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상대와 관계했는데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고소당했어요
사건 개요
술자리에서 만난 상대와 자연스럽게 관계를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뒤 "그날 나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해 있었다", "항거불능 상태였는데 그걸 이용한 것 아니냐"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 분들이 있습니다. 본인 기준으로는 대화도 자연스러웠고 상대가 먼저 손을 잡거나 다가온 기억까지 있는데, 상대는 "그 순간의 기억이 아예 없다"거나 "그렇게 취한 상태였는지 몰랐다면 그게 더 문제"라고 주장하며 준강간으로 고소장을 접수합니다.
이런 상담을 하다 보면 의뢰인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그게 왜 강간이 되느냐, 폭행이나 협박은커녕 다 합의한 걸로 알았다"입니다. 하지만 형법은 폭행·협박이 없어도 상대방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경우를 강간에 준하여 처벌합니다(형법 제299조 준강간). 즉 "강제로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고, 그날 상대가 실제로 어떤 상태였는지, 그리고 내가 그 상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사건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으로 떠오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술에 취했다는 사정, 혹은 다음 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항거불능이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구별을 실제 수사·재판 단계에서 관철시키려면, 그날의 정황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로 재구성해 두었는가가 관건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의 성패는 크게 두 갈래의 질문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객관적 요건, 즉 상대가 실제로 형법이 말하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는가입니다. 판례상 심신상실은 수면·의식소실처럼 정상적 판단·대응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를, 항거불능은 그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어도 심리적·물리적으로 저항이 절대적으로 곤란한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중요한 구별이 나옵니다. 이른바 '알코올 블랙아웃', 즉 다음 날 그 시간대의 기억이 통째로 없는 것과, 사건 당시 실제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였는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상당히 취한 사람도 그 순간에는 걷고 말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할 수 있고, 나중에 그 기억만 소실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주관적 요건, 즉 고의입니다.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은 준강간의 고의를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러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다는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라고 정리했습니다. 즉 상대가 실제로 그런 상태였는지와는 별개로, 행위 당시 내가 상대의 상태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검사가 별도로 증명해야 할 구성요건입니다. 이 판결은 동시에, 설령 실제로는 상대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행위자가 그렇다고 오인하고 그 상태를 이용할 의사로 간음했다면 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고도 밝혀, "실제로는 아니었다"는 주장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시사합니다. 결국 방어는 객관적 상태와 주관적 인식, 이 두 축을 모두 짚어야 완성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그날 '항거불능이 아니었음'을 객관적 자료로 재구성하기
기억이 없다는 상대의 진술만으로 사건이 흘러가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상대의 진술이 아니라, 그날 실제로 남아 있는 객관적 흔적부터 되짚습니다.
1) 시간대별 언동을 남아 있는 기록으로 재구성합니다.
관계 전후로 오간 카카오톡·문자메시지, 통화기록, 이동을 보여주는 택시·대중교통 결제내역, 함께 방문한 장소의 카드결제 시각을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상대가 그 시간대에 스스로 대화를 이어가고, 이동 경로를 정하고, 결제를 하는 등 정상적인 판단·의사결정을 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 이는 항거불능이라 보기 어렵다는 유력한 반증이 됩니다.
2) 동석자·제3자의 관찰을 확보합니다.
당사자 두 사람의 진술이 팽팽히 맞서는 사건일수록, 그 자리에 있었던 동행자나 술집·매장 직원처럼 이해관계 없는 제3자의 관찰이 결정적입니다. 상대가 자력으로 걸었는지, 발음이 어눌했는지,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대답했는지 등을 최대한 이른 시점에 진술서·사실확인서 형태로 남겨 둡니다.
3) 음주량과 정황을 대조해 '알코올 블랙아웃'과 '항거불능'을 분리합니다.
상대가 얼마나, 어떤 속도로 마셨는지에 관한 자료(주문 내역, 함께 마신 사람들의 진술)를 모아, "많이 취해 기억이 끊긴 것"과 "그 순간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태였던 것"이 다른 문제라는 점을 사실관계로 뒷받침합니다. 판례도 이 둘을 별개로 취급하는 만큼, 이 구별을 뒷받침할 자료를 갖추는 쪽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고의' 요건을 정면으로 다투기
객관적 상태를 다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내가 그 상태를 이용한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일입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상태 다툼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도 고의를 추궁당해 사건이 예상 밖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1) 준강간 고의의 이중 구조를 정확히 짚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로, 준강간의 고의는 '상태에 대한 인식'과 '그 상태를 이용한다는 인식' 두 가지로 구성됩니다. 상대가 실제로 어떤 상태였는지와 별개로, 행위 당시 그 상태를 인식했다는 사실 자체를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절차 초기부터 명확히 짚고, 진술 과정에서 이 부분이 흐려지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2) 정상적 상호작용으로 보였던 정황을 함께 제시합니다.
관계 당시 상대가 대화에 응하고, 스킨십에 호응하거나 먼저 다가온 정황, 관계 이후에도 서로 다정한 연락을 주고받은 메시지 등은, 행위자 입장에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다"는 인식 자체를 가질 수 없었던 정황으로 활용됩니다. 사후 감정이 틀어져 뒤늦게 그날을 재구성하는 진술보다, 그 시점에 실제로 오간 기록이 훨씬 힘을 갖습니다.
3) 불능미수 법리의 함정까지 함께 대비합니다.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은, 설령 상대가 실제로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행위자가 그렇다고 오인하고 그 상태를 이용할 의사로 간음했다면 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즉 "상태 자체를 뒤집었으니 끝"이라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상태로 인식한 적조차 없었다는 점까지 함께 구성해야 방어가 완결됩니다. 이 두 층위를 따로 떼어 놓지 않고 처음부터 하나의 전략으로 관리하는 것이 이런 사건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결론
준강간 고소는 "합의였다"는 항변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상대가 그날 실제로 어떤 상태였는지, 그리고 나는 그 상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했는지를 남아 있는 기록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자·결제내역·목격자의 기억은 흐려지고 확보하기 어려워집니다. 고소 사실을 알게 된 초기 며칠이 이 사건에서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며, 지금 그런 연락을 받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면 어떤 자료부터 확보해야 할지 빠르게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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