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성희롱 진정, 강제력 없는 권고를 먼저 받아둬야 하는 이유
국가인권위 성희롱 진정, 강제력 없는 권고를 먼저 받아둬야 하는 이유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세금/행정/헌법

국가인권위 성희롱 진정, 강제력 없는 권고를 먼저 받아둬야 하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가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고민은 어디에 먼저 알려야 하느냐입니다. 형사고소부터 넣을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할지, 아니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부터 넣을지 갈피를 잡기 어렵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법원 판결과 달리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굳이 먼저 진정을 낼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도 따라옵니다. 그러나 절차를 진행하는 순서 자체가 나중에 다른 구제수단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르는 경우가 있고, 인권위의 조사결과가 뒤이은 소송에서 뜻밖의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강제력 없는 권고를 왜 먼저 받아두는 것이 유리한지, 국가인권위원회법 조문을 근거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가인권위 성희롱 진정 — 형사고소·노동위 진정과 어떻게 다른가

성희롱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절차는 한 갈래가 아닙니다. 가해자 개인을 강제추행 등 범죄로 처벌하려면 형사고소를, 회사를 상대로 금전배상을 받으려면 민사 손해배상청구를, 해고나 인사상 불이익까지 겹쳤다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검토하게 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은 이 세 갈래와는 다른 축에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은 성희롱을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상대방이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요구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정의하고, 이를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의 한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이 정의가 실무에 갖는 의미는 큽니다. 형사처벌은 형법상 구성요건(강제추행 등)을 충족해야 하고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반면, 인권위 진정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와 무관하게 성희롱이라는 차별행위가 있었는지만을 별도로 조사·판단합니다. 신체접촉 없이 성적 언동만으로 굴욕감을 느끼게 한 사안, 형사상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로 끝난 사안도 인권위 진정에서는 독자적으로 성희롱 해당 여부가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형사고소가 여의치 않은 사안에서도 인권위 진정은 별개의 구제 창구로 기능합니다.

성희롱 진정 대상 — 공공기관 종사자부터 민간 사업장 근로자까지

인권위 진정은 공공부문에만 열려 있는 절차가 아닙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1항은 진정할 수 있는 경우를 두 갈래로 나눕니다. 제1호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각급 학교·공직유관단체·구금보호시설의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이고, 제2호는 법인, 단체 또는 사인(私人)으로부터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입니다. 성희롱은 차별행위의 일종이므로, 사기업 사업장에서 사용자나 동료 근로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경우도 제2호를 통해 진정이 가능합니다.

공공기관과 민간부문을 아우르는 이 넓은 대상 범위는 다른 구제절차와 비교했을 때 진정 문턱을 크게 낮추는 요소입니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근로계약관계와 해고·불이익처분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하고, 형사고소는 구성요건 해당성을 따져야 하지만, 인권위 진정은 피해자 본인은 물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나 단체도 낼 수 있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 공공부문 —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각급 학교·공직유관단체·구금보호시설 종사자에 의한 성희롱(제30조 제1항 제1호).

  • 민간부문 — 법인·단체·사인, 즉 회사의 사용자나 동료 근로자에 의한 성희롱(제30조 제1항 제2호).

  • 진정인 —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도 진정 가능.

위원회의 조사권한 — 진술서 제출요구부터 현장조사까지

인권위는 진정이 접수되면 형사수사 없이도 상당한 조사권한을 행사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6조는 당사자·관계인에 대한 출석요구와 진술청취, 진술서 제출요구, 관련 자료의 제출요구, 현장조사·감정, 사실 또는 정보의 조회를 조사방법으로 정합니다. 진술서 제출을 요구받은 사람은 14일 이내에 이를 제출해야 하고, 위원이나 소속 직원이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벌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조사권한에는 협조를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압박 수단도 있습니다. 제63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방문조사·현장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하거나, 진술서 제출·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제출·사실조회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한 자에게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이 과태료는 조사 협조를 담보하는 장치일 뿐, 조사 결과 내려지는 권고 자체의 이행을 강제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점은 구분해야 합니다.

강제력 없는 권고 — 조사와 결론이 다른 이유

여기서 많은 사람이 혼동하는 지점이 나옵니다. 조사 단계에서는 과태료라는 실질적 제재가 있지만, 조사를 마친 뒤 나오는 결론인 권고에는 그런 강제력이 없습니다. 제44조는 위원회가 진정을 조사한 결과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일어났다고 판단할 때 피진정인이나 그 소속기관·감독기관의 장에게 구제조치의 이행, 법령·제도·정책·관행의 시정·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이 권고에는 법원 판결과 같은 집행력이 붙지 않고, 위원회가 직접 배상을 명하거나 가해자를 처벌할 권한도 없습니다.

제44조 제2항은 제25조 제2항부터 제6항까지를 준용합니다. 이에 따라 권고를 받은 기관의 장은 그 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만 부담하고, 권고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이행계획을 위원회에 통지해야 하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이유를 통지해야 합니다. 위원회는 이행실태를 확인·점검할 수 있고, 필요하면 권고 내용과 이행 여부, 점검 결과를 공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위원회가 가진 최후의 수단은 공표를 통한 사회적 압박이지, 강제집행이 아닙니다.

조사 단계에는 과태료라는 강제 수단이 있지만, 조사 결과인 권고 자체에는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인권위 절차의 실효성을 오해하게 된다.

먼저 받아두는 이유 — 절차의 순서가 각하 여부를 가른다

강제력이 없다면 굳이 먼저 진정을 낼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32조 제1항 제5호는 진정이 각하되는 사유 중 하나로, 진정이 제기될 당시 그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하여 법원·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를 규정합니다.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뒤늦게 인권위에 진정을 넣으면, 다른 권리구제 절차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진정 자체가 각하될 위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인권위 진정을 다른 절차보다 먼저 접수해두면 이 각하 사유에 걸릴 여지가 없습니다. 진정 시점을 기준으로 다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었는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인권위 조사와 권고가 먼저 이루어진 뒤에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으로 넘어가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여러 구제수단을 함께 고려하고 있는 피해자라면, 강제력이 없더라도 인권위 진정을 가장 먼저 접수해 조사·권고 단계까지 마쳐두는 순서가 이후 선택지를 넓혀둔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합니다.

다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상태에서 진정을 내면 각하될 수 있다(제32조 제1항 제5호) — 그래서 여러 절차를 함께 고려한다면 인권위 진정을 가장 먼저 접수하는 순서가 안전하다.

권고 결정문, 민사소송·노동위 구제신청의 증거가 된다

제49조에 따라 위원회의 조사·조정·심의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이지만, 조사를 마치고 위원회가 의결하면 결정 내용을 공개할 수 있고 진정인에게는 조사 결과와 권고 이유를 담은 결정문이 통지됩니다. 이 결정문은 법원 판결처럼 당사자를 구속하지는 않지만, 독립된 국가기관이 정식 조사절차를 거쳐 성희롱 해당 여부를 판단한 문서라는 점에서 실무상 상당한 증거가치를 갖습니다. 뒤이어 회사나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때, 인권위 결정문을 성희롱 사실관계를 뒷받침하는 서증으로 함께 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당해고나 불리한 인사조치가 함께 있었다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위원회가 사실관계를 독자적으로 심리하기는 하지만, 별도 국가기관의 조사 결과가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은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자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형사고소 단계에서도 수사기관을 구속하지는 못해도 참고자료로 제출해 초기 진술의 일관성을 보강하는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달라지는 것 —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인권위 절차에는 권고 외에 조정이라는 또 다른 경로도 있습니다. 제40조는 위원회가 조사 중이거나 조사가 끝난 진정에 대해 필요한 구제조치를 당사자에게 제시하고 합의를 권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42조는 당사자의 신청이나 위원회 직권으로 조정위원회에 회부해 조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당사자가 합의한 사항을 조정서에 적고 기명날인한 뒤 조정위원회가 이를 확인하면 조정이 성립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정위원회가 중지·원상회복·손해배상·재발방지조치 등을 담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성립한 조정, 그리고 결정서를 송달받고 14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하지 않아 확정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는 제43조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부여됩니다. 권고와 달리 조정이 성립하면 별도의 소송 없이도 강제집행이 가능한 근거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다만 조정은 상대방이 응해야 진행되는 절차이므로, 가해자나 회사가 조정 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면 여전히 권고나 다른 소송 절차로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 기한과 각하 사유 — 놓치면 낭패 본다

인권위 진정에도 시한이 있습니다. 제32조 제1항 제4호는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이 지나서 진정한 경우 각하하도록 정합니다. 다만 그 사실에 관한 공소시효나 민사상 시효가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으로서 위원회가 조사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성희롱 피해를 겪고도 시간이 흘러 뒤늦게 진정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 1년이라는 기간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제32조 제1항은 이 밖에도 여러 각하 사유를 열거합니다. 진정 내용이 위원회의 조사대상이 아니거나 명백히 거짓이거나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 아닌 사람이 낸 진정에서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 진정이 익명이나 가명으로 제출된 경우, 진정인이 스스로 진정을 취하한 경우, 이미 기각된 진정과 같은 사실로 다시 진정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앞서 살펴본 다른 권리구제 절차와의 순서 문제까지 더하면, 진정을 준비할 때는 시한과 각하 사유를 미리 점검해두는 것이 실질적인 조사·권고까지 이어지게 하는 첫 단계입니다.

  • 진정 내용이 위원회의 조사대상이 아니거나, 명백히 거짓이거나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 사실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나 진정한 경우(공소시효·민사시효 남은 사건은 예외).

  • 진정 당시 이미 다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

  • 익명·가명으로 제출되었거나, 진정인이 스스로 취하한 경우.

자주 묻는 질문

Q. 국가인권위 진정과 형사고소를 동시에 진행해도 되나요?

A.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5호는 진정 제기 당시 다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를 각하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고소를 먼저 접수한 뒤 인권위에 진정하면 각하될 위험이 있으므로, 인권위 진정을 먼저 접수하고 이후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으로 넘어가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Q. 민간 회사에서 발생한 성희롱도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제30조 제1항 제2호는 법인·단체·사인으로부터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도 진정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민간 사업장의 사용자나 동료 근로자에 의한 성희롱도 이 조항을 통해 진정할 수 있습니다.

Q. 권고를 받은 회사가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위원회가 직접 이행을 강제할 수단은 없지만, 제25조 준용 규정에 따라 권고를 받은 기관장은 90일 이내에 이행계획을 통지해야 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이유를 통지해야 합니다. 위원회는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어, 사실상 사회적 압박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Q. 진정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나요?

A. 제63조 제1항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하거나 진술서 제출·출석요구, 자료제출·사실조회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조사 협조를 강제하는 장치일 뿐, 최종 권고의 이행 자체를 강제하지는 않습니다.

Q. 조정이 성립하면 소송을 다시 하지 않아도 되나요?

A. 제43조에 따라 조정이 성립하거나 이의 없이 확정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어, 별도 소송 없이도 강제집행이 가능한 근거가 됩니다. 다만 조정은 상대방이 응해야 진행되므로, 상대방이 조정에 나오지 않으면 다시 권고나 다른 절차로 넘어가야 합니다.

Q. 진정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제32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사실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각하됩니다. 다만 공소시효나 민사상 시효가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으로서 위원회가 조사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법원 판결과 달리 강제력이 없지만, 그렇다고 먼저 받아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권리구제 절차가 이미 진행 중이면 진정 자체가 각하될 수 있다는 점, 인권위의 조사결과가 뒤이은 민사소송이나 노동위원회 절차에서 유력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서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 구제수단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면, 강제력의 유무만으로 절차의 우선순위를 정하기보다는 각하 사유와 진정 기한부터 점검하고 인권위 진정을 가장 먼저 접수해두는 편이 이후 선택지를 넓혀둘 수 있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51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