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군 복무 중 징계나 건강 문제, 진급 낙천 등을 이유로 전역심사에 회부되는 간부들의 상담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전역심사위원회에서 전역이 의결됐으니 이제 끝난 일 아니냐”, “일단 전역명령서를 받으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생각으로 소청조차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군복을 벗으려 합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나 억울한 사정을 정리해 다투려 해보면, 30일이라는 짧은 기한을 이미 넘겨버려 구제 절차 자체가 막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법원은 전역심사위원회의 재량을 폭넓게 존중하면서도, 구체적 사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내려진 전역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취소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전역심사위원회의 전역 결정이 어떤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지, 그리고 그 결정을 소청과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전역심사위원회의 전역 결정도 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행정처분입니다
전역명령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지만, 판단 자체는 군 당국의 폭넓은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군인사법 제37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현역복무가 어려운 사람, 같은 계급에서 두 번(소위는 한 번) 진급 낙천된 장교, 병력을 줄이거나 조정하기 위해 전역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사람,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을 각군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킬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절차는 조사위원회와 전역심사위원회 두 단계로 나뉩니다. 지휘계통에서 전역심사 대상으로 통보되면 먼저 조사위원회가 근무기록·징계기록·진단서 등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역심사위원회가 전역 여부를 의결합니다. 이 과정에서 회의 개최 10일 전까지 대상자에게 회의 일시·장소와 구체적인 조사·심사 사유를 통지하도록 정해져 있어, 대상자는 소명자료를 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전역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참모총장이나 국방부장관 명의로 내려지는 전역명령은 군인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행정처분이므로,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의 대상이 됩니다. 다만 그 판단 자체는 “현역복무에 적합한지”를 군 당국이 재량으로 결정하는 사항이어서, 다른 행정처분보다 사법심사의 폭이 좁다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오해되는 부분입니다.
전역심사위원회의 의결에 따른 전역명령은 분명한 행정처분이지만, 그 판단 자체는 군 당국의 폭넓은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2. 전역명령에 불복하려면 소청심사위원회를 반드시 먼저 거쳐야 합니다
행정소송법의 일반 원칙과 달리, 군인사법은 소청 전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요건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행정처분은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임의적 전치주의가 원칙입니다. 그러나 전역처분은 다릅니다. 군인사법 제51조의2는 전역·제적·징계·휴직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한 불리한 처분에 관한 행정소송은 소청심사위원회나 항고심사위원회의 심사·결정을 거치지 아니하면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소청은 군인사법 제50조에 따라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소청심사위원회는 대상자의 계급에 따라 나뉘는데, 장교·준사관은 국방부에 두는 중앙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서, 부사관은 각군 본부의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서, 병은 장성급 장교가 지휘하는 부대의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합니다. 위원은 법관·검사·변호사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 영관급 이상 군인, 군법무관으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 등 5명 이상 9명 이하로 구성됩니다.
이 30일이라는 기간을 놓치면, 이후 사정이 아무리 억울해도 소청 자체가 각하되고, 그 결과 행정소송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게 됩니다. 전역명령서를 받은 즉시 소청 제기 여부부터 검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소청심사위원회를 거치는 절차는 귀찮은 요식행위가 아니라, 행정소송으로 가는 문을 여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3. 법원은 전역심사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무조건 손을 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명백한 법규 위반이 없는 한 군 당국의 판단이 존중되지만, 그 문턱을 넘는 사건도 분명히 있습니다.
소청을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법원이 전역심사위원회의 판단을 뒤집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대법원은 현역복무 적합 여부의 판정을 원칙적으로 군 당국의 자유재량 사항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인사법상 현역복무부적합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서 원칙적으로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 당국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4두107 판결).
실제로 이 사건에서는 부하 여군장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지휘관을 현역복무부적합자로 판정한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 원고가 패소했습니다.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되려면 사실을 잘못 인정했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을 어겼거나, 처분의 목적이나 동기가 부정한 경우처럼 구체적이고 뚜렷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명백한 법규 위반이 없는 한 군 당국의 판단은 존중되지만, 그 심사 기준을 아는 것이 소송 승패를 가르는 출발점입니다.
4. 구체적 사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전역처분은 실제로 취소되기도 합니다
심신장애등급이나 규정상 기준에만 기계적으로 의존한 처분은 재량권 일탈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유방암 수술 후 심신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내려진 퇴역처분을 취소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건 대상자는 수술 후에도 정기체력검정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고, 주치의 역시 정상적인 군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원고의 주치의는 원고가 정상적인 군 생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유방 전 절제술을 받은 후에 받은 정기체력검정 결과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고, 육군항공학교 교육단 학생대장으로 근무하면서 유방절제술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는 현역으로 복무하는 데 장애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려진 것이어서 위법하다(서울행정법원 2007. 10. 5. 선고 2007구합3398 판결).
반대로 대전지방법원은 별다른 추가 징계전력이 없고 19회의 표창을 받았으며 동료들의 선처 탄원까지 있었던 군인에 대해서도, 처분 당시 그런 사정이 이미 충분히 검토됐다는 이유로 재량권 일탈·남용을 인정하지 않고 청구를 기각한 바 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10. 10. 13. 선고 2010구합1028 판결). 두 사건의 결정적 차이는 처분 결과가 아니라, 조사·심사 단계에서 대상자에게 유리한 사정이 실제로 검토됐는지에 있습니다.
따라서 전역처분을 다툴 때는 조사위원회·전역심사위원회에 어떤 자료가 제출됐는지, 그리고 대상자에게 유리한 사정 중 심의에서 누락된 부분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작업이 승패를 좌우합니다.
5. 전역명령을 받았다면 이 순서로 대응해야 합니다
소청 기한 30일을 넘기면 그 뒤의 모든 구제 절차가 막힙니다.
전역명령에 불복하는 절차는 통상 ①조사위원회·전역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친 전역명령 통지 → ②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 계급에 맞는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제기 → ③소청이 기각되면 그 결정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관할 행정법원(피고인 국방부장관·각군 참모총장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서울행정법원이나 대전지방법원 등)에 전역처분 취소소송 제기 → ④소송에서는 조사·심사 단계에서 실제로 검토된 자료와 누락된 사정을 다투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전역명령을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역명령서와 전역심사위원회 의결서에 적힌 처분 사유와 근거 조항(군인사법 제37조 제1항 몇 호에 해당하는지)을 정확히 확인합니다.
조사위원회·전역심사위원회에 제출됐던 자료(진단서, 근무평정, 징계기록, 체력검정 결과 등)와 심의에서 실제로 다뤄지지 않은 유리한 사정을 구분해 정리합니다.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30일이라는 소청 제기 기한을 달력에 표시하고, 그 안에 계급에 맞는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장을 접수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군 인사소청과 행정소송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소청 단계에서부터 재량권 일탈·남용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구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전역명령을 받으면 “이미 결정된 일”이라는 생각에 소청 기한을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명하복 문화가 뚜렷한 군 조직 안에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전역 결정에 억울함을 느끼는 군인 입장에서는 조사·심사 단계에서 어떤 자료가 검토됐고 무엇이 누락됐는지를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통장이 아니라 근무기록·진단서·체력검정 결과 같은 자료가 쌓일수록 소청과 행정소송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전역심사위원회의 판단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에서도, 처분 당시 관련 사정을 충분히 검토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갖춰져 있어야 소송에서도 그 판단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저는 전역심사·인사소청·행정소송 단계에서 전역명령을 다투는 군인 쪽 사건과, 군 당국의 처분 경위를 정리하는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소청 기한 안에 자료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준비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전역명령을 받았다면, 30일이라는 소청 기한이 지나기 전이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역심사위원회에서 전역이 의결되면 더 이상 방법이 없나요?
A. 아닙니다. 전역명령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계급에 맞는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할 수 있고, 소청이 기각되면 그 결정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기한을 넘기면 구제 절차 자체가 막힙니다.
Q. 소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송을 낼 수는 없나요?
A. 없습니다. 군인사법 제51조의2는 전역 등 불리한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소청심사위원회의 심사·결정을 거치지 않으면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어, 소청은 소송 제기의 필수 요건입니다.
Q. 소송을 내면 전역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쉽게 뒤집을 수 있나요?
A. 쉽지 않습니다. 현역복무 적합 여부 판정은 군 당국의 자유재량 사항으로 폭넓게 존중되므로, 사실오인이나 비례원칙 위배처럼 재량권 일탈·남용을 뚜렷이 보여줄 구체적 사정이 필요합니다.
Q. 심신장애등급이 낮게 나오면 무조건 전역되나요?
A. 아닙니다. 법원은 심신장애등급 판정만으로 기계적으로 내려진 전역·퇴역처분을, 실제 근무 가능성이나 주치의 소견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소한 사례가 있습니다.
Q. 징계전력이 있으면 전역처분을 다투기 어려운가요?
A. 불리한 사정 중 하나일 뿐, 그 자체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표창 이력이나 동료의 탄원이 있어도 조사·심사 단계에서 이미 충분히 검토됐다면 재량권 일탈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무엇이 실제로 검토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Q. 소청과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전역이 미뤄지나요?
A. 소청이나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정만으로 전역명령의 효력이 당연히 정지되지는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집행정지를 별도로 신청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 변호사 선임은 어느 단계에서 하는 게 좋은가요?
A. 소청 제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조사·심사 단계에서 어떤 자료가 제출됐는지 파악하고 누락된 사정을 소청 단계부터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이후 행정소송에서도 다툴 근거가 두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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