 가능한 한 조기에 진행합니다. 다만 강제추행죄는 폭행죄와 달리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가 곧바로 공소권 없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기소유예나 양형에 유리한 자료로 활용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진행합니다.
2) 죄명 자체를 폭행으로 되돌릴 수 있는지를 함께 검토합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접촉 부위·경위에 관한 의견서와 증거자료를 제출해, 강제추행이 아니라 단순 폭행으로 의율될 여지가 있는지를 다툽니다. 죄명이 폭행으로 정리되면 형법 제260조제3항에 따라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공소제기 자체를 막을 수 있고, 신상정보 등록 의무도 아예 발생하지 않습니다. 두 죄명의 절차적 무게가 다르기 때문에, 초기 대응의 방향을 여기에 맞춰 설계합니다.
3) 처분 단계별로 대응을 나눠 준비합니다.
불송치·불기소를 목표로 하는 수사 단계,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 정식재판을 청구할지 여부, 정식 기소된 경우의 양형자료 준비까지 단계별 목표와 자료를 미리 갖춰 둡니다. 특히 약식명령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벌금형이라도 10년간 신상정보 등록이 확정된다는 점을 감안해, 정식재판 청구의 실익을 사건 초기에 검토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그냥 밀친 것뿐인데"라는 생각으로 사건을 가볍게 보고 넘기면, 접촉 부위 하나로 강제추행 전과와 10년의 신상정보 등록이라는 무거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접촉의 경위와 태양을 초기에 객관적 자료로 정리해 두면, 죄명 자체를 다툴 여지도, 강제추행으로 유지되더라도 결과를 완화할 여지도 함께 넓어집니다.
시비 끝에 밀친 것이 강제추행으로 접수됐다면, 지금 어떤 자료를 남기고 어느 방향으로 다퉈야 할지를 초기에 한 번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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