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 중계기 놔두는 알바 한 것만으로 처벌되나요
원룸에 중계기 놔두는 알바 한 것만으로 처벌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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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공갈

원룸에 중계기 놔두는 알바 한 것만으로 처벌되나요 

김강희 변호사


원룸에 중계기만 놔뒀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처벌될 수 있을까요


사건 개요


취업을 준비하거나 생활비가 급한 시기에는 "월 200 이상, 하는 일은 방에 기계 하나 놓고 전원만 연결해두면 끝"이라는 문구 앞에서 흔들리기 쉽습니다. 구인구직 채팅방이나 문자메시지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서 연락을 받고, 시키는 대로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단기로 계약한 뒤, 택배로 배송된 상자만 한 기계를 설치해 두는 것이 일의 전부라는 제안을 받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근로계약서도 없고, 회사 이름도 모르지만 매달 정해진 날짜에 입금은 정확히 들어옵니다.

문제는 몇 주 혹은 몇 달 뒤에 터집니다. 경찰이 그 원룸을 찾아와 압수수색을 하고, 그 기계가 해외에서 걸려오는 인터넷전화(070)를 국내 휴대전화(010) 번호에서 걸려오는 것처럼 바꿔주는 '중계기'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 번호로 다수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습니다. "저는 기계만 놔뒀을 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몰랐습니다"라는 항변이 나오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룸에 중계기를 놔두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중형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몰랐다"는 진술만으로 처벌을 피하기도 어렵습니다.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것은 기계를 두었다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맡던 순간과 진행하던 기간 동안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인식의 정도를 뒷받침할 객관적 정황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남아 있는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처분과 형량을 좌우하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불법적인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다고 볼 수 있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지입니다. 채용 절차의 비정상성(신분증 확인 없음, 회사명·업무 내용 비공개),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은 보수, 현금 위주의 지급 방식 등은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대표적인 정황으로 다뤄져 왔습니다. 둘째, 중계기 설치·관리 행위를 사기죄의 단순 방조로 볼지, 공동정범으로 볼지입니다. 중계기는 발신번호 추적을 차단해 조직 전체의 범행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수단이라는 이유로, 법원은 이를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로 보아 방조를 넘어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하고 공동정범 책임을 지운 사례가 상당수 있습니다. 셋째, 사기 혐의와는 별개로 성립하는 전기통신사업법위반입니다. 같은 법 제84조의2 제2항은 영리 목적으로 발신번호를 변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그런 장치를 제조·수입·배포·판매·대여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제95조의2 제5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사기죄의 고의가 부정되더라도 이 혐의는 남을 수 있습니다. 넷째, 가담 기간·역할·피해액과의 인과관계 등 양형 요소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저울추가 됩니다.

네 가지 쟁점은 순서대로 얽혀 있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정황이 많이 쌓일수록 공동정범 판단도, 양형도 함께 불리해집니다. 그래서 초기 대응은 "몰랐다"고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사실관계를 정확한 시점별로 재구성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미필적 고의를 사실관계로 다투기


이런 사건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은 "몰랐다"는 말이 진술서 한 줄로만 남는 경우입니다. 그 말을 뒷받침할 객관적 정황이 없으면, 법정에서는 오히려 비정상적인 채용 과정 자체가 불리한 정황으로 쓰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1) 채용 경위를 시점별로 재구성합니다.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어떤 조건으로 연락받았는지, 그 과정에서 신분증이나 정식 계약서를 요구받았는지, 업무 내용에 대해 어디까지 설명을 들었는지를 문자메시지·채팅 캡처·통화 기록 등 남아 있는 자료를 기준으로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막연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확신은 없었다"는 진술도, 그 확신이 없었던 이유를 구체적 정황(설명을 들은 시점, 거절 의사를 표시했는지 여부 등)으로 뒷받침해야 법정에서 힘을 갖습니다.

2) 인식이 생긴 시점과 그 이후의 행동을 구분합니다.

처음에는 몰랐더라도 중간에 이상함을 느낀 시점이 있다면, 그때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곧바로 기계를 철거하거나 상대방과 연락을 끊었는지, 혹은 신고·자수를 했는지는 미필적 고의의 발생 시점을 좁히는 결정적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이상함을 느끼고도 계속 관리하며 추가 보수를 받았다면 그 기간의 행위는 고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 구간을 미리 냉정하게 파악해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3) 진술의 일관성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확보합니다.

입출금 내역, 임대차계약서, 기계를 설치·회수한 시점의 통신 기록 등은 진술이 오락가락할 때 신빙성을 지켜주는 유일한 방어선입니다. 수사 초기에 이런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흐려지고 진술은 불리하게 재구성될 위험이 커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공동정범 확대를 막고 전기통신사업법 혐의를 정밀하게 다투기


미필적 고의를 다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혐의의 범위 자체가 필요 이상으로 넓어지지 않도록 막는 일입니다. 사기죄가 공동정범으로 굳어지면 조직 전체 피해액을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게 될 수 있어,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함께 챙깁니다.

1) 가담의 정도와 피해액 사이의 인과관계를 특정합니다.

중계기를 설치만 하고 즉시 이탈했는지, 아니면 장기간 관리하며 조직의 지시를 받아 회선을 바꾸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에 따라 '기능적 행위지배'의 인정 여부가 달라집니다. 실제 가담 기간과 역할을 특정해 자신의 행위가 전체 범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객관적으로 드러내면,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 수준으로 책임을 제한할 여지가 생깁니다.

2)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의 구성요건을 정밀하게 다툽니다.

같은 법 제95조의2 제5호가 처벌하는 것은 '영리 목적으로' 발신번호 변작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그 장치를 제조·수입·배포·판매·대여한 자입니다. 단순히 지시받은 대로 전원을 연결하는 역할이었는지, 아니면 실제로 그 장치의 기능을 이해하고 운용에 관여했는지에 따라 이 요건 해당 여부가 갈립니다. 사기 혐의와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는 구성요건이 다른 별개의 죄이므로, 하나로 뭉뚱그려 다투지 않고 각각의 성립 요건을 따로 짚어야 합니다.

3) 양형자료를 미리 준비합니다.

초범인지, 가담 기간이 단기였는지, 조사 단계에서부터 사실관계를 성실히 진술했는지, 보수를 반환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공탁을 했는지는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실질적인 저울추입니다. 혐의를 다투는 절차와 별개로, 처음부터 양형자료를 함께 쌓아 두어야 어느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대응할 수 있습니다.


결론


"기계만 놔뒀을 뿐이다"라는 말은 억울함의 표현으로는 진심일 수 있지만, 법정에서는 그 자체로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보는 것은 기계를 둔 사실이 아니라, 그 일을 맡을 때와 계속하는 동안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막연히 "몰랐다"고 반복하기보다 채용 경위와 인식 시점을 사실관계로 재구성하고, 사기 혐의와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를 각각 정밀하게 다투는 것이 결과를 가릅니다. 원룸에 중계기를 놔둔 일로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수사가 시작되었다면, 지금까지의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해 대응할지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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