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사고 처리가 다 끝난 줄 알고 지내다가 몇 달이 지나서야 보험사로부터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구상금 청구서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니 사고 처리는 보험사가 알아서 다 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안심하는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피해자와의 합의가 끝나고 시간이 흐른 뒤 “피해자한테 이미 다 지급했다는데 왜 나한테 또 돈을 달라는 거냐”며 항의해보아도, 보험사가 보낸 구상금 청구는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자동차보험의 무면허운전 사고에 대한 구상금, 즉 사고부담금 청구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아니라 그 보험이 의무보험인지 임의보험인지, 그리고 개별 보험약관이 정한 내용에 따라 좌우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어느 보험 몫으로 얼마가 청구됐는지에 따라 대응 방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래에서는 무면허 사고 후 보험사가 구상금을 청구하는 법적 근거와 실제로 어디까지 물어줘야 하는지, 청구서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무면허 사고라도 피해자에게는 보험금이 먼저 지급됩니다
대인배상Ⅰ은 운전자의 무면허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에 대한 지급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가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책임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자동차 보유자에게 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것이 바로 대인배상Ⅰ(책임보험)이고, 그 강제의 목적은 다름 아닌 교통사고 피해자 보호입니다.
그래서 대인배상Ⅰ은 운전자가 무면허였다거나 음주 상태였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에 대한 지급 자체를 거절할 수 있는 면책조항을 두지 않습니다. 사고를 낸 사람이 무면허였든 아니었든, 피해자는 우선 보험사로부터 치료비와 합의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이미 돈을 지급했다고 해서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보험사가 그 돈을 실제로 책임 있는 무면허 운전자에게 돌려받는 절차, 즉 구상금 청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고 직후에는 “보험사가 알아서 처리해줬다”는 안도감 때문에 이 구조를 모르고 지내다가, 몇 달 뒤 도착한 청구서에 당황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대인배상Ⅰ은 무면허 여부와 무관하게 피해자에게 먼저 지급되고, 그 이후 무면허 운전자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가 별도로 시작됩니다.
2. 보험사가 지급한 대인배상Ⅰ 보험금은 이제 상한 없이 전액 구상 대상입니다
2022년 법 개정으로 상한 규정이 사라져, 지급된 보험금 전부가 구상금 청구 대상이 됩니다.
이 구상금 청구의 법적 근거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9조 제1항입니다. 이 조항은 무면허운전(제1호), 음주·약물운전(제2호), 사고 후 미조치(제3호) 등의 사유로 사고가 나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그 보험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구상 가능 금액의 변화입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연혁을 설명하면서, 과거에는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중 국토교통부령이 정한 일정 금액까지만 구상할 수 있었지만, 2022. 1. 14.부터는 그 상한이 폐지되어 지급한 보험금 전부를 구상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에는 보험회사 등이 지급한 보험금 중 국토해양부령 또는 국토교통부령에서 정한 금액만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가 점차 구상 가능한 액수가 증액되었고, 2022. 1. 14. 현재와 같이 지급한 보험금 전부를 구상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6다200335 판결).
즉 지금은 사고 규모가 커서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억대의 보험금을 지급했다면, 무면허 운전자가 부담해야 하는 대인배상Ⅰ 몫의 구상금도 그 전액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얼마까지만 물어주면 됐다더라”는 이야기를 믿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대인배상Ⅰ 몫의 구상금은 더 이상 일정 금액으로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보험사가 실제로 지급한 금액 전부가 청구 대상이 됩니다.
3. 대인배상Ⅱ·대물배상 등 임의보험 몫은 법이 아니라 보험약관에 따라 정해집니다
임의보험 사고부담금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아니라 개별 약관이 정한 한도에 따라 좌우됩니다.
대인배상Ⅰ을 초과하는 손해를 보상하는 대인배상Ⅱ, 그리고 대물배상은 가입이 강제되지 않는 임의보험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대인배상Ⅰ 몫의 구상금만 생각하고 있다가, 임의보험 몫으로 훨씬 큰 금액을 추가로 청구받고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최근 이 두 몫을 분명히 나누어 보았습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9조 제1항은 가입이 강제되는 의무보험에만 적용되고, 임의보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임의보험 몫의 사고부담금은 법이 정한 것이 아니라, 보험사와 계약자 사이에 체결된 개별 보험약관의 내용에 따라 그 지급 의무의 존부와 범위가 정해집니다.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9조 제1항은 같은 법 제5조에 따라 가입이 강제되는 의무보험에만 적용되고, 임의보험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임의보험인 대인배상Ⅱ 또는 대물배상 중 의무보험 가입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의 사고부담금에 관하여는 개별 보험계약의 내용에 따르면 족하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6다200335 판결).
실제로 보험사 약관에 따라서는 무면허·음주 등 사유로 사고가 난 경우 임의보험 몫으로 1사고당 1억원까지 사고부담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한 경우도 있고, 대법원은 이러한 약관 조항 자체가 법령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6. 1. 8. 선고 2025다216616 판결 참조). 대인배상Ⅰ 몫과 임의보험 몫을 합치면, 사고 규모에 따라 청구되는 구상금 총액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임의보험 사고부담금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아니라 가입한 보험의 약관 내용에 따라 정해지므로, 반드시 그 약관 조항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4. 실제로 운전대를 잡지 않은 차량 명의자에게도 구상금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무면허운전을 명시적·묵시적으로 승인했는지가 책임을 가르는 핵심 기준입니다.
구상금 청구서를 받는 사람이 실제 무면허 운전자 본인만은 아닙니다. 차량을 빌려주었거나 가족 등이 무면허로 운전하도록 사실상 허락한 차량 명의자 역시 사고부담금 지급 의무를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의 효력 범위를 이렇게 제한해왔습니다. 무면허운전의 주체 자체에는 제한이 없지만,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전혀 지배·관리할 수 없는 상황, 예를 들어 차량을 몰래 절취하거나 무단으로 운전한 경우까지 면책 또는 구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무면허운전에 대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성이 없는 경우까지 위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위 규정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으로서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고, 다만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등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보험자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는 유효하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6308 판결).
반대로 “몰랐다”는 항변이 늘 통하는 것도 아닙니다.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운전자의 면허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지되거나 취소된 이상, 운전자 본인이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사고 당시 객관적으로 무면허 상태였다면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명의자 쪽에서는 “승인하거나 묵인한 적이 없다”는 사실관계를, 실제 운전자 쪽에서는 사고 당시 면허 상태를 각각 구체적인 자료로 다투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무면허운전을 명시적·묵시적으로 승인했는지가 명의자의 책임 여부를 가르고, 면허 정지·취소 사실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운전자 본인의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5. 구상금 청구서를 받았다면 이런 순서로 대응해야 합니다
청구 근거와 산정 내역부터 정확히 특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보험사의 구상금 청구는 통상 ①내용증명 형태의 청구서 발송 → ②협의가 되지 않으면 지급명령 신청 또는 구상금 청구소송 제기(수원 지역 사고라면 수원지방법원 관할) → ③이와 별개로 무면허운전 자체는 도로교통법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수사와 수원지방검찰청의 처분 대상이 되고 → ④민사상 구상금 소송은 형사처분 결과와 무관하게 별도로 진행되어 판결에 이르는 순서로 전개됩니다.
구상금 청구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청구 근거와 관련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험사가 청구하는 금액이 대인배상Ⅰ(의무보험) 몫인지, 대인배상Ⅱ·대물배상 등 임의보험 사고부담금인지 청구 근거가 되는 법조문 또는 약관 조항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요청합니다.
사고 당시 실제로 무면허 상태였는지, 면허 정지·취소 처분의 효력이 언제 발생했는지, 차량 명의자가 무면허운전 사실을 알면서 승인·묵인했는지를 뒷받침할 문자메시지·통화내역·진술 등을 확인합니다.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실제로 보험금을 지급한 시점을 기준으로, 구상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무면허 사고 구상금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청구 근거의 타당성을 다투는 동시에 도로교통법위반 형사사건까지 함께 검토해 전체적인 대응 방향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사고 자체는 다 정리됐다고 생각했는데, 몇 달 뒤 도착한 구상금 청구서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대응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구상금을 청구받은 운전자 입장에서는 이미 끝난 일이라 여겼던 사고에 대해 다시 큰 금액을 물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고를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보험사가 신속하게 치료비와 합의금을 지급해주었기에 회복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렇게 먼저 나간 돈을 실제 책임 있는 사람에게 되돌려받는 절차가 바로 구상금 청구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저는 무면허 사고로 구상금을 청구받은 운전자·차량 명의자 측과, 사고 피해를 입고 보험금을 받아야 하는 피해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청구 근거를 어떻게 나누어 보느냐에 따라 실제로 물어야 할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왔습니다.
구상금 청구서를 받고 어디서부터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청구 근거를 정확히 따져볼 수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면허가 정지된 줄 몰랐는데도 구상금을 물어야 하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판례상 면허 정지·취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효력을 발생한 이상, 운전자 본인이 그 사실을 몰랐더라도 무면허운전에 해당해 구상금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보험사가 청구한 금액을 전부 물어줘야 하나요?
A. 청구 근거가 대인배상Ⅰ(의무보험, 상한 없이 지급액 전부)인지 대인배상Ⅱ·대물배상 등 임의보험 사고부담금(약관에 정한 한도)인지에 따라 다르므로, 산정 근거와 내역을 구체적으로 요청해 확인해야 합니다.
Q. 저는 운전하지 않았고 차만 빌려줬는데도 구상금을 물어야 하나요?
A. 무면허운전 사실을 알면서 명시적·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인정되면 명의자도 사고부담금 지급 의무를 질 수 있습니다. 몰래 운전한 경우라면 명의자의 책임은 제한될 여지가 있습니다.
Q. 구상금 청구도 시효로 소멸할 수 있나요?
A. 네. 구상금 채권도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으므로,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실제로 보험금을 지급한 시점을 기준으로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무면허운전으로 형사처벌도 받는데, 구상금도 같이 내야 하나요?
A. 네, 별개 절차입니다. 무면허운전 자체는 도로교통법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구상금은 이와 별도로 민사상 청구되므로 두 절차를 함께 대응해야 합니다.
Q. 보험사가 지급명령을 보냈는데 그냥 받아들여도 되나요?
A. 안 됩니다. 이의신청 기간 내에 다투지 않으면 지급명령이 그대로 확정되어 이후 청구 근거를 다투기 어려워지므로,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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