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나 검찰로부터 "대질조사 일정을 잡겠다"는 통보를 받으면 대부분 당혹스러워합니다. 피해자와 마주 앉아 얼굴을 보고 진술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대질조사는 반드시 나가야 하는 것인지, 나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나가더라도 무엇까지 답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른 채 통보 문자 한 장에 마음이 급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질조사의 법적 성격과 거부했을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 그리고 응하기로 했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대질조사란 무엇인가 — 형사소송법 제245조가 정한 임의수사
대질조사는 형사소송법 제245조가 근거입니다. 이 조문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사실을 발견함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와 다른 피의자 또는 피의자 아닌 자와 대질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피의자와 참고인(성범죄 사건에서는 통상 피해자)을 같은 자리에서 마주 앉혀 진술을 확인하는 방법을 수사기관에 허용합니다. 대질을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피의자의 진술과 피해자의 진술이 특정 사실관계, 예컨대 접촉 경위나 동의 여부, 폭행·협박의 정도 등에서 정면으로 배치될 때, 서면 조서만으로는 어느 쪽 진술이 더 신빙성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질조사 통보는 보통 출석요구서에 대질 취지가 함께 기재되거나, 담당 수사관의 전화 연락으로 이뤄집니다. 이미 피의자신문을 한 차례 마친 뒤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확인되면 별도 기일을 잡아 대질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드물게는 첫 조사 자리에서 곧바로 대질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다만 대질에 응했다는 사실 자체나 대질 자리에 나갔다는 사정만으로 유·무죄가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질은 어디까지나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수사기법의 하나이고, 그 결과는 다른 증거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될 뿐입니다.
대질조사는 형사소송법 제245조가 정한 임의수사의 한 방법일 뿐이고, 대질에 응했는지 여부 자체가 유·무죄를 가르는 기준은 아니다.
대질조사도 임의수사다 — 출석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는 없다
대질조사의 법적 성격을 이해하려면 먼저 형사소송법 제200조를 봐야 합니다. 이 조문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강제로 소환한다는 뜻이 아니라 출석을 '요구'한다는, 즉 임의수사임을 전제한 표현입니다. 대질조사 역시 이 출석요구의 연장선에 있는 임의수사이므로, 원칙적으로 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그 시간에 그 장소로 나가야 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멈추면 절반만 아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는 "정당한 이유 없이 제200조의 규정에 의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검사가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즉 한두 차례 사정이 있어 일정을 조율하는 것과,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 응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후자로 판단되면 체포영장 청구로 이어질 수 있어, "거부할 수 있다"는 말을 "안 나가도 아무 일 없다"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통보 형식 확인 — 정식 출석요구서인지, 전화·문자 연락인지, 대질 취지가 명시됐는지.
일정 조율 여부 —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무단으로 불응하지 말고 사유를 소명하며 연기를 요청할 것.
변호인 선임 여부 — 대질 전에 변호인과 예상 쟁점을 미리 정리해 둘 것.
반복 통보 이력 — 이전에도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면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이 더 높아짐을 인지할 것.
출석과 진술은 별개 — 대질에 나가더라도 진술거부권은 그대로 산다
대질조사를 둘러싼 가장 큰 오해는 "대질에 나가면 무조건 다 답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누구든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신문 전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도록 하면서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이는 대질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즉 대질 자리에 나가더라도 특정 질문에는 답하지 않을 권리가 살아 있고, 이를 행사한다고 해서 그 자체가 불이익하게 취급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전략은 '대질을 거부할지 말지'를 이분법으로 고민하기보다, '출석하되 어디까지 답할지'를 미리 정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사실관계 중 다툼이 없는 부분(예: 만난 시간·장소)은 답하고, 동의 여부나 폭행·협박 정도처럼 진술이 정면으로 갈리는 핵심 쟁점에서는 변호인과 상의한 답변 원칙을 지키는 방식입니다. 대질 자체를 통째로 거부하면 오히려 진술 회피로 비칠 여지가 있고 체포영장 리스크만 커질 수 있는 반면, 출석해서 필요한 선에서만 답하는 쪽이 실무적으로는 더 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질조사에 출석하는 것과 모든 질문에 답하는 것은 별개다 — 개개의 질문에 대한 진술거부권은 대질 자리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성범죄 사건에서 대질조사가 특히 조심스러운 이유
성범죄 수사에서 대질조사는 다른 사건보다 훨씬 신중하게 다뤄집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9조 제2항은 수사기관이 성폭력 피해자를 조사할 때 피해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조사 횟수를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화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3항 제3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19세미만피해자등에 대해서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과 접촉하거나 마주치지 않도록 보호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수사기관과 법원에 지웁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이거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는 경우라면 대질조사 자체가 원칙적으로 지양되고, 통보를 받았다면 왜 예외적으로 대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를 오히려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성인 피해자 사건에서는 이 접촉금지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아 수사기관의 재량 범위가 넓습니다. 특히 동의 여부나 폭행·협박의 정도처럼 피의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건에서는, 대질 없이 서면 조서만으로는 어느 진술이 더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이 대질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대질조사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그만큼 사건의 쟁점이 진술 대 진술로 좁혀져 있다는 신호로 읽어도 무방합니다.
대질이 지양되는 경우 —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의사표현 능력이 미약한 경우.
대질이 이뤄지기 쉬운 경우 — 성인 피해자이고 동의·폭행 정도 등 핵심 사실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
피해자 측도 대질에 부담을 느껴 화상조사·순차조사 등 대안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 실제 대질 방식은 사건마다 다를 수 있음.
대질조사가 이뤄질지 여부는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과, 진술 대 진술로 좁혀진 쟁점의 크기 사이에서 수사기관이 재량으로 판단한다.
대질조사를 거부했을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
한 차례 통보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응하지 못했다면 큰 문제로 번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통상 수사기관은 재차 일정을 조율해 통보하고, 질병이나 근무 등 합리적 사유를 소명하며 연기를 요청하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뚜렷한 사유 없이 반복해서 응하지 않을 때입니다. 이 경우 앞서 본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의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체포영장이 청구될 수 있고, 체포되면 이후 48시간 내 구속영장 청구 여부까지 이어지는 절차로 들어갑니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는 권리 행사이므로 그 자체만으로 불리한 정황으로 취급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대질을 아예 회피한 경우, 피의자 측의 반박 소명 기회가 줄어들어 수사기관이 피해자 진술 위주로 사건을 정리하게 될 여지가 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즉 대질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과, 거부하는 것이 항상 '유리한 전략'이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안의 쟁점이 무엇인지, 자신의 진술이 대질을 통해 오히려 뒷받침될 수 있는지를 변호인과 함께 먼저 따져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대질에 응하기로 했다면 — 변호인 참여와 사전 준비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는 피의자나 그 변호인 등의 신청이 있으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신문에 참여시키도록 정하고 있고, 이는 대질조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변호인은 신문 중 부당한 신문방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신문이 끝난 뒤에는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대질처럼 감정적으로 격해지기 쉬운 자리일수록 변호인의 참여가 유무형의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사전 준비도 중요합니다. 기존에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와 피해자 진술 요지를 다시 확인해 어느 지점에서 진술이 갈리는지 먼저 정리해 두고, 그 쟁점별로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답할지 변호인과 원칙을 세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수사기관에 화상조사나 순차조사 후 최종 대질 등 방식 조정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 조정은 어디까지나 수사기관의 재량 사항이라 반드시 받아들여진다고 보장할 수는 없고, 요청 자체가 협조적 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시도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대질에 응하기로 했다면 변호인 참여를 신청하고, 진술이 갈리는 쟁점별로 답변 원칙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실질적인 방어의 시작이다.
대질조사 결과가 기소 여부에 미치는 영향
검사가 기소·불기소를 판단할 때는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객관적 증거와의 부합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대질에서 드러난 진술 불일치나 반대로 예상 밖으로 일치하는 세부 정황은, 그 자체로 결정타는 아니더라도 신빙성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사건 경위를 시간 순서대로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반면 피의자의 진술이 대질 과정에서 계속 바뀐다면, 그 변화 자체가 불리한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질을 거부한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여부 판단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남은 증거, 즉 진술조서와 각종 객관적 자료만으로 사건을 정리해 송치·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결국 대질을 거부하든 응하든 사건은 어떤 형태로든 진행되므로, 무조건 거부가 안전한 선택이라 단정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진술이 대질을 통해 뒷받침될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면 오히려 출석해 적극적으로 소명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고, 이런 판단은 사건 초기 단계에서 변호인과 함께 내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질조사 통보를 받으면 반드시 나가야 하나요?
A. 대질조사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에 따른 임의수사의 일종이라 법적으로 반드시 출석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해서 응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에 따라 체포영장이 청구될 수 있어, 사실상 사유를 소명하며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대질조사에서도 진술을 거부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헌법 제12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개개의 질문에 대해서도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며, 대질 자리에서도 이 권리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만 진술을 어디까지 할지는 쟁점별로 변호인과 미리 방향을 정해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
Q. 변호인을 데리고 대질조사에 참여할 수 있나요?
A. 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따라 변호인의 신문 참여를 신청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수사기관은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변호인은 부당한 신문방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Q. 성범죄 피해자가 미성년자면 대질조사를 하지 않나요?
A.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9조 제3항은 19세미만피해자등이 피의자·피고인과 접촉하거나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를 수사기관과 법원에 지우고 있어, 대질조사가 원칙적으로 지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는 노력의무이지 절대적 금지는 아니라 예외적으로 이뤄질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Q. 대질조사를 거부하면 무혐의로 끝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대질을 거부해도 수사기관은 나머지 진술조서와 객관적 증거만으로 사건을 정리해 기소 여부를 판단합니다. 대질 거부와 불기소 처분은 서로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Q. 대질조사 날짜를 미룰 수 있나요?
A. 질병이나 불가피한 근무 일정 등 합리적인 사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하면 연기가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유 없이 일정 조율 자체를 거부하거나 연락을 끊으면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맺음말
대질조사는 임의수사이므로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해서 거부하면 체포영장 청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거부할 수 있는가'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먼저 따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출석과 진술은 별개이므로 대질에 나가더라도 쟁점이 되는 질문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인 참여를 통해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질을 거부할지 응할지를 감정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사건의 쟁점과 자신의 진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먼저 냉정하게 짚어보는 일입니다. 인계동이나 수원지검 인근에서 성범죄 조사 통보를 받고 대질 일정을 앞두고 있다면, 통보서를 받은 직후부터 변호인과 함께 쟁점을 정리하고 대응 방향을 정하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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