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다 부딪힌 걸 기습추행이라고 신고당했어요
지나가다 부딪힌 걸 기습추행이라고 신고당했어요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

지나가다 부딪힌 걸 기습추행이라고 신고당했어요 

김강희 변호사


지나가다 부딪힌 걸 기습추행이라고 신고당했어요


사건 개요


좁은 골목이나 사람 많은 지하철 통로, 붐비는 매장 입구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걷다 어깨나 팔이 스치는 일은 흔합니다. 대부분은 서로 눈길 한 번 주고받고 지나가지만, 어떤 경우엔 그 짧은 접촉이 신고로 이어집니다. 뒤따라온 경찰관에게 붙들리거나, 며칠 뒤 출석요구서를 받고서야 자신이 '기습추행' 혐의로 신고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를 쳐다본 적도, 뒤따라간 적도 없이 그저 정면에서 걸어오다 부딪혔을 뿐인데, 그 순간이 '성적 의도를 가진 접촉'으로 규정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 접촉의 성격을 피해자 진술과 정황에 의존해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울하다는 항변만으로는 이 구도를 뒤집을 수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한 물리적 접촉과 '기습추행'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개념이며, 추행의 고의가 없는 우연한 접촉은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차이를 수사기관 앞에서 설득력 있게 보이려면, 접촉의 경위와 양태를 처음부터 객관적 자료로 구성해야 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갈림길이 되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CCTV나 목격자로 이미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다툴 지점은 접촉 여부가 아니라 그 접촉의 '추행 해당성'과 '고의'입니다. 둘째, 대법원이 말하는 '기습추행'은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로 인정되는 경우를 포함하지만, 그 전제는 어디까지나 추행의 고의로 유형력을 행사했다는 점입니다(형법 제298조). 우연히 스치듯 부딪힌 것과 고의로 신체를 접촉한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범주입니다.

셋째,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성별·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 즉 어깨나 팔이 스친 정도의 접촉과 신체의 은밀한 부위에 대한 접촉은 같은 잣대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넷째, 초기 경찰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하고 어떤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 두었는지가, 이후 불송치·불기소로 마무리되는지 아니면 기소로 넘어가는지를 가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접촉의 '추행 해당성'과 '고의 부존재'를 객관적으로 구성하기


가장 먼저 흔들리는 지점은 "그건 그냥 부딪힌 거였다"는 말이 진술 이상의 무게를 갖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접촉 경위를 시간·공간적으로 재구성합니다.

접촉 당시 의뢰인이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고 있었는지, 보행 방향과 속도, 통로의 폭과 혼잡도를 인근 CCTV·목격자 진술·매장 출입기록·교통카드 태그기록 등으로 재구성합니다. 좁은 통로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걷다 발생한 접촉이라는 점이 영상이나 객관적 기록으로 뒷받침되면, 우연한 물리적 충돌이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립니다.

2) 접촉 부위와 양태를 객관적으로 특정합니다.

대법원은 '추행'인지를 판단할 때 구체적 행위태양을 핵심 요소로 봅니다. 신체의 어느 부위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긴 시간 접촉됐는지를 CCTV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로 특정해, 통상적인 보행 충돌에서 나타나는 어깨·팔 접촉인지, 아니면 가슴·엉덩이 등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부위에 대한 의도적 접촉인지를 구분합니다. 이 특정이 흐려진 채로 수사가 진행되면, 막연한 '몸이 닿았다'는 진술만으로 추행이 인정될 위험이 커집니다.

3) 고의를 배제하는 정황을 모읍니다.

판례가 인정한 기습추행 사례들은 대개 피해자를 미행하거나 응시하며 접근한 정황이 함께 나타납니다(대법원 2015도6980 판결 참조). 반대로 의뢰인이 상대방을 사전에 인지하거나 접근한 정황이 전혀 없이 정면에서 걸어오다 접촉했다면, 그 자체가 고의를 배제하는 유력한 정황이 됩니다. 접촉 직후 놀란 반응, 사과의 말, 곧바로 자리를 벗어난 행동 등도 고의 없는 우연한 접촉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정리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수사단계 대응과 절차적 방어를 설계하기


사실관계를 아무리 잘 정리해도, 그것을 수사기관 앞에서 어떤 순서와 형식으로 내놓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진술 전략을 조율합니다.

최초 경찰 출석 시 접촉 사실 자체를 무리하게 부인하거나, 반대로 당황한 나머지 성급하게 사과하며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하는 경우 모두 이후 대응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되, 그것이 고의적 추행이 아니라 우연한 충돌이었다는 점을 진술서와 답변 순서에 일관되게 반영하도록 준비합니다.

2) 불송치·불기소 의견서를 구체적 법리로 작성합니다.

대법원 2015도6980 판결이 제시한 기습추행의 성립요건—추행의 고의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을 행사했을 것—에 비추어, 확보한 CCTV·목격자 자료와 접촉 경위를 근거로 고의 없는 우연한 접촉만으로는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을 의견서로 조목조목 제출합니다. 막연히 "억울하다"는 호소가 아니라, 판례가 제시한 요건에 하나씩 사실관계를 대입하는 방식입니다.

3) 신고의 허위성이 뚜렷한 경우 무고 대응을 검토합니다.

수사 결과 접촉이 명백히 우연한 것이었고 신고인이 그 사정을 알면서도 허위로 신고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고죄는 신고인이 허위임을 인식하고도 신고했다는 점이 별도로 증명되어야 하므로, 형사절차의 결과가 먼저 확정된 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결론


기습추행 신고는 '몸이 닿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시작되지만, 그 뒤를 채우는 것은 결국 접촉의 경위와 양태, 그리고 고의의 유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입니다. 당황해서 진술을 서두르거나, 반대로 아무 대응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면 그 자료들은 금방 사라집니다.

CCTV 보존기간은 대개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한두 달에 불과합니다. 지나가다 부딪힌 일로 신고를 당했다면,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지금 확보해 두어야 할지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8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