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 합의금 1억을 요구받는데 형사공탁으로 대신할 수 있나요
준강간 합의금 1억을 요구받는데 형사공탁으로 대신할 수 있나요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

준강간 합의금 1억을 요구받는데 형사공탁으로 대신할 수 있나요 

김강희 변호사


준강간 합의금 1억을 요구받는데 형사공탁으로 대신할 수 있나요


사건 개요


술자리가 길어진 뒤 잠들거나 만취해 항거불능 상태였던 상대방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준강간 혐의로 입건되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 피해자 측 변호사로부터 "합의금 1억 원을 주면 처벌불원서를 써주겠다"는 취지의 연락이 오는 경우, 피의자와 가족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 앞에서 막막해집니다. 그러다 주변에서 "그냥 법원에 공탁해 버리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고, 형사공탁이 합의금을 대신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인 것처럼 여기고 문의해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첫 번째 사실은, 준강간죄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범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자를 강간죄(형법 제297조)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유죄가 인정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벌금형 자체가 없는 범죄이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느냐 실형을 사느냐가 사실상의 쟁점이 되고, 그 갈림길에서 피해 회복과 합의의 진정성이 결정적인 무게를 갖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형사공탁은 실제로 존재하는 제도이고 합의가 불가능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합의금을 그대로 대신할 수 있는 만능 대체재는 아닙니다. 특히 2026년 7월 이후로는 공탁이 양형에서 갖는 무게 자체가 제도적으로 축소됐기 때문에, 1억 원이라는 숫자에 쫓겨 성급하게 공탁부터 하는 것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하려면 크게 네 가지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첫째, 준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로, 실형과 집행유예의 경계에서 피해 회복 자료가 갖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는 점입니다. 둘째, 형사공탁(공탁법 제5조의2)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일방적 변제일 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합의와는 법적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셋째,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수정 양형기준(제137차 회의 의결)이 성범죄 양형기준의 참작 사유에서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했다는 점—즉 공탁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감경 인자가 인정되지 않게 됐습니다. 넷째,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294조의6에 따라 판결 선고 전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하므로, 피해자가 "합의 시도 자체가 없었다"거나 "일방적으로 돈만 넣었다"고 진술하면 공탁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이 네 가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공탁했으니 됐다"고 안심하는 경우, 정작 선고 결과를 받아 보고서야 공탁의 무게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반대로 이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하면, 공탁이라는 카드를 실제로 유효하게 쓸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형사공탁을 '언제, 어떻게' 밟아야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 구성하기


공탁은 순서와 방식을 잘못 잡으면 오히려 "기습적으로 돈만 넣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남깁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합의 시도를 먼저 진지하게, 그리고 기록으로 남깁니다.

공탁으로 넘어가기 전에 합의 시도 자체가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을 남겨 두어야 합니다.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 측에 사과와 협상 의사를 서면으로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측의 반응(연락 두절, 과도한 요구, 협상 거부 등)을 시점별로 정리합니다.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294조의6에 따라 선고 전 피해자의 의견을 듣기 때문에, 합의 시도조차 없이 곧바로 공탁했다는 사정이 드러나면 공탁의 진정성 자체가 의심받습니다. 반대로 "합의를 시도했으나 피해자가 응하지 않아 부득이 공탁했다"는 경위가 소명되면 같은 공탁이라도 평가가 달라집니다.

2) 공탁법 제5조의2가 정한 절차대로 정확히 진행합니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 사건번호·사건명과 공소장·조서에 기재된 피해자 특정 명칭 등을 기재해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 공탁소에 형사공탁을 할 수 있습니다(공탁법 제5조의2 제1항, 제2항). 이때 1억 원이라는 요구액을 그대로 공탁할지, 치료비·위자료 등을 합리적으로 산정한 금액을 공탁할지는 사건의 경위와 피해 정도에 따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근거 없이 요구액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유사 사건의 실무 수준과 피고인의 자력을 함께 고려해 액수를 정합니다.

3) 공탁 이후의 '회수 제한'을 진정성의 증거로 활용합니다.

형사공탁은 공탁법 제9조의2에 따라 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하거나 무죄판결이 확정·불기소 결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회수할 수 없습니다. 즉 한 번 공탁하면 돈이 실질적으로 묶여 피해자를 위해 쓰이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점을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설명해, 단순히 형식적으로 돈을 넣어 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회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한 수준의 조치라는 점을 반성문·의견서에 함께 담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1억 원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합의·공탁을 함께 설계하기


피해자 측이 부르는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감당이 안 된다며 협상 자체를 포기하는 것 모두 위험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다음을 함께 챙깁니다.

1) 처벌불원 의사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둡니다.

2013년 형법·성폭력처벌법 개정으로 강간·준강간을 비롯한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은 전부 폐지되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도 그 자체로 공소제기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양형 인자입니다. 공탁은 이 처벌불원 의사를 대체하지 못하므로, 협상의 최종 목표는 어디까지나 진술서·합의서 형태의 처벌불원 의사 확보에 두고, 공탁은 그것이 불가능할 때의 차선책으로 자리매김시킵니다.

2) 바뀐 양형기준에 맞춰 '실질적 피해 회복' 자료를 별도로 쌓습니다.

2026년 7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는 양형기준의 참작 사유에서 '공탁 포함' 문구가 빠졌기 때문에, 공탁 자체보다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 노력—치료비·상담비 선지급 내역, 지속적인 사과와 소통 시도 기록, 심리치료 연계 등—을 별도의 자료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공탁은 이 노력들 중 하나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3) 요구액의 합리성을 검증해 협상선과 공탁액의 기준을 함께 세웁니다.

1억 원이라는 금액이 실제 피해 정도(상해 동반 여부, 정신적 후유증, 치료 기간)에 비추어 합리적인 수준인지 유사 사건의 실무 수준과 대조해 검토합니다. 이렇게 산출한 합리적 범위를 협상의 기준선으로 삼고,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공탁 금액 역시 같은 기준선 위에서 산정해 두면, 감정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일관된 대응 전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결론


1억 원이라는 숫자 앞에서 "일단 공탁으로 해결하자"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준강간처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예정된 사건에서, 합의 시도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 공탁은 2026년 7월 이후 바뀐 양형기준 아래에서 기대만큼의 무게를 갖지 못할 수 있습니다.

공탁은 합의가 불가능할 때 쓰는 차선책이지, 합의 시도를 건너뛰는 지름길이 아닙니다. 지금 합의금 요구를 받은 상황이라면, 처벌불원 확보를 목표로 한 협상 절차와 공탁의 절차·시점을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는지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8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