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과 해외 계좌는 재산분할에서 어떻게 추적하나요
사건 개요
이혼을 준비하는 분들이 상담 중 가장 자주 꺼내는 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코인 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얼마를 넣었는지 저는 모릅니다"거나 "출장이 잦더니 언제부턴가 계좌 잔액이 눈에 띄게 줄어 있었습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배우자 명의로 된 통장은 확인할 수 있어도, 그 돈이 어느 거래소 지갑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혹은 어느 나라 은행 계좌로 송금됐는지는 배우자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알 도리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혼 소송이 시작되면 이런 자산이 갑자기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는 점입니다. 혼인 기간 내내 함께 모은 돈이 이혼을 앞두고 가상자산이나 해외 계좌로 옮겨졌다면, 그 재산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뀌어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만 존재를 아는 것과 법원에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상자산과 해외 계좌도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이라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다만 국내 예금과 달리 추적 방법이 다르고, 특히 해외 계좌는 국내 법원 명령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라는 한계가 있어, 처음부터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쟁점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문제된 자산이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 형성한 재산인지, 아니면 상속·증여 등으로 얻은 특유재산인지입니다. 둘째, 가상자산 자체가 재산분할의 대상재산으로 포착될 수 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비트코인에 대해 몰수가 문제된 사건에서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판단한 바 있고(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이 법리를 바탕으로 하급심 재산분할 실무에서도 시가 산정이 가능한 가상자산은 명의자가 누구든 분할 대상에 포함시켜 왔습니다. 셋째, 국내 거래소 계좌는 어떤 절차로 확인이 가능한지입니다. 넷째, 해외 계좌는 국내 법원 명령의 역외 한계를 어떤 방식으로 우회하거나 보완하는지입니다. 다섯째, 이 모든 조사를 언제까지 마쳐야 하는지입니다 — 재산분할 대상 재산의 가액은 원칙적으로 사실심 변론종결일 시가를 기준으로 하고, 재산분할청구권 자체도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기 때문입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다섯 쟁점 중 셋째와 넷째는 사용하는 도구 자체가 다릅니다. 국내 거래소는 우리 법원의 명령이 직접 미치지만, 해외 금융기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두 축을 나누어 준비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를 재산명시·재산조회로 특정하기
가상자산은 특정금융정보법상 국내 거래소가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과 연계해야만 운영될 수 있어, 결국 그 배우자의 은행 계좌를 거쳐야 거래소로 돈이 들어갑니다. 이 구조를 이용해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자산을 특정합니다.
1) 재산명시명령으로 상대방이 직접 재산목록에 적게 만듭니다.
가정법원은 재산분할 사건에서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상대방에게 재산상태를 구체적으로 밝힌 재산목록 제출을 명할 수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48조의2). 정당한 사유 없이 목록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목록을 제출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어, 상대방이 가상자산이나 해외 자산을 목록에서 빼는 것 자체에 부담을 지웁니다. 이미 확보한 계좌 이체내역과 대조해 목록의 누락·허위가 드러나면, 그 자체가 은닉 정황의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2) 재산목록만으로 부족하면 재산조회제도로 넘어갑니다.
제출된 재산목록만으로 사건 해결이 곤란하다고 인정될 경우, 가정법원은 직권 또는 신청에 의해 당사자 명의의 재산에 관하여 금융기관 등에 직접 조회할 수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48조의3). 다만 이 제도가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를 자동으로 포괄하는 것은 아니므로, 실무에서는 아래 3)의 사실조회신청을 함께 진행해 조회망을 넓힙니다.
3) 은행 이체내역에서 출금처를 특정해 해당 거래소에 사실조회를 신청합니다.
배우자 명의 계좌의 거래내역을 통해 '업비트-케이뱅크', '빗썸-농협' 같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으로 자금이 이동한 흔적을 찾아 거래소를 특정합니다. 이후 민사소송법 제294조(가사소송법 제12조에 의해 준용)에 따라 해당 거래소에 회원가입 여부, 재산분할 기준 시점의 보유 종목·수량, 입출금 내역을 사실조회로 요청합니다. 거래소가 회신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면, 민사소송법 제344조·제347조에 근거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으로 전환해 강제력을 높입니다. 가상자산은 시세 변동이 커서 조회 시점에 따라 가액이 크게 달라지므로, 변론종결이 임박한 시점에 맞추어 잔고 자료를 다시 확보해 두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해외 계좌는 정황증거와 법원의 재량적 반영으로 압박하기
해외 계좌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국내 법원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는 외국 금융기관에는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잔액을 그대로 받아내려는 시도보다 존재와 규모를 소명해 결과에 반영시키는 전략이 현실적입니다.
1) 국내 은행의 외국환거래내역으로 송금 흐름부터 좁힙니다.
해외로 나간 돈은 대부분 국내 은행을 거쳐 송금됩니다. 그 송금 은행에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를 신청해, 송금 일자·금액과 함께 수취은행·수취인 정보를 확인합니다. 이렇게 확보한 수취처 정보는 해외 계좌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출발점이 되며, 이후 상대방을 상대로 한 문서제출명령의 근거로도 쓰입니다.
2) 정황증거를 쌓아 '존재'와 '대략의 규모'를 소명합니다.
정확한 잔액 증명서를 못 구하더라도, 법무부에 대한 출입국사실증명 사실조회로 해외 체류·출장 빈도를 확인하고, 신용카드 해외 사용내역과 이메일·메신저에 남은 계좌 화면 캡처, 현지 부동산·법인 등기자료 등을 모으면 해외 자산의 존재와 규모를 정황으로 소명할 수 있습니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상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연간 보유잔액 합계가 일정 기준을 넘는 거주자의 신고의무) 자료도 사실조회로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이는 과세 목적의 자료라 이혼 사건에서 곧바로 확보되지는 않으며 사안마다 채택 여부가 갈립니다.
3) 은닉 정황이 소명되면 분할 비율·액수의 재량적 조정을 구합니다.
상대방이 재산명시명령에 불응하거나 거짓 목록을 제출한 정황, 혼인 기간의 소득·지출 규모로는 설명되지 않는 자금 유출이 확인되는 경우, 법원은 이런 은닉 정황을 재산분할의 비율이나 액수를 정할 때 참작해 온 실무 흐름이 있습니다. 즉 해외 계좌의 정확한 잔액까지 완벽하게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자금이 설명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 자체를 조밀하게 소명해 두면 분할 결과에 실질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습니다.
4) 제척기간을 역산해 조사 일정을 관리합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해외 자산 조사는 국내 조사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청구하기보다는 먼저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 두고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해외 자산 조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기간 도과 위험을 없애야 합니다.
결론
가상자산과 해외 계좌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존재하지 않는 재산이 아닙니다. 국내 거래소는 재산명시·재산조회·사실조회를 조합하면 특정이 가능한 영역이고, 해외 계좌는 완벽한 증명이 아니라 정황을 조밀하게 쌓아 법원의 판단에 반영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얼마나 이른 시점에, 얼마나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해 두었는가에서 갈립니다. 배우자의 자금 흐름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보인다면, 지금 어떤 자료부터 확보해야 할지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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