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의 대화 영상을 증거로 내면 촬영죄로 역기소되나요
성관계 동의 대화 영상을 증거로 내면 촬영죄로 역기소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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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성관계 동의 대화 영상을 증거로 내면 촬영죄로 역기소되나요 

김강희 변호사


성관계 동의 대화 영상을 증거로 내면 촬영죄로 역기소되나요


사건 개요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상담 유형이 있습니다. 성관계를 앞두고 "지금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아?", "네가 원해서 하는 거 맞지?" 같은 대화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남겨 두는 경우입니다. 나중에 상대방이 마음을 바꿔 성폭력으로 고소하는 상황을 미리 대비해 두려는 것인데, 실제로 그 우려가 현실이 되어 고소를 당하면 이 영상을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할지 말지를 두고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영상을 제출하자 상대방 측 변호인이 "동의 없이 내 신체와 얼굴을 촬영했다"며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로 맞고소하겠다고 나오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억울함을 벗으려고 꺼낸 증거가 오히려 새로운 형사 사건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상담을 오는 분들은 한결같이 "동의를 받는 대화를 찍은 건데 그것도 죄가 되느냐"고 되묻지만, 법은 성관계에 대한 동의와 촬영에 대한 동의를 전혀 다른 문제로 취급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런 영상을 증거로 제출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촬영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촬영물의 내용과 촬영 당시의 정황, 제출의 방식과 범위에 따라 역기소 위험이 실제로 달라집니다. 무작정 제출하기 전에 이 세 가지를 먼저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안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그 영상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이 말하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것인지입니다. 얼굴과 음성만 담긴 대화 장면인지, 신체 노출이나 성행위 장면까지 담긴 영상인지에 따라 애초에 이 조문이 적용될 수 있는지 자체가 갈립니다. 둘째, 촬영 당시 상대방이 촬영 사실을 인지하고 이에 동의했는지입니다. 상대방이 "동의한다"고 말한 것은 성관계에 대한 의사표시일 뿐, 그 장면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받아들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몰래 카메라를 켜 두었다면 상대방이 성관계에 동의했더라도 촬영 자체는 그 의사에 반한 것일 수 있습니다.

셋째,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는 행위가 같은 조 제2항이 정한 "반포등"(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한 전시·상영)에 해당하는지입니다. 같은 조항은 촬영 당시에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를 포함해)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제출의 성격이 쟁점이 됩니다. 넷째, 대화를 녹음·녹화한 행위 자체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아닌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 네 가지를 어떻게 정리해 두었는지에 따라, 같은 영상이라도 유력한 무죄 증거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형사 리스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촬영물의 성격과 촬영 경위부터 가려낸다


역기소 위험을 판단하려면 먼저 영상 자체를 뜯어봐야 합니다. 막연히 "동의 대화를 찍었다"는 설명만으로는 방어도, 위험 판단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위험을 가려냅니다.

1) 영상에 실제로 '신체'가 담겼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습니다. 얼굴을 마주 보고 나눈 짧은 구두 확인 장면만 담겼다면, 애초에 이 조문이 요구하는 '신체 촬영'에 해당하는지부터 다투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신체 노출이나 성행위 장면까지 함께 촬영됐다면 제1항의 적용 가능성이 뚜렷해지므로, 영상을 재생 구간별로 나누어 실제로 무엇이 찍혔는지를 먼저 특정합니다.

2) 상대방이 '촬영 사실'을 알았는지를 재구성합니다.

핵심은 상대방이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받아들였는가입니다. 카메라를 눈에 보이게 세워 두고 상대방이 그 존재를 인식한 상태에서 말한 것인지, 아니면 몰래 녹화 버튼을 눌러 상대방이 촬영 사실 자체를 몰랐는지는 완전히 다른 결과로 이어집니다. 상대방이 촬영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거부 표시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는 정황(카메라를 쳐다보거나 촬영을 언급하는 발화 등)이 영상 안에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 촬영 당시 의사에 반하지 않았음을 뒷받침할 자료로 삼습니다.

3)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는 별도로 정리해 둡니다.

대법원은 전화통화든 대면 대화든 대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그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2002. 10. 8. 선고 2002도123 판결). 본인이 참여한 대화를 본인이 녹화한 이상 이 법 위반의 문제는 원칙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는 '대화 내용'의 녹음·녹취에 관한 것이고, 화면에 상대방의 신체가 함께 담겼는지는 성폭력처벌법이라는 별개의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구분해 상대측의 혼용된 주장에 대응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제출 방식과 범위를 설계해 반포등 리스크를 관리한다


촬영 자체의 위법성 여부를 가려낸 뒤에는, 그 영상을 어떻게 제출할 것인가가 두 번째 방어선이 됩니다. 같은 영상이라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반포등 혐의로 확대될 수도, 정당한 방어권 행사로 정리될 수도 있습니다.

1) 제출 범위를 수사기관·법원으로 엄격히 한정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의 '반포등'은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한 전시·상영을 말합니다. 담당 수사관이나 재판부에 정식 증거로 제출하는 행위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유포와는 성격이 다르며,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위한 제한적 제공이라는 점을 소명할 수 있도록 제출 경위서(제출 목적·제출 대상 기관·사본 관리 방법)를 함께 준비합니다. 반면 지인에게 보여주거나 SNS·메신저로 공유하는 것은 이 방어 논리를 그대로 무너뜨리므로, 처음부터 원본을 본인 외에는 열람하지 못하도록 관리합니다.

2)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도 상대방 신체가 함께 찍혔다면 별개로 봅니다.

제14조 제2항은 촬영이 당시에는 의사에 반하지 않았던 경우(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를 포함)라도, 사후에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하면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본인이 스스로를 찍은 부분과는 별개로, 같은 화면에 상대방의 신체가 함께 담겼다면 그 부분에 대한 반포등은 상대방의 의사를 기준으로 다시 판단됩니다. 제출 전 영상에서 상대방의 신체가 어느 구간에, 어떤 형태로 담겨 있는지를 미리 파악해 두어야 상대측의 반포등 주장에 정확히 반박할 수 있습니다.

3) 맞고소를 대비한 소명자료를 미리 갖춰 둡니다.

상대측이 실제로 촬영죄로 고소장을 접수하는 경우를 대비해, 애초 촬영의 목적이 증거 보전에 있었다는 점, 제출이 수사·재판 절차 안으로 한정됐다는 점, 촬영 당시 상대방의 태도(거부 의사 표시 유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둡니다. 사건이 진행되는 도중에 급하게 준비하면 소명의 신빙성이 떨어지므로, 영상을 제출하기로 결심한 시점부터 이 자료들을 함께 갖추어 두는 것이 실제 방어력의 차이를 만듭니다.


결론


동의를 남기려고 찍어 둔 영상이 오히려 새로운 형사 사건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를 실무에서 적지 않게 봅니다. 그 갈림길은 영상을 찍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 찍혔는지, 상대방이 촬영 사실을 알았는지, 그리고 그 영상을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내놓았는지에서 갈립니다.

이미 촬영해 둔 영상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출 전에 영상의 내용과 촬영 경위, 제출 범위를 먼저 점검해 역기소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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