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돈 돌린 게 자금세탁 처벌 대상인가요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돈 돌린 게 자금세탁 처벌 대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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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돈 돌린 게 자금세탁 처벌 대상인가요 

김강희 변호사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돈 돌린 게 자금세탁 처벌 대상인가요


사건 개요


"거래처 대금인데 이 계좌로 받아서 다시 저쪽으로 넘겨주면 된다"는 말을 듣고 별생각 없이 응했다가, 뒤늦게 그 계좌가 실체 없는 페이퍼컴퍼니 명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영업도, 직원도, 사업장도 없는 회사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고, 그 통장에 돈을 입금받은 뒤 며칠 안에 다시 다른 계좌로 나누어 돌리거나 현금으로 인출하는 구조입니다. 본인은 "나는 이체 심부름만 했다" 혹은 "명의만 빌려준 것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수사기관은 이 흐름 자체를 자금세탁, 즉 범죄수익은닉 행위로 보고 수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의 사정은 제각각입니다. 지인의 부탁으로 회사를 하나 만들어 준 경우, 급여를 주겠다는 말에 계좌 관리만 맡았던 경우, 실제로 사업을 하다가 자금 압박에 밀려 다른 사람의 돈을 잠시 경유시켜 준 경우까지 폭이 넓습니다. 공통점은 "이 돈이 어디서 온 것인지, 왜 이렇게 복잡하게 돌아야 하는지" 깊이 캐묻지 않았다는 점이고, 바로 그 지점이 나중에 형사책임을 가르는 핵심이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돈을 돌린 행위는 그 돈의 성격과 돌린 사람의 인식 여부에 따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좌를 거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동으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며, 그 돈이 애초에 '범죄수익'인지, 그리고 돌린 사람이 출처를 숨기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가 각각 별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그 돈이 애초에 '범죄수익등'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는 범죄수익을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이른바 '중대범죄') 등 특정범죄로 인해 생긴 재산이라고 정의합니다. 원천이 되는 범죄, 즉 전제범죄(predicate offense)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뒤에 이어지는 자금 이동은 애초에 자금세탁죄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습니다.

둘째, 페이퍼컴퍼니 계좌를 거치게 한 행위가 같은 법 제3조 제1항이 정한 '가장' 행위—범죄수익등의 취득·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거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것—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셋째, 돈을 돌린 사람이나 계좌를 내준 사람에게 그 돈이 범죄수익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관여했다는 고의가 있었는지입니다(제4조). 넷째, 관여 정도가 처음부터 은닉을 목적으로 한 적극적 가장 행위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심부름처럼 계좌를 빌려주거나 소극적으로 보관한 데 그쳤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무너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필요조차 없어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방어의 성패는 법정 변론 기술이 아니라, 돈의 출처와 본인의 인식 상태를 얼마나 구체적인 사실관계로 재구성할 수 있는가에서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전제범죄와 '가장'의 고의를 분리해서 방어선 세우기


자금세탁죄는 그 자체로 독립된 범죄이지만, 처벌의 전제가 되는 원천 범죄와 완전히 무관하게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그 돈이 실제로 '범죄수익등'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수사기관이 자금세탁 혐의를 적용하려면 그 돈이 사기, 횡령·배임, 도박 개장 등 중대범죄로 생긴 재산이라는 점이 먼저 증명되어야 합니다. 원천이 되는 사건에서 애초에 범죄가 성립하지 않거나, 의뢰인이 그 원천 범죄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면, 그 돈을 경유시킨 행위만으로 범죄수익은닉죄를 물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계좌로 들어온 돈의 최초 발생 경위—누구에게서, 어떤 명목으로, 어떤 계약이나 거래를 근거로 들어왔는지—를 계약서·거래명세·메신저 대화 등으로 먼저 추적해 원천 범죄와의 인과관계를 검증합니다.

2) 자금 흐름이 '가장'에 해당하는지, 단순 이체 대행인지를 구분합니다.

제3조가 처벌하는 것은 돈을 옮긴 사실 자체가 아니라, 취득·처분이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거짓으로 꾸민 행위입니다. 판례는 계좌의 실제 이용자와 명의인의 관계, 계좌를 개설·사용하게 된 동기와 경위, 거래의 실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은닉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지시에 따라 단순히 이체 창구 역할만 했을 뿐 출처를 숨기려는 목적이나 인식이 없었다면, 소극적인 경유·보관에 불과하다고 평가되어 가장 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있습니다. 이 지점을 다투려면 이체 지시를 받은 경위, 본인이 그 돈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를 문자·통화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3) 페이퍼컴퍼니 설립 경위와 본인의 관여 정도를 시점별로 정리합니다.

회사를 직접 설립했는지, 이미 만들어져 있던 명의를 빌려 쓴 것인지에 따라 책임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설립 등기, 사업자등록, 통장 개설 시점과 실제 자금이 들어온 시점 사이의 간격, 그 사이 본인이 주고받은 연락 내용을 정리해, 애초에 자금세탁을 위해 회사를 만든 것인지 아니면 사후적으로 이용당한 것인지를 구분해 냅니다. 이 구분은 뒤에서 다룰 고의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수수·경유자의 책임 범위를 좁히고 형량 구조를 짚기


돈을 직접 옮긴 사람뿐 아니라 계좌 명의를 빌려주거나 사정을 알고 돈을 넘겨받은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범위와 형량은 역할에 따라 다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제4조 수수죄의 고의 요건과 예외 단서를 정확히 짚습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4조는 "그 정황을 알면서 범죄수익등을 수수한 자"만 처벌합니다. 즉 몰랐다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나아가 같은 조 단서는 정당한 채무 이행으로서 제공된 것을 그 정황을 모르고 받은 경우까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실제로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거나, 정상적인 거래관계에 따라 대금을 수령한 것이라면 이 단서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므로, 거래의 실체를 뒷받침하는 계약서·세금계산서·업무 수행 기록을 확보해 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2) 미수·예비 단계까지 처벌된다는 점을 고려해 대응 시점을 앞당깁니다.

제3조 제2항은 은닉·가장죄의 미수범도 처벌하고, 제3항은 그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하거나 음모한 자까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아직 돈이 실제로 옮겨지지 않았거나 계좌 개설만 마친 단계라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수사기관 연락을 받은 시점, 혹은 그 이전에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시점부터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진술 방향을 정리해 두는 것이, 조사 단계에서 불리한 진술이 그대로 굳어지는 것을 막는 데 결정적입니다.

3) 적용될 수 있는 형량 구조를 미리 파악해 대응 전략을 짭니다.

은닉·가장죄(제3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수수죄(제4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각각 법정형이 다릅니다. 원천 범죄(사기·횡령·배임 등)가 함께 성립하는 경우에는 별도로 그 죄의 형량까지 더해질 수 있어, 방어 전략도 자금세탁 혐의와 원천 범죄 혐의를 하나로 뭉뚱그려 다투기보다 각각의 성립 요건을 나누어 검토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결론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돈이 돌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금세탁죄가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돈이 실제로 범죄수익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돈을 돌린 사람에게 출처를 숨기려는 인식이 있었는지가 각각 증명되어야 하며, 이 두 가지가 흔들리면 방어의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미수와 예비·음모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계좌를 빌려주거나 이체를 대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시점부터 그 경위를 기록해 두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미 수사가 시작된 단계라면 본인의 관여 정도와 인식 여부를 사실관계로 정리해, 원천 범죄와 자금세탁 혐의를 분리해서 다툴 수 있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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