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뒤 자녀와 떨어져 지내는 부모, 즉 비양육친에게도 아이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돌아올 수 있다는 오해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혼 후 오랫동안 자녀를 만나지 못했거나 양육비만 부담해 온 부모가 자녀의 사고나 범죄행위 때문에 갑자기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양육친이 단지 '부모'라는 사정만으로는 원칙적으로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어, 어떤 기준으로 갈리는지 정확히 알아야 불필요한 소송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비양육친의 손해배상책임이 원칙적으로 부정되는 법적 근거와, 예외적으로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 부모는 언제 손해배상책임을 지나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부모의 손해배상책임 여부는 자녀에게 '책임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틀로 판단됩니다. 민법 제753조는 미성년자가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그 자신이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이렇게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가 손해를 가한 경우, 민법 제755조 제1항에 따라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 통상 친권자인 부모가 대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다만 이 조항 단서는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감독의무자가 증명하면 책임을 면한다고 정하고 있어, 부모 쪽에 입증책임이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미성년자에게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중학생·고등학생 정도의 연령이 되면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을 변식할 지능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례가 많고, 이 경우 미성년자 본인이 민법 제750조에 따라 직접 불법행위책임을 지게 되어 제755조가 적용될 자리가 없어집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곧바로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전원합의체 판결은, 미성년자에게 책임능력이 있어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법리를 확립했습니다. 이때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피해자 쪽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미성년자에게 책임능력이 있어도, 그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책임을 질 수 있다 — 이때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
이혼한 비양육친이 원칙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이유
부모가 함께 살며 친권을 행사하는 경우라면 위 감독의무의 근거를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민법 제913조는 친권자에게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대법원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미성년자는 부모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으므로 그 부모가 자녀에게 일반적·일상적으로 지도와 조언을 할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다37690 판결, 대법원 1999. 7. 13. 선고 99다19957 판결 등). 그러나 이혼으로 부모 중 한 명만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 즉 비양육친에게는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다240021 판결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비양육친에게는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이 없어 보호·교양에 관한 민법 제913조 등 친권 규정이 애초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비양육친에게도 자녀와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는 있지만(민법 제837조의2 제1항), 이 제도는 이혼 후에도 자녀가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정서적으로 안정되도록 하는, 즉 자녀의 복리를 위한 제도일 뿐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감독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아니라고 대법원은 명시했습니다. 비양육친이 이혼 후에도 민법 제837조에 따라 자녀의 양육비용을 분담할 의무를 진다는 사정 역시, 그것만으로 일반적·일상적으로 자녀를 지도·조언하는 보호·감독의무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결론입니다.
결국 비양육친이 '미성년 자녀의 부모'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그 자녀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감독의무 위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양육비를 계속 지급해 왔든, 명절이나 생일에 가끔 연락을 주고받아 왔든, 그 정도의 관계만으로는 감독의무자로서의 지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원칙은 이혼 후 자녀와 떨어져 지내는 부모가 뜻하지 않은 소송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이혼으로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지 않은 비양육친은, 미성년 자녀의 부모라는 사정만으로는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20다240021)
예외 ① — 실질적으로 공동양육자에 준하는 개입을 해온 경우
대법원은 비양육친의 책임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습니다. 비양육친도 부모로서 자녀와 면접교섭을 하거나 양육친과 협의를 통해 자녀 양육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두 가지 예외를 인정했습니다. 첫 번째는 비양육친이 실질적으로 공동양육자에 준하는 정도로 자녀를 보호·감독해 온 경우입니다. 이혼 후 법률상 양육자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자녀와 자주 만나 학업·교우관계·생활습관까지 챙기며 사실상 양육에 준하는 역할을 계속해 온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이 판단에서 고려하라고 제시한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녀의 나이와 평소 행실
문제된 불법행위의 성질과 태양
비양육친과 자녀 사이 면접교섭의 정도와 빈도
자녀가 실제로 처한 양육 환경
비양육친이 자녀 양육에 관여해 온 정도
이 요소들은 개별적으로 딱 떨어지는 기준이라기보다 종합적으로 평가되는 사정들입니다. 예를 들어 비양육친이 주말마다 자녀를 데려가 함께 지내며 학교 상담에도 참여하고, 훈육 문제를 두고 양육친과 수시로 상의해 왔다면, 형식적인 양육자 지위와 무관하게 실질적으로는 공동 양육자와 다름없는 위치에 있었다고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명절에 한두 번 얼굴을 보는 정도이거나 그마저도 거의 없었다면, 이 예외에 해당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외 ② —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방치한 경우
두 번째 예외는 첫 번째만큼 밀접한 관여는 없었더라도, 면접교섭 등을 통해 자녀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비양육친이 자녀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직접 지도·조언을 하거나, 최소한 양육친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감독의무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예외가 실무에서 문제 되는 전형적인 장면은, 면접교섭 과정에서 자녀의 이상 징후(폭력적 성향, 특정 대상에 대한 집착, 위험한 물건 소지 등)를 비양육친이 직접 목격하거나 전해 들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간 경우입니다. 이런 사정이 소송에서 드러나면, 비양육친이 예견 가능했던 위험을 방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예견가능성은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라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표현이므로, 단순히 사춘기 자녀의 반항이나 성적 부진 정도의 일반적 우려만으로는 이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면접교섭 등을 통해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지도·조언이나 양육친에 대한 통지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비양육친도 감독의무 위반 책임을 질 수 있다.
2020다240021 판결의 실제 사건 —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이유
이 법리가 나온 실제 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는 아들이 만 2세였을 때 배우자와 협의이혼하면서 아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를 전 배우자로 지정했습니다. 그 뒤 아들이 만 17세가 되었을 때, 아들은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를 상대로 성관계 중 신체를 촬영하고, 이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피해자는 협박 메시지를 받은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들은 이 사건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습니다.
피해자의 유족은 아들과 함께 비양육친인 아버지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과 원심(수원고등법원)은 아버지에게도 감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부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어릴 때 이혼해 친권자·양육자가 아니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감독의무 위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심이 아버지에게 실질적으로 일반적·일상적인 지도·조언을 해왔는지, 아들의 범행을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곧바로 책임을 인정한 것은 법리 오해라는 취지였습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 주는 시사점은, 비양육친이 소송에 걸렸다고 해서 곧바로 불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고(피해자) 쪽이 앞서 살펴본 두 가지 예외 사유 중 하나를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하면, 비양육친은 원칙으로 돌아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하급심 단계에서 이 구조를 명확히 짚지 못하고 막연히 '부모이니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판단이 흘러가는 경우가 있었던 만큼, 비양육친 쪽에서는 이 판결의 법리를 적극적으로 원용해 방어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거하는 양육친은 왜 더 무거운 책임 구조에 놓이는가
같은 사건에서도 양육친(자녀와 함께 살며 친권을 행사하는 부모)의 책임 판단 구조는 비양육친과 전혀 다릅니다. 양육친은 민법 제913조에 따라 자녀를 보호·교양할 법적 의무를 그대로 부담하고, 판례는 이 의무로부터 '자녀가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일반적·일상적으로 지도·조언할 보호·감독의무'를 곧바로 도출합니다. 따라서 양육친은 비양육친과 달리 별도의 특별한 사정을 증명할 필요 없이 이미 감독의무자의 지위에 있고, 남은 쟁점은 그 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로 좁혀집니다.
이 차이는 이혼 과정에서 양육자 지정 문제를 다툴 때도 함께 고려할 만한 요소입니다. 양육자로 지정되면 자녀에 대한 실질적 권리를 갖는 대신, 자녀가 성장 과정에서 저지르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위험도 함께 떠안게 됩니다. 반대로 비양육친은 원칙적으로 이 위험에서 벗어나 있지만, 앞서 본 두 가지 예외에 해당할 정도로 자녀 양육에 깊이 관여해 왔다면 그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소송에서 비양육친이 준비해야 할 방어 자료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피해자 쪽이 증명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따라서 비양육친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증명하기보다, 원고가 주장하는 예외 사유(공동양육자에 준하는 개입, 구체적 예견가능성)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이혼 조정조서·판결문상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내용 — 비양육친 지위를 객관적으로 뒷받침
면접교섭 실제 이행 내역(빈도·기간) — 형식적이거나 드물었다는 사정을 보여주는 자료
양육비 지급 내역만 있고 생활지도·훈육에 관여한 정황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
자녀의 비행 전력이나 문제행동을 사전에 통보받거나 인지한 사실이 없었다는 정황
반대로 면접교섭 중 자녀와 나눈 대화 기록, SNS·메시지 내역에 이미 문제 징후를 인지했다고 볼 만한 내용이 남아 있다면 이는 오히려 불리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소송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이런 자료를 미리 점검해, 실제로 어떤 사실관계가 드러날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파악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혼하면서 친권자로는 남았지만 실제로는 자녀와 따로 사는 경우에도 책임을 안 지나요?
A. 민법 제913조는 문언상 '친권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형식적으로 친권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면 비양육친과 똑같이 취급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실제로 자녀의 생활을 전혀 지도하지 못했다는 사정은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다투는 단계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Q. 조부모나 재혼한 새 배우자가 실제로 자녀를 키운 경우는 누가 책임지나요?
A. 민법 제755조 제2항은 감독의무자를 갈음해 미성년자를 감독하는 자, 이른바 대리감독자도 같은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녀와 동거하며 생활 전반을 돌봐온 조부모나 새 배우자가 있다면, 이들이 대리감독자로서 별도로 책임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비양육친이 양육비만 계속 내고 왕래는 거의 없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대법원 2020다240021 판결이 다룬 원칙이 가장 그대로 적용되는 상황입니다. 양육비 분담의무만으로는 일반적·일상적 지도·조언 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런 경우라면 원칙으로 돌아가 비양육친은 감독의무 위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볼 가능성이 큽니다.
Q. 자녀가 만 18~19세로 성인에 가까운 나이라면 결론이 달라지나요?
A. 이 정도 연령이면 대부분 책임능력이 인정되어 처음부터 미성년자 본인이 민법 제750조에 따라 직접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됩니다. 감독의무자 책임이 인정되려면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돼야 하는데, 자녀 나이가 많을수록 부모의 구체적인 지도·감독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어 비양육친은 물론 양육친의 책임도 함께 인정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손해배상 소송에서 비양육친과 자녀 중 누구를 상대로 청구해야 하나요?
A. 피해자는 통상 책임능력 있는 자녀 본인과 감독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부모를 함께 상대로 청구합니다. 자녀 본인의 책임과 감독의무자의 책임은 각각 별도로 성립하는 책임이지만,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함께 전액을 배상할 책임을 지는 관계로 다뤄지는 것이 실무입니다.
Q. 비양육친이 소송을 당했다면 어떤 자료부터 확보해야 하나요?
A. 이혼 판결문이나 조정조서상 친권자·양육자 지정 내용을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이어서 면접교섭 이행 빈도와 방식, 자녀의 문제행동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를 보여주는 자료를 함께 정리해 두면, 예외 사유 성립 여부를 다투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가 됩니다.
맺음말
이혼 후 자녀와 떨어져 지내는 비양육친이라 해도, 자녀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다240021 판결이 명확히 정리했듯, '미성년 자녀의 부모'라는 사정 하나만으로는 감독의무자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외적으로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실질적으로 공동양육자에 준하는 개입을 해왔거나,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방치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소송을 당한 비양육친이라면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 이혼 이후 실제 면접교섭 이력과 양육 관여 정도를 먼저 정리해 이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부터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혼과 양육,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지는 손해배상 분쟁까지 이어지는 사건은 수원가정법원 관할 지역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만큼, 관련 판례의 법리를 정확히 짚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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