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가장 난감한 상황은 신고해야 할 상대가 다름 아닌 사업주 본인인 경우입니다. 상급자나 동료의 성희롱이라면 사업주에게 신고해 조사와 조치를 요구할 수 있지만, 사업주가 직접 가해자라면 그 신고 절차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법은 이 경우를 예외로 두지 않고, 오히려 사업주가 직접 저지른 성희롱에 대해서만 별도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정해두고 있습니다. 왜 유독 사업주 본인의 성희롱에 더 무거운 제재가 붙는지, 그리고 과태료만으로 끝나는 사안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민형사 책임까지 이어지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직장 내 성희롱, 사업주가 직접 가해자일 때 무엇이 다른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는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이 정의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가해자의 범위에 상급자나 동료 근로자뿐 아니라 사업주 본인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법 제12조도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해 사업주를 금지 의무의 수범자로 못 박습니다.
일반적인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사업주의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성희롱을 하지 않을 의무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이 저지른 성희롱을 조사하고 조치할 의무입니다. 그런데 사업주 자신이 가해자가 되면 이 구조가 무너집니다. 조사를 지시하고 가해자를 징계해야 할 사람이 곧 가해자이기 때문에, 사내 절차만으로는 사실관계 확인도 재발 방지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개인사업장처럼 사업주와 근로자 수가 적은 소규모 사업장, 혹은 법인이라도 대표이사가 인사ㆍ징계 권한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라면 이 문제는 더 두드러집니다. 피해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내에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채로 계속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사업주가 가해자인 성희롱은 조사ㆍ조치를 맡아야 할 주체와 가해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직장 내 성희롱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과태료 1천만원이 유독 무거운 이유 — 제39조의 단계별 설계
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는 과태료를 사안별로 차등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항은 "사업주가 제12조를 위반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정합니다. 반면 제3항은 사업주가 신고를 받고도 조사를 하지 않거나, 조사 결과 확인된 가해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거나,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등의 위반에 대해서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을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4항의 시행계획 미제출 등 일부 절차 위반은 300만원 이하로 더 낮습니다. 결국 사업주 본인이 직접 성희롱을 저지른 경우의 과태료 상한이, 사업주가 관리ㆍ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경우보다 두 배 더 무겁게 설계돼 있는 셈입니다.
이런 차등의 취지는 명확합니다. 사업주가 다른 사람의 성희롱을 조사ㆍ조치하지 않은 경우는 관리 소홀에 대한 제재이지만, 사업주 본인이 성희롱을 저지른 경우는 애초에 법이 금지한 행위 자체를 직접 위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인 사업장이라면 이 문제는 대표이사의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로 이어집니다. 법인을 대표할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가 직무와 관련해 저지른 행위는 법인 자신의 행위로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이므로, 대표이사의 성희롱은 곧 법인, 즉 사업주의 성희롱으로 취급됩니다. 반면 대표권이 없는 임원이나 팀장급 상급자의 성희롱은 원칙적으로 제12조 위반은 성립하더라도, 사업주 본인의 행위로 보기보다는 사업주가 이후 조사ㆍ조치 의무(제14조)를 제대로 이행했는지의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주 본인이 직접 성희롱 — 제39조 제2항, 과태료 1천만원 이하.
사업주가 신고를 받고도 조사를 하지 않음 — 제39조 제3항, 과태료 500만원 이하.
조사 결과 확인된 가해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음 — 제39조 제3항, 과태료 500만원 이하.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 — 제39조 제3항, 과태료 500만원 이하.
사업주 본인의 성희롱에 대한 과태료가 조사ㆍ조치 의무 위반보다 두 배 무거운 이유는, 전자는 금지행위 자체의 직접 위반이고 후자는 관리 감독의 소홀이라는 성격 차이 때문이다.
사내 신고가 무의미할 때 — 실제로 밟게 되는 절차
사업주가 가해자인 이상 사내 신고창구에 기대할 수 없다면, 남은 경로는 외부 기관에 대한 진정입니다. 가장 먼저 고려할 곳은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지청)입니다. 근로자가 진정서를 제출하면 근로감독관이 사실관계를 조사하는데, 이때 사업주 본인의 진술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의 진술, 메신저ㆍ메일 등 관련 자료를 함께 확인합니다. 조사 결과 성희롱 사실이 인정되면 고용노동부장관이 제39조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ㆍ징수하게 됩니다(같은 조 제5항).
고용노동부 진정과 별도로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은 업무ㆍ고용 관계에서 사용자나 근로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성적 언동으로 굴욕감ㆍ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사업주에 의한 성희롱도 이 절차의 대상이 됩니다. 두 절차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으므로 병행해 진행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다만 어느 경로를 택하든 진정 접수 자체만으로 조사가 저절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정황과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조사가 실질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과태료로 끝나지 않는다 —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과태료는 국가가 사업주에게 부과하는 행정 제재일 뿐, 피해 근로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는 절차는 아닙니다. 피해 근로자는 이와 별도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근거로 사업주를 상대로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만약 성희롱을 저지른 사람이 사업주가 아니라 다른 직원이었다면, 사업주는 민법 제756조 사용자책임에 따라 배상 책임을 지되 "피용자의 선임 및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다"는 점을 들어 면책을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주 본인이 가해자인 경우에는 이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사업주 스스로가 가해행위를 한 것이므로 제750조에 따른 직접 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되고, 관리ㆍ감독을 제대로 했는지를 다투어 책임을 면할 방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위자료 액수는 정해진 산정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희롱 행위의 수단과 정도, 지속 기간, 지위 남용 정도, 피해자가 입은 2차 피해 여부(따돌림, 인사상 불이익, 퇴사에 이르렀는지 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집니다. 사업주가 직접 가해자인 사안은 인사권ㆍ평가권을 쥔 사람이 그 지위를 이용해 저지른 것이라는 점에서 통상 지위 남용의 정도가 크게 평가되는 사정이 됩니다. 피해 근로자로서는 성희롱 당시의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뿐 아니라, 이후 업무상 불이익이나 정신적 고통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기록 등도 위자료 산정에 참고자료로 제출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사업주 본인이 가해자면 민법 제756조의 면책 항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 사업주는 관리 소홀이 아니라 자신의 가해행위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진다.
언동의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성희롱이라는 개념 자체는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업주가 지위를 이용해 한 언동이 성희롱 수준을 넘어 신체 접촉을 동반하는 등 추행에 해당한다면 별도의 형사책임으로 이어집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위력이란 반드시 물리적 폭행ㆍ협박에 국한되지 않고, 인사권ㆍ해고권을 쥔 사업주라는 지위 자체가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사회적ㆍ경제적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실무의 대체적인 이해입니다.
더 나아가 그 언동이 간음에까지 이른 경우라면 형법 제303조 제1항의 업무상위력등에의한간음죄가 적용되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훨씬 무거운 형이 예정돼 있습니다. 즉 같은 사업주의 지위 남용이라도 언동이 성적 굴욕감을 주는 발언ㆍ신체 접촉에 그쳤는지, 추행에 이르렀는지, 간음까지 이어졌는지에 따라 남녀고용평등법상 과태료만 문제되는 사안에서부터 성폭력처벌법ㆍ형법상 형사처벌까지 받는 사안으로 그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과태료 진정과 형사고소는 절차가 다른 별개 사건이므로, 사안이 추행ㆍ간음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두 절차를 함께 진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신고 이후 보복이 더해지면 — 불리한 처우의 형사처벌
사업주가 가해자인 사안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지점은 신고 이후의 보복 위험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은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 근로자에게 해고, 징계, 정직, 강등, 승진 제한, 직무 미부여 등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그런데 사업주가 가해자인 경우 이 신고를 접수하고 조치를 할 사람 역시 사업주 자신이기 때문에, 보복성 불이익이 발생할 위험이 다른 사건보다 구조적으로 더 높습니다.
이 조항 위반은 단순 과태료가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같은 법 제37조 제2항 제2호는 제14조 제6항을 위반해 신고 근로자ㆍ피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신고 후 부당하게 해고됐다면 이 형사처벌 절차와는 별개로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노동위원회에 제기해 원직복직ㆍ임금 상당액 지급을 다투는 것도 가능합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면, 그 불이익 조치의 시점과 신고 시점의 인과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인사평가서ㆍ발령통지서 등을 챙겨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실무에서 준비해야 할 증거와 절차
사업주가 가해자인 성희롱 사건은 회사 내부 문서나 CCTV 등 사업주가 관리하는 자료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이 있습니다. 그만큼 피해 근로자 스스로 확보해 둔 자료의 중요성이 큽니다. 성희롱 발언이나 요구가 담긴 문자ㆍ메신저ㆍ이메일은 삭제되기 전에 캡처해 보관하고, 대면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통화녹음이나 육성 녹음도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동석했거나 정황을 알고 있는 동료가 있다면 그 진술도 중요한 보강 증거가 됩니다.
성적 언동이 담긴 메시지ㆍ메일은 원본 그대로 캡처해 별도 보관.
반복적인 상황이라면 사전 고지 없이도 본인이 대화 당사자인 통화ㆍ대면 녹음 활용 가능.
목격자나 정황을 아는 동료의 진술 확보 — 진정ㆍ고소 시 중요한 보강 자료.
피해로 인한 진료ㆍ상담 기록은 위자료 산정과 정신적 피해 입증에 참고자료로 활용.
퇴사 여부와 관계없이 고용노동청 진정, 인권위 진정, 형사고소는 각각의 요건에 따라 제기할 수 있음.
진정이나 고소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시간순으로 사건 경위를 정리해 두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언제, 어떤 장소에서, 어떤 말과 행동이 있었는지를 날짜별로 정리해 두면 조사 과정에서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조사기관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시간도 줄어듭니다. 사업주 측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료가 부족하면 조사 단계에서부터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업주가 아니라 상급자나 동료가 성희롱을 했다면 사업주는 어떤 책임을 지나요?
A. 이 경우 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 제2항이 아니라 제3항이 적용됩니다. 사업주가 신고를 받고도 조사를 하지 않거나 확인된 가해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조사ㆍ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사업주 본인은 과태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Q. 대표이사가 아니라 등기임원이 성희롱을 한 경우도 사업주가 직접 한 성희롱인가요?
A. 개인사업장은 대표자 본인, 법인사업장은 법인을 대표할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의 행위가 사업주의 행위로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표권이 없는 임원의 성희롱은 원칙적으로 사업주 본인의 행위가 아니라, 사업주의 조사ㆍ조치 의무 이행 여부(제39조 제3항)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과태료를 이미 냈다면 손해배상 책임은 없어지나요?
A. 아닙니다. 과태료는 국가가 부과하는 행정 제재이고, 손해배상은 피해 근로자가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사업주에게 직접 청구하는 별개의 민사 절차입니다. 과태료 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손해배상 청구는 별도로 가능합니다.
Q. 회사에 신고할 곳이 없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A. 사내 절차를 반드시 거칠 필요는 없습니다.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 방법으로 바로 외부 절차를 시작할 수 있고, 언동이 추행ㆍ간음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형사고소도 가능합니다.
Q. 과태료 진정과 형사고소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고용노동청 진정과 형사고소는 근거 법률과 절차가 다른 별개 사건이므로 병행해서 진행할 수 있고, 실제로 추행 등에 해당하는 사안에서는 두 절차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신고했다가 오히려 해고당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신고나 피해를 이유로 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는 남녀고용평등법 제37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별도의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이와 별개로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노동위원회에 제기해 원직복직을 다툴 수도 있습니다.
맺음말
사업주가 직접 저지른 성희롱에 유독 1천만원이라는 과태료가 따로 붙는 이유는, 그 행위가 단순한 관리 소홀이 아니라 법이 금지한 행위 자체를 사업주 스스로 위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은 사용자책임의 면책 항변조차 통하지 않는 직접 불법행위 책임으로 이어지고, 언동의 정도에 따라서는 성폭력처벌법ㆍ형법상 형사처벌까지 겹칠 수 있습니다. 과태료 하나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사업주가 가해자라는 사실만으로 신고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용노동청 진정,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형사고소는 사내 절차와 무관하게 진행할 수 있는 별개의 경로이고, 성희롱이 형사처벌 대상인 추행ㆍ간음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관할 검찰청 사건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사업주 본인이 가해자인 성희롱 상담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초기에 자료를 정리해 어느 경로로 대응할지부터 판단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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