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의약품이 필요한데 정상적으로 처방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존 처방전의 수량이나 유효기간을 몰래 고쳐 쓰거나 아예 처방전 양식을 새로 만들어 약국에 제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받은 약은 결국 문제가 되는데, 처방전을 손댄 행위 하나로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 사기죄, 마약류관리법 위반이 한꺼번에 문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죄가 동시에 거론되면 형량이 어떻게 합쳐지는지, 애초에 각 죄가 어떤 요건으로 성립하는지부터 헷갈리기 마련입니다. 이 글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전을 위조해 약을 받은 경우 실제로 어떤 죄들이 겹치는지, 그 죄수 관계와 실무상 처리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처방전을 손보는 순간 — 왜 죄가 한꺼번에 겹치나
향정신성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는 약국에서 구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 제4조 제1항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소유·사용·투약·수수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같은 항 제3호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기재한 처방전을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아닌 사람이 발급하는 행위까지 별도로 금지합니다. 정상적으로 약을 받으려면 의사가 진료 후 발급한 처방전이 있어야 하고, 그 처방전은 제32조에 따라 발급자의 업소 소재지·상호·면허번호와 환자의 성명·주민등록번호를 적고 서명 또는 날인까지 마쳐야 효력을 갖습니다. 이 요건 중 하나라도 실제 의사의 의사표시 없이 임의로 만들어졌다면, 그 처방전은 이미 온전한 문서가 아닙니다.
문제는 처방전을 손대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데 있습니다. 기존에 발급받은 진짜 처방전에서 약의 수량이나 유효기간을 몰래 고쳐 쓰는 경우도 있고, 처방전 양식 자체를 통째로 만들어 의사의 이름과 면허번호, 서명까지 흉내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자는 진정하게 성립된 문서의 내용을 사후에 바꾸는 행위이고 후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문서를 새로 만들어내는 행위이지만, 형법은 이 둘을 굳이 나누지 않고 같은 조문 안에서 함께 처벌합니다. 어느 쪽이든 그 위조·변조된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서 실제로 향정신성의약품을 받아오는 순간, 문서에 관한 죄와 재산범죄, 마약류에 관한 죄가 동시에 문제 되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다음 항목부터 각 죄가 정확히 어떤 요건으로 성립하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처방전을 고쳐 쓰거나 새로 만들어 약국에 제출하는 행위는 문서에 관한 죄(사문서위조·행사)와 재산범죄(사기), 마약류에 관한 죄(마약류관리법 위반)가 동시에 걸리는 구조를 만든다.
사문서위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 — 처방전을 손보는 순간 성립
처방전은 의사 개인이 작성해 발급하는 문서로, 형법 제231조가 말하는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에 해당합니다. 의사 명의의 문서를 권한 없이 작성하거나 진정하게 작성된 문서 내용을 권한 없이 고치면, 행사할 목적이 있는 한 사문서위조죄 또는 사문서변조죄가 성립하고,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행사할 목적"은 그 문서를 마치 진짜인 것처럼 누군가에게 내보일 의도를 뜻하는데, 약을 받으려고 처방전을 고치는 이상 이 목적은 사실상 당연히 인정됩니다.
위조·변조 자체로 죄가 완성되지만, 그 문서를 실제로 약국에 제출하면 형법 제234조의 위조사문서행사죄가 별도로 성립합니다. 행사죄는 위조·변조죄와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되는데, 판례상 이 둘은 하나의 행위가 아니라 "작성"과 "제출"이라는 별개의 행위로 보아 실체적 경합(형법 제37조) 관계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처방전 한 장을 고쳐서 약국 한 곳에 냈다면, 사문서변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 두 개의 죄가 각각 성립하고 이후 형을 정할 때 함께 고려됩니다. 여러 약국을 돌며 같은 위조 처방전을 반복해서 제출했다면 행사죄만 그 횟수만큼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위조 — 존재하지 않는 처방전을 의사 명의로 새로 작성하는 경우
변조 — 진짜 처방전의 약품명·수량·유효기간 등을 권한 없이 고치는 경우
행사 — 위조·변조한 처방전을 약국 등에 실제로 제출하는 경우
처방전을 고쳐 쓰는 행위(위조·변조)와 그 처방전을 약국에 내는 행위(행사)는 별개의 죄로 평가되어 실체적 경합 관계에 놓인다.
약국에서 약을 받으면 사기죄까지 — 편취의 구조
위조 처방전을 제출해 향정신성의약품을 실제로 받아오면 사기죄까지 문제됩니다. 약사는 처방전이 진정하게 성립한 것으로 믿고 그 내용에 따라 조제·판매하는데, 이는 곧 위조된 문서로 인한 착오에 빠져 재산(향정신성의약품)을 교부한 것이어서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행위·착오·처분행위·재산상 이익의 흐름이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은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2025.12.23 개정, 2026.3.12 시행). 위조사문서행사와 사기는 판례상 대체로 별개의 죄로 평가되어 함께 경합범으로 처벌됩니다.
다만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약사가 처방전의 진위를 실제로 오인했어야 하고, 교부받은 약의 재산적 가치도 인정되어야 합니다. 위조가 조악해 약사가 즉시 알아채고 조제를 거부했다면 사기미수에 그치거나, 애초에 처분행위(교부) 자체가 없어 기수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 약국을 돌며 같은 수법으로 반복해서 약을 받아냈다면 편취금액(약값)이 누적되면서 사안의 무게가 함께 커집니다. 향정신성의약품 자체의 시중 유통가가 크지 않더라도, 반복 횟수와 위조 수법의 계획성이 양형에서 함께 고려되는 요소입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 처방전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한 죄
문서와 재산 관련 죄와 별개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정당한 처방 없이 취급했다는 사실 자체가 마약류관리법 위반입니다. 위조 처방전은 법적으로 유효한 처방전이 아니므로, 그 처방전으로 약을 받아 소지·사용한 사람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가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소유·사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됩니다. 마약류관리법 제4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는데, 구체적인 법정형은 그 약이 같은 법 제2조 제3호의 어느 목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오용·남용 우려가 큰 나목·다목 향정신성의약품이라면 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상대적으로 우려가 적은 라목 향정신성의약품이라면 제61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실무에서 위조 처방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 졸피뎀 같은 수면유도제는 시행령상 라목으로 분류되어 있어, 이 부분만 놓고 보면 5년 이하 징역·5천만원 이하 벌금 구간의 처벌이 적용됩니다. 다만 어떤 향정신성의약품을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받았는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법정형 상한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처방전 위조 사건마다 실제로 취급된 약물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처벌 수위를 가늠하는 출발점입니다. 상습적으로 이런 행위를 반복했다면 마약류관리법 제60조 제2항·제61조 제2항에 따라 정해진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실체적 경합이냐 상상적 경합이냐 — 죄수가 갈리는 이유
여러 죄가 동시에 성립한다고 해서 형이 단순히 다 더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은 한 개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제40조)과, 별개의 행위로 저지른 여러 죄를 함께 재판하는 경합범(제37조·제38조)을 구분합니다. 사문서위조·변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작성"과 "제출"이라는 별개 행위이므로 경합범으로 다뤄지는 것이 판례의 일반적 태도이고, 위조사문서행사와 사기죄 역시 대체로 별개의 죄로 평가되어 경합범 관계에 놓입니다. 여기에 마약류관리법 위반까지 더해지면,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제출하고 약을 받아 소지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성립하는 여러 죄를 함께 놓고 형을 정하게 됩니다.
경합범으로 처벌될 때는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의 상한을 합산한 범위를 넘지 못합니다. 이 사안에서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죄는 사기죄(20년 이하 징역)이므로, 실제로는 사기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가중 폭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법정형 상한이 곧 선고형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 선고형은 취급한 약의 종류와 수량, 반복 횟수, 위조의 계획성, 초범 여부 등을 종합해 그보다 훨씬 낮게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러 죄가 겹칠 때 실제 처벌 수위를 가르는 것은 법정형의 합산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한 가중과 구체적 양형 요소다.
적발은 어떻게 되나 —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과 약사의 확인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전 위조가 다른 문서위조보다 발각되기 쉬운 이유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취급 내역이 실시간으로 국가 시스템에 보고되는 구조 때문입니다. 마약류관리법 제11조의2·제11조의3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마약류 취급내역 보고 시스템)을 운영하고, 의사가 처방하거나 약사가 조제한 향정신성의약품의 품명·수량·환자 정보는 이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보고됩니다. 같은 사람이 짧은 기간 안에 여러 병원·약국에서 같은 성분의 향정신성의약품을 반복해서 받아간 이력이 남으면, 이 시스템을 통해 이상 패턴으로 잡히기 쉽습니다.
여기에 더해 위조 처방전은 서류 자체의 허점으로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처방전에 기재해야 할 발급 의료기관의 소재지·명칭·면허번호가 실제 병원과 맞지 않거나, 약사가 발급 의료기관에 처방 사실을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위조가 드러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처방한 적 없는 의료기관 명의를 도용했다면, 그 병원 측이 나중에 문제를 인지하고 신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시스템과 서류 확인 절차가 이중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위조 처방전으로 약을 받는 방법은 발각 위험이 낮지 않습니다.
수사·재판에서 실제로 어떻게 다뤄지나
수사기관은 위조된 처방전 원본이나 사본, 약국의 조제 기록,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상 취급 이력, 실제 처방 여부에 대한 해당 의료기관의 확인 등을 통해 위조 경위와 취급 규모를 확인합니다. 한두 번의 소량 취득인지, 반복적으로 여러 약국을 돌며 취득했는지, 취득한 약을 본인이 사용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넘겼는지에 따라 사건의 무게가 크게 달라집니다. 본인 사용 목적의 단순 취득이라면 매매·제공 관련 조항까지 확대 적용되지는 않지만, 반복성과 계획성이 뚜렷하면 상습범으로 평가되어 마약류관리법상 가중 처벌 조항이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초범이고 취득량이 소량이며 실제로 진료를 받아온 이력이 있어 처방전을 손댄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수사·재판 단계에서 이런 사정이 유리하게 고려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되는 영역이고, 위조 경위와 취득 규모, 반복 여부에 대한 구체적 소명 자료를 갖추는 것이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수나 수사 협조,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 이력 등도 함께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미 받은 진짜 처방전의 수량만 살짝 고쳤어도 위조죄가 되나요?
A. 진정하게 발급된 처방전이라도 권한 없이 그 내용을 고치면 사문서변조죄가 성립합니다. 형법 제231조는 위조뿐 아니라 변조도 같은 법정형(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므로, 원본이 진짜였다는 사정만으로 죄를 피할 수 없습니다.
Q. 약을 실제로 받지 못하고 약국에서 거부당했다면요?
A. 처방전을 만들거나 고친 시점에 이미 사문서위조·변조죄는 완성됩니다. 다만 약국에 제출했지만 약을 받지 못했다면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성립해도 사기죄는 미수에 그치거나 성립하지 않을 수 있어, 실제로 약을 교부받았는지가 사기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Q. 가족 명의로 발급된 처방전을 대신 써서 약을 받아도 문제가 되나요?
A. 가족이라도 본인이 처방받은 약이 아닌 이상, 그 명의로 발급된 처방전을 다른 사람이 임의로 고쳐 쓰거나 대신 제출해 약을 받으면 문서에 관한 죄와 마약류관리법 위반이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가족 관계라는 사정만으로 위법성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Q. 어떤 향정신성의약품인지에 따라 처벌이 크게 달라지나요?
A. 마약류관리법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오용·남용 위험도에 따라 나목부터 라목까지 구분하고 있어 적용 조문과 법정형이 다릅니다. 오용 우려가 큰 나목·다목에 해당하면 10년 이하 징역, 라목에 해당하면 5년 이하 징역이 상한이 되므로, 실제 취급된 약물의 분류를 확인하는 것이 처벌 수위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Q. 여러 죄가 한꺼번에 기소되면 형이 전부 합쳐지나요?
A. 단순 합산이 아니라 경합범 처벌례(형법 제38조)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2분의 1까지 가중하는 방식으로 형이 정해집니다. 이 사안에서는 대체로 사기죄의 법정형이 가장 무거워 그 상한을 기준으로 가중 폭이 계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상담이나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A. 실제로 처방받았던 병원의 진료 이력, 위조·변조 경위에 대한 사실관계, 취득한 약의 종류와 횟수를 먼저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성립하는 죄목과 적용 조문이 취급 규모에 따라 달라지므로, 초기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이후 대응 방향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맺음말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전을 손보아 약을 받는 행위는 단순히 마약류관리법 위반 한 가지로 끝나지 않습니다. 처방전을 고치거나 새로 만드는 순간 사문서위조·변조죄가, 이를 약국에 제출하는 순간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실제로 약을 교부받는 순간 사기죄와 마약류관리법 위반이 차례로 겹쳐집니다. 이 죄들은 대부분 경합범 관계로 함께 처벌되므로, 취급된 약의 종류와 수량, 반복 여부, 위조의 계획성이 실제 형량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스스로 어떤 죄에 해당하는지, 어느 조문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대응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인계동이나 수원지검 관할에서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전 위조 사건으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대응 방향을 잡아두는 쪽이 결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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