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판매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SNS나 메신저로 "얼마에 살 수 있느냐"고 연락했다가, 실제 거래는 성사되지 않은 채 대화 기록만 남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단계에서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결론은 어떤 마약류를 사려 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예비·음모까지 처벌하는 조항을 제58조와 제59조, 단 두 곳에만 두고 있고, 그 밖의 향정신성의약품에는 이런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마약을 사겠다고 연락만 한 단계에서 실제로 어떤 마약류일 때 처벌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어느 시점부터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는지를 조문과 판례를 근거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마약을 사겠다고 연락만 한 단계 — 형사처벌의 네 단계
범죄는 통상 예비, 음모, 미수, 기수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예비는 범죄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를 말하고, 음모는 2인 이상이 범죄 실행에 관해 구체적으로 합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두 단계는 아직 실행의 착수, 즉 범죄를 실제로 저지르기 시작한 시점에 이르지 않은 상태입니다. 마약을 사겠다고 판매자에게 연락만 한 것은 대부분 이 예비 단계, 심하면 그보다도 이른 단계에 머무릅니다.
그런데 형법 제28조는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예비·음모는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고, 개별 법률이 특별히 처벌 규정을 둔 범죄에서만 예외적으로 처벌됩니다. 살인이나 강도처럼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조항을 둔 범죄가 있는가 하면, 그런 조항이 아예 없는 범죄도 많습니다. 마약류 범죄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전체가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중 일부 조항에만 이 예외가 적용됩니다.
그래서 "마약을 사겠다고 연락만 한 단계에서도 처벌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가장 먼저 어떤 마약류를 사려고 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연락, 같은 문의라도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처벌 여부와 수위가 완전히 갈립니다.
형법 제28조: 예비·음모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처벌하지 않는다 — 처벌은 원칙이 아니라 예외다.
예비죄가 성립하려면 — 막연한 의사표시로는 부족하다
예비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범행을 마음먹거나 계획을 세운 정도로는 부족하고, 실행에 나아가기 위한 물적·인적 준비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음모죄도 마찬가지로, 막연히 "언젠가 사자"는 정도의 대화가 아니라 실행 시기·방법·역할 등에 관해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합의에 이르러야 성립합니다. 이 기준을 마약 매수 연락에 대입하면, 판매자에게 단순히 시세를 물어보거나 판매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의 대화는 아직 준비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대화가 구체적인 거래 조건, 즉 수량과 가격을 정하고 만날 장소나 송금계좌를 주고받는 단계까지 나아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정도의 대화는 실제 거래를 위한 준비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커지고, 뒤에서 살펴볼 예비·음모 처벌 조항이 적용되는 마약류라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연락의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가 예비 해당 여부를 가르는 실질적인 기준이 됩니다.
예비 — 범죄 실행을 위한 물적·인적 준비행위(자금 마련, 만남 약속, 거래조건 조율 등).
음모 — 2인 이상이 범죄 실행에 관해 구체적·현실적으로 합의하는 것.
단순 의사표시나 시세 문의 — 판례상 예비·음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음.
마약류관리법에서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조항은 제58조와 제59조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마약류 범죄를 제58조부터 제61조까지 나누어 규정하고, 마약류의 위해성과 행위 유형에 따라 형량을 달리 정하고 있습니다. 이 중 미수범을 처벌하는 조항은 제58조·제59조·제60조·제61조 모두에 있지만, 예비·음모까지 처벌하는 조항은 제58조 제4항과 제59조 제4항, 단 두 곳뿐입니다. 제60조와 제61조에는 미수범 처벌 규정만 있고,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항 자체가 없습니다.
그마저도 제58조 제4항과 제59조 제4항이 적용되는 범위는 넓지 않습니다. 제58조 제4항은 "제1항과 제2항에 규정된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면서도, 제1항 중 미성년자 관련 조항(제7호)은 예비·음모 처벌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제59조 제4항은 더 좁아서, 제1항 전체가 아니라 제1항 제7호, 즉 대마의 제조·매매 등을 목적으로 한 예비·음모만을 처벌합니다. 나머지 제59조 제1항 각호(마약 원료식물 재배, 헤로인 소지, 특정 향정신성의약품 소지 등)는 미수범 처벌 대상일 뿐 예비·음모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전체에서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조항은 제58조 제4항과 제59조 제4항뿐이고, 나머지는 미수범 처벌 규정만 있다.
마약·대마 매매를 사겠다고 연락했다면 — 예비·음모도 처벌 대상
아편·헤로인 등 좁은 의미의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그 매매를 유인·권유·알선하는 행위는 제58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판례상 "매매"에는 파는 행위뿐 아니라 사는 행위, 즉 매수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구매자도 이 조항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하거나 음모한 경우에는 제58조 제4항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대마의 경우도 비슷한 구조입니다. 대마를 제조하거나 매매, 매매의 유인·권유·알선을 한 자는 제59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고, 이 행위를 목적으로 한 예비·음모는 제59조 제4항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됩니다. 판매자에게 연락해 대마를 어느 정도 수량으로 얼마에 살지 조율하고, 실제로 만날 장소나 전달 방법까지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이 예비·음모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마약과 대마는 마약류 중에서도 위해성이 가장 크게 평가되는 유형인 만큼, 연락 단계에서부터 형사책임이 따라붙을 위험이 가장 큰 축에 속합니다.
그 밖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사겠다고 연락만 했다면 — 처벌 규정이 없다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3호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오용·남용 위험성과 의료용 사용 여부에 따라 가목부터 마목까지 여러 등급으로 나눕니다. 이 중 상대적으로 위해성이 낮게 분류되는 향정신성의약품(제2조제3호나목·다목에 해당하는 것)을 매매하거나 매매를 유인·권유·알선·수수·소지·소유·사용·관리한 자는 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런데 제60조에는 제3항의 미수범 처벌 규정만 있을 뿐, 제58조·제59조처럼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항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이런 향정신성의약품을 사겠다고 판매자에게 연락하고 가격을 물어본 정도, 즉 아직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은 준비행위 단계에서는 처벌 근거가 되는 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미수범이라도 되려면 뒤에서 살펴볼 "실행의 착수"에 이르러야 하는데, 예비 단계에서는 그 이전이므로 애초에 적용할 조항이 없는 셈입니다. 제61조가 적용되는 그보다 낮은 등급의 향정신성의약품이나 대마 관련 일부 행위(단순 흡연·섭취·소지 등)도 사정이 같아서, 미수범 처벌 규정만 있고 예비·음모 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제58조(마약 등) — 미수 처벌(③) + 예비·음모 처벌(④, 10년 이하).
제59조(대마 매매 등 제1항제7호) — 미수 처벌(③) + 예비·음모 처벌(④, 10년 이하). 제7호 외 나머지 호는 미수만.
제60조(그 밖의 향정신성의약품 등) — 미수 처벌(③)만, 예비·음모 처벌 규정 없음.
제61조(그보다 낮은 등급의 향정신성의약품·대마 일부 행위 등) — 미수 처벌(③, 일부 제외)만, 예비·음모 처벌 규정 없음.
실행의 착수는 언제 인정되나 — "거래에 근접·밀착"해야 미수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없는 마약류라 해서 연락 이후 어떤 행동을 해도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실행의 착수에 이르면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고, 제58조부터 제61조까지 모두 미수범 처벌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연락만 한 단계"를 넘어 어느 시점부터 실행의 착수로 인정되는지입니다. 판례는 마약류 매매의 실행의 착수를 거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가 이루어졌을 때로 보고, 매매가 완성되는 기수 시점은 마약류의 점유가 실제로 이전된 때로 봅니다.
이 기준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4도16920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필로폰을 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대금 명목의 돈을 지급받았더라도, 당시 물건을 소지하거나 곧바로 입수할 수 있는 상태 등 매매행위에 근접·밀착한 상태에서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부탁과 함께 돈을 받은 정도에 그쳤다면 매매행위의 실행의 착수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판매자 측 기준이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단순히 대금을 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미수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가 실제로 이루어지기 직전 단계까지 근접했는지를 함께 따진다는 것입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구매자가 대금을 송금하거나 실제 만남 장소로 이동하는 등 구체적인 행위에 나아간 경우, 이를 실행의 착수로 인정해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은 유념해야 합니다.
판례상 마약류 매매의 실행의 착수는 "거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가 있어야 인정되고, 단순히 사겠다는 부탁과 대금 명목의 돈만 오간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연락 단계에서도 조사하는 이유 — 실무의 함정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과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이용한 마약류 유통망을 수사기관이 검거하면, 그 대화방이나 계정에 남은 대화 기록을 통해 매수 의사를 밝힌 사람들을 특정해 순차적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흔히 확인됩니다. 이 과정에서 연락한 마약류가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없는 유형이라는 사정이 밝혀지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종결될 수 있지만, 조사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더 중요한 함정은 조사 과정에서 다른 혐의가 함께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과거 투약 사실이 소변·모발 감정으로 확인되거나, 다른 판매자와의 거래 기록이 함께 발견되면 그 부분은 별도로 기소될 수 있습니다. 또한 연락 이후 실제로 대금을 보내거나 만남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면, 애초 처벌 규정이 없는 향정신성의약품이라도 미수범 처벌 대상이 되는 다른 유형으로 재평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마약류는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안심할 것이 아니라, 대화 내용 전체와 이후 행위까지 함께 살펴 실제 형사책임 유무를 판단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약류 판매자에게 가격만 물어봤는데 처벌될 수 있나요?
A. 어떤 마약류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마약(아편·헤로인 등)이나 대마라면 제58조 제4항·제59조 제4항의 예비·음모 처벌 대상이 될 여지가 있지만, 그 밖의 향정신성의약품이라면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다만 대화가 수량·가격·만남 방법까지 구체화됐다면 예비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Q. 대금을 보냈는데 마약을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면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실행의 착수를 거래에 근접·밀착한 행위가 있었는지로 판단하므로, 단순히 돈만 오간 것인지 실제 거래 직전 단계까지 나아갔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Q. 예비·음모로 처벌되면 형량은 얼마나 되나요?
A. 제58조 제4항과 제59조 제4항 모두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수범이나 기수범보다는 낮지만, 다른 형사범죄와 비교하면 결코 가벼운 형량이 아닙니다.
Q. 연락만 했는데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무혐의로 끝날 수 있나요?
A. 연락한 마약류가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없는 유형이고 실행의 착수로 볼 만한 행위가 없었다면 혐의없음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조사 자체는 이루어질 수 있고, 다른 혐의가 함께 드러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예비·음모와 미수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예비·음모는 아직 실행에 착수하지 않은 준비·합의 단계이고, 미수는 실행에 착수했지만 결과가 완성되지 않은 단계입니다. 마약류관리법은 대부분의 조항에서 미수범을 처벌하지만, 예비·음모까지 처벌하는 조항은 제58조·제59조로 한정됩니다.
Q. 처벌 규정이 없는 향정신성의약품이라면 완전히 안전한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이후 대금을 보내거나 실제 거래에 나아가면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투약이나 소지 등 다른 혐의가 함께 확인되면 그 부분은 별도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마약을 사겠다고 연락만 한 단계의 형사책임은 어떤 마약류를 대상으로 했는지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마약과 대마의 매매는 제58조 제4항과 제59조 제4항에 따라 예비·음모 단계에서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될 수 있지만, 그 밖의 향정신성의약품은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조항 자체가 없어 실행의 착수에 이르기 전까지는 처벌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이는 대화 내용이 시세 문의 수준에 그쳤을 때의 이야기이고, 거래 조건을 구체적으로 조율했거나 대금을 보내는 등 실행의 착수로 볼 만한 행위가 있었다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원지검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메신저를 이용한 마약류 유통 수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연락 사실만으로 조사 대상이 되었다면 어떤 조항이 적용되는 사안인지부터 정확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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